지리산, 칼바람 속에도 봄 기운이 묻어나고..

2013. 2. 25. 00:43山情無限/지리산

 
 
 


지리산, 칼바람 속에도 봄 기운이 묻어나고..
(산정은 칼바람이 불어도 백무동 계곡은..)



○ 2013. 2. 10 ~ 11 / 맑음, 산행하기 좋은 날씨
○ 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세석-한신계곡-백무동
○ 경남 산청군 시천면 / 함양군 마천면



 


올 구정에도 어김없이
시골에 설 쇠러가는 길에 산행장비를 챙겨 나선다.
이제 구정에 지리산 오르는 것은 연례행사로 정착(?)된 것 같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 않은 것은 시골에 하루 더 있다가 가도 될텐데..
설날 다른 집 아들들 보다 일찍 집을 나서 지리산으로 떠나는 것을
어머님이 섭섭해 하시는 것 같으셔서 올해는 설 다음날 지리산을 가기로
하고 예약을 해 놓았지만 갑자기 하루를 당겨 가야할 일이 생겼다.
하루 더 쉬며 쌓인 피로도 풀고 산에 들려 했는데..
산소에 갔다 오자마자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옆에 두고도 그리운 것이 님이라던가?
가고 가도 또 가고 싶은 산이 지리산!
가면 갈 수록 더 중독 되는 지리산!
세상의 지혜와 또 다른 지혜가 있다는 지리산!
늘 그대로인듯 하면서도 늘 변하고 있는 그대!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맞아 줄까?





(출입제한 시간 전에 겨우 통과)

갑자기 지리에 들려고 하니 바쁘다 바뻐.
지리산은 내일 가기로 되어있어 느긋했는데
사정이 생겨 오늘 가려니 바쁘다. 그렇게 결정한 시간이
11시 반, 짐 챙기고 나니 12시. 대피소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내일로 변경해 달라고 하니 그렇게는 안된다며 일단 취소부터
하고 다음에 오던지 아니면 당일산행을 하라고 한다.
장터목대피소도 성수기에는 예약이 어렵지만, 설날연휴에는
예약자가 많지 않으니 일단 부딪혀보기로 하고 출발하는데,
백무동지킴터 출입제한 시간이 오후 2시니까 바쁘다.
바쁘게 달려왔는데도 점심 먹을 시간이 나지 않아..





(참샘, 참샘도 얼었는지 물이 쫄쫄..)





(산정에 노니는 구름들)









(구름이 걷히면서 장터목대피소가 나타났다)







(눈, 눈길이 좋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













(일몰, 태양이 지쳤는지 모닥불 같이 힘없이 사그러졌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해가 지려한다.
취사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2% 부족한 일몰을 담아본다.
해가 지면서 바람에 심하게 분다.







(그날 밤도 장터목대피소의 밤은 추웠다)

그믐이라 별이 쏟아질듯 초롱초롱한데 날씨도 춥고
바람이 심해 별사진은 엄두도 못내고.. 배정받은 천왕봉실로 들어가니
1,2층 합쳐 열명 남짓, 히터도 나오는둥 마는둥 방이 사람 덕을 보려 한다.
너른 방에 사람마저 적으니 더 썰렁하고 한기마저 느껴진다.
할 수 없이 담요를 한 장 더 받아와 자려는데 이것 참..
오늘 밤도 소금을 얼마나구워야 할지. 있는 옷 다 꺼내 입고
잠을 청해 보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벽이 울린다.

5시에 취사장으로 내려가 스프와 빵으로 요기를 하고
천왕봉으로 향하는데 어째 몸이 무겁다. 피로가 겹친데다 지난
너무 춥게 자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겨울 설박을 해도
이렇게 춥게 자지는 않는데 말이다. 대피소가 특급호텔보다 비싼데..
대피소에서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제대로 잠잘 수 있을 정도의 난방은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온도를 낮추려면 침낭이라도 준비해 두던지..











(여명. 붉은 띠 하나가 어둠을 밝힌다)

일출 30분 전에 천왕봉에 올랐다.
벌써 몇 사람이 좋은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있다.
붉은 빛을 앞세우고 새 날이 밝아 온다.





(섬진강을 따라 피어 오르는 물안개)











(일출의 전조는 화려했다)

산들도 졸린 눈 비비며 어깨걸고 일어난다.











(오랫만에 만난 천왕봉 일출!)

지리 제1경이 천왕봉 일출이라 했는데
오늘도 구름이 짙어 이글거리며 솟아 오르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 조금 아쉬웠는데.. 아뿔싸! 배터리 눈금이
하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온도가 내려가
배터리 기능이 떨어진 것이니까.. 대피소에서부터 카메라를
그냥 메고 갔더니 나보다 카메라가 더 추위를 느낀듯..
배터리를 빼내어 핫팩으로 뎊혀주니 눈금이 3개까지 살아났다.
그동안 태양은 비온 뒤 죽순 자라듯 쑤욱 올라와 버렸다.
에구~ 배터리 하나 더 가져갈 껄..











(춤추는 산너울, 아래는 중봉과 하봉)







(구름바다에 떠있는 섬같은 산들)





(천왕봉 인증샷도 한 장 남기고..)







(덕유산 방향과 마천방향, 삼봉산 뒤로 백두대간도 보이고..)









(장쾌한 지리 주능선, 반야봉이 우뚝하다)







(눈길, 계절이 바뀌면 이 길도 다른 모습일테지만..)





(골안개가 피어오르지만 힘이 약하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뒤돌아 본 장터목대피소)

대피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
한신계곡으로 내려서기 위해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
연하봉오르다가 장터목대피소와 작별인사..









(연하봉 가는 길, 뒤돌아 본 천왕봉)







(연하봉/1730m, 지리 제5경 연하선경은 운무가 있어야 하는데..)







(곡점능선, 그 뒤로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산릉)





(1667봉에서 연하봉 방향)





(반야봉을 배경으로..)





(이 구간의 겨울은 눈꽃도 멋있고, 빙화도 멋있었는데..)

아직 한 두 차례 눈이 더 오겠지만
지리산에도 벌써 눈이 힘을 잃고 녹고 있다.









(촛대봉 가는 길)

응달은 아직도 눈길을 걷는 맛이 있다!
뽀드득 뽀드득..







(모퉁이를 돌고나니 촛대봉이 성큼 다가섰다)

이 길은 살짝 가린듯 보일듯 말듯
신비감이 있을 때 더 멋있는데 구름 한 점없이
하늘은 맑고 푸르고 태양은 눈이 부신다.







(촛대봉 / 1703m)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천왕봉으로 향하는 종주꾼들..)







(반야봉, 노고단이 오라고 손짓하는듯..)

조만간 주능선을 걸어 봐야지 않겠는가!
이제는 쉬엄쉬엄 봉우리 마다 조망바위 마다 다 올라가 보고
그늘 드리운 너럭바위라도 있으면 등도 뉘어 보면서..
늘 주능선에 들기만 하면 쫓기듯 내달렸는데
2박 3일이면 충분하려나..









(촛대봉에서, 덕유능선, 남해 금산도 보이고..)





(짐승들은 자유롭다)





(낙남정맥의 시발점 영신봉, 그 아래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에 잠깐 들렸다가 이제 한신계곡으로..)







(바로 아래 세석대피소, 저 멀리 백운산도 보이고..)





(한신계곡 내려 서기 전)













(내려서면서부터 800m 정도는 곧추선 눈비탈이었고..)











(다시, 400m 정도는 미끄러운 빙판길로 내려왔다)

내리막길이 더 중요하다.
인생이나 산이나 내리막길을 더 조심해야 한다.





(고드름, 국수를 뽑아 장대에 널어 놓은듯..)







(이미 대세는 봄..)

입춘도 지났고, 며칠있으면 우수.
계절은 소리없이 때 맞춰 가고 오는듯
천왕봉에는 아직 칼바람이 불고, 산정은 겨울이지만
백무동 계곡에는 얼음장 아래로 계류가 힘을 내며 흐른다.
봄기운이 도는 것 같다. 그래, 봄은 강에서 올라 오고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온다고 했지





(끝난줄 알았는데 계속 나타나는 빙판)













(며칠있으면 눈이 녹아 비가 되고 물이 된다는 우수)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계류는 재잘거림도 힘이있다.





(2)





(가내소빙폭도 제 소리를 찾아 가고..)





(한신지곡)





(산중턱에서부터 얼음기둥이..)









(얼음은 녹고, 메말랐던 가지에도 물빛이 돈다)





(지금 시간 15:40)

어제 오후에 산에 들었다가 만 하루를 두어시간
넘기고 지리산을 다시 찾기 위해 지리산에서 나왔다.
이제 산방기간에 들어가면 (이 길은 열려있겠지만)
대부분의 등로가 닫히니 두어 달 지리산 들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백무동 개인택시, 그리고 지리산 식당)

백무동 개인택시를 이용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RV 택시라 괜히 든든해 보인다.

단골 지리산 식당에 들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한데..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보니
남해고속도로도 정체가 심해 운전을 어떻게 하고 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지리산 산행은 산행보다 오는 길이 더 힘들고, 우여곡절도
겪긴 했지만 그래도 연례행사를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다.
추석에는 북한산에 들고, 구정에는 지리산에 들 수 있어
좋긴하지만 어른들께는 죄송하기도 한데 언제까지 연례행사로
이어갈 수 있을런지.. 설날 계획보다 하루 일찍 시골을
떠나 오느라 어머님이 많이 서운해 하셨을텐데 
주말에 어머님을 뵈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