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가경, 지리산에서의 하룻밤 이틀낮

2013. 11. 3. 23:17山情無限/지리산

 
 

 
만추가경, 지리산에서의 하룻밤 이틀낮
(아쉽게도 친구의 주능선 종주는 이루지 못했지만..)




○ 2013. 10. 25 ~ 26    날씨 : 쾌청, 산행하기 좋은 날씨
○ 성삼재 ~ 명선봉 ~ 연하천대피소 ~ 덕평봉 ~ 세석대피소 ~ 거림
○ 전남 구례군 / 전북 남원시 / 경남 산청, 함양, 하동군
○ 블로그 친구와



 




 

벌써 가을도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지리산 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블방 친구들의 부추김은
안달하고 있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다. 그래 마음이 동할 때 떠나야지.
주능선도 걸어보고 오랫만에 치밭목도 가 보고.. 지리의 가을밤도 느껴봐야겠지.
지리산을 가려니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 지리산을 수 없이 다녀 왔지만
여태 주능선 종주를 못해 봤다기에 다음에 지리산 갈 때 종주를 도와 주겠다고
약속한 블방 친구에게 문자를 날렸더니 좋아라 하면서도 기대반 걱정반이다.
하루 휴가를 내어 2박3일 일정으로 유유자적 만추가경의 지리산 주능선을
종주하기로 했다.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혼자 하여도 좋고,
둘이서 하여도 좋고, 여럿이 걸어도 정말 좋은 산길 아닌가!

울산에서 지리산이 멀다. 서울보다 접근이 어렵다.
특히, 주능선 종주는 산악회가 아니면 접근이 정말 어려운데 속한
산악회는 짐승급(?)들이라 했다하면 당일 화대종주 아니면 지리산왕복 종주니
유유자적 2박 3일과는 거리가 멀다. 울산에서 17:36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불편하기 그지없다. 순천역에서 환승하여 구례구역까지 가는
불편이야 감수하더라도 23:36에 구례구역에 도착하면 새벽까지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구례로 가는 방법을 찾았으니.. 울산에서 대전으로 가서
다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가는 것. 거의 나라를 밤새 반바퀴나
돌아 가지만, 영화같이 대전역에서 블로그 친구를 만나 서대전역으로 이동
00:30 구례구행 완행 열차를 타고 03:05 구례구역으로 갔다.





(노고단 고개에 올라서니 여명이..)

03:05, 열차에서 내려 많은 산꾼들과 바쁘게 걸어
도착한 곳에 성삼재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배낭이
너무 커서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는데다 버스는 5,700원인 요금도
요금이지만 구례터미널로 이동했다가 4시에 출발하니 인당 10,000원인
택시가 여러모로 편리하여 4명이서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벌써 산악회 버스를 비롯하여 많은 산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세찬 성삼재를 출발하여 노고단대피소에서 들러 이른
아침을 먹고 산행채비를 하고 장도에 오른다.

노고단에 올라 일출을 맞으려 했는데
노고단 오르는 길은 자연휴식년제로 막아 놓았다.
9시부터 출입이 되지만 그나마도 사전 예약자만 가능하다고..
"어디까지 가십니까?" "대피소 예약은 되었습니까?"
검문당하듯 초소(?)를 통과한 시간 06:25





(오늘은 날씨가 좋으려나 보다)

구름에 가려 일출은 별로였지만 하늘은 맑아지고 있다.





(호호백발 억새꽃이 먼저 반긴다)





(주능선은 이미 초겨울 분위기..)

지리의 가을은 이미 산중턱까지 내려가 버렸지만
한발 늦게 찾은 산객을 배려하는듯 간간이 보이는 단풍들..





(반야봉과 주능선 갈림길 노루목)

노루목을 이전에는 무조건 노루와 연관하여
"노루들이 지나 다니던 길목이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였고,
또,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 방향으로 가파르게 흘러내리다
이곳에서 잠시 멈춰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모양을 이루고 있어서 노루목"이라 불렀으나,

최근에는 '노루목'에 대한 지명을 노루를 빼고
우리말 어원에서 그 유래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땅의 모양이 넓거나 늘어졌다는 뜻으로 '널'자에 지점이라는
뜻의 '목'자가 합쳐져 널목, 놀목, 날목 > 너르목, 노루목
등으로 변하였다. 즉, 산줄기가 내려오다가 경사가 늘어진
곳이나 넓어진 곳에 붙였던 이름에서 유래를 찾는다.







(한 발 늦게 찾아 아쉬워 하는 마음을 알기나 하는듯..)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는 쑥부쟁이)

쑥부쟁이는 기력을 잃고 파리한 모습이다.
부잣집 규수같이 뽀얀 모습으로 지리산을 아름답게 수 놓던
가을꽃 구절초는 벌써 먼길을 떠난듯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고독을 느끼며 걷는 길)





(전남과 전북, 경남으로 가르는 삼도봉)

경남과 전남, 전북 삼도의 큰 경계역할을 하고 있는
삼도봉은 경남의 산청·함양·하동군 등 3개군과 전북 남원시,
전남의 구례군 등 5개 시와 군, 그리고 15개 면의 행정단위로
그 구역을 구분짓고 있다.

반야봉 바로 아래 해발 1,550m로 지리산의 수 많은 준봉
가운데 특이 할만하게 눈에 띄는 봉우리는 아니지만 지리산을
삼도로 구분하는 기점이어서 의미가 있다. 삼도의 경계선은..
경남은 삼도봉-불무장등-통꼭봉-촛대봉-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불무장등 능선을 경계로 해 전남과 구분되며, 전북과는 삼도봉-토끼봉
-명선봉-삼각고지-영원령-삼정산을 연결하는 능선을 경계로 하고 있다.
전남과 전북의 경계는 삼도봉-반야봉-도계삼거리-만목대-다름재
구간으로 이 경우는 능선으로 경계선을 만들다 계곡을 건너
다시 능선이 경계선이 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원래 이 봉우리는 정상 부분의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해서 '낫날봉'이었으나 낫날이란 표현의
발음이 어려운 탓에 '낫날봉'이 '날라리봉' 또는 '늴리리봉'
등으로 불리다가 '삼도봉'으로 변경되어 버렸다.









(불무장등과 토끼봉에서 흘러 내린 팔백능선, )

발 아래 목통골도 소리없는 전쟁중..
만약 나무들이 옷갈아 입는 소리를 낸다면 산중이 얼마나 왁자지껄할까!
저 모습들을 보며 삼도봉에서 30분이나 보낸 것 같다





(발걸음을 붙잡는 꽃처럼 아름다운 단풍)









(가다 쉬다 놀다.. 드뎌 연하천대피소 내려서는 계단길)

아쉽게도, 오늘은 지리산 가을풍경을 거의 담지 못했다.
평소같으면 서너시간이면 닿을 연하천대피소까지 한나절 꼬박 걸렸다.
전날 심한 몸살을 앓은데다 밤새 그 넘의 무궁화호 열차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방송 땜에 거의 뜬 눈으로 새운데다 배낭이 무거워 힘들기도 했다.
산길을 가다 졸려서 두 번이나 눈을 붙히기도 했으니.. 그래도 그렇지..
지리산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걸은 것은 기록이다.
그 시간이면 천왕봉까지 갈 시간인데..









(별밤, 산정의 밤은 겨울이었다)

추울수록 하늘은 맑고 별은 초롱초롱 빛났다.
연하천에는 수 없이 많은 별들은 머리위에서 쏟아져 내릴듯 반짝거렸다.
지리산의 별들이 여기로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지리의 가을 추억 하나를 새긴 연하천대피소)

대피소의 밤답잖게 잠을 편안하게 푹 잤다.
몸이 가뿐하다. 감기 몸살도 맑은 공기 마시고,
찐하게 땀을 흘리니 다 나은 것 같다.
오늘은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다)

장터목대피소 숙박은 어려울 것같은 정보들..
종주도 못하고 연하천 일출로 천왕일출을 대신할 수는 없는데..
종주한다고 따라나선 친구가 실망하지나 않을까!





(잎 다 떨구고 벌써 겨울 채비에 들어간 나목)

인간은 추울수록 옷을 덧입지만
나무는 입고있던 옷마져 훌훌 벗어 버리고 맨몸
결연한 의지로 북풍한설과 맞서려 한다.







(호젓한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검문소같은 감시초소가 )

삼각고지 조금 미치기 전 삼정능선 갈림길에도 감시초소가..











(골골이 피어 오르는 골안개)

저 아래가 현대사 비극의 현장 빗점골 상단인 산태골.
앞에 보이는 능선이 팔백능선이라고도 하는 범왕능선,
저 멀리 백운산도 보이고..





(28)











(이마에 땀흘리며 산에 오른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잘 그린 산수화 부럽지 않은 풍경들..
잡을 수도 가져 갈 수도 없기에 더 값진 모습..
아!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형제봉을 내려서면서 만난 부자바위)







(일급 조망대 부자바위에 올라..)

장쾌한 지리 주능선이 펼쳐진다. 
벽소령이 바로 코 앞이고, 천왕봉도 손에 잡힐듯..







(벌써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겨울채비에 들어 갔거나)

아직도 마지막 정염을 불 태우고 있거나..





(38)





(뒤돌아본 형제봉 부자바위)













(봄은 강에서 올라오고, 가을은 산꼭대기에서 내려가고..)

지리의 가을은 더 바쁜 것 같다.
산정은 이미 겨울채비에 들어갔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고운 단풍옷 갈아 입어야 하고..

저 고운 빛깔들은 어디서 왔을까?





(저 아래가 절골, 현대사 비극의 현장 빗점골)







(벽소령과 선비샘이 있는 우뚝한 덕평봉)





(48)







(50)





(오랫만에 들린 벽소령대피소)

그래, 벽소령 커피향이 좋지.
어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의정부에서 왔다는
산객이 커피를 시에라컵 한 잔 가득 커피를 따뤄준다.
홀로 2박3일 일정으로 주능선 종주중이라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아침 먹은지 3시간 밖에 안되었지만 스프를 끓여 먹었는데
그게 점심이 되고 저녁이 될 줄이야..

사실, 벽소령대피소를 이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벽소명월을 보러 달 밝은 날 한 번 들려야겠다.





(지리산에 칠갑을 해 놓은 입산시간지정제 안내)





(꽃술을 딸 시집보내듯 날려 보낼 날이 멀잖은 억새)





(선비샘에서.., 무슨 색깔로 저 하늘색으로 옮길 수 있을까!)





(겨울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참샘. 선비샘)

조금 전 우리가 도착하여 콸콸 쏟아지는 물을
한 바가지 마셨는데 신기하게도 금새 물이 말라 버렸다.
그러다가 인기척이 나자 또 물을 쏟아 내었다.
선비샘 물맛은 일품이다.





(한 때는 새들이 깃들고 그늘을 드리운 거목이었을테지만)

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위어 가는 나목,
나무도, 인간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듯..





(장터목대피소, 그 뒤로 보이는 천왕봉, 중봉, 하봉)









(낙남정맥 영신봉 오르기 전의 풍경들)





(고운 모습으로 반겨주는 이쁜 단풍)







(대성골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

멀리 반야봉, 아스라이 보이는 노고단..
점이 모여 선이되듯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주능선을 이어왔다.
뒤돌아 보니 참 멀리도 왔다. 우리네 삶도 이런 것 같고..





(지리주능선을 종주중인 학생들..)

그래.. 산을 넘는게 아니야 자기 자신을 넘는 거야!
오늘 온 힘을 다해 산을 올랐듯 힘든 세상도 그렇게 살고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이 될테고.





(영신봉, 낙남정맥의 시발점)

대간과 정맥을 내달리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때 그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머리를 빼꼼히 내민 천왕봉, 저 아래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산길 길목마다 지키며 통제하고 있는 국공들..)

오후 2시 반도 안되었는데 세석대피소 내려서는 길과 장터목대피소
방향 갈림길에 국공직원들이 장터목대피소 인터넷 예약자 명단을 들고
한 사람 한 사람 확인을 하면서 명단에 없는 사람은 아예 장터목 방향으로는
진행을 막고 하산하라고 한다. 이제 앞으로는 대피소에 빈자리가 있어도
예약을 못한 사람은 이용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 같다.
국공측에서는 국립공원을 보호하고 자연생태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입산 시간과 대피소간 이동시간도 정해놓고 통제를 하고 있는데
정작 산을 크게 훼손하는 장본인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인 것을..
천왕봉에 케이블카를 놓기만 해봐라!







(세석대피소를 뒤로하고.. 하산)

주능선 종주를 시켜주고 싶었는데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갑자기 이뤄진 일이라 미리 예약을 못하고 어렵게 장터목대피소 대기자로
등록까지는 이뤄졌는데 예약전환하라는 통보도 없이 맘대로 예약취소라니..
어제부터 계속 확인을 해보지만 자리가 나지 않았다.







(아! 유장한 남부능선! 삼신봉과 외삼신봉, 내삼신봉)

남부능선은 촉촉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도 좋고,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추억을 더듬으며 올라 보고도 싶다.
물론 이 즈음 단풍과 내려가는 것도 좋겠지..





(깜깜한 밤에 전등을 켠듯..)











(여기서 지리의 가을을 제대로 만났다.)

먼저 다녀온 블방 친구들의 부추김도 한 몫했다.
덕분에.. 늦었다 했지만 거림골은 때를 잘 맞춰 온 것 같다.
아! 지리 거림골에서 절정의 가을을 만났다.





(어디서 이런 빛깔이 배여 나오는 것일까!)









(만추가경(晩秋佳景))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한 단풍 터널을 지나..)













(갈길이 바쁘지만 계속 발목을 잡는 단풍나무)









(좋다)

단풍 든 잎이 제일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것이 사날일 수도 있고
하루일 수도 있고
불과 한시간일 수도 있고
단 1분 1초일 수도 있다.

변하기 때문에 잎의 순간은 아름답다.
낙엽은 아름답다.
지기 때문에 꽃은 아름답고
흐름으로써 물은 또 아름답다

낙엽의 아름다움 / 이흥우







(드뎌 날머리, 거림마을이..)

갈 길 바쁜 우리의 발목을 끈질기게 잡았던 길고 긴
거림골 단풍숲.. 그렇게 아름다운 길을 바삐 내려와 아쉽기는
하지만 랜턴을 켜지않고 어둡기 전에 내려올 수 있어 다행이다.
이틀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시계 톱니바퀴 물려 돌듯)

17:50, 다행히 어둡기 전에 거림골을 내려 섰지만
한 시간 후에 오는 버스를 기다릴 수 없어 때 맞춰 올라 온 택시를
타고 시천으로 나갔다. 택시기사님이 마침 대원사에서 나온 버스 앞에
택시를 세우고 버스를 잡아 주는 사이 표를 끊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버스터미널 직전까지 왔지만 그만 신호등에 걸려 피말리는 시간은
흘러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1분. 7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가 앞 차에 막혀 멈춰 서
있는 바람에 감사하게도 친구는 7시 차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 거림골에서부터
버스를 태워 보내기까지 정말 톱니바퀴 물려돌듯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친구를 보내고 확인하니 울산가는 막차는 8시. 후유~ 이제 한 숨 돌린다.
친구를 만나서 헤어지기까지 정말 영화의 장면들 같이 극적이었다.
친구의 지리 주능선 종주를 완성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지만
블방친구들의 부추김에 결행한 지리산행. 만추가경의
풍경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