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9. 19:38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6차 (8구간 : 빼재에서 부항령까지)
산행일자 : 2006. 3. 4 (토) 06:00 ~ 15:30
산행날씨 : 맑음
산행거리 : 도상거리/20㎞ 누적거리 : 127km
빼재 - 삼봉산 - 소사고개 -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 - 853봉 - 부항령
참 석 : 백두대간 종주회 29명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3/4 00:30 신복로타리 탑승 (전용 버스)
03:00~04:00 신풍령, 김밥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6:00 빼재(920m), 출발
07:03 일출
07:15 호절골재(1122m)
07:50 삼봉산(1254m)
08:30 소사마을 내림길(갈림길)
09:35 소사고개(m)
11:30~12:00 대덕산 아래 안부/식사
12:20 대덕산(1290m)
얼음길
13:20 덕산재(750m)
13:45 833봉
14:00 ?재
14:30 853.1봉
③ 복귀
17:13 김천 부항령 출발
20:15 울산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몇 일 사이 풀렸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대간 가는 날이 끼어 있기 때문인가 보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고, 어차피 대간을 쉽고 편하게 종주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이상 가혹한 조건에서 의지와 투지를 불태우며 백두대간을 밟으며 이 땅 이 강산을 뜨겁고 치열하게 사랑해 보고 싶다.
7구간 개요 : 대간 7번째 구간이다. 행정구역상 전북 무주 무풍면과 경남 거창 고제, 대덕면을 관통한다. 크게 봐서 덕유산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는 빼재(신풍령)를 출발하여 대덕산을 지나 덕산재로 내려서서 다시 올라 부항령의 터널 앞으로 내려서는 코스이다. 주요 산으로 삼봉산(1254m), 대덕산(1290), 삼도봉(1254m)을 들 수 있겠다. 삼도봉은 민주지산 삼도봉과는 별개의 삼도봉이다.
고갯길로는 1089번 지방도로가 소사고개를, 30번 국도가 덕산재를 관통하여 대간길을 지나간다. 7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소사고개를 지나 삼도봉과 대덕산을 오르는 길 일 것 같다. 다소 지루하지만 멋지게 보이는 삼도봉 능선과 대덕산 억새밭은 힘들여 오르내린 대간길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대덕산 정상에서의 전망도 서쪽으로 덕유산이 북으로는 민주지산 남으로는 지리산과 가야산이 펼쳐진다.
(신풍령 주차장)
출발시간 5분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산행대장의 출발신호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출발직전의 모습은 마라톤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한 사람도 낙오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신풍령 들머리)
빼재(신풍령 고갯길)에서 바로 백두대간 마루금에 오른다. 원래는 육십령에 출발하여 덕유산 구간을 이어가야 하지만 덕유산 구간이 경방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덕유산 2구간을 건너 띄어 8구간인 빼재에서 부항령까지로 코스가 잡혔다. 빼재는 사냥꾼들이 동물을 잡아먹고 뼈를 쌓아 두었다 해서 이름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고갯마루에 ‘수령(秀嶺)’ 이라는 글이 있고 또 ‘신풍령(新風嶺)’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빼어난 고개’라는 데서 빼재라는 이름이 붙혀졌을 가능성이 높다.
37번 국도가 통과하는 빼재는 일반 지도에 신풍령으로 기재되어 있다. 덕유 삼봉산까지는 고도를 약 330미터나 높여야 하는 오르막이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이나 쌓인 눈이 미끄럽다. 능선에 올라서자 싸리나무와 억새가 할퀴는 길로 전진하다가 오름길을 한번 오른후 다시 내려간다. 된새미고개를 지나지만 특별한 안내판이나 표지기가 없어 잘 알 수가 없다.
(일출)
벌써 낮이 많이 길어지고, 일출시간이 많이 빨라진 것 같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먼동이 트기 시작하더니 이내 햇귀가 돌고 된새미재를 조금 자나자 태양이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호절골재 일출)
더 올라가다 암봉을 이룬 곳에서 쭉 내려 간다. 억새와 싸리나무가 울창한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산허리를 많이 파헤쳐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무에 걸려있는 호절골재(1,122m)라는 팻말을 보고 주위를 살펴보니 재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삼봉산에서 흘러내린 경사면을 뒤로하고 떠오른 태양이 그림같이 아름답지만 역시 그 황홀한 모습을 담아내기는 많은 것이 부족한 것같아 아쉽기만 하다. 능선너머로 떠오른 태양을 카메라에 담고 경사길을 바쁘게 오르니 삼봉산 정상이다.
삼봉산(1,254m)은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삼봉산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5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 거창의 진산이다. 정상 돌무더기 위에 덕유 삼봉이라고 쓰인 돌비석이 세워져 있고 삼각점도 있다. 투구봉, 노적봉, 칼바위, 장군바위, 신중봉, 부부봉, 신성봉, 칠성봉, 마당바위 등의 봉과 바위벽이 어우러져 있다.
산경표엔 이곳 삼봉에서 무룡산까지를 덕유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작가미상의 애닯은 사연을 담은 진달래라는 시가 적힌 스텐레스판이 있다.
진 달 래 / 무명
진달래 밭에서
너만 생각하였다
연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眞眞이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죽어서도 못 잊을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우리는 간다.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구태어 끊어 무엇하리
온산에 불이 났네
진달래는 왜이리
지천으로 피어서
지천으로 피어서
(삼봉산을 지나 빙판길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삼봉산(1,254m)을 지나 암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용아장성을 걷는 듯한 아찔한 길이다. 얼음위에 눈이 덮혀있어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데 양 옆 천길 낭떠러지는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꼭대기까지 올라왔기에 내림길이 나올줄 알았는데 잠시 내려가는 듯 하던 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그것도 평탄한 길이 아니다. 바위와 돌부리가 눈과 빙판으로 덮여 미끄럽고 위험한 암릉길을 만들고 있었다. 아래로 우회길이 나 있는데 시그널이 윗쪽에도 붙어 있어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길로 진행하였더니...
아뿔싸! 빙판이 된 절벽길로 더 진행할 수 없어 되돌아 나오는데 5미터나 됨직한 바위 절벽에 밧줄이 매여져 있는게 아닌가! 간신히 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러나 암릉길은 계속 이어지고... 눈 밑에 숨은 빙판은 조금도 방심할 수 없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위험한 길을 조심조심 전진한다.
(소사마을로 내려가는 길, 심설구간이다)
미끄럽고 위험한 암릉구간을 어렵게 지난 다음 안부에서 우측으로 90도 꺾어 소사고개로 하산한다. 소사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낭떠러지를 연상케하는 급경사의 너덜지대인데 마치 눈이 스키장 슬로프같이 쌓여 있는데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다. 지난번 울산 "ㅇ산악회"가 이 코스를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 갔다는 말이 실감났다. 다행이 우리는 내려가는 길이니까 형편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선두를 서고 있는 이택명 국장이 앞서고 한사람 두사람 눈비탈에 붙어선다.
겁먹은 표정으로 엉금 엉금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옮기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 천길 비탈길을 미끄럼타는 대원도 있지만 강심장이라도 10m 이상은 미끄럼을 타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잡는다. 너무 비탈진 눈길어어서 5m만 미끄럼을 타도 가속도가 대단하여 그대로 가다가는 대형사고가 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뒤에 내려오는 대원들 모습을 담으려고 뒤돌아 서서 올려 보며 카메라 구도를 잡다가 아뿔싸 왼쪽발이 미끌어 지는 바람에 앞으로 넘어져 카메라를 그만 눈 속에 빠트리고 말았다. 부랴부랴 눈을 헤치고 카메라를 찾았는데 카메라에 눈이 자석에 쇳가루 붙듯 왕창 묻어 있어 입바람으로 눈을 불어내다 보니 정신이 몽롱하다 . 걱정했는데 카메라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대부분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몇 번씩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계속되던 암릉길은 소사고개가 가까워져도 여전히 미끄러운 빙판 내리막길이 계속되더니 급경사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주위에는 펜스가 쳐져 있고, 철문을 통과해야 하는 드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나타났다. 배추밭 중앙으로 대간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로움)
소사고개 조금 못 미친지점에서 만난 자연이 빚은 걸작품!! 각자의 역량에 맞게 있는 힘을 다해 합세하고, 또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추어 합작한 것 같다. 연출은 누가 하였을까?
산길같지 않고 들판을 지나는 듯한 것이 지난 2구간 여원재에서 고남산 가는 길을 연상시킨다. 소사고개 마을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경남 거창군 고재면 탐선마을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 덕지리가 이웃하는 이 동네는 말씨가 한가지다. 전북 무풍면 사람들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나제 통문을 넘어서면 바뀐다고 한다.
(대간길을 안내하는 야생동물 발자국들)
대간길이 외롭지 않은 것은 좋은 길벗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이름 모르는 새들이 유난히 맑은 목소리를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간길을 마중나오지 않았지만 산짐승들은 자기들 마을에 온다고 단체로 나와 길을 안내해 주고 갔다.
(내려온 만큼 또 올라야 삼도봉이고 대덕산이다)
내려 올 산을 왜 올랐느냐?
올라갈 산을 왜 내려왔느냐?
산은 올라야 제 맛이고, 내려오지 않으면 올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1,250m까지 올랐다가 소사고개까지 600m나 내려왔다가
다시 삼도봉, 대덕산까지 600m를 올라야 하고
또 덕산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지고 그것도 2,000m 이하로 등산하기에는 천혜의 조건이다.
마음만 먹으면 산을 찾을 수 있는 이런 나라는 세상에 없다.
따분하고 지루함 보다는 변화가 좋다. 그것도 기복이 심하면 더 그렇다.
단지, 힘이들고 고생이 되어 그렇지만...
거창과 무풍을 넘나드는 2차선 포장도로의 우측으로 붙는 임도를 따라 삼도봉을 향한다.
(백두대간은 보존되어야 한다)
소사고개를 향해 내려올 때도 "백두대간 특별법 개정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의 40%가 사유지라고 한다. 국토의 등줄기 백두대간이 사유지라고 맘대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하고 통행을 금지시켜서는 안된다. 어떤 곳은 길이 훼손되어 밭 가운데를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분수령(分水嶺)이 바뀔정도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어 있다.
고랭지 배추밭과 목장지대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낙엽송이 많은 등산로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삼봉산에서 소사고개로 내려올 때의 고도만큼 올라가야 한다. 본격적인 오름길에 접어들자 코가 땅에 닿을 듯한 심한 비탈길이다. 눈 쌓인 가파른 길을 잡목까지 헤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렵지 않다. 잠시 오던 길을 뒤돌아 보니 삼봉산 모습이 마치 공룡의 등같은 골격이 대단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의 경남과 왼쪽의 전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구슬땀을 흘리다 보니 삼도봉에 이른다.
(삼도봉을 오르는 길에서 돌아본 삼봉산의 위용)
허기가 진다. 새벽 4시에 아침을 먹고 11시가 넘게 계속 걸었으니 그럴만도 한데 사무국장은 쉬지않고 갈 길만 간다. 어디서 혼자서라도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다리가 풀리고 힘이 부친다. 오늘따가 급하게 오느라 준비마저 부족하다.
(삼도봉, 이번 구간부터 합류한 위겸씨와 파트너)
삼도봉(1,250m), 초점산 또는 거창 삼도봉으로 불리우는 삼도봉의 삼도는 경남.경북.전북이고 대간길에서 만나는 삼도봉 중 가장 유명한 삼도봉은 경북 김천시와 전북무주군. 충북 영동군에 걸쳐 있다. 심한 오름길을 20여 분을 치고 오르는데 억새와 싸리나무 사이로 산죽도 보이더니 이내 삼도봉을 알리는 정상 표지석이 나타난다. 삼도봉 정상 주변은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있고 화강석의 표지석이 있으나 누가 그랬는지 허리가 동강 나 있었다.
(삼도봉에서 대덕산 가는 길, 눈길 억새밭이 호젓하다)
대덕산 가는 길은 심한 잡목이 진을 치고 있는 내리막으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긴 오름으로 이어지는데 음지 가파른 내리막길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얼음위에 눈이 쌓여있어 여기저기서 쿵쿵하며 미끄지는 대원들 바람에 안절부절이다. 한편 오름길 양지쪽은 눈과 얼음이 녹아내려 길이 무척 질척인다.
대덕산 오르기 편평한 눈밭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11:30~12:00)
대덕산 정상까지는 밋밋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잡목도 별로 없는 억새로 덮인 봉우리는 소백산과 영남알프스의 재약산을 꼭 빼 닮았다.
(대덕산 정상)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대덕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대덕이라 불리게 된 것은 이곳으로 살려고 오는 사람마다 산의 큰 덕을 입고 재산을 모은데서 연유됐으며, 옛날에는 다락산. 다악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명산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우직한 남성답게 생긴 이 산은 예로부터 수많은 인걸을 배출했고, 남사고의“십승지리”중의 하나로 알려진 무풍동을 품고 있는 산이라고 한다.
대덕산에 오르면 주변이 억새밭이라 동서남북 막힘이 없어 전망이 좋은데 서쪽으로 삼봉산 너머로 덕유산이, 왼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가깝게 보이고, 그 왼쪽으로 가야산이 보인다. 그리고 북서쪽으로 민주지산 정상이 손에 잡일 듯 우뚝 솟아있어 사방이 파노라마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정상엔 표지석과 1988년 재설이라고 쓰인 삼각점이 있다.
이 지역은 굴참나무와 낙엽수가 많이 분포되어 있어 야생 동물의 좋은 서식지로 노루 멧돼지 등이 많이 서식한다고 한다. 등산로 주변 곳곳이 멧돼지가 먹이를 찾느라고 파헤진 곳과 노루 발자국들도 보인다. 산의 골이 깊고 머루와 다래 취나물 등이 널려있으며 산 중턱에는 높이 30m의 방애골 폭포가 있다고 한다.
대 덕 산
대덕산 오르는데
오솔길 하나
이길 따라가면
백두산인데
이 비탈
저 계곡길
내려만 가면
얼키고 설키고 만갈래 길
(대덕산에서 덕산재 내려가는 심설구간)
대덕산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아쉬워하며 무릎가까이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덕산재로 향한다. 덕산재 가는 길은 동쪽능선으로 가지 않고, 북쪽 봉우리를 넘어가서 오른쪽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는 능선으로 가야 한다. 급격한 내리막 길은 심설로 미끄러워 주위를 요한다. 특히 눈길 밑에는 빙판이어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행중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 엉금엉금 기는 사람…, 각자의 특기를 살려 빙판이 숨은 눈길을 내려온다. 앞장선 사무국장은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한 선두를 잡으러 미끄러운 길을 쏜살같이 내달린다.
(멀리 삼봉산이 보인다)
택명씨를 뒤쫓아 내달려 보지만 택명씨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나마 뒤에 오는 일행하고도 멀어져 혼자가 되었다.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나지만 내 페이스대로 갈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 20여분 내려오니 대간길에 몇 안 되는 약수터, 귀중한 얼음골 약수터가 나타나는데 겨울이라 물이 마르고, 눈만 쌓여있다. 안내판은 육십령 하산길의 샘터에서 본 표지판과 같은 내용으로 같은 사람이 설치한 것 같다.
줄곧 내리막 길의 연속이더니 덕산재가 가까웠는가 싶었는데 다시 오름길이다. 머지않은 곳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숲 사이로 보이는 부항령으로 향하는 대간 길이 만만찮게 보인다. 저기를 오르려고 이렇게 내려가는구나 생각하니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린다. 능선안부를 지나쳐 올랐다가 내려가니 덕산재의 모습이 보인다.
덕산재(644m), 대덕산 자락을 내려서니 30번 국도가 나타나고 대간의 허리가 잘린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파헤쳐 만든 넓은 광장에는 주유소로 운영하다가 그만두었는지 폐허가 되어있고 주변엔 쓰레기만 얼씨년스럽게 쌓여있다. 국도가 아스팔트로 포장되기 전의 이름은 주치였다는데 아직 경상북도 대덕면 덕산리에 주치마을이 있다고 한다. 덕산재는 좋은 터로 꼽히는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와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의 도경계에 있는 고개이다.
13:21, 덕산재에서 사무국장과 도연씨를 만났다. 먼저 떠난 선두는 이미 810봉 정상가까이까지 도망(?)간 것 같아 따라잡기를 포기하였다고 한다.
(덕산재에서 833봉 오르는 전나무 숲 길)
덕산재에서 전나무 숲길을 오르는데 다리가 많이 풀린다. 오늘은 페이스 조절이 잘못된 것 같다. 점심을 늦게 먹은 영향이 큰 것같다. 올라갈 길이 까마득하게 보이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도 없는 일.. 택명씨와 도연씨를 먼저 보내고 내 페이스대로 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덕산재가 644m니까 고도차이가 채 200m도 안되지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백두대간이 어디 힘들지않은 구간이 있겠냐 싶어 납덩이 같은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833.7봉은 진행방향의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좌측을 돌아 나간다.
이어 평탄한 능선길이 나오자 속도를 내어 멀어졌던 선두에 따라 붙었는데 다시 시작되는 오름길에서 거리가 멀어진다. 남쪽으로 가야산이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솟아 있었다. 뻥 뚤려 있는 공터 지대인 폐광터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임도가 나온다.
20분 정도 오르내림이 완만한 능선길을 지나자 또 까마득하게 내려간다. 내려가는 것이 겁난다. 어찌 내려가지 않으면 오르련마는 하여간 오늘은 내려가는 것이 겁난다. 눈길이 장난 아니다. 앞서가다 미끄러진 흔적도 몇 군데 보인다. 가파른 눈길을 헤치고 5분정도 내려가니 아늑한 분위기의 능선 안부 좌우로 뚜렷한 내림길이 나있는데 이름없는 고개다.
다시 고갯마루에서 선두와 합류하여 가파른 길을 오르지만 역시 힘에 부친다. 8부 능선쯤에서 휴식이다. 도연씨가 배낭에서 지금까지 메고온 감귤을 꺼내 놓는데 완전히 으깨지고 터져 반죽이 되다시피 했다. 그 미끄러운 빙판길을 오는데는 사람만 힘든게 아니라 배낭 안의 과일까지 만신창이 된 것이다.
고개 앞 봉우리 15분 정도 거리에 뒤따라 온 중간그룹이 보인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하다가 선두와 합류를 했지만 이제 좀 쉬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선두를 그냥 보냈다. 대간길은 마라톤과 같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낭패다. 이번 구간에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고만고만한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서 853봉에 올라섰는데 다시 150m나 내려간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그렇지만 끝날 것 같던 오르내림이 마치 3구간 수정봉에서 여원재 넘어 올 때와 흡사하다. 끝날듯 끝날듯하다가 또 이어지는 것이…. 853봉을 지나니 다시 지쳐오기 시작한다. 대간지도에는 부항령까지 앞으로 1시간 10분 거리… 몸은 점점 무거워 얕은 오르막도 가파르게만 느껴진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부항령이 가까워진 것 같은데도 쉽게 부항령울 보여 주질 않는다. 대간 36구간중에 만만한 구간이 있기나 하겠냐마는..., 1089번 도로가 보이면서도 계속 몇 개의 봉우리를 선사한다. 마지막 봉우리로 알고 올라갔던 곳 저 앞에 또 다른 봉우리가 서 있다. 저 멀리 기겁을 할 정도로 높은 삼도봉과 민주지산이 버티고 서있다.
(저 아래 1089번 도로에 태우고 갈 버스가 보인다)
오늘은 봉우리들이 두 배나 더 높아 보인다. 과연 대간 길이구나 느끼면서도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다보니 이어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지나니 저 아래에 도로가 보이고 반가운 버스가 보이는게 아닌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목적지가 눈 앞에 보이니 힘이 솟는 것 같다. 곧 협소한 부항령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직진하면 삼도봉으로 이어진다, 부항령 사거리서 우측으로 돌아 최종 목적지 삼도봉 터널까지도 8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삼도봉 터널, 푸른도시 김천이다)
15:30 드디어 오늘 날머리 부항령에 도착 백두대간 6차 8구간을 완료했다. 오늘은 페이스 조절을 잘못하여 정말 힘들었지만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갈수록 힘이 부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 보다 더 힘든 구간도 많을 것 같은데... 고생하고 힘들지만 그와 비례하여 보람도 있기에 초심을 잃지않고 이 대간을 이어가야 한다.
16:45분 후미가 도착, 17:15분 울산을 향하여 버스는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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