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9. 19:55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9차 (6구간 : 육십령에서 백암봉까지)
산행일자 : 2006. 7. 7(금) 05:40 ~ 19:45 (14시간 5분)
산행날씨 : 비, 짙은 운무
산행거리 : 도상거리/23.5㎞ 누적거리 : 190.35km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삿갓봉-삿갈골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백암봉
(-중봉-향적봉대피소-향적봉)
참 석 : 혼자 (6구간 땜방)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7/06 17:05~20:30 이동 (울산~육십령, 승용차)
육십령 휴게소 민박
7/07 05:10~05:30 식사, 출발준비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40 육십령(750m), 출발
06:40~45 할미봉(1,013m)
07:55 교육원삼거리 / 5.22km
09:40~50 장수덕유산/서봉(1,492m)
10:45~11:00 남덕유산(1,507.4m) / 8.50km
11:50 월성재(m) / 4.45km
13:10 삿갓봉(1,419m)
13:35~14:35 삿갓골재 대피소
15:38 무룡산(1,491.9m) / 2.85km
17:37 동엽령(1,320m)
18:39 백암봉/송계삼거리(1,503m)
19:15~20 중봉(1,594.3m)
19:45 향적봉 대피소
(21:00~20) 향적봉(1,610.6m) / 5.55km
(/23.75㎞)
2. 산행기록
○ 개요 :
덕유산 구간은 육십령에서 시작하여 백암봉을 거쳐 빼재(신풍령)까지 이어지나
하루에 주파하기는 무리여서 보통 육십령에서 동엽령까지 자르고
다시 동엽령에서 신풍령까지 나누어 두차례에 걸쳐 이어간다.
덕유산 종주는 보통 영각사에서 출발하여 향적봉을 거쳐 삼공리쪽으로 하산을 하지만
대간길은 육십령에서 출발하여 신풍령쪽으로 틀어야 하므로
종주코스보다는 더 많은 인내을 필요로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거창군 서상면, 북상면, 고제면,
전북 장수군의 장계면, 계북면, 안성면, 무주군의 설천면, 무풍면 등에 걸쳐있다.
이번 구간에서 살짝 비껴있는 1,610.6m의 황적봉이 덕유산의 주봉이고
육십령 쪽의 서봉(1,492m)과 남덕유산(1,507.4m)이 자태를 뽐내며
장쾌한 능선은 덕유산의 넉넉함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원추리를 비롯한 야생화 만발한 덕유평전은 천상의 화원 그 자체다.
+ + + + + + + + + + + + + + +
이 구간은 지난 3월과 4월에 계획되어 있었으나
국립공원 경방기간으로 건너 뛰고,
지난 달 불참한 관계로 이번에 땜방으로 홀로 이어가는 길이 되었다.
지난번 육십령을 지나면서 못내 아쉬웠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곧 의암 주논개 묘역을 들리지 못한 것과
육십령 휴게소에 들리지 못한 것이었다.
어제 늦은 시간 서상에 도착하였지만 차를 몰아 의암 주논개 묘역부터 찾을 수 있었던 것과
육십령휴게소에서 민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번 나홀로 땜방하는 덕유산 구간이 뜻 깊다.
육십령에는 장수 방면에 새로 지은 휴게소와 팔각정이 있으나,
대간꾼들이 즐겨찾는 육십령의 명소는 고갯마루에서 함양쪽에 자리잡은
조정자氏(65)가 운영하는 허름한 '육십령 휴게소'(055-963-0610)다.
이 집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산꾼들이 한번씩은 들려야 하는 소문난 쉼터다.
3일전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목요일 밤 묶을려는데 방이 있습니까?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몇 시까지 가야 하는지…,
새벽 일찍 산행을 할 건데 아침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 할 수 있는지?” 하고 묻자,
대뜸 “예약되었다며 그냥 오면된다”고 하신다.
김치찌개로 늦은 저녁을 먹고, 5시쯤 산행을 시작하려 한다니까
4시에는 일어나야겠다는 것과 도시락은 김밥으로 준비를 해 주시겠단다.
걱정거리가 일시에 해결되었다.
미안한 맘과 감사한 맘이 교차한다.
어릴적 씨름도 잘해 사내아이들한테도 이겼다는 시원스런 성격의 아주머니는,
처녀시절 친구들과 멀리 백운산까지 고사리 등의 나물을 뜯으러 다녔다고 한다.
휴게소에는 매점과
산객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과
하룻밤 따뜻하고 편하게 자고 갈 수 있는 큰 방이 둘 있다.
무엇보다 덕유산을 닮은 주인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과
큰 사랑이 백두대간을 찾는 이에게 큰 힘이 된다.
4시 반에 일어나 보니 벌써 주방을 밝히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코 끝이 찡해온다. 이른 새벽 차려준 아침을 먹고 출발할 채비를 하는데…
굵은 빗방울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운무가 짙은데 비까지 내리다니…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쉽게 그칠 것 같지않아
휴게소 마당에 애마만 홀로 덩그러니 세워두고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5시40분 우중에 덕유산의 큰 세상으로 향한다.
비장한 마음으로…
육십령(734m)은 삼국시대 이래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주요 고개 중 하나로서,
산경표와 대동여지도에는 '六十峙'로 표기되어 있다.
들머리에는 덕유산 특유의 널빤지로 만든 이정표가 있지만,
길을 통나무로 막아놓은 이유는 뭘까?
(6구간 들머리, 대장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니 작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하늘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틈 사이로 태양이 비친다.
악천후를 걱정하는 마음을 위로라도 해 주려는듯…
에벤에셀의 하나님이 항상 함께한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이…,
잠시 보이고는 곧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파른 암릉지대를 올라서니 해발 1,013m의 할미봉이다.
정상은 펑퍼짐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전망좋은 곳이나 보이는 것은 온통 구름바다뿐이다.
할미봉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 바윗길에 굵은 밧줄이 메어있지만 비로 미끄럽기 그지없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는데 앞 쪽에서 한 사람이 다가온다.
얼마나 반갑든지… 오늘 산에서 만난 첫번째 사람이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어지간히 산병이 들었나보다.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면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할미봉에서 바라본 장계방향의 운해)
덕유교육원 갈림길. 할미봉은 벌써 저만치 물러서 있고,
서봉은 구름 속에 잠겨있어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본격적인 오르막. 간간히 내린 비로 땀은 식혀주지만
벌써 흥건해진 신발과 1박 장비를 담은 배낭무게가 만만찮다.
서봉까지는 고도를 500m가량 올려야 한다.
서봉 직전에 왼쪽으로 '참샘 100m'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오늘의 이런 모습은 남덕유산까지 이어졌는데...)
(서봉 오르는 길의 범꼬리를 비롯한 야생화가 외로운 길손을 반긴다)
서봉(장수덕유산/1,492m).
널빤지로 만든 이정표는 육십령에서 7.35km.
쉬었다 가기 좋은 바위봉으로 사방의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눈 앞에는 남덕유산 웅장한 모습이 다가온다.
하늘의 구름은 급하게 움직이지만 골의 구름은 마치 솜털같이 부드럽고 조용하다.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까지 세차다.
자켓을 꺼내 입고 우중이지만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며 여유를 부려본다.
정상 바로 옆에는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지난 내리막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내리막을 다 내려서 조망이 전혀 안되는 숲속 길을 따르다가
남덕유 오름길을 만나고 잠시 후에는 좌측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월성재로 바로 가는 길이고 직진 길은 남덕유산으로 이어진다.
힘은 들지만 여기까지 와서 남덕유산을 피해가서야 되겠는가…!
(서봉/장수덕유산에서 바라본 남덕유산의 웅장한 모습)
남덕유정상 직전 갈림길(남덕유산 0.1km, 삿갓골재대피소 4.2km).
지천으로 야생화가 만발한 바위길을 타고 오른다.
여기서는 0.1km가 100m는 아닌 것 같다.
드디어 남덕유산(1,507.4m)!
평소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덕유주릉이 향적봉까지 이어지고
정상에서는 멀리 천왕봉, 노고단, 만복대가 보이지만
오늘은 짙은 운무로 바로 앞의 낙타등 같은 1,363봉,
1,015봉이 구름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한다.
이정표에는 향적봉 16.6km, 영각사 3.6km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을 찍느라 한참을 보내고 나니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산에서 산객을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
(덕유정상에서, 운해는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월성재(향적봉 13.4km, 황점 3.8km),
봉우리 하나 올랐다가 월성재로 내려서는데 산객 한 사람이 온다.
오늘 산에서 만나는 2번째 사람이다.
영각매표소까지 2시간 만에 가야한다고 마음이 바빠 보였다.
덕유산은 구간구간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여기서 삿갓골재대피소까지는 2.9km,
향적봉까지는 13.4km로 표시되어 있다.
왼쪽으로 난 길은 황점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삿갓봉(1,418.6m)
짙은 운무로 시야가 20미터 이내다 보니 진행방향 봉우리 조망도 되지않아
바로 앞 봉우리만 넘으면 될 줄 알고 올라 보지만
계속해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봉우리들이 끝이 없어 지겹다.
그렇지만 지난번 종주시에 올라보지 못한 삿갓봉을 오늘은 꼭 올라볼 참이다.
삿갓봉 직전에 이르자 등산로는 삿갓봉으로 오르는 길과
곧장 삿갓골재대피소로 가는 길로 나뉜다.
삿갓봉에서 삿갓골재로 내려서는 길도 가파르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는데 또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삿갓골재대피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여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참고 왔다.
라면을 사려니 떨어졌단다. 그나마, 햇반도 정전이 되어 덥혀 줄 수 없단다.
한적한 대피소에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다 점심을 먹고 막 떠나려는 부부밖에
다른 산객은 없었다. 햇반이나 사서 취사장으로 가려는데 자신들은 내려갈 것이라면서
라면 2개와 찬밥을 건네준다. 고마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덕분에 삿갓골재대피소에서 비도 피하고
뜨거운 라면국물로 몸을 덥힐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피로가 싹 가시고 또 새 힘이 솟는다.
그런데 한가지, 취사장 관련해서 꼭 고쳐야 할 점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식수대 위에 그대로 버려 두지를 않나
식탁 위에는 온갖 음식물을 흘려놓고 가버리지 않나…,
이런 모습을 보면 지난 여름 일본 북알프스에서 본 모습과 너무 대비된다.
일본의 등산문화를 얼마나 부러워했었던가?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이 가져온 것은
대피소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모두 되가져가는 모습들…
정말 보기 좋고 부럽기까지 했다.
(삿갓골재 대피소, 1시간동안이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공단측도 마찬가지다.
식수대가 있으면 검사를 하여 음용수로 적합한지 부적합한지 분명히 밝혀 놓아야지…
이 물은 어떤 검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는 문구…,
과연 국립공원관리공단다운 글이다.
아예 음용수로 부적합하니 먹지 말라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닌가?
그것도 명색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직영하는 대피소에서…
생수도 다 먹었는데 식수대에 씌여 있는 글을 보고는 자신이 없어
물을 끊여 생수병에 담았는데 뜨거운 물이 PET병 2/3로 오그라들게 하여
물을 내내 아껴먹다 보니 산행을 끝내고도 물이 남아있었다.
(무룡산 오름길에서, 삼형제 바위)
덕유산(德裕山)은 '크고 넉넉한 산'이라는 뜻으로
이중환의 '택리지'에 '흙산(肉山)으로 구천동(九泉洞)이 있고,
천석이 깊숙하다.'라고 적혀있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있는 큰 산으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주봉인 향적봉을 비롯하여 중봉(1,574m)과 동엽령, 무룡산(1,492m)에 이어
삿갓봉, 남덕유산(1,507m) 등 해발 1,5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30여㎞에 달하는 장대한 능선을 이루며 남서 방향으로 뻗어있다.
무룡산 오르는 길에는 특히,
오는 내내 본 모습이지만 등산로 정비용으로 사용할
모래와 돌과 철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산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비는 해야겠지만
자연미를 상실한 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덕유산은 야생화의 보고이다.
요즘 블로그에서 야생화 박사들한테서 많이 배웠는데…
막상 맞닥뜨리니 불러줄 이름을 몰라 미안한데 그래도 아는 꽃이 있다.
등산로에는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원추리,
청초하면서도 화려한 원추리의 노란 모습이 좋다.
무룡산(1,491.9m)
(향적봉 8.4km, 남덕유 6.4km, 삿갓골재 2.1km)
시야가 확 트이는 덕유능선의 중간지점인 무룡산 정상이지만 오늘은 영 아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봉우리 하나 볼 수 없다.
(무룡산 정상, 날이 맑으면 전망이 좋은 곳이나 오늘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다)
(조팝나무)
동엽령까지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지만 잡목이 너무 우거져 길을 찾기마저 힘든다.
키를 넘는 잡목숲을 헤쳐나가다보니 옷을 타고내린 물이 신발안에서 출렁거린다.
(무룡산에서 동엽령 가는 길, 한 길이 넘는 이런 숲길을 몇 백미터나 헤치며 걸었다)
(남덕유산 지나면서부터는 짙은 운무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동엽령(향적봉 4.3km, 칠연폭포 3.3km),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병곡리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유명한 용추계곡, 칠연폭포가 나오는 요지다.
대간종주시 덕유산 구간을 2구간으로 나눌 경우는 보통 동엽령에서 자른다.
우리 팀도 지난달 여기서 병곡리로 내려갔기 때문에 내일 새벽 동엽령으로 올라오게 되어 있다.
나중에 알 일이지만 우리 대간팀은 이 곳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드디어 동엽령이다.)
(야생화)
이제 힘이 부치고, 이미 시간도 5시 반을 넘었고,
짙은 구름까지 내리깔려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향적봉까지는 2시간 거리지만 마음이 바쁘다.
숲속에 들어서자 어둑어둑하다.
안성계곡 삼거리쯤 이르자 가까운 곳에서 산돼지인듯 야생동물이 컹하며 기침을 한다.
머리가 쭈빗해 진다. 바삐 이 구간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고 별일은 없겠지만 신경이 곤두선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백암봉을 오르는데
길 양 옆은 키작은 나무들 사이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백암봉(1,490m). 송계사 삼거리로 더 알려져 있는 곳으로
향적봉까지 2.0km, 남덕유산까지 12.8km되는 지점이다.
대간은 여기서 우측으로 꺾어 진행된다.
내일 아침 여기까지 내려와서 병곡에서 동엽령을 거쳐 올라올
대간팀과 합류를 하기로 한 곳이다.
(백암봉, 송계삼거리로 더 알려져 있다. 대간은 여기서 횡경재방향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길은 동엽령에서 한 시간 거리인 백암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횡경재, 지봉, 월음령을 거쳐 빼재로 향한다.
때문에 많은 종주대는 덕유산의 정상을 바라만 보면서 대간길을 따라 따라간다.
그렇지만 여유를 갖고 덕유평전과 중봉을 지나
멋진 산장이 있는 향적봉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덕유평전)
덕유산은 북서쪽 무주의 찬 대륙성 기후와
남동쪽 거창의 따뜻한 기후가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고 눈이 많이 내리는 등 기상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특히 바람과 구름이 지나가는 길목인 덕유평전은
'봄철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며, 중봉 일대는 겨울철이면 운해와 어울린 환상적인 상고대가
수많은 사진 작가들을 유혹한다.
지금은 원추리를 비롯한 야생화로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좋은 때 덕유평전을 지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범의꼬리와 원추리가 아름다움을 궐기하듯하다))
중봉으로 향하는데 정말 시야가 10m도 안되는 것 같다.
이 길은 몇 번 가본길이지만 올라가야 하는데 숲길로 들어서 내려가니…
갑자기 길을 잘못 들었는가 싶어 지도를 내어 확인을 해보지만
현재 위치가 가늠이 안되어 일단 시야가 트이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길은 제대로 가고 있었다.
덕유평전에서 어둑해진 날씨로 지친 발길을 재촉해 본다.
이른 새벽부터 지금까지 장장 14시간의 기나긴 산행에 기진맥진한 채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한시바삐 산장에서 두 다리 쭉 뻗고 눕고 싶을 뿐이다.
중봉(1,594m) 향적봉 1.0km 전 지점.
우측은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어둑어둑 하지만 불을 켤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부터는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 힘은 덜 들지만
하루종일 불어터진 발바닥이 불이 났는지 화끈거린다.
이어 고사목 지대가 나타난다.
(향적봉 가는 길, 고사목 지대)
향적봉 대피소.
일단 예약부터 확인을 했다.
그런데 오는날이 장날, 오늘따라 한적하기만한 향적봉대피소가 만원이다.
예약을 안했으면 큰일날뻔 했다.
운해를 담으려 온 전문 사진작가가 10여명,
순수 등산객이 4명,
그리고, ㅅㅊ중학교 남녀학생 40여명,
모두 55명이나 되는데 여학생들에게 2층을 다 준 바람에 1층에는 1자리도 남김없이 꽉 찼다.
침상 폭도 좁고 길이도 짧아 배낭 둘 곳도 마땅치 않아
고민을 해야 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향적봉 대피소가 운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덮혀준 햇반에 카레를 덥혀 게눈 감추듯 저녁을 해결하고
대충 씻고 자리에 들었지만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것은
걱정하고 있을 와이프에게 어젯밤 이후로 전화를 못한 것과
내일 합류를 위해 김대장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 통화불능지역이라 신경 쓰인다.
대피소에서 016은 터지는데 011은 안 터진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향적봉 꼭대기에서는 011이 터진다고 한다.
그래서 플래시를 들고 밤 9시가 넘어 전화하러 향적봉에 올랐다.
마침 구름 사이로 달이 비친다.
별은 보이지 않지만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와이프와는 통화가 되었는데 김대장은 전화를 받지를 않는다.
바람이 불어 춥고 배터리도 1칸밖에 안 남았는데…
오늘은 학생들 때문에 21시 소등시간을 22시로 늦췄다지만
중학교 2학년생 40여명이 모였으니 잠이나 제대로 자겠는가?
피곤하기는 하지만 2층에서 쥐를 잡는지 쿵땅거리고 삐걱거리는 소리에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드디어 성질 급한 사진사 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협박을 해도 학생들은 아랑곳 않는다.
갈수록 말은 거칠어 진다.
그러는 와중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대간길은 이렇게라도 이어가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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