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 00:01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11차 (11구간 : 추풍령에서 윗왕실재까지)
산행일자 : 2006. 8.19(토) 04:00 ~ 14:00 (10시간)
산행날씨 : 흐림, 가끔 비,
산행거리 : 도상거리/30㎞ 누적거리 : 238.7km
산행코스 : 추풍령-사기점고개-작점고개-용문산-국수봉-큰재-개터재-윗왕실재
소 재 지 :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경북 김천시 어모면, 상주시 공성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8/08
② 구간별 산행 시간
③ 복귀
16:00 윗왕실재 출발
2.
TV에서는 일본 큐슈에 상륙한 태풍 우쿵이 오늘부터 모레까지
300mm 이상의 비를 집중적으로 뿌릴 것이라고 연신 겁을 주고 있고,
그걸 확증이라도 하듯 비바람이 심하게 창을 때리고 있는
이 와중에 산에 간다고 배낭을 챙기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와이프의 얼굴에는 걱정과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도 대간은 이어가야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날씨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백두대간을 그대로 보고 또 느껴보고 싶다.
(산행에 앞서 김영진 대장의 산행안내)
비를 뚫고 버스는 달렸다.
태풍의 진행속도가 늦은지 대구를 벗어나자 비가 그쳤고
김천에 도착하자 별은 보이지 않지만 산행하기 좋은 날씨다.
지난 5월 추풍령으로 하산하면서 식사를 한 무지개식당에 들러
이른 아침을 먹고 오늘 구간의 들머리 추풍령에 도착하니 03:50분
김영진 대장의 금산 절개지를 지날때 특별히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오늘 산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04:00 출발,
우려했는데 산행하기는 좋은 날씨다.
송림 우거진 동네 뒷산 같은 야트막한 산을 오르내리는데
능선에 올라서면 산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주고,
조금 덥다 싶으면 간간히 비를 뿌려 식혀준다.
추풍령에서 시작한 대간길은 금산, 매봉재, 옛고개, 작은봉우리까지는
거의 동남쪽으로 향하다가 난함산(733.4m)으로 연결된 임도를 만날 때까지는
거의 동쪽으로 진행하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래서, 직선거리 4.5km인 추풍령에서 용문산까지가 산길로는 14km나 된다.
작점고개까지는 중간에 임도로 내려섰다 다시 오르기를 몇 번이나 거치는
길을 찾기 쉽지않은 구간이 계속된다.
지도상에는 4시간 거리인 작점고개까지 2시간 45분만에 도착하여
휴식하며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채비를 다시 한다.
갈길이 멀다. 오늘 구간은 윗왕실재까지로 약 30km다.
대부분 추풍령에서 출발하면 큰재에서 끊는데 큰재에서 10km를 더 진행해야 한다.
백두대간 구간중 제일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하지만 대간길은 역시 대간길이다.
덕유산과 지리산에 피는 원추리가 멋있다고 하지만
요즘은 어느 산에 가더라도 원추리를 만날 수 있는데
어느 산 꽃이 더 이쁘고 덜 이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인간의 잣대지...
인간이 뭐라하던 제 자리를 지키며 피고 지는 야생화가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충북 영동과 황간 그리고 경북 김천지역 주민들은
백두대간의 추풍령을 넘나들며 부지런하게 살아간다.
가을철 영동의 가로수와 황간지방 감나무에 잘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리며,
영남의 첫 고을인 김천(金泉)은 이름 그대로 물이 풍부한 고장으로
농사는 물론 자두, 포도, 참외, 배, 복숭아 등의 과일은 전국에서도 알아준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평양, 대구, 전주, 강경과 함께 전국 5대 시장이었던 '김천 5일장'은
인근 충청도, 전라도의 곡물과 온갖 산물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삼도장이라 불렸으며,
김천 시내를 감싸고 흐르는 대간에서 발원한 '감천'(甘川)의 하류에는
멀리 낙동강 하구에서부터 소금배가 올라왔다고 한다.
김천시에서 인터넷에 올린 글은 다음과 같다.
"물이 흐르는 곳에 마을이 이루어지고
마을이 있는 곳에 인간 삶의 고리들이 이루어진다.
냇물은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서
돌부리를 올리는 작은 옹달샘에서 비롯하여
골에 골 물이 합수하여 제 모양을 드러낸다.
때로는 굽이쳐 흐르고 더러는 곧게 흘러내린다.
작은 시냇물이 합하는 곳에 삶의 모꼬지가 이루어지게 마련,
때로는 논을, 혹은 밭을 빚어내기도 하면서
우리 삶의 터전을 일구어 주었으니 강은 참으로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라.....
감천의 물로 생명의 샘을 삼은 이들이 모여 사는 모꼬지가 된 곳이 김천이다."
(오늘 구간중 최고인 763m의 국수봉)
한국최초의 기도원인 용문산 기도원이 있는 용문산을 지나
안부에 내려서자 앞에 갑자기 높은 산이 가로 막는다. 국수봉 직전 봉우리다.
선두와는 거리가 더 멀어진 것 같고, 그렇다고 후미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느껴 국수봉 직전봉우리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국수봉에 오르자
먼저 도착한 선두 일부는 출발하였고 일부는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수봉(?水峰)이라면 물을 양손에 움켜 뜬 봉우리라는 뜻인데...
정확한 뜻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정상에 서면 북동쪽으로 드넓은 상주벌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소백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도 흐린데다 굴참나무 숲속에 묻혀서 조망이 잘 되지 않는다.
여기서 충청도와 경상도의 도경계는 좌측으로 갈려 내려가고,
대간길은 경북땅으로 들어간다. 속리산쯤에서나 다시 충청과 만날 것이다.
이제 충청도와 잠시 이별하고 경상도 상주 땅으로만 지나간다.
여태까지 애써 올랐던 오르막을 한 순간에 다 내려가는 것 같다.
683.5봉을 넘어서자 전망이 트이면서 가야할 길들이 펼쳐진다.
여기서 큰재까지 2km, 큰재에서 윗왕실재까지는 회룡재와 개터재를 거쳐
10km 더 진행해야 한다. 10시 5분, 그나마 1시간 일찍 산행을 시작했고
간간히 뿌리는 비로 윗왕실재까지 가는 것은 큰 무리는 없을듯하다.
큰재까지는 고도를 400m 가까이를 낮추어야 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큰재에 있는 박분례 할머니댁)
큰재는 해발 305m로
영동군 모동면에서 상주시 공성면으로 넘어가는 2차선 아스팔트 고갯길이다.
고갯마루에는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폐교와 민가(박분례 할머니 혼자 살고있음) 한 채가 마주보고 있다.
식수를 보충하기위해 폐교에 들어서 보지만 얼씨년스런 모습이 여기는 아니다 싶어
할머니 댁으로 가서 식수 좀 구하자고 말씀드리고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려하니
호통을 치신다. 펌프로 퍼 올리는지 스위치를 올리자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수통가득 물을 채웠다. 물값은 안 받는대신 담배 한 개비만 주고 가라시는데
일행중 담배피는 사람이 없어 한참만에야 두 개비를 구해 드리고 나왔다.
할머니는 귀가 어두우시다며 큰 소리로 말해 달라고 하셨다.
큰재는 높지 않으나 빗물이 금강과 낙동강으로 갈리는 '분수령'(分水嶺)으로서
가까운 모동면 상판 저수지는 상당히 넓은 면적의 저수지로 물을 가득 담고 있으며,
고개가 낮기 때문인지 상주 시내에서 버스가 큰재를 넘어와 모동과 화동을 거쳐
다시 신의터재를 넘어 상주 시내로 들어간다.
차가 다니기 전에는 모동면 사람들도 큰재를 넘어 70리 길인 김천장을 보았다고 하는데,
새벽에 길을 떠나 장을 보고 밤 12시가 지나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고개 날망의 주막집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서 말이다.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다. 1949.11월 개교하여 597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97.3월 폐교되었다는 내용이 교문 안쪽에 교적비에 새겨있다.
대간 종주기에는 빠짐없이 '부산녹색연합 생태학교 백두대간교육센터' 라고
소개하고 있고 여기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교정으로 들어서니 온통 잡풀만 무성할뿐 어떠한 생태학교의 흔적도 없고
유리창은 깨지고 교실 마루바닥은 떨어져 나가 황량하기만 하다.
큰재에서는 시그널이 달려 있는 전봇대를 지나 학교 좌측담장을 따라 간다.
들머리 입구에 제법 풀과 숲이 우거져 있어 헤치며 진행하면 곧이어 능선에 올라서고
얼마 진행하지 않아 마치 문수산 오르듯한 호젓한 송림길로 이어지는데
온 산의 매미가 다 모인듯 귀청이 따갑다. 우측으로는 깊은 계곡인데
좌측은 편편하게 보인다. 영동쪽이 지대가 많이 높은 모양이다.
멀지않은 마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한참을 진행하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로 내려섰는데 목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도 이번 홍수로 길이 끊어진 것을 응급으로 복구를 한듯 계곡에는
큰 나무들이 뿌리를 다 드러내 놓고 가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목장입구에서 다시 우측 숲 속으로 들어섰는데 딸기나무 줄기가 길을 막는다.
제법 오랜시간 목장을 왼쪽에 끼고 풀숲을 헤치며 진행해야 한다.
(회룡재, 340m)
경운기나 겨우 지나다닐 비포장길 소로가 가로 지르는데
좌측 바로 지척의 상주 모동면의 회룡마을과 우측의 공성면 봉산리를 잇는
경운기나 겨우 지나다닐 비포장 소로다. 여기서 윗왕실재까지는 약 6km.
대간길에서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직 실행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지름길을 가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회룡재를 지난지 25분쯤 되었을까,
이게 대간길인가 싶을 정도로 공짜로 가는 길을 만난 것이다.
능선은 머리위로 지나가고 대간길은 허릿길로 골을 몇 개나 넘는다.
그것도 거의 오르내림없는 수평으로..., 이건 완전히 공짜다.
지금같이 진이 빠진상태에서 저 봉우리들을 이어 가려면 어지간히 힘이 들텐데...
혹시나 하여 지도를 보니 지도에도 "능선으로 길 없음"이라고 되어있다.
이건 완전히 합법적이다.
멀리서 비가 묻어 오는게 보이더니 얼마지 않아 비가 쏟아진다.
비올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카메라다. 오늘은 카메라를 비닐에 싸서
배낭에 넣었다 뺐다 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시간도 많이 허비했다.
(개터재, 380m)
회룡재 보다 더 좁은 고개길로 통행이 없는지 풀이 우거져있다.
왜 재 이름이 개터재일까?
개터재에 닿자 비가 제법 쏟아진다.
그래도 아직 신발에는 빗물이 차지않아 다행이다.
(꽃며느리밥풀)
꽃이름에 얽힌 뜻이 왜 이다지도 슬플까?
못된 시어머니의 학대로 죽은 며느리 무덤에 피어난 꽃,
꽃며느리밥풀, 예나 지금이나 풀수없는 관계는 고부간인가?
(윗왕실재. )
요즘은 고개 곳곳에 동물들이 찻길을 횡단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어 다행이다.
14:00 윗왕실재 동물이동통로위에 서자 좌측길에 반가운 버스가 보인다.
드뎌 30km를 10시간만에 완주했다. 조금은 쉽게 생각한 이번 구간,
대간길이 쉬운 구간이 어디있겠는가? 하물며, 날씨하고도 싸워야하는 혹서기에는...
휴대폰을 켰다. 안테나가 뜬다.
걱정하고 있을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 안도하는 목소리다.
울산에는 지난 밤부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비바람이 쳤다는데
쨍한 날씨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무사히 11구간을 완료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복숭아)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과수원에는 여름 햇살을 듬뿍받고 큰 복숭아가
열아홉 아가씨 볼마냥 붉게 물들어 가며 알찬 결실을 기약하며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상주지방의 감과 복숭아와 자두와 포도와 배가 유명하다더니 때깔좋게 익어가고 있다
대지를 태울듯한 염천도 결실의 가을을 위해 자라고 속살 찌우기 위함이었듯
피서하고 피한할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우리 자신이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어 자연과 순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 감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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