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5코스(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2014. 1. 29. 21:06ㆍ여행/여행기
올레5코스
(남원포구에서 서귀포 효돈 쇠소깍까지)
○ 2014. 1. 15 / 구름 조금
○ 남원포구-큰엉-자베머들코지-넙빌레-망장포-예촌망-쇠소깍
○ 서귀포시 효돈동, 남원읍 남원리, 위미리
해비치에서 출발하는 4코스와 쇠소깍이 종점인 5코스까지
한꺼번에 걸어볼까도 했지만 올레길마저 대간과 정맥길 가듯이
가야할 필요는 없다. 아무렴!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걸으멍..
그래야 제맛이지. 현재까지 올레길 26코스가 개통되어 있으니
한 번에 한 코스씩만 걸으면 26번 제주도를 찾아야 하니까
이 또한 제주도를 자주 찾아야 할 이유가 되니 좋은 일이고..
물론, 한라산과 짙고 푸른 바다, 검은돌, 바람, 토속적이고
때로는 이국적인 풍경.. 등이 이끌기도 하니
제주에 올레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름마저 제주다운 '큰 길에서 집 앞까지
이어진 골목길'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 올레길!
계절을 가릴 것없이 걷기좋은 올레길지만
위미동백군락지 빨간 동백꽃이 피는 시기를 맞춰
5코스를 걷는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겨주려나..
(올레5코스)
남원포구에서 시작하여
큰엉 입구, 신그물, 곤내골올레점방, 조베머들코지,
넙빌레, 배고픈 다리, 예촌망을 거쳐 쇠소깍에 이르는 15km 코스.
한적한 숲길을 닮은 바닷가 산책길과 동백나무 군락지, 계곡과
바다가 만나는 쇠소깍 등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움과 오른쪽의
한라산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것도 코스의 매력.
(은가루를 뿌린듯..)
시발점 남원포구를 출발하는데 왼쪽 바다는 온통..
오늘 아침 특별한 일출(빛내림)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데 또 바다가 온통 은가루를 뿌린듯 바다가 곱다.
오늘은 종일 이 은빛바다와 같이 걸을 것 같은
예감에 벌써부터 기분이 고조된다.
(천연염색을 하는 '감따그네' 매장, 그리고.. )
저 멀리 섶섬과 옆의 섬같이 보이는 것이 제지기 오름이다.
'감따그네' 카피가 멋있다.
물들이고
바래고
바느질하니
오! 행복하여라
(올레5코스 길옆 풍경들..)
바다쪽 경계석은 아예 시로 도배를 해 놓았다.
시가 좋아 계속 찍다가 너무 많아 찍는 것을 그만 두었다.
남원읍 사람들의 올레길 사랑하는 마음이..
(13)
(큰엉)
큰엉 경승지에서 보는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특히, 바다와 검은 돌이 어우러진 풍경이
서로 어울려 환상의 바다와 맑은 바닷물에 햇빛에
반짝이는 풍광은 과히 장관이다.
(게스트하우스 '미스터폴의 풍경')
강렬한 원색의 칼라도 예쁘고 멋있지만
문에 달려있는 '폴 아저씨의 커피볶는 집' 카피는
들어 가 보고 싶은 충동을..
(꽃같이 예쁜 집들을 지나..)
겹동백(?)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지나면
해변 돌담길이 나오고, 길섶 양지바른 곳에는
수선화와 노란 산국(?)이 반긴다. 몇 발짝 더 가면
은가루를 뿌린듯한 푸른 바다가 나오고..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
(위미동백나무 군락지)
제주도 기념물 39호로 지정되어 있다.
5코스는 동백꽃이 피는 시기인 1월~2월에 걷는 게
가장 좋은데 계절이 이른지 동백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지금은 귤농사를 짓느라고 군락지 동백나무를 많이 베어낸듯..
이 동백 군락지는 19세기 말 이곳으로 열 일곱살에 시집 온
현병춘 할머니(1858~1933)가 갖은 고생끝에 모은 35냥으로
황무지를 사들인 다음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에서
동백씨앗을 구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놀멍 쉬멍 걸으멍..)
(은빛 바다에 취해..)
(왠 용두암? 위미항 '자배머들코지')
(드디어.. '서연의 집')
위미항을 지나면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이 나온다.
영화 세트장이 태풍 피해를 입자 지난 2013년 3월 새 건물을
지어 '카페 서연의 집'으로 오픈하여 운영중이라고..
2시를 넘은 시간, 위미항 오기 전부터 배가 고팠지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참고 걸었는데 웬걸.. 여긴 일반
카페로 커피와 쥬스, 아이스크림, 베이글, 크림치즈 등 점심으로는
양이 차지 않을 것 같아 한 번 그냥 둘러만 보고 곧바로 나왔다.
젊은이들만 와글와글.. 사실 올레5코스는 해안산책로,
큰엉경승지, 쇠소깍, 한라산을 조망하며 걷는 것으로 유명한데
근래에 영화 '건축학개론' 세트였던 '서연의 집'을 카페로
개장하면서 올레길의 또다른 명소가 된 것 같다.
이전같으면 메뉴가 뭔지 확인하고 왔을텐데..
이제.. 점심을 어디서 해결하지?
낯선 땅이란 없다.
단지 그 여행자만이
낯설뿐이다.
-Robert Louis Stevenson-
(꼭두문화연구소 조형물)
(넙빌레와 레스토랑 넙빌레하우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이제 급선무는 점심을 때울 식당을 찾는 것
마침내 야자수로 조경된 멋진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할 것을 상상하며 한달음에 달려갔는데..
여기도 문이 닫혀있었다.
(늦은 점심, 주린 배를 해결한 식당)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이미 3시가 다 된 시간.. 간간히 보이던 식당들은 모두 휴업중.
문을 연 식당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으니
근처에는 식당이 없는데 하더니 "저기 칼국수집" 했다.
온 벽면에 올레꾼들의 낙서가 빼곡했다.
올레길에 쉼터같은 식당 같았는데 시장하기도 했지만
파전과 칼국수 맛.. 기가차게 좋았다.
창가에 앉았는데 창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쪽빛 바다도 아름답고..
(올레꾼 공천포 쉼터, 그리고 빨간 올레우체통)
(올레길옆 밀감체험장이 여럿 있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아 소개해 주고 싶은 집이 있다.
한참 걷고 있는데 밀감 맛보고 가라는 성화에 못이겨 들렸더니
밀감이 갓도 얇고 맛이 좋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먹을만큼 먹고
가져 갈 만큼 가져 가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의아 했는데 정말이었다.
밀감이 맛있고.. 주인 아주머니 맘 씀씀이도 고마워 밀감 한 박스 택배로
주문하고 제법 많이 챙겨온 덕분에 다음날 아침까지 밀감을 먹었다.
사진은 다른 농장.. 하필 그 사진도 없어져 버렸다.
농장이름 : 재우농장(010-3690-9112)
(쇠소깍)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는 쇠소깍은
원래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
부른다고 한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쇠소깍은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로
이름 만큼이나 재미나고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있다.
쇠소깍은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소나무숲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투명카약을 타고 갖가지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 등
쇠소깍의 구석구석까지 감상할 수 있다.
(올레5코스 종점, 올레6코스 시작점)
(쇠소깍에서 보는 납작이 지귀도)
(자전거가 있는 풍경..)
자전거와 여행,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효항과 바로 옆의 게우지코지와 생이돌)
게우지코지는 전복 내장을 일컫는
'게옷'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의 형상이
전복의 내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생이돌은 게우지코지 바로 옆 서쪽에 있는 커다란 두 개의
암석으로 바다 철새들이 쉬는 곳이라 하여 '생이돌'이라고
불렀다. '생이'는 새의 제주어이다. 이곳은 기암들이
연출하는 경치와 탁트인 전망이 아름답다.
여기서 일몰까지 볼까 하다가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려고 아직 일몰까지 30분 정도는 여유가 있어
해를 따라 올레6코스 보목포로를 따라 걸으니
트인 바다 보목포구 방파제가 보였다.
(보목포구 가는 길의 풍경)
(아! 한라산.)
오늘 종일 함께 하였던 한라산
마지막 순간 제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섶섬과 문섬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목포구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일몰까지
여유가 있어 트라이 포트를 세우고 일몰을 담았다.
이렇게 담은 일몰 사진도 단 3장.. 오호 통재라
다른 사진들은 모두 에러로 다운받지 못했으나
그나마 가슴에는 담았으니..
여행을 떠날 때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여행하면서는 늘 부족하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정말 기본적인 것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맞춰 대처해 보기로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는 하지만
어쩜 '아는 것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할 수 있고,
정해놓은 것 때문에 여행에 제약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마 올레5코스 쇠소깍까지 간 다음 이전같이 일정을 세세하게
잡으려 했더라면 보목포구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돌아갈까?' 하며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데
맞은편에 시내버스 한 대가 보이는 것 아닌가!
달려갔더니 기사님이 잠깐 조느라 출발시간이 늦었다며
곧바로 출발하는 것 아닌가!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어제는 한라산에서 내려와서 히치하이킹으로..
오늘은 올레5코스를 기분좋게 걷고 또 이렇게..
감사할 일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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