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굴산에 올라 지리산 일몰을...

2009. 6. 30. 08:02山情無限/산행기(일반)

 

 


 

자굴산에 올라 지리산 일몰을...

2008. 3. 1(토) 15:00 ~ 19:00



토요일,
그동안 몇 번이나 미루어 고성 추계재에서 머물고 있는
낙남정맥을 이어가려 했는데, 주중에 힘들게 출장을 다녀온 탓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 낙남은 다음으로 미루고 시골을 다녀 오기로 했다.
시골 가는 길에 오랫만에 자굴산에 올라야겠다 생각하고 배낭을 챙겼다.
물론, 낙남가는 날은 시골가는 날인데... 오늘은 낙남을 빼 먹고
시골로 가서 집에 잠깐 들렀다가 늦은 시간 자굴산을 올랐다.

자굴산은 그동안 식자인척 하는 사람들이 산이름을 멋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잘못 알려져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누가 뭐래도
산의 자태와 정말 잘 어울리는 성문 위에 높다랗게 설치된
망대(망루) 같이 불끈 솟은 큰 산 자굴산()이다.





(자굴산은 임도로 인해 생채기가 심하다)




(오롯한 정상이 가까워지자 제법 두터운 눈길이 펼쳐진다)




(위치까지 옮겨 새 정상석을 세워놓았는데... 웬지...)

이전에 있던 장소에서 앞쪽으로 10여 m 앞쪽으로 위치를 옮기고
정상석도 새로 세웠지만 받침대와 엉거주춤한 정상석이 부자연스럽다.
산의 자태와 어울리는 안정적인 모습이었으면 더 좋을텐데..





(산이름에 대한 오해를 씻으려는듯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정상의 삼각점, 삼가 11)







(전망대 자굴산에서의 조망, 주변 산너울들이 춤을 추는듯 하다)

자굴산 산정에서의 조망은 시원하다.
서북쪽에서 시계방향으로 합천의 황매산과 진양기맥에
산릉을 잇고 있는 올망졸망한 산들이 사방으로 엎드린 듯 솟아 있다.
가깝게는 한우산 산성산을 비롯해 함안의 여항산과 합천의 황매산, 가야산
진주의 월아산, 마산의 무학산, 창원의 정병산, 달성의 비슬산, 거창의 덕유산,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 산청의 웅석봉도 막힘없이 조망된다.




(금지샘, 옛날 금지샘에서 불을 지피면 30리 밖에 있는 정암에서 연기가...)

칠곡면 소재지에서 내조리 마을회관∼진등∼절터∼신선대(금지샘)∼정상
되돌아내려와 등산로를 따라 발길을 옮기면 직벽 아래 넓은 공터가 있다.
암벽에는 독립투사인 田相武(전상무) 선생의 이름과 淸明山頂(청명산정)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오래된 참나무 한 그루가 세월의 흐름을 굽어보며
서 있고, 오른편에는 기묘한 형태의 금지샘이 보인다.

금정천(金井泉) 또는 금지(金池)샘이라 불리는 이 샘은
큰 바위 밑의 자연동굴로 샘이라고는 하지만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전해오는 말로는 깊이가 실 세 꾸리가 풀리고서야 샘 바닥에 닿았다고도 하고,
불을 피우면 연기가 의령 들머리 남강 정암에서 솟아 올랐다고도 한다.




(명경대로 잘못 알려진 금지샘 옆 기암)

자굴산 하면 남명 조식(1501-1572년)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록 60세 때 지리산 자락 산청으로 옮겨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지만,
28세 때 자굴산 명경대(明鏡臺)에서 글을 읽고 뜻을 세웠다고 한다.
조선시대 지조 있는 선비요 학자인 남명 선생이 2년 가까이 생활한
자굴산의 명경대와 절집은 가례면 갑을리 산 136번지 일대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홍의장군으로 알려진 의병대장 망우당 곽재우 장군도 15세 때
자굴산에서 수학했다는 기록이 망우당전집에 남아 있다.

푸른하늘 떠받친 남명기상 닮은 바위 자굴산 명경대
남명은 28세때 부친 판교공의 상복을 벗고,
이듬해 자굴산 명경대(明鏡臺)에서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경대가 어디인지 알 수없어 우뚝 솟은 바위만 보면
명경대가 아닐까 하는데 고증을 통해 빨리 위치를 확정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명경대의 위치가 확정이 되면 명경대로 들어오는 길목에 안내판을 세워
자굴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관광명소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박무로 인해 흐릿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황매산도 보이고..., 날씨만 좋으면 가야산, 덕유산까지 잘 보이는데...)




(지리산 천왕봉 어깨를 넘어가는 태양)




(자굴산에서 지리산은 지척이다)




(쇠목재에 내려서서... 어두운 색을 벗겨내니 역시 지리산이...)




(1038 지방도 공사 현장 / 1년전, 자굴산 허리가 이렇게 잘려 나갔다)

오랫만에 자굴산에 올라 사방으로 춤추듯한 산너울을 조망하며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보는 즐거움에만 마냥 취할 수 없는 것은
자굴산의 훼손 때문이다. 자굴산 주변의 임도가 임도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는데 이제 또 1038 지방도가 자굴산 허리 생채기를 휘감고 쇠목재로 넘는다.
이 높은 재까지 왕복 2차선 포장도로를 낸다고 산을 훼손한 것을 보면 가슴 아프다.
개발을 해야 한다면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자연은 지자체 단체장의 것도 산림청장이나 담당직원의 것도 아니다.
단지 후손으로부터 우리가 잠시 빌려와 사용하는 것인 것이다.
후손들에게 무엇을 돌려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