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구름위를 거닌듯한 남해 설흘산 산행
2009. 9. 19. 00:55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09. 4.18)
<< 설흘산 가기전에 다초지에 들렸다 >>
한달에 두번가는 호남정맥 사이 시간이 났는데 요즘은 산방기간이어서
마음에 드는 산 고르기가 쉽지않다. 국립공원이나 이름있는 산은 산방기간이라
통제가 심하여 확실히 알아보고 가지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 산방기간과
관계없고 남해 코발트빛 바다를 보며 걷을 수 있는 설흘산을 가기로 하였다.
설흘산! 남해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그 설흘산을 가기로 하였다.
(설흘산 가는 길에 시간내어 다초지에 들렸다)
<< 설흘산 산행 >>
해안선을 따라 난 도로로 달리다가
어디든 눈길이 닿는 곳에 발길을 멈추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도 좋은 섬 남해.
서정적인 풍광과 낭만이 서려있는 남쪽바다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섬.
가천마을의 다랭이논, 물건리의 방조어부림 등
가는 곳마다 절경아닌 곳이 없다. 창선대교와
창선도 해협의 죽방림을 구경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은 가히 환상의 코스다.
오늘은 설흘산과 어울린 가천마을의 다랭이논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만든 빼어난 풍경화를
감상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남해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 다초지에 들러 튤립과 유채밭을 담고는
가천마을로 가서 애마를 주차시키려 했는데 들머리로
이동할 방법이 마땅찮아 차를 들머리 사촌해수욕장
쪽으로 몰았다. 가는 길 눈 앞에 펼쳐진 비경은
마음이 동할 때 셔트는 무조건 눌러야 한다
(사촌해수욕장 위 홰나무가 있는 곳이 산행들머리)
(주차장에서 잠시 시멘트길로 오르다 숲으로 드는데)
(설흘산 등산안내도)
(입구 이정표에 왠, 정상에 막걸리 판다는 광고가...)
(말 그대로 황토밭, 마치 물감을 칠한듯...)
(아늑한 어촌마을)
(대구에서 온 '산앙산악회' 회원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끈)
박무가 끼긴 했지만 바다건너 여천과 더 멀리 고흥까지도 어렴풋이 보여준다.
(오늘 산행거리는 응봉산까지 2.5km, 응봉산에서 설흘산까지 1.5km, 그냥 소풍가는 기분이다)
(눈앞에 다가온 우람한 첨봉. 절벽 아래를 돌아 첨봉에 올라선다)
(눈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좁은 해변에 자리잡은 마을이 정겹다)
예로부터 바다에 잇대어 살아왔고 바다를 숭배해 왔던 섬사람들의 생활모습이 배어난다
(암릉엔 띄엄띄엄 철지난 철쭉이 장식을 한다)
산새들이 아름다운 목청을 뽑으니 바다는 조용히 감상을 하는듯,
바다가 성이나서 소리를 지를 때면 새들은 침묵해 주겠지...
(첨봉을 지나면서 부터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진다.)
남해의 명산 금산과 코발트빛 바다 앵강만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
암릉은 마치 설악산 축소판 같기도 한데 기분은 구름위를 걷는 듯
암릉에서 내려다 보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온 산을
연둣빛으로 수놓은 신록에 취하여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동서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다보니 )
북쪽은 산비탈을 개간한 다랭이논과 마을이,
(해풍을 타고 전해지는 갯내음이 향기롭다)
(매봉이라고도 하고 매봉산이라고도 하는 응봉산)
건너편으로 설흘산이 있고, 설흘산 앞쪽 비탈에 설악산의
범봉같이 생긴 뽀족한 바위봉우리가 멋진 자태를 하고 서 있다.
설흘산 너머로 앵강만이 푸르고 금산이 아기자기하다. 무엇보다도
남쪽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남해바다가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산벗꽃 그늘아래)
저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지만
실은, 너에게 보이려는
사랑한다는 고백이야
생각해 봐
저러기 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그것도 겨울밤을, 비탈에 서서
발 동동 구르며 가슴 졸인 줄
생각해 보라구
이제사 너가 등이라도 기대주니까 말이지
저렇게 환히 웃기까지의
저 숱한 사연들을, 고스란히
몸속에 품어두었던 그 겨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니
생각해 보면, 뭐 세상 별것 아니지만
먼 산만 싸돌아다니던 너가
그저, 멧꿩 소리 한가한 날
잠시 옆에 앉아 낭낭히 시라도 몇줄 읽어주며
"정말 곱구만 고와"
그런 따뜻한 말 몇마디 듣고 싶었던 거라구
보라구, 봐
글쎄,금방 글썽글썽해져
꽃잎 후두둑 눈물처럼 지우잖아
(매봉에서 내려서자 산세가 부드러워진다)
(여기서 가천마을로 바로 내려설 수도 있다)
(활엽수림이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연두색 신록에 취하고 신록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바다에 취한다
(올해는 얼레지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꽃은 지고 씨방만 남았다)
(67)
(바다를 벗삼아 피어있는 야생화)
양지바른 곳에서는 야생화들이 따스한 봄을 즐긴다.
뒤에는 해조음이 들려오고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이 은은하다.
(봉수대가 있는 설흘산 정상에 오르자)
감동적인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주변은 온통 바다로 덮혀있고
그 빛깔은 바다와 대비를 이룬다. 금산을 건너에 두고 앵강만이
코발트빛을 띠고 그 위로 작은 섬 노도가 떠있다
노도는 서포 김만중이 조선 숙종 15년(1689년)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살이를 했던 섬이기도 한데 김만중은 노도에서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문소설인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지었다
(봉수대 남쪽 능선 지척에 있는 전망대 바위는 해돋이 명소라군요)
(가천마을의 다랭이논)
남쪽자락 바닷가에 자리잡은 가천마을에서 눈길을 멈춘다.
해안 절벽에서 산 중턱까지 초록 등고선을 그으며 이어지는
다랭이논은 무려 100층 가까이 된다고 한다.
워낙이 경사가 심하고 험해 요즘같은 세상에도 경운기는 어림도 없고
소와 쟁기를 이용하여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여 모내기를 할 정도라고 한다
다랑이논을 파랗게 물들인 마늘밭과 연두빛 설흘산 그리고 쪽빛바다가
어울려 매혹적인 풍경화 한폭을 이룬다. 설흘산 정상에서도 가천마을
다랭이논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 물감을 뿌린듯 하늘이 내려앉은듯...)
(73)
(75)
(설흘산은 땅위에 서있는 산이 아니라 바다위에 떠있는 산이다)
설흘산은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리는 돛단배
성난 파도에 흔들리고, 거친 비바람에 흔들려도
자기 중심이 흐트러지지않는 돛단배
( ! )
(바다에서 파도가 치면 금방 얼굴에 물방울이 튈것 같다)
(설흘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정상에서 전망바위쪽 능선을 타고 가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는데 바로 밑에 가천 다랭이 마을이 있다.
(남해는 눈길 가느니 선경이고, 발길 멈추니 절경이다)
(83)
(가천 다랭이마을 산행날머리(들머리))
(마늘밭, 남해는 온통 마늘밭이다)
(가천 다랭이 마을)
(89)
(가천 다랭이논,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
산비탈을 일구어 만든 다랑이논은 남해같이 평지가 없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끈질긴 인간의 생존의지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사람들은 공중배미, 삿갓배미, 하늘배미 같은 재미있는 이름들을
붙혔는데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이 높은 곳에 자리잡았다고 해서 공중배미이고
하늘에 제일 가까운 논배미여서 하늘배니며 삿갓을 벗어 덮으면
안보일 정도로 작다고 하여 삿갓배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천마을에 내려서면서 승용차를 회수하기 위해 택시를 부르려니
13000원이라고 한다. 주차 안내원이 너무 비싸다며 산불감시원한테
알아보겠다더니 이내 흥정이 이뤄진 모양이다. 차를 회수하러 가려는데...
왱왱 그리면서 달리는데 꼴볼견중의 하나가 50cc 오토바이 뒤에 타고
손 흔드는 것이라던데... 모양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빨리 승용차를
회수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잔돈이 없어 10000원을 주고 나니
택시를 탈걸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래도 남해 해안도로를
50cc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간 것도 남해를 떠올리면
가천마을의 명물 '암수바위'는 시간관계상 가 보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섬 남해를 좋은 계절에 찾을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는 길 다초지에도 들리고, 그기에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적인 설흘산 산행도 했으니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태랴!
일점선도라 불릴만큼 낭만과 서정이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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