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 18:37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14차 (14구간 : 밤티재에서 버리미기재까지)
○ 산행날씨 : 흐렸다 맑음, 박무
○ 참석인원 : 백두대간 회원 23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20㎞ 누적거리 : 311.2km
○ 산행코스 : 밤티재-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치-밀재-대야산-촛대봉-곰넘이봉-버리미기재
○ 소 재 지 : 경북 상주시 화북면/ 가은읍, 충북 괴산군 청천면
① 접근
11/11 00:20 신복로타리
04:00~04:30 상주 머루와 다래 식당(식사)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4:40~50 밤티재 도착/출발
05:55~58 늘재(385m) 도착/출발
07:13~20 청화산(984m)
08:46 갓바위재
09:25 조항산(951m)
09:50~10:25 고모치 / 점심
11:40 밀재(715m)
11:58 대문바위
12:30~55 대야산(930.7m)
13:29 촛대재
13:42 촛대봉(668m)
13:54 불란치재
14:37~42 곰넘이봉(733m)
15:15 버리미기재
③ 복귀
16:30~17:30 식당
20:30 울산도착
다음구간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데 특히 대간가는 주간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지경이다.
일기와 관계없이 대간길을 이어가지만 그래도 일기는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다.
이번에도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하지만 빗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적중했다.
하긴, 비가 오면 영하로 내려간 산정상에서 서설을 만날테니 좋을테고,
날씨가 맑으면 맑은대로 조망의 즐거움이 더할테니 양수겹장 아닌가?
얼마 전부터 이동 중에는 잠이 오지않는다. 오늘도 밤을 거의 새웠다.
오는 도중 조금씩 뿌리던 비도 밤티재 입구 "머루와 다래" 식당에 이르자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이른 새벽 감자탕으로 아침을 먹고 밤티재로 향한다.
오늘 구간은 재를 5개나 오르내려야 하는데
특히 600m를 치고 오르는 청화산 오름길과
대야산 정상 직후 직벽을 내려서는 구간이 신경이 쓰인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간길, 그 길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또 내가 가야할 길을 간다.
솔바람 소리가 귓전에서 울지만 차거운 새벽공기가 오히려 상쾌해서 좋다.
20여 분 정도 오르니 오늘 구간의 예고인듯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바위를 타고 넘어서니 이내 호젓한 길로 이어지는데
주위가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낮에 걸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산 아래로 보이는 불빛이 정겨운데, 줄 지어 따르는 대원들의 랜턴 불빛이 장관이다.
늘재는 눌재, 늘티라고도 불리며 상주와 충북 괴산을 잇는 992번 지방도로의 꼭대기로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이자 남으로 속리산, 북으로 문경새재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20여 분 송림길을 따라 오르다 잠깐 쉬어가려는데 분위기가 심상찮아
플래쉬를 비쳐보니 "靖國祈願壇(정국기원단)" 이란 비석이 서 있는 것 아닌가?
"白衣民族 (民族中興) 聖地 不失其祖 三巴水......白頭大幹 中元地"
인위적인 모습이 주변풍경과 어울리지 않아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정상이 아닌 산 허리에 이렇게 조성해 놓은 것이 특이하다
청화산 오름길은 로프가 매여 있는 오름길이 나오지만 로프를 잡지 않고도 오를만하다.
산약초 재배로 인하여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과 오름길 내내 쳐진 줄이 보초병같다.
청화산까지 고도를 600m나 높이려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데
능선에 올라서면서 맞는 바람은 이미 한 겨울같은 칼바람이다.
얼른 방풍의를 껴 입었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오르막 길을 1시간 가까이 오르니 청화산 직전 헬기장이 나오고,
동쪽 하늘에서는 붉은 해가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대간길에서 만나는 일출광경은 느낌이 특별하다.
뒤돌아 보니 건너편에는 천황봉, 문장대,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속리산 주능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조망이 좋다.
아담한 정상표지석이 비좁은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청화산의 모습을
"산의 높고 큼이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같이 험준한 곳이 없다.
흙 봉우리에 둘린 돌이 모두 수려하고, 살기가 적고 모양이 단정하고 평평하여,
수기가 흩어져 드러남을 가리지 않아 자못 복지라 하겠다"고 언급했다지만
몽매한 산객은 그저 정상의 조망이 좋다는 것은 느끼겠다만...
정상석 아래 공터에서 사방을 조망한 후 조항산으로 향한다.
청화산을 지나 얼마가지 않아 시루봉 삼거리다.
좌측 급한 내리막에 서니 갑자기 안개가 몰려와 조망을 가리는 중에도
조항산과 온 산이 생채기로 안타까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죽밭을 지나고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은 낙엽이 융단같이 덮혀있는데
어제 내린 비로 얼음이 얼어있어 내리막은 많이 미끄럽다.
이곳은 벌써 가을에서 겨울속으로 들어왔음을 느낀다.
시루봉에서 갓바위재로 가는 능선길은 전방이 트여 시야가 시원하다.
의상 저수지와 고모치로 오르는듯한 뚜렷한 임도를 보면서
도대체 이런 곳에 길을 낸다고 산을 파헤칠 이유가 뭔가?
오래된 헬기장을 거쳐 잠시 바위 날등을 탄다.
견훤이 궁터를 조성한 궁기리를 넘나들었다는 갓바위재를 지나
양같이 순해진 마루금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때로는 제법 위험한 암릉구간 바위를 타기도 하면서
오른편 아래 궁기리와 왼편 입석리의 가을걷이 끝난 썰렁한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조항산 바로 밑의 암릉지역을 지나 정상을 향해 오르는 중.
앞쪽에 사람 얼굴 같은 큰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속리산에서 마루금을 힘차게 일으켜 세운 백두대간은,
청화산과 대야산, 희양산을 지나 험준한 암릉지대의 산줄기가 계속 이어진다.
한쪽은 벼랑이 날카롭게 솟아있으나 사방으로 뛰어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아슬아슬한 암릉을 옆으로 돌아 내려 볼록 솟은 봉우리로 올라서니
'백두대간 조항산' 정상석과 제법 오래된 정상목이 함께 서 있다.
"白頭大幹을 힘차게 걸어
땀 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 아! 우리들 山河..."
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 산들모임산악회
檀紀 四三三二年 己卯 十一月
아까부터 희미하게 보이던 상처투성이로 신음하는 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간 마루금 오른편쪽 산 허리에 두 곳, 왼쪽 한 곳도 생채기가 심하다.
만신창이로 활퀴고 뜯겨져 나간 상처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지난 낙남길에서는 울창한 숲을 다 베어내고 온 산을 파헤치더니...
앞으로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얼마나 더 보아야 할까?
고모령으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에다 뾰족뾰족한 돌들이 솟아있어 위험하다.
낙엽이 쌓인데다 비가 와서 위험한 길을 조심조심 걷는데도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09:50, 고모령 조항산 지나면서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여기까지 왔다. 바람도 자는 아늑한 곳 고모령 공터.
바로 10m 아래에 고모샘이 있으니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총무는 이 자리를 자기가 잡았다고 아까부터 자랑에 열중이다.
고모령은 오른편의 궁기리와 고모리, 왼편의 입석리를 이어주는
고개마루로 지금은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 하나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듯한 고갯길이다.
웬만한 가뭄에도 수량의 줄지않는다는 석간수 고모샘, 물이 차고 맛있다.
돌틈사이에 흐르는 물을 누군가 피이프를 끼워 물을 받기 쉽게 해 놓았다.
대야산 3.8Km 라는 표지판이 있다.
식사 후에 곧바로 만난 오르막 길, 말 그대로 고역이다.
갈참나무 숲길에 낙엽이 쌓여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집채만한 바위들도 나타나고 오르내림도 아기자기하여 좋다.
작은 봉우리를 올라치니 공터가 나오고 대야산이 선명히 보인다.
다시 내려섰다가 올라서는 비탈엔 바위들이 즐비하고
저아래 고모령에는 사람들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여태 조용하던 산속이 갑자기 사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밀재'는 멀리서 보면 개미 허리처럼 잘룩한 고개로,
동쪽은 경상북도 문경의 가은읍 벌바위 마을과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충청북도 괴산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 마을로 연결된다.
밀재는 용추골로 대야산을 오르는 등산로로 반질반질하여 등산객들이 많은데
200여 명은 족히 될 듯한 "ㄷ"그룹 단체 등산객이 진을 치고 있다.
마치 가을 들판에 갈가마귀떼 같다.
밀재를 지나자 집채만한 바위들과 본격적인 암릉지대가 시작되는데
대문바위, 코끼리바위 등 이름있는(?) 바위들이 등장한다.
대야산까지는 암릉지대가 계속 이어지지만 로프가 잘 매여져 있고
화강암이어서 미끄럽지 않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대문바위를 지나 중대봉 갈림길 암릉위에 올라서니 대야산 정상이 눈 앞이다.
로프를 잡고 산을 오르 내리는 사람들,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는 사람들...
정상에 오르자 아담한 자연석에 "大耶山"이라고 쓰여진 정상석이 반겨준다.
심호흡을 하며 소란스런 세상에 길들여진 심신을 자연에 풀어 놓는다.
대야산 정상에서 막힘없는 조망, 사방으로 산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원근의 조망은 물론 대야산 자체 암릉의 아름다운 자태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상쾌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대야산 정상 너럭바위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맛,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맛 볼 수 없는 이 산정(山情).
멀리 지난달 지나온 속리 서북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고
문장대, 천왕봉이 키 자랑하듯 우뚝 서 있고 청화산, 조항산이 손짓하듯 한다.
정말 많이도 걸어 왔구나. 힘들여 걸은만큼 보람은 더 크게 다가온다.
북동쪽으로는 오늘 마저 가야할 촛대봉과 곰넘이봉.
그 너머로 장성봉, 멀리 희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이 강산 등줄기.
정상석 부근과 정상에는 많은 산객들로 시끌벅적한데
아쉬운 것은 누가 버렸는지 쓰레기도 지천이라는 것
제발 가져온 것을 되가져 갈 수는 없는 것일까?
대간길은 정상에서 북쪽으로 직진하여 급경사 하강길로 이어가는데.
아래가 까마득한 100m나 되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이 나타난다.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는 통과하기 힘든 구간이다.
위험하여 정신을 집중해야 할 구간이기는 하나
대야산까지 온 대간꾼이라면 충분히 내려갈 수 있을 암벽이다.
대야산을 지난 마루금은 촛대재까지 내리꽂듯 급강하한다.
"월영대 1시간"으로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바로 앞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봉우리가 촛대봉이다.
오늘도 고개가 참 많다.
밤티재에서 출발하여 늘재, 고모치, 밀재, 불란치재를 거쳐 버리미기재까지
고개가 있다는 것은 올랐다가 다시 올랐던만큼 내려온다는 것 아니겠는가?
무려 여섯개의 고개를 지나야하니 다섯번을 오르내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물론 그 중에 고개보다 더 힘든 오르내림이 숨어 있기도 하지만...
가파른 길을 내려서는데 산꾼 1명이 올라오고 있다.
혼자다. 혼자서 대간길을 이어가는 산꾼을 보면 존경스럽다.
13:42, 촛대봉(668m)
촛대봉을 오르며 뒤돌아 본 대야산 모습이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아슬아슬하게 타고 내렸던 직벽이 저 급사면에 숨어 있었다니...
대야산이 참 멋있고 아름답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더 멋있다.
촛대 끝처럼 뾰족하게 치솟은 촛대봉을 지났는데도 오르내림은 파도타듯 한다.
버리미기재로 도로가 나기 전에는 이곳으로 왕래를 했다하나
지금은 고갯길을 덮고 있는 낙엽으로 옛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선두는 이미 멀리 가버린듯 꼬리도 보이지 않고, 후미는 많이 뒤쳐졌는지
전망좋은 곳에 올라갈 때마다 찾아보지만 보이지를 않는다
나뭇잎을 모두 떨군 굴참나무 숲의 산등성이가 마치
듬성듬성하게 털이 난 멧돼지의 등짝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란치재의 이름이 특이하여 유래를 알아 보려 해도
어디 설명을 해 놓은 곳을 찾지 못하겠다.
그러나 불란치재부터 곰넘이봉 아래 엄마가 아기를 품고있는 듯한 바위까지는
참나무가 잘 자란 경사가 완만한 육산으로 오랫만에 만나는 흙길이다.
곰너미봉 아래에 있는 엄마품에 안긴듯하기도 하고,
아기물개 같기도 하고, 돌고래 형상 같기도 한 바위에 올랐다가
곰넘이봉이려니 하고 올랐는데 곰넘이봉은 저 만치 물러 서 있다.
산세가 험한 곳일수록 풍경이 뛰어나고, 비경을 감추고 있듯
곰넘이봉에서 만난 엄마가 아기를 품고 있는 듯한 바위는
훌륭한 조각가가 잘 다듬어 만든 작품같이 감동적이다.
커다란 바위벽에 두터운 로프 두가닥이 길게 내려진
봉우리를 올라 큰 바위를 뒤돌아 올라서니 곰너미봉.
오석의 정상석은 암봉의 끝자락 둔덕산을 배경으로 하며 세워져 있다.
정상석 옆에 앉아 지나온 대간길을 바라보며 위겸씨와 남은 간식을 먹는다.
밤티재에서 출발하여 청화산, 조항산을 지나 대야산을 넘어 촛대봉,
그리고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곰넘이봉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지나온 하룻동안의 대간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눈 앞에 보이는 다음 봉우리는 버리미기재 너머에 있는 장성봉.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또 누군가 깎아먹고 있다.
허연 속살이 다 드러나도록...
버리미기재 직전의 시멘트로 포장한 헬기장,
타이어가 둘러쳐진 참호를 건너 차소리를 들으며 내려서니
등산로는 굴참나무 우거진 숲,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지나
전나무가 하늘까지 뻗은 숲으로 내려선니 버리미기재다.
밤티재를 출발한지 10시간 25분만이다.
버리미기재는 한쪽으로 서너대 주차할 공간이 있고
양쪽 들머리와 날머리 모두 '입산금지' 현수막이 보초병같이 지키고 서 있다.
길을 가로지르는 계곡에는 이 가뭄에도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걱정스런 모습으로 이리저리 연락을 하더니 이제 연결이 되었나보다.
대야산 정상에서 직진을 하지않고 용추계곡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오는 길에 용추계곡으로 내려온 3명을 태우고, 가은에 있는 XX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공석이 된 회장과 부회장을 뽑았는데... 부회장을 하란다.
뭔 부회장이 필요하냐고 고사를 해보지만 통할 것 같지않아
"울산백두대간종주회"가 향로봉까지 종주하는데 힘을 보태라는 뜻으로 알고
할 일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구간도 아름다운 만큼 이름값을 치룬다고 힘은 들었지만
모두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다음 구간은 이화령까지로 산세도 험한데 구간거리도 26km나 되어
준비를 단단히 하여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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