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5차 (15구간 : 버리미기재에서 이화령까지)

2009. 7. 3. 18:41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15차 (15구간 : 버리미기재에서 이화령까지)


○ 산행일자 : 2006.12. 9(토) 03:25 ~ 18:45 (15시간 20분)
○ 산행날씨 : 눈, 짙은 운무
○ 참석인원 : 백두대간 회원 24명, 게스트 3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28㎞        누적거리 : 339.2km
○ 산행코스 : 버리미기재-장성봉-악희봉-은티고개-구왕봉-희양산-배너미평전-이만봉-사다리재-평전치-백화산-황학산-이화령
○ 소 재 지 : 경북 문경시 가은읍 / 마성면, 충북 괴산군 칠성면 / 연풍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12/08 23:20           신복로타리

12/09 02:00~02:25     문경시 가은읍 동아가든 (식사)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3:19~25         버리미기재 도착/출발

04:20~35         장성봉(916.3m) 도착/출발

06:38            악희봉 갈림길

07:50            은티고개

09:09            구왕봉(879m)

09:47            지름티재

11:02            희양산(999m) 갈림길

11:02~27         식사

11:39            희양산성

12:18            배너미평전

13:21            이만봉(990.1m)

13:43            곰틀봉(m)

14:05            사다리재

15:20            평전치

16:10~18         백화산(1063.5m)

16:58            황학산

17:41            조봉

18:45            이화령

③ 복귀

     ~19:25      (오뎅,라면) 식사

21:50            울산도착



2. 산행기록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몸무게를 줄이느라 전쟁을 치르는데
산행시에도 무게와의 전쟁이다. 특히 그것이 대간길인 경우에는 더하다.
무게를 줄여 보려고 하지만 비나 눈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아이젠과 스패츠, 그리고 장갑 2벌, 여벌 보온자켓 등을 챙겨 넣다보니
이번에도 또 10kg 가까이 된다. 그렇다고 카메라 쌕을 그냥 두고 갈 수도 없고
무게를 줄인다고 해도 그게 그것이다.

이번 15구간은 대간 구간중에서도 1구간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되는 구간으로 보통 2구간으로 나누는 구간이기도 하다.
지난 속리산 구간이후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대간가는 주에 출장을 다녀온데다 문수산을 오르면서 워밍업을 하려고 한 수요일은
작은 녀석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준비없이 대간길에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도상거리 28km, 예상 산행시간 15시간,
그래서 이전 구간과는 달리 출발시간을 1시간 반이나 당겨 23시에
무거로타리를 출발하여 3시부터 18시까지 산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는 길에 이른 아침을 먹기위해 가은읍의 동아**에 들렸는데
이건 완전히 눈치밥이다. 멸치가 고등어나 되는듯 한 사람에 한 마리꼴이다.
5,000원짜리라고 내놓은 음식은 1,000원짜리도 안될 정도로 부실하다.
그래도 먹어야 하기에 꾸역꾸역 먹고 들머리를 향하여 가는데
우리를 태운 버스는 20분이면 닿을 거리를 한 시간가까이 꾸불꾸불한 길을
왔다갔다하면서 산에 오르기도 전에 진을 다 빼 놓는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고…
귀한 것은 없어 봐야 그 가치를 안다며 삼식이 기사가 최고단다.




(3시 19분, 비와 진눈깨비가 섞여 내려 질척이는 버리미기재/482m)

산행준비를 하고 예정시간보다 25분 늦은 3시 25분 대간 길에 붙는다.
완만한 길을 10여분 오르자 길이 가팔라 지는가 싶더니 눈이 제법 쌓이기 시작한다.
암릉구간에 눈까지 쌓여 있지만 우리의 길을 막지 못한다.
모두 거리낌없이 올라 4시20분 장성봉에 도착했다.




(白頭大幹 장성봉/915,3m)

넓지 않은 공터 복판에 서있는 정상석의 눈을 쓸어내니
“白頭大幹 장성봉”이란 글씨가 나타난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멀미로 장성봉 오른다고 힘이 들었다 하니
너도 나도 멀미를 했다고 한다. 대원 반 이상이 멀미로 고생을 한 것 같다.
갈 길이 구만린데 산길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버스를 타고 온 것 같다.

장성봉 정상에서 대간 길은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동이 트기도 한참 이른 시간 짙은 운무에 눈까지 덮여 있어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 무분별하게 붙여놓은 시그널들이 혼란스럽게 한다.
대간길은 정상에서 왔던 방향으로 돌아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이후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타고 U자형으로 돌아서 은치재까지 이어 간다.
김대장과 위겸씨와 같이 후미를 맡기로 하고 정상에서 조금 머뭇거렸는데
선두가 내리막에서부터 속도를 높이는 바람에 불빛의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바쁘게 뒤따르는 송림 우거진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지만
가끔 눈 쌓인 암릉이 나타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몇 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기도 하고
어떤 봉우리는 정상 부근에서 돌아 진행하기도 했다.




(악휘봉 3거리/821m)

“악휘봉 20분, 은티마을2,8km 100분, 희양산 8,2km 4시간”
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악휘봉 정상은 대간 길에서 조금 좌측으로 벗어나 있어,
김대장은 선두 사무국장에게 대간길로 들어설 것을 지시한다.
악휘봉 3거리에서 내려서니 대간길은 821m봉을 돌아
은치재 방향으로 90도 이상 꺾어 암릉길을 타고 내려간다.

일출시간이 지났는데도 짙은 운무로 일출은 포기한 상태지만
전망이라도 트였으면 좋겠다. 악휘봉 갈림길을 지난 대간길은
고도를 낮추며 20여분을 진행했을 때쯤 가파른 암릉에 철계단이 나타난다.
짙은 운무가 시야를 가리지만 풍경이 좋다.
이어지는 오르내리는 암릉에는 눈까지 쌓여 조심스러운데
미끄러워 보이는 크다란 바위에 밧줄이 걸려있다.

악휘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정상 부근에는 기암과 괴석, 노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자연의 신비감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산자락에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철계단, 일출시간이 지났는데도...)



(바위가 빙판이어서 밧줄을 잡고 내려도 위험하다)



(운무가 조금 걷힌다. 오늘 처음으로 보는 능선이다)



(은치재라고도 하는 은티재/569m)

경사진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아늑한 분위기의 '은티재'에 닿는다.
우측 길은 출입금지 팻말이 누워있는 봉암사 길이며,
좌측 길로 내려가면 한 시간 이내에 은티마을에 도착할 수 있어 탈출로로 이용할 수 있다.
갈참나무 낙엽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 아늑한데 등로는 발이 푹푹 빠지다가
이내 주치봉(683봉)을 향하여 가파르게 벌떡 일어서기 시작한다.




(주치봉/683m, 은티재에서 올랐다가 다시 오정봉고개로 내려가야 한다)



(마당바위를 지나)



(구왕봉도 오정봉 고개에서 한참을 올라야 한다)



(구왕봉/879m, 수십길 절벽..., 아찔하다.)

신라시대에는 구룡봉(九龍峰)이라 불리었다는 구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된비알로 힘이 들지만 여기서 힘들다 하기에는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희양산에게 예의가 아니다.
숲에 내려 쌓인 눈이 정겹다. 소담하다. 어디서 토끼라도 한 마리 폴짝 뛰어 나올 듯 하다.

구왕봉 정상은, 굴참나무와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시계가 좋지 않아
그렇게 멋있다는 희양산도 조망이 되지 않는다. 아래를 쳐다보니 곤두선 절벽이다.




(구왕봉 절벽을 내려가다가..., 희양산이 모습을 살짝 드러내 보인다)

정상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길은 험한 벼랑의 연속이다.
직벽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내려서면 바로 은티마을로 빠지는 지름티재인데…,
밧줄과 나무뿌리를 잡고 악전고투하며 벼랑을 몇 번이나 내려왔을까 운무가 살짝 걷히면서
단애에 붙어 서 있는 장송(長松)과 멀리서 감탄하며 바라보았던 희양산이 모습을 살포시 드러낸다..

아직도 지름티재는 한참이나 내려가야 하는데…,
오늘 같은 악천후 시는 특히 주의를 해야 할 구간이다.




(지름티재에는 등산금지 현수막과 목책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면서 내려선 지름터재(705m)
구왕봉 정상에서 지름티재까지 35분 걸렸다.
진행방향으로는 봉암사에서 세운 출입금지 표지판과 목책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목책을 타고 넘어 희양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름터재에서 10여분을 올라가니,
너럭바위의 갈라진 틈새로 수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 한 그루가
옆으로 가지를 뻗었는데 높이가 적당하여 배낭을 멘 채로 걸터앉기에 알맞다.
숨을 돌리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여 보지만
아침 먹은지 벌써 8시간이 다 되어가니 허기가 진다.
아무래도 희양산 오른 다음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다시 눈 쌓인 된비알을 오른다. 어떻게 이런 길을 찾아 가는가?
그것도 봉암사에서 시그널은 다 떼어버리고 눈까지 쌓여 분간이 안되는데…,
선두에서 길을 터는 사무국장이 존경스럽다.
된비알에 암릉구간이 계속되더니 마치 처마끝에 매달린 것 같은 밧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암벽에 걸쳐져 있는 밧줄은 손에 동상이 걸릴 정도로 차갑고
바위는 앞서간 대원들이 눈을 다져놓아 얼음같이 미끄럽다.




(희양산 바위구간)

밧줄 하나를 잡고 10여m를 오르면 또 다음에는 더 험하고 긴 밧줄구간이 기다리고…,
한 사람이 다 올라가고 난 다음에 올라야 하니 시간은 지체되고…
희양산은 우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는지 암반으로 성을 쌓고 접근을 막는 것 같다.
위를 쳐다보니 고개가 아플정도다.

선등자, 대간 길을 어떻게 내었는지...,
암반과 암반 사이의 조금만 틈을 찾아 연결되는 대간 길이 경이로울 뿐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의 틈새를 따라 6~7개의로프를 연속적으로 설치하여
정상으로 연결되는 능선까지 길을 열어 놓았으니...




(눈이 다져져 바위가 빙벽으로 변해 있다)

오 총무가 밧줄을 잡으면서 “다 올라가서 OK 하면 올라 오라”고 하면서 밧줄을 타고 오른다.
한참 후 이미 다 올라 간 것 같아 아래에서 “됐냐? 됐냐”해도 못들은척 그냥 가버린다.
걱정했지만 동진씨도 도중에 잠시 쉬기도 하면서 무사히 잘 올라갔다.
90도 가까운데다 빙벽이 된 암벽을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긴장하여 조심조심 기어 오르는데 감각이 없을 정도로 손이 시려온다.
그러기를 한참, 손을 내밀듯한 나무뿌리를 잡고 드디어 희양산 암벽구간을 올라선다.

동진씨가 희양산 오르는 방향에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후미에 서면 주위 봉우리들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 단점 아닌가?
희양산 정상은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대간길로 들어서니 아래에 대원들이 다 모여있다.
벌써 식사도 거의 끝내고 어떤 대원은 출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희양산에도 눈꽃이 피었다)

희양산(曦陽山 999m), 희양산으로 오르는 구간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봉암사에서 시그널을 다 떼 내어버렸기 때문에
시그널을 보고 길을 찾는다는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대간 길은 희양산 정상을 지척에 두고 좌측으로 꺾어 북동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데
오늘 이화령까지 거리상으로는 꼭 중간이 되는 지점이다.




(후미도 점심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백 미터나 진행했을까...
아까부터 바지를 내리고 계속 마사지를 하던 동진씨가 걸음을 못 걷겠다고 한다.
아뿔싸! 오늘 동진씨를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여기서 탈출을 해야 한다면 어디로 해야 할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 진다.
김대장이 걸어보라 한다. 뒤뚱뒤뚱 걷는다.
그래도 시동이 걸린듯 잘 간다. 고맙다.




(희양산성)

점심 먹은 곳에서 능선길로 20여분 정도 진행하니 옛 성터가 나타났다.
신라 때 축성한 희양산성이다. 주위 돌을 가져다 쌓았는지 많이 허물어져
그 높이는 1m 정도 되었고 길이는 길지 않아 보였다.
이어 산죽길을 지나 나타난 밧줄을 타고 오르니 910봉이다.




(김영진 대장, 항상 대원들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수고가 많다)



(밧줄을 타고 오르는 위겸씨, 이번 구간에 특별히 후미조로 차출되었다)

시루봉에서 이화령은 코 앞인데도 운무로 보이지 않는다.
곧장 가면 두 세 시간 길인데 대간길은 동남쪽의 바윗길을 타고
이만봉과 곰틀봉을 지나 백화산(1,003m)으로 갔다가 다시 서북쪽으로
하루 종일 발바닥이 아프게 걸어야 이화령(548m)에 도착할 수가 있다.
많이 에둘러 간다. 우리 인생도 산행과 같이 때로는 크게 돌아서 갈 때가 있지 않은가?

굴참나무와 떡갈나무의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이 편안하여 부담이 없는데
시루봉 삼거리에서는 북동쪽으로 향하던 길이 갑자기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기 때문에
길을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시루봉 아래 배너미평전은 가물지 않을 때는 이곳에서 식수를 마련할 수 있으며,
야영장소로도 적합한 곳이다.




(산세가 험할 수록 절경이 숨어 있다)

이만봉(989m)에서 곰틀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날카로운 바위가 공룡등에 난 갈기같은 구간이었다.




(누가 나뭇가지에 눈을 이렇게 붙힐 수 있을까? 예술이다. 마술이다.)

이만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데
산 이름은 임진왜란 때 이곳 산골짜기로 2만여 가구가 피난을 들어와
이만봉이라 불리었다는 전설과, 옛날 이만호 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이 산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자연미가 보존되고 있는데
배너미평전, 곰틀봉, 굴바위 등 경관이 수려하고
정상에 오르는 중에 만나는 능선 길에는 기암절벽이 즐비하다.
운무만 없으면 이화령, 월악산, 주흘산 등이 잘 조망되어
지루하지 않게 조망을 즐기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충북 괴산군에서 오석으로 정상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시루봉 2.1km, 백화산4.7km”라고 쓰여져 있다.
협소한데다 조망도 되지않아 정상에서 증명사진만 찍고
곰틀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이만봉을 지나자 날카로운 급경사의 날등 같은 길이 이어지는데
눈꽃까지 멋들어지게 피어 갈길바쁜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곰틀봉/982m, 운무가 걷히면서 백화산 방향이 열린다)

, 곰틀봉에 올라서니 장송 한그루가 눈을 맞고 백발성성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소나무 밑 조금 열린 공간으로 펼쳐지는 산릉들을 배경으로 또 증명사진을 한 장씩 남겨본다.
특이한 이름은 옛날 곰을 잡는다고 틀을 놓았던 데서 연유가 되었다고 한다.

곰틀봉에서도 백화산은 멀다. 10시간 넘게 걸어 왔는데,
가야할 길이 저렇게도 많이 남았단 말인가?
가야 할 대간길은 남쪽으로 뇌정산(991m)을 맺어놓고,
동쪽으로 백화산이 솟구쳐 있어, 어느 곳이 백화산인지 헷갈린다.




(백화산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곰틀봉에서 선두를 찾았다. 눈 속에서 마치 야생동물들이 내달리는 모습이다.
대간길은 곧장 동남쪽으로 방향을 정하고는 큰 기복 없이 작은 암봉을 오르내리면서
1시간20여분을 가니, 981봉을 거쳐 평천치 이른다.
첫 번째 만나는 안부가 일명 고사리밭등이라고 하는 사다리재다.




(사다리재/836m)

사다리재에서 사다리골로 분지리 안말로 내려갈 수 있다.
사다리재에서 886봉을 지나 1시간 정도 능선길을 지날 즈음
981봉 뇌정산 갈림길에 한실로 내려가는 표지목이 서 있다.




(푸른 하늘 아래 눈꽃도 생기를 찾고...)



(눈꽃턴널, 우리가 온다고 이렇게 꾸며놓았단 말인가?)



(눈꽃 사이로 보이는 백화산)



(봄 꽃길이나 겨울 눈꽃길이나 황홀하기는 마찬가지...)



(평전치, 백화산까지 50분 거리)

평전치는 능선에서 조금 내려가는 듯하다가 나타난다.
역시 표지목이 서있고 이곳에서 분지리로 탈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표지목 날개 아래에 스티커로 평전치라고 붙여놓았는데 평자가 반쯤 잘려나갔다.
평전치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던 산객이 선두가 30~40분 전에 이곳을 통과했다고 전해준다.




(백화산 가는 길에는 눈꽃이 유난하다)

평전치에서 1001봉 방향으로 오름이 시작되는데 온 천지가 하얗다. 말 그대로 설국이다.
환상적인 눈꽃터널을 30여분쯤 진행하다 만난 봉우리를 백화산인줄 알고 좋아했지만
백화산은 1001봉을 왼쪽으로 돌아 나오자 하얀 눈쪽에 나타난 시커먼 암봉도 아닌 그 뒤에 숨어 있었다.
암릉을 타고 비탈길을 올라서니 오늘의 하이라이트 백화산(1,063m) 정상이다




(설국)



(진달래 꽃잎인냥 눈꽃을 따먹으며...)



(황학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멀리있던 백화산/1063.5m)

경북 문경읍, 마성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 경계를 가르며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학이 산 봉우리를 하얀색 덮어 백화산으로 불린다고 한다.
주봉에서 이화령(548m)에 이르는 북서능선과 이만봉을 거쳐 시루봉(914m)에 이르는 서쪽능선이
각각 10km에 이를 만큼 높고 깊다. 봉우리들을 잇는 능선은 수없는 암봉과 울창한 수림으로
고산(高山)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속리산 이후 900미터급 명산들 가운데서도 도도할 정도로 솟아 있는 백화산.
악휘봉 삼거리부터 동쪽으로 향하던 대간 마루금이 백화산에서 다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크게 튼다.

곰틀봉 이후 운무가 조금씩 걷히더니 1001봉 지날즈음에는
파란 하늘이 열리고 햇살까지 비춰 백화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기대했으나
오늘은 바로 앞의 눈에 만족해야 했다.

선두와는 1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후미는 모두 8명,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이화령을 향해 떠날 채비를 한다.
지금부터는 고도를 계속 낮추면서 평탄한 길을 가기 때문에
속도를 내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는 구간이다.

백화산 정상에서 대간길은 거의 직각으로 꺾어 북북동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다.
이어 잘 내려가던 길이 길을 잘못 들었나 할 정도의 암릉구간이 가로막는다.
절벽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수십 길 아찔한 낭떠러지다.
로프가 달린 암릉을 지나면서 다시 북북서 방향으로 꺾어 황학산으로 진행한다.
넓은 헬기장을 지나 914봉을 지나 황학산을 오른다




(황학산/912m)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황학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며 3번 국도가 통과하는 이화령에서 6㎞ 거리에 있다.
황학산에서 황계산 방면 능선 길에는 참나무가 많고 등산객의 발길이 뜸해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황학산은 가을에 억새밭이 장관이라는데
억새밭은 60-70년대 목장을 했던 곳이었으나
요즘은 잡목이 무성해져 억새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황학산은 어둠 속에 그 산세를 제대로 볼 수 없어
그냥 정상표지기 사진 한 장만 남기고 지나왔다.




(동진씨도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862m봉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억새밭을 지나 헬기장이다.
길은 마을 뒷산 길보다도 부드러운 내리막길로 속도를 내기 좋은 곳인데
뒤뚱거리던 동진씨는 이제 힘이 나는지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데
게스트 김민태씨 걸음이 무겁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천천히 가니 오히려 힘이 더 들고
몸에 열기가 떨어지니 서늘한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차가 다녀도 될 만큼 넓은 등산로 같지 않은 전나무 숲길을 지나 조봉에 이른다.

누가 대간길이 아니랄까 봐 가도가도 끝이 없다.
이번이 마지막 봉우리겠지 하고 가다보면 어둠속에 시커먼 물체가 다가온다.
이러기를 몇 번…,
마지막 681.3m봉을 우측으로 돌아 내려서는 급경사 길은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그냥 도로까지 굴러 떨어질 것 같다. 이제 마지막 표지판 같다.




(바람도 세찬 이화령 고갯마루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종균씨)

계단길을 내려오니 드디어 신작로가 나오고
저 앞에 이화령 표지석이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스에는 먼저 내려온 대원들이 기다리다 지쳤는지 거의 자고 있고
종균씨는 우리를 위해 라면을 끓인다고 이화령 그 차가운 바람을 혼자 맞고 있다.
고맙고 감사하다. 뜨거운 라면 한 그릇을 먹고나니 온 몸이 풀리고 살만하다.

이화령(538m),
충북 괴산군 연풍과 수안보, 충주 그리고 경북 문경을 잇는
3번 국도가 지나는 백두대간의 중요한 지점, 옛부터 이우리재 또는 伊火峴이라 불렀으나
일제 때(1925년) 신작로가 개설되면서 이화령(梨花嶺)으로 불리고 있다.
이화령 터널이 뚫리면서 차량통행이 부쩍 줄었는데
이제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는 이화터널까지 뚫렸으니
산꾼들에게나 유용한 고갯마루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고갯마루에는 커다란 휴게소와 정자가 있다.

그렇게 부담스러웠던 15구간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대간 구간중 제일 힘들고 위험한 구간을 무사히 완주하여 다음 구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미가 되고, 힘들고 고생했던 만큼 보람도 크게 느낀 구간이다.
그 험한 눈길을 선두에 서서 길을 터준 사무국장과 후미에서 잘 챙겨 준 김대장,
서로 도우며 협력하여 15구간을 잘 마무리한 대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도중에 힘들어 했던 동진씨가 코스를 잘 진행해 주어 고맙다.
"울산백두대간 종주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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