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맞아 주지만..

2014. 12. 29. 16:22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 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맞아주지만..

○ 2014. 12. 27(토)    날씨 : 흐림
○ 석남터널 - 입석 - 중봉 - 가지산 - 중봉 - 석남터널



마지막 주말만이라도 꼭 산행을 해야겠다.
한 해를 뒤돌아 보니 나름 보람도 있었고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된 것 같기는 하지만 가슴 한 곳이 횅한 곳이 곳이 있었으니,
올해 산행성적은 완전 낙제점수다. 지난 해 가을부터 산행을 거의 하지
못했기에 올해는 열심을 좀 내어 보려했는데 결과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도 성적표를 받겠지? 마지막 성적표는 잘 받아야 할텐데..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하다 보면 어색함이 없어져 익숙해 지고, 익숙해 지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에 즐거움까지 더하면 더욱 탄력이 붙어 중간에 왠만한 슬럼프를
만나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악순환은 그와 정반대 아니겠는가!
인생사 모든 일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년 목표중 우선과제는 산과의 관계를 회복하여
선순환이 되게 만들어 보아야겠다.





(원래는 여기가 아니었는데..)

가물에 콩나듯 있는 328번을 놓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차를 끌고 석남터널로 왔다. 원래는 대중교통으로
배내고개로 가서 능동산으로 올라 입석에 들렸다가 중봉 거쳐
가지산 상운산 귀바위를 거쳐 석남사로 내려서는 코스를
계획했는데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
배낭을 어제 밤에 챙겨 놓는건데..







(입석 능선에서 궁근정 & 배내고개 방면)

전면으로 오두사-송곳산 줄기를 따라 돌아가는
국도 24호선과 고헌산(1032.8m)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배내고개로 올라가는 길도 한 눈에 들어온다.





(드뎌 입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랄까 올곧고 강직한 선비의 모습







(입석, 전면과 후면 모습)

마치 조각한 조형물같은 형상으로
전면에서 보면 기단위에 놓여진 탑같기도 한데,
대쪽같이 올곧고 기품있는 모습은 언제봐도 멋있다.
 
오늘따라 뒷쪽에서 뒷쪽에서 본 모습이 꼭 
주먹 불끈 쥐고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향해
"나를 따르라" 하는듯 하다.









(적당히 거친 암릉구간도 지나며)





(전망바위에서 지나온 길을 한 번 뒤돌아 보고..)







(잡목숲으로 오르니 813봉 돌무더기가..)

입석이 명물이 되다보니
입석대 능선, 입석대봉.. 이름이 생겨 나는듯..





(반가운 표지기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같은 예감이었는데
블친 핵폭탄님 일행의 표지기가 달려있다. 열정적으로
산을 사랑하는 산사람. 만난 적은 없지만 만난듯 반갑다.
좋은 산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호젓한 산길이 참 좋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

오른쪽 능선이 가지산을 거쳐 정면으로 내려오는
줄기가 낙동정맥이고(첫번째 사진), 두번째 왼쪽으로 갈래를 친
능선은 운문산 억산 구만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에서 맥을 다하는
운문지맥, 제일 아래는 중봉에서 갈래친 진달래능선이다.





(겨울나무 사이로 보이는 가지산)

겨울산이 황량해도 산의 민낯을 볼 수 있어 좋다.
겨울이 아니면 여기서 가지산 봉우리도 보이지 않는다.
중봉 응달쪽은 지난번 내린 눈이 많이 다져져 있다.







(정상이 가까워 지자 구름이 몰려온다)

눈이 올 것 같았는데.. 눈발이 조금 비치다 말았다.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

별로 내키지 않는 정상석 옆에 서서 한 컷 찍기는 했다만
썩 내키기는 그림은 아니다. 원래부터 있던 정상석과 찍고
싶었는데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서 얼른 한 장 찍었다.

무슨.. '세계 알프스 산악관광 도시협의회'라는 것을
만들고 알프스를 공동 브랜드로 한다고 하지만, 좀 잘된 것들만
배워서 적용했으면 좋겠다. 영남알프스 1000m 넘는 산봉우리마다
이런 형식의 정상석을 세운다. 신불산 정상과 간월재에 몇 천만원 들여
인공적인 캐룬을 만들고 필요 이상으로 데크 설치하지 않나..
어느 알프스가 몇 천만원 들여 인공적인 케룬 만들어 놓았던가?
어느 알프스에 산과 어울리지 않는 저런 획일적인 정상석을
산 꼭대기마다 세워 놓았던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고, 손을 대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가지산 정상에서 북릉방향)







(가지산 대피소 정말 오랜만이다.)

대피소에서 들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데
자꾸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안면이 있는 얼굴인데.. 긴가민가했는데 유명한 분..
산에와야 산꾼을 만나나 보다.









(쌀바위 방향으로 내려서는데..)

가지산 응달쪽은 아직도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30)









(눈길을 계속 걷고 싶었지만..)

이제는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차를 가져 온 것이 거추장스럽다 여겨지는 순간.
다음엔 필히 대중교통으로 오리라







(다시 오른 정상)









(정상 모습과 중봉, 운문산 아래재 방향)









(제법 겨울산 맛나는 영남알프스)







(45)







(지난 번에 눈이 제법 많이 왔나보다)

무뎌진 것인지.. 사는게 팍팍해진 것인지??
영남알프스 자락에 이렇게 눈이 많이 왔는데도 관심도
없었으니.. 이전에는 영알에 눈이 언제 얼마나 내렸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말이다.







(중봉을 내려서니..)

올라갈 때 보긴 했지만 석남재대피소가 언제 이곳에 생겼지?
그러고 보니 가지산을 이쪽 방향에서 오른 것이 참 오래전 일이다.
내가 산을 멀리 한 동안에도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도
계속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남터널 내려서는 길, 직진하면 능동산)







(석남터널을 지나는 국도 24호선.. 이젠 옛길이 되었다)

신안~울산선이라고도 하는 국도 24호선은
서해안 전남 신안군을 기점으로 광주광역시를 우회하여
전남 서북부 지역(무안, 장성, 담양)을 지난 다음, 전북 남부
(순창, 남원) 및 경남 북부 지역(함양, 거창, 합천, 창녕, 밀양)을
동서 방향으로 관통하여 동해 울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약 450㎞.
가지산 자락을 산자락을 꼬불꼬불 돌아서 석남터널을 거쳐
밀양으로 연결되는 이 도로는 2008년 4.58km의 가지산 터널이
뚫리는 바람에 옛길이 되고 말았다.

울산에서 24번 도로를 타고 가다
창녕 고암면사무소에서 만난 20번 도로로를 따라
쭈욱 가면 지리산 중산리가 나온다.





(날머리, 석남터널 휴게소 방향)

차를 회수하느라 계획에도 없던
원점회귀를 했다. 입석을 거쳐 올해가 가기 전에
가지산에 올라 인사를 하고 왔으니, 한 해동안 무례로 인한
마음의 짐도 덜고, 산의 정기까지 받았으니 기분도 상쾌하고
행복한 하루가 된 것 같다. 산에 들면 이렇게 좋은 것을..
살고 있는 지역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지고, 언제 찾아도 변함없이
아늑하게 맞아주는 영남알프스 산군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산이 모든 이들의 산이라하더라도 이마에 땀을 흘리며 산에
오른
자에게만 상응한 희열과 행복을 느끼게 하니 공평하기까지 하다.
내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유유자적 영남알프스
구석구석을 다니며 산사랑을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