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억새는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2014. 11. 2. 22:06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억새는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길 떠날 순례자같은 비장감을 느끼게 하는 가을산)


○ 2014. 10. 25 (토)   날씨 : 산행하기 좋은 날씨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휴양림 하단




 

날씨도 좋고,
가을이 깊어가니 영알의 안부가 궁금해 진다.
억새가 아직 꽃술을 날려 보내지 않았으려나.. 지리산까지 단풍이
내려왔다는데 영알은 어떠려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불현듯 조바심이 난다.
이 가을을 이렇게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가을이 가기 전 박배낭을 메고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일단은 이번 주말에는
만사 재껴두고, 영알을 하얗게 수 놓으며 은빛물결로 일렁이는
가을 영알의 진객 억새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여름 준비없이 지리산에 들었다가 혼이 나고 산에는 장사없다는 진리를
새삼 실감하고 산행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으나 다짐도 그 때뿐,
그로부터 두 달 반만의 산행이니 참 무심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산행이 일상이다 시피했고 1순위였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준비없는 산행이니 코스도 무리하게 잡지 않았다.
가벼운 차림에 카메라만 챙겨 배내고개로 향했다.





(배내고개에서 출발)

배내고개에 유료 주차장이 생겼다.
어찌던 영문인지 주차요금이 시내보다 더 비싼 5000원!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니 승용차를 가지고 가는 것 아닌가?
먼저 배내골 대중교통편을 개선하라. 주차장을 만들려면
배내골로 들어오는 차량 전부를 수용할 수 있게 만들든지..
비싸게 받아도 주차장이 만원이 된다는 배짱 아닌가! 
그 바람에 배내골 주차장 요금들이 덩달아 올랐다. 아예 만원을 받아라.
에이 봉이 김선달 같은 x들..





(산에 들면 이렇게 좋은 것을..)

때때옷 입고 반겨주니 얼마나 좋은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







(가을산의 진객, 억새와 구절초)

기력이 쇠잔한 모습.. 한 발 늦게 온듯하다.
뭔들이 그렇게 바빠 너들의 한창 때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
그게 아닌데.. 사는게 그게 아닌데..







(산 너머 산)

골 안개가 자욱하다. 해가 중천에 떳는데
이제 눈비비고 기지개 켜는듯한 울산 방향 모습..

간월산 신불산으로 향하는 낙동정맥 장쾌한 능선,
저 산들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듯 하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이 길이 걷기 편한 길이었는데..





(황금들판.. 올해도 풍년?)

이전에는 황금들녁만 보면 먹지 않아도 배 부르다 했는데..
이 놈의 쌀농사 잘 되면 뭐하나 농민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니..
쌀시장을 개방하고 고율관세로 막을 수 있다고 무책임하게 지껄이는 정부.
고율관세 400%로 쌀시장을 지키겠다고.. 그 순간만 넘기려고 하는 무책임한 작태
이제 그만 집어 치워라! 하긴 얼마나 궁색했으면 그런 말까지 하나 싶기도 하다.
휴경보상제, 쌀농사를 포기하면 돈을 주는 제도.. 참 웃긴다. 그것도 농정이라고..
직불제는 또 어떤가? 공무원 장관 후보자까지 덤벼든 눈먼 돈.. 엉뚱한데 10년간
10조원을 퍼부었다. 그게 농업 진흥책인가 한마디로 농사짓지 말라는 뜻 아닌가!
그 10년새 농가 빚은 급증하여 3명중 1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고 한다.
농촌과 농민은 농협을 위해 있고, 농협에 저당잡혀 있다.
그 빚은 어쩔거고 농민들을 어쩔건가?











(만산홍엽..)

올가을 단풍이 이쁘지 않다더니..
산길 옆 잎들은 말라 비뚤어졌는데 먼산의 단풍은 아름답다.
마치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듯.
단풍도 사람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듯..







(간월산 정상.. 왁자지껄)

아이스케키 장수까지..
1개에 2천원.. 그런데 천원을 깎아 달라는 사람도 있다.
깎으려는 사람 용기가 대단하다.
깎아주는 사람 마음도 대단하다.
간월산 정상에서의 공정가격은?





(간월공룡 그 아래로 보이는 등억리.)

저 아래도 머지않아 케이블카 승강장이 들어서겠지..
이제 영남알프스도 좋은 시절 다 간 것 같다.
산이 얼마나 험한 꼴을 당할까?







(억새도 절정기를 지났다. 한 발 늦었다)

억새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한창 만발해 있을 때 봐줘야 하는데..
영알의 억새는 10월 중순이 넘어가면 꽃술을 날려보내기 시작한다.
마치 과년한 딸 시집보내듯.. 이 척박한 땅에 날아와 억센 뿌리로
움켜잡고 눈비 이겨내며 버텼듯이 그렇게 살으라 당부하며..







(간월재.. 데크마다 인산인해..)

박꾼들은 조금 일찍 짐을 챙겨 주었으면 좋겠다.
밤새도록 데크 잘 이용했잖수.. 산객들이 많이 몰릴 때는
양보하는 아량도 보여주었으면..















(간월재 억새밭)

억새밭을 배경으로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모두 억새같이 기분도 만발..









(간월산과 신불산 방향, 신불산 오르면서 뒤돌아 본 간월재)





(자연은 최소한만 손을 대어야 한다)

이런 곳까지 데크로 칠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또 얼마나 생채기를 낼까?
자연은 우리 세대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서
빌려 쓰고 있는 것.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 되돌려 주어야 할 부채
당장 눈 앞의 유익을 위해 자연을 훼파해서는 안된다.
개발이 능사는 아니다. 신음중인 4대강 어쩔건가?
국민 70%가 반대한 사대강. 명박은 책임져야한다.





(간월공룡 암벽에는 벌써 낙엽이 졌다)

가을에 장마같은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잎들이 많이 떨어지고 남아있는 잎도 많이 말랐다.
올 가을 단풍은 때깔도 덜 고운듯..







(밀양 방향(위)과 죽바우등 방향(아래))

산 첩첩.. 아스라이 지리능선도 보이고 금정산도 보인다.
천왕봉은 와서 보라는듯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불산 정상에는..)

정상석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러다가 봉이 김선달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정상석 사진 찍는데 돈 받는 건 아닌지..





(절정을 지난 억새)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세상 다른 꽃보다
아를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와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꽃 / 한상경





(신불재에서 아쉬운 맘으로 한 번 더 당겨보고)





(딱 30분이 부족하여..)

영알의 억새는 영축산 아래 신불평원이 장관인데..
3시 반이 넘었으니 죽전에서 5시 버스를 타려면 지금 내려갈 시간.
30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신불평원 억새밭을 거쳐 좌청수골로
내려갈 수 있을텐데.. 간월재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것 같다.
아쉽지만 휴양림 하단을 향해 백련골로 내려선다.







(기대 밖의 선물.. )

여긴 별천지.. 한창 가을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억새는 절정의 시기를 넘겼고, 등로 주변의 나무들은 잎이 많이 진데다
단풍의 때깔도 별로여서 기대를 안했는데 억새밭이 끝나자 마자 펼쳐진 단풍숲.
여긴 완전 딴 세상. 지는 해를 받아 환한 세상이 펼쳐진다.
아~ 이렇게 뜻밖의 멋진 풍경이 펼쳐지니 걱정거리가 하나 생겨버렸다.
신불재에서 죽전까지 보통 1시간 반으로는 빠듯한 거리인데..
그 시간에 이 멋진 단풍숲을 어떻게 통과할 것이냐 하는 것..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여긴 등불 켜고 기다리고 있는듯..)









(숲이 환하다. 마치 불을 밝힌듯..)

















(황홀하고 행복한 숲길..)

햇살을 받은 단풍이 황홀한 모습을 연출한다.
마치 클림트의 '키스' 같이 황홀감에 빠지게 하고,
빛의 화가 모네의 아르장퇴유 '모네의 정원'같이 화려하다.
누가 가을을 외롭고 쓸쓸하다 했는가!







(나뭇잎이든 사람이든 빛을 향해 서야 한다)









(불타는 가을산은 비장감마저 준다)

마지막 정열의 불꽃을 태우고는
문 앞에 온 겨울, 북풍한설에 대비하겠지?
거추장스런 모든 것 다 떨쳐 버리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가을산은 길 떠날 순례자의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마음은 바쁜데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 숲은..)

발걸음을 붙잡는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그냥갈 수 없어 종군기자같이 반사적으로 셔트를 눌러 댄다.
걸음 멈추고 황홀한 숲길에서 노닐고 싶지만 그러다 보면
버스를 놓칠테고.. 걸으면서라도 셔트는 눌러야지.
올 가을은 제대로 된 모습도 보지 못하고 보내나했는데
백련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머물고 있었다.





(꿈 속에서 길을 걷듯..)





(계곡도 가을빛으로 물들고..)

가을을 대표하는 색은 황금색..
벌판은 황금벌판, 계곡은 황금물결







(마치 아름다운 불을 밝힌듯..)

이 가을에 한 번 더 올 수 있으려나
그냥 떠나 보내고 싶지는 않은데..





(30분이 모자랐는데.. 30분이 남았다)

어째 이런 일이.. 버스시간 맞추려고
단풍 숲이 유혹하며 발걸음을 잡았지만 뿌리치며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으로 1시간만에 휴양림 하단까지 내려오는데 성공했지만,
꿈결같았던 단풍숲을 내려서고 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정한 현실.
지금시간 16:37분! 23분만에 죽전까지 가야한다. 경보하듯 걸어
죽전 버스정류장에 1분전 도착. 어휴! 살았다 한숨을 돌리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알고보니.. 버스가 17:30에 있는 것 아닌가!
아뿔싸! 가려던 길로도 못가고 단풍숲도 아쉽게 내려섰는데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니 그렇게 된 것이 잘되고 감사한 일이기도 했다.
버스시간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신불재에서 신불평원 억새밭을 거쳐 좌청수골로
내려 갔을테고.. 그랬으면 마지막 단풍숲은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단풍숲에서 시간에 쫓겨 내달리듯 내려선 것은 못내 아쉽지만 어찌 세상일이
 계획한대로만 되겠냐 생각밖의 일이 벌어져야 재미도 더하고 스릴있는 것이지.
그렇더라도 간월재에서 평소 컨디션 생각하고 시간을 너무 보낸 것과
버스운행 시간 잘못 알고 간 것은 반성해야 할 일..
요즘 영알에 무심하고, 자주 들지 못했다고
 아마 조만간 한 번 더 오라는 의미도 있는듯..

울산역-배내골을 운행하는 328번 버스 시간표.
평일과 토.공휴일 운행시간이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