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신불산에서의 하룻밤
2013. 3. 21. 00:37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봄이 오는 신불산에서의 하룻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2013. 3. 16 ~ 17 / 몹시 춥고, 바람 심함
○ 신불산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일원
지난주말 영동 백화산 ~ 월류봉 종주길에 나섰다가
미처 예상도 못한 한여름같이 무더운 날씨를 만나 혼쭐이 났다.
꾸준히 산에 가야 컨디션이 유지되는데.. 근래 산에 자주들지
않아 체력이 고갈덴다다 날씨까지 무더워 발목을 붙잡았다.
다음 주는 경주에 가야하고, 마지막 주는 제주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3월에는 산을 찾기 힘들 것 같았는데 다행히
주말에 짜투리 시간이 생겼으니 영알에 들어야겠다.
산에 갈 생각을 하니 힘이나고 신이 난다.
(1시간 반만에 오른 신불대피소)
빨리 먹는 밥이 체한다고 하던가?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 집을 나설 때부터
뭔가 허전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런 기분이 들 때는 십중 팔구
장비나 준비물중 뭔가를 빠뜨렸을때의 느낌이라 장비를 하나 하나를
떠 올리며 점검을 해도 생각나지 않더니.. 아뿔싸! 데크용 나사못을
빼먹고 온 것이다. 다시 가지려 갈 수도 없고.. 낭패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
오랫만에 이 길로 올랐다.
(신불산 정상에 올라도 해가 아직 중천에..)
낮이 많이 길어진 것 같다.
궁하면 통하는 법,
데크 밑에서 주은 못과 팩으로 텐트를 고정시킬 수
있었다. 시간도 넉넉하여 텐트를 치고 나도 아직
해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떠 있다.
(해넘이를 기다리면서 커피 한 잔 마신다)
(일몰.. 오늘은 구름이 많이 두텁다)
(서쪽 하늘로 넘어간 해가 동쪽하늘까지 붉혔다)
(해를 뒤따라 가는 음력 2월 초닷새날 초승달을 잡았다)
(언양과 멀리 울산의 야경)
(영축산 뒤로 비치는 불빛, 신불산 돌무더기 뒤로 보이는 달빛)
(다시 한 번 더)
(아무래도 삼각대를 바꿔야겠다)
(불야성)
(달도 기울고..)
노출을 길게주니 초승달이 보름달같이 되어 버렸다.
(별들과 노닐다)
달빛이 별빛을 가리기도 했지만 사실 별을 제대로 찍기 힘들다.
그림같은 밤하늘과 별의 궤적도 찍어 보고 싶지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필카로 옮겨 탈 수도 없고..
(달도 기우는데.. 산 아래는 불야성)
(동쪽하늘을 물들이며 또 하루가 밝아온다)
자유 / 임윤식
모처럼 홀로 산을 오른다
배낭 하나 달랑 등에 업었다
능선 바위에 누워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몇 점 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간다
바람이 산허리를 휘감고
내 속살을 파고든다
나는 온종일 바다가 되어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시집『나무도 뜨거운 가슴은 있다』(시안, 2012)
(짙은 구름위로 떠오른 태양)
(햇살을 받은 태화강을 따라 골안개가 피어 오른다)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몽골몽골한 산봉우리들 사이에 골안개가..)
(확산)
(아직 잔설이 남아있지만..)
(유장한 능선)
(멀리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도 보이고)
(수묵화 한 폭같이..)
(영알에서 느긋한 아침은 맞고 싶지만..)
언제나 그렇듯 오늘은 주일.. 빨리 하산준비를 해야겠다.
(자꾸 발목을 잡는 모습)
(신불산 정상의 돌무더기.. 저게 얼마짜리라던가?)
(벌써.. 한결 여유로워졌다)
겨울철에 시간맞춰 하산하려면 해가 뜨자 마자 하산하여도
바쁜데.. 벌써 해돋는 시간이 많이 빨라졌다.
(신불대피소, 신불산 정상과 삼봉능선 하늘금)
(바위에도 물이 번지고.. 나뭇가지도 물빛이 돈다)
(힘차게 흐르는 계류)
계류는 흘러 태화강이 되었다가 바다가 된다.
(숲에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10시 하산완료.
산에만 들면 복잡하던 머리도 맑아지고,
찌부둥하던 몸도 가벼워 지고, 힘이 솟으니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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