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5. 22:41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산은 그대로 있으려 하나 사람들이 그만두지 않는다
○ 2015. 1. 24(토) 날씨 : 맑음
○ 등억리-공룡능선-신불산-간월재-간월산-등억리(원점회귀)
오랜만에 들린 길인데..
입구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다정(?)하게 인사를 하면서
짐을 좀 들어 달라는 것 아닌가! 뭔일인가 했더니 저 위에 계곡에서
장사를 하는 분인데 막걸리 여닐곱 병이 든 비닐봉투를 운반해 달라는 것..
나 말고도 몇 사람이 그렇게 올라가는 길에 노력봉사를..
이제 이 길도 옛길의 정취를 많이 잃은 것 같다.
홍류폭포도 봄 단장을 하는지.. 빙폭도 거의 정리되고..
30분 정도 오르니 눈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오를 수록
눈이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낼 정도로 쌓여있다. 그저께 비방울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더니 영알에는 눈이 내렸나 보다.
앞서 간 발자국 주인들도 만나고..
밧줄 구간.. 손이 시려 밧줄구간은 우회..
밧줄구간을 손 시리다고 우회하다니.. 많이 변한 것 같기는 하다
앞서 가던 산객들은 암릉이 위험한지 아랫길로 우회를 했다.
나도 우회할까 하다가 이 정도는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 그 대로 GO!
미끄럽기는 하지만 공룡능선으로 걸어야 제 맛이지..
응달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는데 양지는 다 녹았다.
간월재, 간월산 너머로 낙동정맥 장쾌한 능선이 눈에 들어 온다.
멀리 영알의 주봉 가지산도 하얀 고깔을 쓰고 있는듯..
능선이 험할수록 산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신불공룡능선은 마주보고 있는 간월공룡능선과 함께 산행의 묘미를 더해 주는 곳.
오늘도 신불공룡으로 올라 간월공룡으로 내려가려 하는데..
신불공룡에서 보는 맞은편의 간월공룡
평소 주말에는 신불공룡에 산객들이 개미같이 붙드니
오늘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물론 안전이 제일 먼저니까.
이제 신불산 정상도 코 앞. 문수산을 오르며
워밍업을 한 탓인지 오늘은 그렇게 힘들게 오른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작심삼일이 안되도록 산행의 생활의 우선순위에 두어야겠다.
산에 오르면 이렇게 좋은 것을..
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영알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 눈이 꽁꽁 얼어버린 어느 날
이 길로 올랐다가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기어서 올라간 적도 있었지.
가지와 가지가 얼어붙고, 나무와 나무가 얼어붙어
완전 터널을 만들어 버렸던 모습이 떠오른다.
영남알프스가 이제 산꾼들에게서 지자체로 넘어간 상태.
영알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파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신불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놓는 것도 멀잖은 것 같다. 제발 지자체는 영남알프스를
당장의 눈 앞의 이익과 탁상공론으로 접근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환경보전 차원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산에 말뚝 하나 박는 것, 안내판 하나 설치하는 것도 심사숙고 하고
안내판 하나 세우더라도 제대로 세워주기 바란다. 이뿐 아니지만..
여기도 번지수 틀린 안내판이 불쌍하게 서 있다.
말 나온 김에..
케룬 흉내낸다고 싼 돌탑은 얼마 들었을까?
그리고.. 정상에 서 있는 저 정상석 세우는데 얼마 들었을까?
꼭 필요하면 모르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비싼 돈 낭비해 가며
산을 오염시킬 필요없는 것 아닌가! 울주군은 '세계 알프스 산악관광 도시협의회'라는
것을 만들고 알프스를 공동 브랜드로 한다고 하지만 산악선진국의 좋은 모습들을
배워서 적용할 수는 없을까! 어느 나라 알프스 정상에 이렇게 키보다 큰
매끈하게 인위적으로 깎아 세운 정상석이 있고 인공적인 케룬이 있던가?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영남알프스 산꼭대기마다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의 정상석..
전혀 산봉우리와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다. 자연은 그대로 보존하던지
손을 대더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가당찮게도, 이제는
저 곳에 케이블-카 설치하겠다고 한다.
신불산 정상 데크에는 오늘도 텐트 한 동이..
영축산 방향, 신불산 방향
간월재, 간월산.. 사통팔달
간월산 오르기 전 우측으로 내려서면 간월공룡,
간월산에서 왼쪽 능선으로 가면 간월 서릉,
북쪽으로 직진하면 낙동정맥.. 배내봉 능동산 거쳐 가지산 가는 길
올 가을에도 호호백발 억새꽃으로 물들이기 위해
겨울동안 뿌리는 더 깊이 내렸겠지.
간월재,
이제는 자연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기야 여기서 팡팡 터지는 고출력 앰프에 대형 스피커 설치해 놓고
수 백명 모아 음악회까지 여는 공연장이 되어 버렸으니..
산속 대형 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은 그 아무리 유명한
연주가의 연주라 해도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산새의 지저귐보다 아름다울듯 싶은가!
간월재 휴게소, 컵라면과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자연은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 잘 쓰다 돌려 주어야 하는 것.
간월산 오르다 만난 풍경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눈쌓인 임도가 정겹다.
간월재로 오르는 자동차를 통제한 것은 그나마 잘 한 일인데
그것과 비교도 안될 케이블카를 놓는다니..
말도 안된다.
간월산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간월재, 신불산 북사면..
눈으로 분 바른듯한 모습이 더 아름답다.
간월산은 저 위..
돌로 만든 타임머신이라는 간월산 규화목
지금은 이 인근이 억새밭이 되었지만 일제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울창한 숲이었다지.. 물론 규화목은 훨씬 그 이전의 일이지만..
규화목이란?
나무가 땅 속에 묻혀 있는 동안에 물에 녹아 있던 광물질이
나무줄기 속으로 스며들어서 만들어진 화석. 나무의 세포를 이루는 성분은
녹아서 없어지고 물에 녹은 광물질이 나무를 이루고 있는 세포 하나 하나에까지
스며들어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에 나무의 나이테, 껍질 무늬 등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성분은 모두 광물 성분으로 바뀌게 되어 나무 모양을 한 돌덩어리가 된 것.
이렇게 단단한 광물질로 구성 물질이 바뀐 나무 화석을 규화목이라 하는데
규화목에는 나무가 살아 있던 당시의 조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나무의 세포 구조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간월공룡능선으로 내려 가려 했는데..
길도 위험하고 로프 잡기도 겁나(?) 그냥 임도로 내려 가기로 결정.
참 오늘 약한 모습 많이 보인다 싶다. 자신에게..
간월산 동쪽 사면도 참 가파르고 거칠다.
간월산 가는 길, 조금만 더 오르면 간월산
어디.. 차마고도인가 착각할 정도로 멋진 모습.
마치 하늘로 오르는 길 같은 느낌..
간월재 샘은 겨울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참샘인데..
어찌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임도로 하산하면서 보는 간월공룡능선
공룡능선을 탔더라면 임도로 하산하는 산객들을 봤겠지만
임도로 가면서 공룡능선을 바라보니 과연 멋있다.
갈림길, 임도를 버리고 간월산장 방향으로..
정말 이 길을 오랜만에 걷는구나 했는데
이전에는 없던 다리가 보인다. 생각이 현실로 증명되는 순간.
산은 그대로이고 싶은데 사람들이 산을 그냥 두지않는 것 같다.
이제 영알에 대해서 말을 좀 줄여야겠다 싶다.
악순환.. 관광단지라고 만들었는데 손님들이 없어
문 닫은 집들이 늘어나다 보니 활성화시켜야겠다고 또 더 크게 확장을 하는데
이러다가 더 크게 망하는 것 아닌지.. 장사가 안되면 애꿎게 산만 더 망가지겠지.
자연을 훼파하면 필연적으로 환경문제가 생길텐데 그 때 그 책임은 누가 질건가?
환경은 지자체나 담당공무원이라고 함부로 훼손할 권리가 없다.
환경을 파괴한 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억리에서 뒤돌아 본 간월재 방향.
오랜만에 등억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공룡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간월재, 간월산 중간까지 올랐다가 임도로 하산했다.
간월공룡능선을 타 보려 했으나 눈으로 길도 험하고 가는 사람도 없어
임도로 내려섰는데 임도가 계속 눈길로 이어져 정겨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남알프스는 산꾼들의 산이었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주도를 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자체도 많은 사람들을
찾아 오게 하려다 보니 산악을 개발하려 들겠지만, 제발 눈 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주었으면 좋겠다. 전시적인 행정, 탁상행정보다는
영남알프스라는 귀한 자연 환경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훼파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위해 좀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
영남알프스에 들 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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