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2015. 3. 2. 10:30시,좋은글/詩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0) 2015.04.18
낙화 / 조지훈  (0) 2015.04.02
사라진 산 너머  (0) 2015.02.23
반달 / 이성선  (0) 2015.02.10
새해 / 구상  (0)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