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2. 14:46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19차 (22구간 : 도래기재에서 화방재까지)
○ 산행일자 : 2007. 4. 13(토) 05:00 ~ 14:05 (9시간 5분)
○ 산행날씨 : 짙은 안개 후 맑음
○ 참석인원 : 22명 (백두대간 회원 20명, 게스트 2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4.3㎞ (이탈구간 3.5km 미포함) 누적거리 : 432.3km
○ 산행코스 : 도래기재-구룡산-신선봉-깃대배기봉-부소봉-태백산-사길령/매표소 갈림길-화방재
○ 소 재 지 : 경북 봉화군 춘양면, 소천면, 석포면 / 강원 영월군 상동읍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4/13 00:00 신복로타리
04:20~04:50 도래기재 도착, 식사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00 도래기재 출발
06:05 임도(도래기재 4km)
06:47~54 구룡산(1,345.7m)
07:35 곰넘이재(참새골 입구)
08:17 신선봉(m)
09:10~35 차돌베기(1,236m) / 식사
10:46~50 깃대배기봉
11:49 부소봉(부쇠봉/1,546.5m)
12:12~27 태백산 장군봉(1,567m)
13:13 사길치/유일사 갈림길
14:05 화방재
③ 복귀
15:00 도래기재 출발
20:40 울산 도착
2. 산행기록
* * * * * * *
이동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산세도 험해지니
힘이 든다. 과연 대간길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낮에 와도 찾기 쉽지 않을 길을 한 밤을 밝히며 달려
경북과 강원도에 걸쳐있는 이번 구간의 들머리 도래기재에
도착한 시간은 4시 20분. 우리를 맞는 것은 고요, 적막감.
이번 구간은 도래기재에서 화방재 구간으로
지리산에서 출발하여 줄곧 함께 하였던 경상도를 벗어나
강원도에 입성하는 구간이고, 또 태백산을 지나는 구간이다.
도상거리 약 26km로 10시간 정도 예상하지만
국립공원 폐쇄구간과는 달리 시비거는 사람이 없어 좋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은 산의 규모가 크지않고
등산로가 단순하여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지만,
백두대간길에서 만나는 태백산은
구룡산을 넘어 신선봉 부소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태백산 산행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삼백(소백산, 태백산, 함백산)이라 하여 신성시 하던
이 지역도 근래 주변에 국가시설물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그 신성함도 이름도 퇴색되고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05:00 산행시작, 도래기재/724m)
지금까지는 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이른 아침을 먹고
들머리로 이동했지만 이제부터는 시간도 줄일겸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하여 들머리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한여름 같던 어제 날씨로 산행채비에 고심을 했는데
도래기재는 그 새 기온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손이 곧아
젓가락질이 잘 안될 정도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듯 먹고는 오늘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산행채비를 한다.
오늘은 여태 맨 앞에서 길을 트던 사무장이 집안 일로
참석을 못한 바람에 김회장이 선두대장을 맡았다.
(칠흙같은 새벽에도 대간길을 이어간다.)
나무계단을 올라 첫번째 나타난 임도에 이르니 길이 편하다.
임도 가로질러 오르는 능선길. 금강 소나무가 있는 나무 계단을 오른다.
(구룡산 오름길, 벌써 햇귀가 돈다.)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린 후 헬기장 지나
디시 내려서니 팔각정 쉼터가 있는 두번째 임도가 나타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세가 범상치않은데 안개가 심하여 조망은 별로다.
싸늘한 새벽기운이 상쾌하여 산행하기는 좋은 날씨다.
임도를 건너 절개지 계단을 올라서니 하늘금 너머로 햇귀가 돈다.
카메라를 내어 사진을 찍으려는데 울창한 잡목가지가 앞을 가로 가린다.
할 수 없이 절개지 끝부분까지 내려가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일행의 꼬리는 벌써 가파른 산 꼭대기를 올라서고 있다.
(안개 사이로 비친 햇살이 눈부시다)
(구룡산/1,346m 1시간 47분만에 구룡산에 올랐다)
(구룡산 정상에서, 태백산 정상에서는 단체사진을 기약할 수 없기에...)
(갑자기 구름을 가라앉히더니... 감사하게도 선물을 주었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조망되고 첩첩산중 풍광이 인상적인
구룡산 정상이라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짙은 안개로 조망이 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갑자기 구름이 가라앉는 것 같더니 맞은편 앞쪽에 봉우리 하나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방향으로 봐서는 태백산은 아닌 것 같은데...
(반가운 '세월산방' 시그널, 마치 '세월산방' 산객을 만난듯 하다)
(나무들도 새 옷으로 갈아 입는다.)
(안개와 햇살이 힘겨루기를 하는듯...)
구룡산에서 방향을 동쪽으로 90도 꺾어 내려선 잡목숲길은
안개가 붉은 햇살을 머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도 어제 내린 비로 적갈색으로 변한데다
햇살이 비치니 투명하게까지 보인다.
연신 셧트를 눌러 보지만 생각만큼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40여분 안개와 햇살과 숨바꼭질하는듯 하는 잡목터널을 헤쳐 나가니
참새골 입구 이정표가 서 있는 곰넘이재다.
(곰넘이재(1,068m)라고도 하는 참새골 입구)
탈출로가 없는 이번 구간에서 유일한 탈출로가 이곳일 것 같긴 하지만,
곰넘이재에서 마을까지도 거리가 상당하여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도 재고해야 할 듯...
(잡목숲길에 내려앉은 안개와 햇살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곰넘이재에서부터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진 방화선
밋밋한 길을 오르니 대간꾼 2명이 쉬고 있는 헬기장이 나왔다.
오늘 처음 보는 산객이어서 더 반갑다.
(새벽안개가 걷힌 등로에는...)
(안개가 걷히면서 신선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두대간에서도 오지중의 오지인
구룡산에서 곰넘이재와 태백산에 이르는 일대는
멧돼지들이 많이 서식하고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용맹스런 호랑이들이 많이 살지 않았을까...?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헤쳐 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산죽, 무채색 공간에서 만나는 산죽은 활력소다)
이어지는 넓은 방화선이 끝나면서 희미해진 대간길은
산죽 밭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키를 넘는 산죽밭으로 안내하다
가파른 신선봉 오르막이 나타나면서 산죽 밭도 끝이 난다.
(신선봉 꼭대기에는 잘 손질된 묘가 1기 있다)
산죽밭을 지나 로프가 걸쳐진 급경사 비탈을 기다시피 오르니,
경주 손씨 수절묘가 산꼭대기에 있는 신선봉(1,288m)이다.
대간길을 가면서 의문 중의 하나가 이런 깊은 산 중에 있는 묘다.
명당을 찾는다고 여기까지 왔겠지만 어떻게 운구를 했으며
어떻게 묘를 돌볼까? 장묘문화도 많이 변화되고 있는데...
(신선봉을 내려서자 산죽이 키를 넘는다)
구름은 낮아졌으나 잡목에 가려 조망이 없는 신선봉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서니 산죽이 온 산을 덮고 있는데
햇빛을 받은 산죽 잎이 산들바람에 마치 파도같이 일렁인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후미에 있던 종균와 명호씨가 지나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숲길로 야트막한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다 다시 치고 오르니 차돌베기다.
(채 녹지않은 땅에도 생명은 움튼다.)
(일단, 점심을 먹고 다시 오늘 몫의 길을 마저 가야지.. 식사는 즐거운 것)
차돌베기(1,205m)
차돌박이의 사투리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좀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 차돌베기는 오늘 구간중 거의 중간지점이다.
이제 허기도 들고 남은 길을 마저 가기 위해 점심 상을 펼친다.
식사시간이 즐겁다. 우선은 먹는 즐거움에다 힘이 나니 좋고…
또 한편으론 이 때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1석 3조 아닌가?
(다른 꽃들은 움도 트지 못했는데 일찍나와 반겨주는 너는 누구니?)
차돌베기에서 남쪽능선을 타면 각화산인데 대간길은 북진한다.
양같이 순해진 길에 한층 가속도를 더한다.
사진을 한 장 찍고 나니 벌써 일행의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내달려 꼬리를 잡았지만 야생화 한 송이가
길섶에서 배시시 웃고 반기는 바람에 또 놓쳐 버렸다.
그래 이러다간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내 페이스로 가자.
(이런 그림도 부담없이 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깃대배기봉/1,351m)
1,174m봉에서 10여 분 진행하면 사거리 안부 좌측에
약수터가 있고 제법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니 깃대배기봉이다.
깃대배기봉(1,351m)
사진 찍느라 앞서 보낸 일행을 깃대배기봉에서 만났다.
카메라가 때로는 애물단지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느 때부터 산행에서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얼레지 군락지, 동토를 뚫고 살짝 고개를 내민 얼레지)
(갈참나무 숲 사이로 부소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작나무에도 대추나무에 연줄 걸리듯...)
평지 길로 내달리다 1461봉을 치고 오르면 부소봉 갈림길이다.
왼쪽 길은 태백산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부소봉을 오르는 길이다.
부소봉을 오르는데 주목이 보이기 시작하고
키 큰 나무 꼭대기에 햇살을 받은 빙화가 수정같이 빛난다.
바람이 스치는가 했는데 머리위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꽃비가 내릴 계절에 하늘에서 얼음 덩어리가 우두둑 떨어진다.
나무 밑에는 빙화 잔해들이 꽃잎처럼, 낙엽처럼 쌓여 있다.
(부소봉에 오르니 드디어 제대로 조망이 된다.)
(백두대간 부소봉(부쇠봉)/1,546.5m)
단군의 (셋째)아들 부소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부쇠봉이라 하지말고 부소봉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지않을까?
좀 더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드디어 조망다운 조망이 트인다.
박무가 있긴 하지만 경북 봉화 청옥산쪽 조망이 가히 일품이고
돌아서면 태백산 장군봉 천제단도 바로 눈 앞에 보인다.
태백산 정상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태백산을 코 앞에 둔 부소봉이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넘나들던 전라, 충청도와 계속 같이해 온 경상도 땅끝 봉화와도 작별하고
강원도 태백으로 넘어서는 지점. 드디어 강원도에 입성한 것이다.
(부소봉은 아직 잔설이 남아있다)
(부소봉을 내려서면서 바라본 태백산 장군봉, 후미가 벌써 태백산을 오르고 있다)
(너무 늦게 왔다.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 모습도 귀한 모습)
부소봉에서 조금만 되돌아 가면 좋은 길이 있는데
주목과 철 지난 빙화에 홀려 숲으로 들어 섰더니 진행하기가 힘들다.
우거진 잡목을 뚫고 길에 내려서서 뒤돌아 보니 수천 그루 주목들이
머리에 수정왕관을 쓰고 반짝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관이다!
(아직... 빙화가 산을 뒤덮고...)
여름 같은 4월 한 복판에서 이런 모습을 보다니…, 그것 만이 아니다.
앞을 보니 수백 년을 한결같이 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주목들…
(이 4월 한복판에도 만년설인냥 백설이 산을 뒤덮고 있다)
(태백산에 오르니 / 안축)
경기체가의 가사문학인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을 남긴
고려 말의 문신 근제 안축(安軸,1282~1348)이
1931년 태백산을 등정하고 남긴
登太白山 / 태백산에 오르니
直過長空入紫煙 허공에 곧추 올라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始知登了最高嶺 비로소 더 오를 곳 없는 산마루임을 알겠네.
一丸白日低頭上 둥그런 해는 머리 위에 나직하고
四面群山落眼前 사방 뭇 산봉우리들이 눈 아래 앉아 있네.
身逐飛雲疑駕鶴 나는 구름을 좇으니 학의 등에 올라탄 듯
路懸危嶝似梯天 돌층계 허공에 걸렸으니 하늘 오르는 사다리인가
雨餘萬壑奔流張 비 그친 골짜기마다 시냇물 내달리고
愁度榮回五十川 구비구비 오십 천에 수심을 띠우나니.
라고 노래하였고,
매월당 김시습은
망태백산(望太白山)이라는 시에서
"멀고 아득한 태백산을 서쪽에서 바라보니,
기암괴석이 구름사이에 솟아있네,
사람들은 신령님의 영험이라 말하는데
분명코 천지의 조화로세"
라고 노래하였다.
(太白山/1,566.7m, 정상표지석이 왜 이런 모습이어야만 하는지...)
크고 밝은 뫼인 태백산은 백두대간에서도 의미있는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고 한다.
정상에는 고산식물과 야생화, 주목 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태백산 일출 역시 장관으로 꼽히며, 망경사 입구에 있는 용정(龍井)은
남한 땅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샘물로 유명하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 천제단)
태백산 정상부에는 3개의 천제단(天際壇)이 있는데
정상의 천제단이 "천왕단(天王壇, 중요민속자료 228)"으로
매년 개천절에 제사하는 곳이고,
둘째는 천왕단 북쪽 300m지점에 위치한 장군단(將軍壇),
셋째는 천왕단 남쪽 300m지점에 위치한 하단(下壇)인데,
규모가 적고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어 그냥 하단이라 한다고 한다.
천제단 안에는 한배검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한배검은 단군을 의미하고, 한자로는 대황신(大皇神)이라고 한다.
(천제단 바람맞는 방향은 아직도 한 겨울이다)
(주목군락.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고고한 자태! 아! 주목 그대에게서 경외감을 느낀다.
(주목의 고고한 자태, 한겨울 눈꽃을 피웠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왜 아무 생각없이 유일사 매표소쪽으로 갔는지?)
(겨울철 눈썰매를 탈만 하다)
왜 이런 곳에 신작로를 내야 하는지?
길이 가팔라 눈이라도 오면 걸어서 내려간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
(길섶에서 반기는 이름 모를 꽃들)
(태백산 도립공원 유일사 매표소)
(둘러 가는 길, 앞에 보이는 능선이 대간길)
(어평재라고도 하는 화방재/935m)
(오늘도 종균씨는 이 많은 식솔들 아침부터 오뎅탕까지 챙겨 먹이느라...)
(구름 한점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그 파란하늘을 덮어 버렸다)
(태양도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도...)
또 한 구간을 끝냈지만 그만 유일사 매표소로 내려오는 바람에
다음 화방재~피재 구간 산행시 미답구간을 타야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다음 구간이 21.5km로 유일사 갈림길까지 다시 올랐다가
화방재까지 5km 이상을 더해도 27km 정도니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산행할 적에는 좀더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는
값진 교훈으로 받아 안아야 할 것 같다.
이번 구간도 사고없이
모두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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