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0차(23구간 : 화방재에서 피재까지)

2009. 7. 12. 14:49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20차 (23구간 : 화방재 ~ 피재)



○ 산행일자 : 2007. 5. 12(토) 05:05 ~ 12:15 (7시간 10분)
○ 산행날씨 : 출발시 흐림, 오전부터 계속 비
○ 참석인원 : 28명 (백두대간 회원 23명, 게스트 5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21.5㎞       누적거리 : 443.8km
○ 산행코스 : 화방재-만항재-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고랭지채소밭-매봉산-피재
○ 소 재 지 : 영월군 상동읍 / 정선군 고한읍 / 삼척시 화장면, 도계읍 / 태백시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5/11 23:00            신복 로타리 출발

5/12 04:30~04:55      화방재(935m) 도착 / 식사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05            산행시작

06:07            만항재(1330m)

07:00~05         함백산(1572.9m)

08:33            은대봉(1442.3m)

08:18~58         두문동재(1268m)

09:10~35         헬기장 / 식사

09:44            금대봉(1418.1m)

10:48            비단봉(1281m)

11:00            고랭지채소밭

11:37~42         매봉산(1303.1m)

11:59            낙동정맥 갈림길(m)

12:15            피재(920m)

③ 복귀

13:18            피재 출발

19:20            신복 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대간길에 들어선지 벌써 1년 8개월, 20차 무박산행길이다.
이제 1년 정도만 오르면 남한구간 끝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동강난 국토의 허리 남북을 잇는 철로도 반세기만에 연결이 된다는데
하루빨리 대간길도 열려 향로봉을 넘어 금강산, 마대산, 두류산을 거쳐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까지 막 달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반쪽 대간이 아닌 명실상부한 백두대간길을 이어 가고 싶다.

*   *   *   *   *   *   *

지난 구간 하산길부터 동해안을 따라 7호선 국도를 이용하게 되어
오늘부터는 신복로타리에서 23:00에 출발하는 바람에 많이 바빠졌다.
미치지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을까만 대간종주길은 더 그런 것 같다.
늦은 밤 비밀접선이라도 하듯 신복로타리에서 언제나 그렇게
반가운 동지들을 만난다.

태화로타리, 동천체육관, 시티병원, 구 까르푸, 모화에서
대원들을 거두어 싣고 산행들머리 강원도 태백 화방재를 향하여 달린다.
대간 길 잘 알고 운전 잘 하고, 마음씨 좋은 삼식이 기사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오지않는 잠 토막잠이라도 자보려고 몸부림을 쳐 본다.





(화방재 들머리, 지나간 흔적을 남기고 있는 위겸씨)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아침을 해 치우고는 산행채비를 한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확증이라도 하는듯
잔뜩 찌푸린 날씨는 빗방울을 떨어 뜨리기 시작한다.
비오는 새벽인데도 랜턴을 켜지 않고 산행을 할 정도가 되니
낮이 많이 길어진 것 같다.




(이렇게 순하게 누워있던 길이 금새 우뚝 서 버리는 바람에...)


도로 건너 지붕이 푸른집 2채 사이로 오르는데
입구 나무에서는 어서 오라는듯 대간 시그널이 반긴다.
짧은 시간 완만한 길이 키 큰 낙엽송 사이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곧추선 수리봉(1214봉)으로 오르는 비탈길이 보통 아니다.
아침을 먹자마자 출발한데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맞이한
가파른 오름길은 길섶에서 이름 모르는 야생화들까지 일어나
응원하지만 거칠어진 숨소리는 숨길 수 없다.




(이 이런 아침에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노랑무늬붓꽃)


길섶에는 벌써부터 얼레지와 노랑무늬붓꽃, 개별꽃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종류의 야생화들까지 상큼한 모습으로 반긴다.
나중에 시간내어 이쁘게 찍어주어야지




(국가시설물? 철망을 돌아 나가면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출발할 적에 비가 흩뿌려 우중산행 채비를 한 탓에
서늘한 날씨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오른 수리봉(1,214m).

수리봉에서 1238봉을 넘자 순해진 길은 산죽밭을 지나 국가시설물
철망 옆길로 이어지더니 작전도가 나타나고 곧 만항재에 이른다.




(만항재, 414번 지방도가 지나는 이 재의 높이는 자그마치 1330m)


만항재,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가장 높은 고개로
무려 1,330m나 되니 가지산 보다도 100여m나 높은 곳이지만
그렇게 고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방 좌측으로 중계탑과 철탑이 함백산보다 먼저 보이지만
대간길은 잠시 414번 도로를 따라가다 좌측으로 빠져
창옥봉(1238m)으로 이어간다.




(동의나물)





(함백산 오름길, 등로에는 로프가 쳐저있다)





(대한체육회 선수촌 태백분촌 갈색트랙이 발아래 나타났다.)


편안한 능선길을 내려서니 대한체육회선수촌 태백분촌과 함백산 안내도가
서있는 삼거리를 건너 숲 속으로 들어선 대간길은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인다.
너덜지대 돌계단과 로프를 쳐놓은 가파른 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저 아래로 태백분촌의 트랙이 보이며 조망이 트이는가 했는데
빗방울이 섞인 세찬 바람이 불어와 이내 한기를 느끼게 만든다.
정상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며 자켓을 꺼내 입었다.


함백산(咸白山 1,573m) 정상에서의 조망이 압권일 듯 한데
낮게 깔린 구름과 세찬 비바람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태백산과 청옥산과 두타산, 사방으로 꿈틀거리는 장대한 산줄기와
장쾌하게 흐르는 산줄기를 담고 싶은데 비바람이 더 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정상에서 더 머물 수 없었다.




(함백산 주목군락지)


정상을 내려서니 비바람도 이내 잠잠해졌다.
가야 할 방향 구름 속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금대봉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다가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하게 이어간다.




(함백산/1572.9m)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고봉인 함백산은
소백산, 태백산과 더불어 삼백산으로 예부터 유서깊은 산인데
정상의 송신탑을 비롯한 주변의 각종 건축물들과 지금도 무엇을 하는지
산을 깎아내고 있어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정상에서 급경사 빗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주목 군락지가 나타났다.
비록 세파의 흔적은 고스란히 안고 있지만 고고한 자태는 주목답다.
살아 천 년을 산다는 주목도 세월의 풍상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단지 인간은 자연을 거슬려 살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화되어가는 것이 다를 뿐…,




(주목의 풍모)





(군데 군데 쉼터를 만들어 놓아 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12)





(누가 무슨 권리로 산을 저리도 거칠게 허물고 있는가? 책임질 수 있는 짓일까?)





(14)





(15)





(16)





(개별꽃)





(18)





(19)





(20)





(21)





(22)





(23)





(24)





(이런 곳을 '천상의 화원(花園)'이라 하는가?)





(26)





(은대봉 / 1442.3m)





(저아래가 두문동재, 앞쪽 봉우리가 금대봉이다)





(두문동재 내려서는 길에서 우측 1115봉 방향)





(아래로는 두문동재 턴널이 지나고 있겠지...)





(싸리재라고도 하는 두문동재, 38번 국도가 지나는 고도 1268m의 고개)





(감시초소, 금대봉 오르는 등산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헬기장에 서있는 이정표, 금대봉까지 0.5km)





(지금 작전지휘 하는 겁니까?)





(35)





(금대봉 / 1418.1m)


멀리서 보면 왕릉처럼 보이는 금대봉은
내리던 비가 정상에서 북쪽으로 떨어지면 한강으로 흘러들고,
남쪽으로 떨어지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두 강이 발원되는 봉우리다.
북쪽 계곡은 태백시 창죽동 안창죽인데 골짜기 상류에는 둘레가 20여 미터나 되는
"검룡소"라는 큰 물웅덩이가 있은데, 금대봉 자락의 제당굼샘, 고목나무샘, 물구녕의 석간수,
예터굼샘 등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검룡소에서 솟아나
520여 km에 이르는 (남)한강의 발원을 이룬다고 한다.

이어 물줄기는 정선을 거쳐 영월까지 아름다운 '동강'으로 굽이치며
흐르고 흘러 단양과 충주, 여주, 양평으로 그 흐름을 계속하면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베푸는 천혜의 젖줄인 것이다.

늘 푸른 이끼가 자라고 구불구불하게 골이 패인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는 검룡소는,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한강의 가장 먼 상류인 이곳까지 거슬러 올라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몸부림 친 곳이라는 신비스러운 전설을 품고 있다.




(시나브로도 금대봉 정상에서 한 번 찍히는 바람에 출석확인)





(생명이 가지 끝에서 봉기하는듯...)





(39)





(얼레지, 잘 생기고 이쁜 얼레지는 비 때문에 놓치고...)





(41)





(비단봉 정상 직전 전망대)





(오늘 비가 신록을 한껏 앞 당기겠지...)





(고랭지 채소밭, 청보리밭을 가운데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태백풍력발전타워, 날개 길이가 20m가 넘는다고 한다)





(백두대간 매봉산(천의봉), 1303.1m)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갑자기 구름이 몰려 오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피재방향으로 내려서다 다시 뒤돌아 본 모습)





(백두대간에서 낙남정맥이 갈래치는 지점, 1145봉)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래치는 곳.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15분 가량 피재로 향하여 내려서면
부산 건건산악회에서 세운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갈래치는 표지목이 나온다.
여기가 동해를 끼고 부산의 몰운대를 향해 1000리 길을 남진하는
'낙동정맥'이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51)





(제주도에서 이제사 도착한 듯한 화신-자생 유채)





(이래서 봄이 좋은 것 아닐까?)





(찔레꽃도 흔들리며, 젖으며 피는구나.)





(삼수령, 오늘같이 비가 오는날 비의 운명이 갈리는 곳)


낙동정맥을 보내고 왼쪽길로 이어가던 대간길은
10여분 후면 삼수령이라고도 하는 피재(920m)에 닿는다.
태백과 하강을 이어주는 35번 도로가 지나는 피재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한강, 낙동강, 오십천으로 나뉘는 곳이라 하여
'삼수령'(三水嶺)이라 부른다. 오늘 같은 시간에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도
한강과 오십천과 낙동강으로 나뉘어 흐르다가 바다에서나 만나겠지.

삼척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태백 '황지'로 넘어 들어왔다는 고개인 피재.
태백(太白)은 정감록에 '이상향'으로 지목될 만큼 첩첩산중의 고원에 자리잡아,
사실 내륙지방에서 백두대간을 넘지 않고서는 그곳을 갈 수가 없었다.

한편, 태백 시내에 있는 '황지'(黃池)는 "낙동강 1,300리의 첫여울"로서,
사시사철 가뭄이 들거나 장마가 져도 연못의 물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삼수정)





(오늘도 종균씨는 대원들을 챙겨먹이느라 아침부터 지금까지...)





(싱싱하고 건강한 숲, 사람이나 숲이나 건강해야 아름답지)





(백두대간 이정표중 압권)


많은 지자체들은 백두대간이나 정맥이 지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앞다투어 등로를 정비하고 이정표를 세우는 등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는다.
대간길에 크고 작은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곳 삼수령(피재)
이정표가 제일 확실하게 길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싶다.




(흔들리고 젖으면서 피는 꽃, 무슨 사연있어 이리도 붉을까?)





(오는 길 후포에 들려 "울산백두대간종주회를 위하여!")





(바다를 보는 사람, 바다와 사람을 보는 사람, 바다와 사람을 보는 사람을 보는 사람)



지난주 14시간을 걸으며 낙동 신고식을 톡톡히 한 터여서
이어지는 무박산행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일찍 끝나게 되어
어려운 시험을 잘 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처음 몸이 적응되기도 전에 만난 수리봉이 힘들었지만
21km가 넘는 길을 7시간만인 12시경에 내려왔으니...

오후 1시반도 되기 전에 삼수령을 출발하면서
모두 오늘 너무 일찍 끝난 것 아닌가 하며 걱정아닌 걱정을 한다.
오는 길 차안에서 모자를 들고 갹출아닌 갹출하여 모은 돈으로
후포에 들러 회를 먹고도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대간길 떠나고 처음으로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한 것 같다.

갈 수록 산이 높아지고 거리도 멀어지는데
종주대원 모두 몸 관리 잘하여 한 사람도 낙오없이
진부령, 향로봉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수고한 모든 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다음 구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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