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사라져 버렸다

2015. 8. 13. 00:14여백/살아가는이야기

 

 

 

분신과 같은 로그가 사라지나니..

 

 

 

인터넷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는 나름대로 목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소소한 일상사를 기록하여 일기처럼 훗날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펼치며 추억을 되살려 보고자 함도 있을 것이고, 적극적인 블로거는 자신을 PR하고 뽐내며 블친을 많이 맺고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취향에 따라 비밀 일기장처럼 비공개로 운영하거나 관계를 친구들하고만 한정하기도 하고, 완전 공개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전자에 가깝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금 범위를 넓혔다. 산행기를 올리면서 산행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싶어서 공개를 하기로 했고, 이후 여행을 비롯하여 체험하면서 나누고 싶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정부분은 공개를 하고 있다.

 

이제는 블로그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고 때로는 분신같이 느껴진다. 글을 올릴 때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생각만큼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움도 따르고 나름대로는 애환도 많다. 좋은 소재가 있어도 다듬을 시간이 없어 포스팅하지 못하고 창고에 초안만 잡아둔 글도 많고,  댓글이 달려도 제때 답글을 달지 못하고 성의없이 며칠이 지나서야 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블친들 방에도 자주 들려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찾아주고 격려해 주는 블친들이 있어 힘이 되고, 비공개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힘 빠지는 일이 또 생겼다.

 

초창기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사이버 공간에서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통째로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드림위즈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폐지하는 바람에 개인 블로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드림위즈에 있는 원본을 복사하거나 링크한 다음 블로그 내용들이 다 깨어져 버렸다. 이전 자료들은 거의 배꼽만 보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조그만 영토를 확보하고 집을 지었지만, 그것은 사상누각같이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았고 소유권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밤새워 코딩하고 정성들여 지었던 홈페이지는 어느 날 호스팅회사가 느닷없이 문을 닫는 바람에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망연자실 했지만 그 당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 속으로 분을 삭여야 했다. 지금에 비하면 사라진 자료의 분량이 적었지만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자료이기에 더 안타깝다. 

 

다시 홈페이지를 제작할까 어쩔까 하고 있는데..


2003년부터 한미르와 드림위즈, 네이버 등 포털에서 개인 블로그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 터를 잡을까 하다 집을 지은 곳이 드림위즈다. 드림위즈는 ‘한글과 컴퓨터’를 설립한 당시 유명세가 대단했던 이찬진 씨가 설립한 포털로 설립자의 지명도도 한몫했고, 사진 올리기 좋은 곳이어서 택했던 것이다. 2003년부터 2008년 말까지 약 7년 가까이 드림위즈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블친들과 교류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 즈음 드림위즈는 더 발전하지 않는데 네이버와 다음이 기능을 대폭 강화하며 대세가 되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터를 보니 사진 올리기는 다음이 나은 것 같았다.

 

2008. 11. 26일. 다음에 터를 잡고 그동안 운영하던 드림위즈 블로그에 있는 내용들을 이사시켰다. 이사를 제대로 할려면 다음에서 내용을 다시 작성해야 하지만 재작성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이사는 내용을 HTML로 복사해서 카피하거나 링크 거는 정도였지만 7년 가까이 운영한 터여서 그 마저도 벅찬 일. 드림위즈 블로그는 옛 자료를 불러 올 수 있는 창고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현재의 다음에 있는 블로그만 운영했는데.. 아뿔싸! 그 창고가 없어진다니 이런 낭패가 또 있는가!

 

2015. 5. 2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백업신청을 하라고 했다. 이전 홈페이지와는 달리 이번엔 자료 백업 신청을 하면 자료를 백업해 주겠다고 한다.  한참 지난 후에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자료 백업 요청 메일을 보냈더니 7월 말 백업자료를 메일로 보내 주었다. 압축을 푸니 폴더가 무려 1607개.. 폴더에는 북알프스 산행기 자료를 비롯하여 하드에 보관하다 사라진 귀중한 자료들도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그러나 백업자료를 받았다고 깨진 링크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냥 중요한 원시자료를 잃지 않았다는 것 뿐, 원본을 HTML으로 복사 해온 내용과 링크되어 있다 깨어진 자료 복구와는 별개의 문제다. 자료를 복구하려면 깨진 부분에 백업받은 자료로 대체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승정원일기 번역작업만큼이나 엄청난 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불행중 다행, 선견지명이랄까(?) 7년 전에 드림위즈에서 다음으로 포털을 옮겨서 블로그를 운영한 덕분에 피해가 적은 것이 그마나 다행이라 해야겠다. 얼마 전까지도 드림위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블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들의 낭패당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음 포털에서도 지난번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웹 컨텐츠는 사라지기 마련인데 다음 블로그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 없다. 다음 블로그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까? 솔직히 답이 없다. 이런 상황을 생각도 하기 싫다. 힘 빠지는 일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심정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해야할까? 솔직히 아직도 의욕상실 상태다. 지난 번 스페인 갔다 온 이야기도 풀어 놓아야 하는데.. 이야기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아직까지 글을 쓸 맘이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텍스트만으로 작성할 수도 없고, 글 하나에 100장 넘게 들어간 산행기나 여행기는 이런 상황에서는 부담이 크다. 포털에서는 하루 빨리 원본이 파일 형태로 복사되는 기능도 제공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 글도 언제 날아갈지 모르니 말이다. 이 글의 주인이 나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자료 보관과 관리에 대해서는, 살펴본 것과 같이 사이버 상에 올리는 컨텐츠의 유지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 컨텐츠의 권리행사를 저작자가 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리고 이와는 조금 상반된 이야기일 수 도 있는 인터넷에서 장례를 치르는 인터넷 장례사가 등장하듯 ‘사이버 상에서 잊혀질 권리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것 같다. 다음으로는 포털이나 호스팅을 막론하고 개인 카페나 블로그, 홈페이지 운영자의 사후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문제다. 죽기 전에 개인의 흔적도 말끔히 지우고 가야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