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2015. 9. 30. 00:59여백/살아가는이야기

 

 

 

 

 

 

 

 

 

 

 

 

서울에서 공연 중이라는데 울산에도 한 번 왔으면..

이뤄질 수 없는 원을 하며 침만 삼키고 있는데 이런 기쁜 소식이..

친구한테서 표가 2장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 이 것 저 것 따져 보지도 않고

가겠다고 답을 해놓고 보니 때가 추석명절 직전이라 오고 가는 길이 문제.

다행히 올라가는 교통편은 해결했는데 내려오는 차편은 모두 동이나 버린 것.

그래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역시, 뜻이 있으면 길은 열리는 법..

마침 자정에 울산 가는 심야버스표 1장을 구할 수 있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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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스페인의 어느 지하감옥,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

신성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이는 내용.

세르반테스의 실제 삶이 녹아있는 웃음과 풍자의 미학,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돈키호테라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난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 생각하고 달려들고, 성으로 생각하고 들어간 여관에서 하녀 알돈자에게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드디어 성주로 믿은 여관주인에게서

기사작위를 수여 받고 세수대야를 황금투구라 하는 등 기상천외한 행동을 한다.

알돈자 역시 돈키호테를 미친 노인이라고 무시하지만, 그의 진심에 감동받아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돈키호테 덕분에

알돈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억센 노새끌이꾼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다음 날, 처참한 모습의 알돈자를 발견한 돈키호테는 여전히 그녀를 아름다운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지만, 절망한 알돈자는 자신이 숙녀도 아니며 더럽고 천한

거리의 여자일 뿐이라고 울부짖는다. 돈키호테는 알돈자의 행동에 충격을 받는다.

그런 돈키호테 앞에 이번에는 거울의 기사들이 나타나 결투를 신청한다.

거울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본 알론조는 자신이 기사 돈키호테가 아니라

그저 초라한 한 노인임을 깨닫고 쓰러져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신부는 유언을 받아 적는다.

알돈자가 찾아오면서 극은 마무리로 향해 빠르게 진행된다.

알론조가 돈키호테의 일을 기억해 내지 못하자 알돈조는 돈키호테가 불렀던

노래를 부른다. 알돈자의 노래에 듣고 돈키호테의 일을 기억한 알론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산초, 알돈자와 함께 자신은 돈키호테라고 노래를 부르다 죽는다.

신부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알돈자는 돈키호테는 아직 죽지 않았고

자신은 알돈자가 아니라 둘시네아라고 말한다.

극이 끝나고

종교재판이 시작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르반테스는 종교재판을 받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고

그동안 지하감옥에 있던 사람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을 합창한다.

아무리 이해타산에 밝은 냉철한 현실주의자라고 해도 돈키호테가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을 듣고 감동하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

길은 험하고 험해도 /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 힘껏 팔을 뻗으리라...'

 

감동적인 공연.. 막이 내리자마자 커턴콜도 보지 못하고 곧장 빠져나와

전철을 갈아타고 내달려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15분 전 잠시 숨을 고르고

자정 심야버스를 탔다. 이상을 꿈꾸면서도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린 나에게 돈키호테는

새로운 용기를 주며 일깨워 준다. 그 돈키호테를 만나러 스페인의 라만차 지방도 가보고,

이번에는 친구 덕분에 "맨 오브 라만차"까지 볼 수 있게 되어

돈키호테가 더욱 가까워진 느낌, 이 일을 어쩌지..





The Impossible Dream
Luther Vand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