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2. 01:49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가야산 만물상, 소리길 트래킹
(꼭꼭 숨겨 두었던 비경, 암릉과 단풍의 어우러짐)
○ 2015. 10. 3 날씨 : 맑음, 구름 조금
○ 백운동~만물상~서성재~칠불봉~상왕봉~해인사~해인사 소리길 트래킹
○ 산행참석 : 21명 (타산방 합동)
만물상능선 들머리 / 백운탐방지원센터
된비알을 한참 치고 오르니 전망이 훤히 트인다.
기암괴석이 더러는 드러눕고,
더러는 비딱비딱, 더러는 삐죽삐죽..
그래서 이름도 만물상 구간
후회없이..
몇 날 남지않은 이별을 앞둔 연인들이 마지막 정념을 불사르려는듯..
저 붉게타는 모습으 보는 내가 심장을 데일 것만 같다.
뒤돌아 본 만물상 구간
고도를 높일수록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이 반긴다.
단풍은 자신을 비우기 위해 마지막으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한 것은 가장 처절한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듯
고운 단풍의 모습에서 肅然함마저 느껴진다.
정상부 모습, 상왕봉과 칠불봉, 그 아래로 타는듯 울긋불긋한 가을산 情景
성천대장과 同行하면 내 모습도 자주 담긴다. 同病相憐?
만물상 오름길에서 전면 우측으로 보이는 암릉은
동장대-재골봉-칠불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2026년까지 폐쇄구간이다.
저 암릉구간을 한 번 걸을 수 있으려나..
가야산 아름다운 모습을 열심히 담았는데.. 메모리 에러도 몇 장 건지지 못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놓친 것도 그렇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 잡고 섰던 산우들의 모습까지
날아가 버려 미안하다. 아무리 소모품이라고 하지만 메모리 에러는 속상하다.
꼭.. 숲속에서 새들의 지저귐 같기도 하고,
마치 情念을 나누는 모습 같기도 하다.
빨갛게 물들어 가는 아기단풍의 모습..
밤하늘에도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별이 있어 밤이 아름답고,
아기단풍이 별처럼 반짝이는 가을산도 아름답다.
가을.. 가을이다.
가을이 깊어 가니 구절초도 힘에 겨운가 보다.
구절초 못지않게 가을이 겨운 사람들에게
릴케의 '가을날'을 읽어 주고 싶어진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것입니다
바람에 불어 나뭇잎 날릴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 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온 산에 철계단과 목책이 유행처럼 설치되고 있다.
편리와 안전을 내세우지만 필요 이상으로 철계단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환경과 자연보호에 앞서가는 선진국들의 산들은 이렇지 않다.
가야산 정상부,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겨울 채비에 들어가고,
고까옷을 입고 반겨주는 이쁜 녀석들..
가야산 정상에서..
그런데.. 정상석은? 가야산 우두봉이냐 상왕봉이냐?
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우두봉으로 부르게 되었는지?
양지바른 곳에 핀 구절초
한 모퉁이를 밝혀준 너희들이 있어 지구별은
더 빛나고 아름다웠다.
해인사를 지나..
소리길.. 옥류동천을 끼고 숲길을 걷는 것도 운치있다.
산행지도 / 청색선은 걸은 길
가고 싶었던 가야산 만물상 산길도 걸어보고
옥류동천을 따라 소리길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산행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승용차를 이용하기 어려워
타산방과 합동으로 진행된 것 같으나, 산행에도 산행예절이 있고,
오고 가는 차편에서의 최소한의 예절은 지켜져야 한다.
산행을 잘 하였지만 뒷맛은 그렇게 개운치가 못하다.
그기에다 카메라 메모리 에러까지.. 호사다마랄까.
그냥 지나가려다 성천님과 한길님의 사진을 빌리고,
에러난 메모리에서 건진 사진들로 끌쩍거려 본다.
어쨌든 기억에 남을 산행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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