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구봉산, 올망졸망한 아홉개의 봉우리

2015. 11. 10. 02:36山情無限/산행기(일반)

 

 

진안 구봉산, 올망졸망한 아홉 바위 봉우리..
(아름다운 산은 망가지고, 구름다리가 더 유명해졌다.)


○ 2015. 10. 29 (토)  /  날씨 : 흐림
○ 주차장-안부-1봉~8봉-돈내미재-9봉-바랑재-바랑골 (원점회귀)

○ 악남악녀산악회 30명 



 

이번에는 전북 진안군에 있는 구봉산이다.
다들 지난 8월에 설치한 구름다리를 보러 간다지만, 
나는 구름다리 보다는 설악산 용아장성을 연상케 하는 줄지어선 8개의
올망졸망한 암봉이 단풍과 어우러졌을 모습을 기대하면서, 또 누가 아랴!
 때가 잘 맞으면 용담호에서 피어 오른 운해라도 만날 수 있을지..
시간이 날동말동하여 가까운 영남알프스 가을 억새를 보러 갈까하며
견주다 꼬리를 잡았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은 겨울이 제격이지만
 이 가을에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나섰다.
 
 운장산의 한줄기에 속해있는 구봉산은 진안군 주천면 운봉리와
정천면 갈용리의 경계에 있다. 9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구봉산은 주봉이 
1,002m의 장군봉이다. 일급 조망처인 장군봉에서 호남의 유명한 산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서쪽으로는 복두봉(1,007m)과 운장산(1,126m)이 한 눈에 들어오고
쪽으로는 옥녀봉(738m)과 부귀산(806m) 만덕산(762m) 마이산(680m)이 조망되고,
북쪽으로는 명덕봉(863m)과 명도봉(846m)이 그리고 대둔산(870m)이 분명하게 조망되며
남동쪽으로는 덕유산과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조망된다. 8개의 암봉 모습이
막 피어오르는 연꽃의 형상같다 하여 일명 '연꽃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올망졸망 줄지어 선 산세가 아름답고 주변 조망이 일품인 구봉산!
올 가을 마지막 산행이 될 것 같다.

 

 

 

 

구봉산 정상까지 2.8km를 가르키고 있는 이정표

 

앞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구봉산 주봉인 장군봉(1002m) 

정상까지 2.8km밖에 안되는 거리지만 구봉산은 거리에 비해

오르기가 만만찮은 산이다.

 

 

 

 

1봉과 2봉이 목을 나 여기 있다는듯 목을 쑥 내밀었다.

 

 

 

 

 

 

 

 

등로는 잠깐 워밍업만 하게 하고는 

이내 가파른 길로 이어지더니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능선에 붙었다.

 

 

 

 

능선에 올라 조금 더 치고 오르니

4봉과 5봉 사이에 걸쳐진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구봉산은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다운 산이고, 암봉을 오르내리는 것이 적당히

거칠어 매력있는 산인데..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산 다 버렸다.

다들 명물이 된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사진담기에 여념없는데..

이건 나만 갖는 감상일까?

 

 

 

 

 

 

 

 

 

1봉에 갔다가 돌아 나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3봉,

3봉에서 구름정이 있는 4봉을 담아 본다.

 

 

 

 

 

 

4봉과 5봉 사이에 걸쳐 있는 구봉산 구름다리(?)

올 8월3일에 준공했다는 이 다리는 길이가 무려 100m나 되어 청량산에 있는

다리보다 10m가 길어 우리나라 산악현수교 중에서는 가장 길다고 자랑인데..

이러다가 산에도 다리놓기 경쟁이 붙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장!

 

 

 

 

 

 산과 산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 산이 망가져서 그렇지 편하기야 편하지..

이전에는 저 밑에 까지 내려갔다가 5봉으로 올라 올 때 제법 악을 썼다.

산행이 힘들다고 편하게만 걸으려 한다면 높은 산에 들 필요 뭐 있을까?

 여기까지 찻길을 내든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더 편해지겠지.

그러나 그렇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지리산 단풍은 예년보다 1주일 정도 빨리 내려왔던데

이곳은 한창 물들어 가고 있다. 온 산에서 옷 갈아입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산에서 되새겨 보는 교훈이다.

 

 

 

 

 

 

구봉산은 구름다리뿐만 아니라 온 산이 철골계단으로

칠갑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 계단을 얼마나 더 설치하려는지

등로 곳곳에 스프레이로 표식을 해 놓았다. 

 

 

 

 

 

 

또, 7봉과 8봉 사이에 놓여있는 다리

구름다리에 비해 애교스럽다.

 

 

 

 

 

 

철없는 녀석들.. 곧 겨울이 올텐데..

지난주에는 지리산 써리봉에서도 봤는데 여기에도

산에서 꽃을 만나면 반가워야 할 텐데.. 애처로운 마음이 앞선다.

철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나, 철모르고 피는 꽃이나..

어찌 세상이 그렇게 같이 돌아 가는지..

 

 

 

 

 

구봉산은 기암괴석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솟아 올라 

그 모습이 수려한데다, 덕유산과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조망되는 훌륭한

조망대가 되고, 주변의 용담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펼치는 운해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산이다. 주변의 마이산과 운장산에 가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매력있는 산이다.

 

 

 

 

 

 

돈내미재(700m), 여기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구봉산 주봉인 장군봉(9봉)은 가파르게 고도를 300m나 높여야 한다.

여기서 왼쪽 천봉암쪽 골짜기로 내려서도 된다.

 

 

 

 

깔딱고개를 오르려는데 이쁘게 물든 단풍이 힘내라는듯..

여기서 정상까지는 300m를 치고 올라야 하는 곧추선 깔딱고개

등산은 인생과 흡사하다. 이성부 시인의 깔딱고개가 생각난다.

 

깔딱고개 / 이성부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팠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 서서 숨 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여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

 

 

 

 

 

 

제법 힘들게 올랐다.

돈내미재 고도가 700m 니 겨우 300m 고도를 올렸을 뿐인데

깔딱고개가 제법 힘들게 했다. 그렇지.., 구봉산은 호남에서 몇 안되는

1000 고지가 넘는 산인데..

 

 

 

 

 

 

( 구봉산 / 1,002m )

 

구봉산은 진안군 주천면 운봉리와 정천면 갈용리의 경계에 있는

1,002m의 암석산인 구봉산은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 산이름과 관련하여 조선 시대 이 지역과 관련이 있는

인물인 송익필의 호인 구봉(龜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대동여지도』에도 구봉(九峰)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아홉 개의 봉우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장군봉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봉우리의 모습이 막 피어오르는

연꽃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일명 ‘연꽃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상석에 왠 천왕봉? 장군봉 아닌가?

 

 

 

 

 

8개의 암봉이 손에 잡힐듯 잘 보이는 조망처

인근의 용담호가 운해를 피어 올리거나 지나던 운무가 산허리에

걸리기라도 하면 선경을 볼 수 있을듯한 포인트

 

 

 

 

 

학산님과 한 컷.. 조망 좋은 곳이라 섰는데..ㅎ

 

 

 

 

 

바랑재로 내려서는 능선 길에는 8개의 암봉이

손에 잡힐듯 잘 보이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능선에서 바랑골로 내려서는 곳의 이정표,

우리는 구봉산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섰다. 능선에서 직진하여

지댕이재에서 내려서도 원점회귀가 된다.

 

 

 

 

 

 

 

바랑골은 가을을 느끼며 걷기에 좋은 호젓한 바랑골

능선에서 내려설 때 잠깐 동안은 경사가 급했지만.. 내려올수록

완만해 지면서 호젓한 길을 이어간다.

 

 

 

 

가을 산을 가을 산답게 수놓고 있는 새비나무 열매(?)

 

 

 

 

 

바람골을 내려오다 실비단 폭포(?)도 만나고..

 

 

 

 

 

하산 길에 학산님과 고욤도 털고, 홍시도 따고..

어렸을 때 나보다 학산님이 더 개구쟁이였을듯..

 

 

 

 

 

 

 하산하여 뒤돌아 본 구봉산의 8암봉들..

산 속에서 보던 산과 산 밖에서 보는 산은

같은 산이지만 다른 산이다.

 

 

 

 

 

이래서 가을이 붉게 탄다고 할까

붉기를 내기라도 하는듯 붉은 칸나와 단풍나무

 

 

 

 

 

산행 뒤풀이는 소문난 50년 전통의 진안 제일순대집에서..

 

 

 

 

진안읍을 떠나려는데 노을이 진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이틀 전에 꽉찼던 달도 그 사이 표나게 기울었다.

 

 

 

 

( 산행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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