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수우도 야영

2017. 4. 11. 22:40山情無限/산행기(일반)



동백섬 수우도 야영


17. 3. 31 ~ 4. 1

참석 : 두꺼비 대장, 반백, 미라클, 학산, 태홧강, 나




군침 삼키기를 얼마나 했을까. 

동백섬 수우도 야영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이번에는 동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참석 댓글을 달았다. 격하게 반겨주는 과분한 답글들이 달린다.

반겨주는 마음이야 고맙지만 한 달 후의 일이라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너무 멀다. 그 때까지

별 일 안 생겨야 할 텐데.. 드뎠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잘 버텼다. 나는 무사히(?) 여기까지 왔는데

웬 날강도 같이.. 비 온다는 일기예보..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람. 빗나가기 일쑤인 일기예보가

이번에도 빗나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비가 오더라도 큰비가 아니기를 바라는 차선의 바람까지..

설레는 맘으로 박 배낭을 꺼내 메어 본다. 소싯적 소풍가기 전날 준비하던

기분이 이랬던가!  이렇게 좋은데.. 언제 메어봤지? 박 배낭 져 본 기억이 아득하다.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며 저택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해 주던 텐트는 이제

은퇴하고 싶어하는 눈치. 박 짐을 챙기는데 나의 분신 장비들이 말을 걸어 온다.

박 배낭을 지면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마음은 풍선같이 자유롭다. 아이러니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접선장소에 나가니 반기는 그리웠던 얼굴들!

   그런데, 일 벌인 좌장 총독님이 동행하지 못한다니..





10시에 출발하여 점심 때 맞춰 삼천포항에 도착,

해안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2시반 배를 타고 수우도에 상륙했다.

박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아! 얼마만의 박 짐인가! 

 

 

 


 막 피기 시작하는 벚꽃나무 밑을 지나 자갈밭으로..

비 예보도 있으니 자갈밭은 야영지로는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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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구축하고, 시간이 여유롭고 늘늘하다.

카메라와 수우도가 친구되어 논다.






물 빠진 바다, 방파제는 유락(遊樂)과 식도락의 즐거움까지 선사해 주었다.





바다로 향하는 길, 유람선 선착장으로 사용했었나 보다.






수륙진미로 대낮부터 시작된 만찬은 밤을 밝히며

동백섬 수우도의 동백마냥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우도의 깊은 밤 어둠이 짙다. 

텐트 너머로 보이는 등대불빛과 바다 건너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불빛이 아스라하다.





텐트를 요란하게 두드리던 비도 그치고,

밤새 북극성같이 뱃길을 안내하던 등대불이 꺼지며

새날이 밝아왔다.






아침이 되었으니 또 오늘의 아침을 먹어야 하고..






짐을 대충 챙겨 놓고 수우도 산행에 나섰다.

오는 길에 마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수낭을 챙겨 산에 드니,

동백섬답게 동백군락지가 펼쳐진다. 동백나무들은 저마다 누구 꽃이 붉은지

시합하면서 꽃을 피운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이렇게 붉을 수 있겠는가!

핏빛보다 붉은 얼굴로 멀리서 온 산객들을 맞아 주니 고맙다. 동백군락지를 지나니

이번에는 화사한 진달래가 얼굴을 붉히며 맞아준다.






은박산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어디 우리 모두 함께 들어간 사진 찍어줄 사람 없어요?

없다는 말조차도 없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요즘 같이 실감 난 적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붉고 아름다운 꽃도 십 일을 넘기기 어렵고,

영원할 것만 같은 권력이나 아름다움도 흥함이 있으면

쇠한다는 것, 만고의 진리다.





복사꽃 활짝 핀 호젓한 능선으로 금강봉 가는 길





해골바위까지 내려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해골바위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백두(암)봉이 웅장하다.





  동백꽃도 피기는 힘들었을 텐데..


.. 꽃이 /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 中, 최영미






밧줄을 타고 백두봉을 오른다.






문장 속 쉼표같은, 돌섬 매바위





오랜만의 산행이라 모든 것이 오랜만이다.

백만불 미소로 학산님은 전속 모델이었는데..





동백섬에서 떨어져도

품위를 잃지 않는 동백의 기품을 보았다.

갑자기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왔던 길로,

인생길은 한 방향이지만 우리는 도중에 수없이 되돌아간다.

그러나, 오늘이 어제가 아니듯 돌아가는 이 길도 어제의 그 길이 아니다.

되돌아가는 이 길의 방향도 종착점을 향하고 있는 것..





아버지가 그렇듯

등대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든든하다.





우물에 두레박을 퐁당 던져 퍼 올린 채로 벌컥 벌컥..

수우도에 와서 우물물로 갈증한 해소한 것이 아니라

소싯적 추억까지 건져간다. 좋은 선물이다!





동백은

질 때도 소리 없이 졌다. 필 때 소리 없이 피었듯..

저렇게 당당하기까지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기 싫어 아등바등하고, 지기 싫어 울부짖으면

  어떡하겠는가? 핀 동백은 다 져야 하는데..












수우도에서 나오는 길 선상에에서


한별이라고 했지.. 그래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라.

유난히도 쾌활한 꼬마 아가씨!





삼천포항, 간간히 뿌리던 비도 그치고 바다도 호수같이 잠잠하다.

이번엔 비가 우리를 피해서 내린 것 같다. 빗나가기를 바란 일기예보가 적중했지만

이렇게 비가 피해서 내리다니.. 자정 넘어 제법 굵은 빗방울이 텐트를 때렸는데 새벽에 그쳤다.

수우도에서 나올 때 내리던 비는 배에서 내릴 즈음 그쳤다가

삼천포를 빠져 나올 때부터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으니 말이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수우도 야영,

지천으로 핀 동백과 진달래가 반겨 준 아름다운 섬,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호젓한 산길이 때로는 들고양이 같이 거칠어지고,

 암릉에 걸린 밧줄을 타는 재미까지 주었던 아쉽다면 단지 짧았다는 것 뿐.

짧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매력적인 길.

그 길을 멋진 산꾼들과 함께 했으니 더 뭘 바라겠는가!

지쳤던 몸과 마음을 제대로 힐링 한 것 같아 감사하다.

준비하고, 오고 가는 길 운전하며 수고한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수우도 산행 코스(녹색이 걸은 길. 우리는 역방향으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