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8구간 : 발산재에서 배치고개까지)

2009. 7. 12. 17:26山情無限/낙남정맥(完)


 

 

낙남정맥 종주 (8구간 : 발산재에서 배치고개까지)






         ○ 일 시 : 2007. 9. 7 (금)     (흐렸다 맑음)
         ○ 참 석 : 홀로
         ○ 코 스 : 발산재-깃대봉-남성치-용암산-담티재-필두산-새터재-봉광산-신고개-배치고개
         ○ 지 역 :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 마산시 진전면 / 고성군 구만면, 개천면, 마암면
         ○ 거 리 : 14.7km (누계 : 126.5km)      ○ 소요시간 : 8시간 50분

         ○ 구간별 시간
                    05:50~08:37   이동 (울산~진동~발산재 / 승용차,택시)

                    08:40         들머리, 발산재 출발
                    09:48         깃대봉 (520.8m)
                    10:05         528봉 (깃대봉 표지석, 520.6m)
                    10:21         신동치 (묵은 임도길)
                    11:16         남성치 (1차선 포장도로)
                    12:08~45      용암산 (399.5m)
                    13:05         담티재 (1002 지방도)
                    13:45         필두산 (420m)
                    14:51~56      새터재 (210m, 2차선 포장도로)
                    16:00~10      신고개

                    17:15~30      배치고개 (180m, 1007 지방도)
                    17:30~18:45   이동 (배치고개~마암면사무소 / 도보)
                    19:00~19:10   이동 (마암면사무소~배둔리 / 승용차)
                    19:12~19:30   이동 (배둔리~진동 / 택시, 승용차 회수)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산에 들어도
각기 산행의 맛이 다르지만 낙남정맥길은 가능하면 조망이 좋은 날 하려한다.
물론 대간길이나 낙동길도 그렇게 하고싶지만 대간이나 낙동은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는데다 일행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홀로가는 낙남길은
상황에 맞춰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벼르다 오늘에야 낙남 8차에 나선다.
그동안 폭우도 내렸고, 주말마다 비가 내려 낙남길에 나서기가 그랬다.
조망이 좋은 날 낙남길에 들어 산줄기가 어떻게 강과 내를 가르고
어떻게 골을 품고 마을을 품고 들을 품고 있는가를 보고 싶다.
또 고개가 얼마나 높아 풍습과 문화가 다르고 언어까지
어떻게 달리하고 같이하는지도 새겨보고 싶다.




(8구간 들머리 발산재, 낙남정맥을 무자비하게 자른 2호선 국도가 지난다)

시간과 돈을 조금 아껴보려고 진전에다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들머리 발산재까지는 택시로 이동하려고 진전에 들렸는데
마을에 택시가 2대나 있건만 한 대는 연락도 안되고 한 대는 아직
식사전이라고 갈 수가 없다고 한다. 큰 길에 나와 지나가는 택시가
있나 기다려도 움직이는 택시는 눈을 딲고 봐도 없다.

할 수없이 다시 진동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발산재로 향했다.
이른 아침 집에서 나서 일찍 산에 들려던 계획은
여기서 교통편이 연결되지 않아 날아가 버렸다.




(10여분 오르자 나타난 장흥 고씨 선영, 너른 터에 묘가 20여 기가 넘는 것 같다)




(낙남길에 들면 일단 큰 절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

산에들면 산에 예를 갖추는 셈치고 큰 절을 하거나
고개숙여 인사하는 것이 만만찮은데 오늘 산행의 난적은 따로 있다.
아직 채 20분도 안 걸었는데 나뭇잎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바지를 타고내려
등산화 안에까지 찼다.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데 벌써 양말이 젖으면...
그런데 나뭇잎에 묻은 물방울들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등로에 꼭 얼굴 높이로 쳐놓은 거미줄이다.
벌써 열번도 더 얼굴에 뒤집어 썼건만 오늘 정말
만만찮을 것 같은 예감이...




(골을 타고 오르는 안개, 그래도 날씨는 좋을 것 같다.)




(춤추는 산너울들... 고성방면)




(남해 진동만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구름다리가 멋있는 적석산도 눈 앞에 나타나고...)




(조망좋은 바위에 올라 바라본 가야할 능선들... 고만고만하게 보이지만...)




(이제사 나타난 깃대봉 표지석)

이제나 저제나하며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던 깃대봉 표지석
그러나 뭔가 잘못된듯 하다. 지형도상의 깃대봉은 앞의 520.8봉인데
깃대봉 표지석이 서 있는 곳은 지형도 상의 제일 뒤에 나오는 528봉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표지석을 세운 것 같으나
정작 표지석에는 높이를 520.6m로 표기해 놓았는데 앞뒤가 맞지않다.
지형도가 잘못되었는지 표지석이 잘못되었는지 바로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다소곳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참취)




("산새들의 합창", 얼마나 멋있는 산꾼들인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신동치, 무성한 풀밭에 가로누운 나무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 선다)




(잔대)




(껄껄이풀)




(벌밭들 부근에 있는 삼각점, 함안 439)




(영지버섯이 지천이다. 기념으로 그 중 크고 잘 생긴 몇 송이를 땄다)




(17)




(긴산꼬리풀)




(마타리)




(남성치 직전에 만난 습지(?),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습지같다)




(남성치, 비좁은 콘크리트 길인데 여기에도 승합차가 올라와 있다)




(벌등골)




(철없는 철쭉)




(용암산 오르는 길을 막고 있는 딸기나무 숲)

가파르게 오르던 길이 좀 순해지는가 싶더니
간간이 보이던 딸기나무가 숲을 이루며 길을 막고 있다.
열매를 다뺏겨서인지 가시를 세워 벼르고 있는데
겨울이나 봄이면 몰라도 여름 산행채비로 도저히 통과할 엄두가 안난다.
에둘러 가려고 우측으로 들어서니 선답자가 지나갔는지 희미한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모두가 둘러 다니면 곧 길이 없어질텐데... 고성군에서도
낙남정맥길을 정비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들빼기)




(26)




(점심은 전망좋은 바위에서... )

용암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조망이 별로여서
정상 조금 지나 고성 화림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바위에서 점심을 먹는데...
산에 든 외로운 산객을 위로라도 하려는듯 능선을 타고 넘어온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주며 그동안 애쓰며 흘린 땀을 보상해 주려한다.
벌판은 황금빛으로 물들 준비를 하며 가을을 기다리는듯 한데
가는 여름이 안타까운 매미는 절규하듯 목청을 돋군다.




(등 뒤에서 산객을 위해 절규하듯 노래한 매미들...)




(궁궁이)




(담티재 직전에 있는 청심목장 꼴밭)




(담티재, 1002번 지방도가 지난다)




(향수같은 향을 풍기는 꽃향유)




(한 시대를 풍미했을 큰 나무들도 세월이 가면 흙으로 돌아가고...)




(단풍취)

어둑한 숲에서 단아하면서도 앙증맞게 피어있는 단풍취
숲의 깊은 정적을 즐기는 바람개비같이 환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녀석들은 그늘을 좋아하는지 우거진 숲의 그늘에 많이 피어있다.
이름은 물론 잎이 단풍잎을 닮아 붙여졌다고 한다.




(야산이지만 숲이 무성하다)




(길 찾기가 어려운 곳. 긴가민가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산발한 머리를 손보지도 못한채 응겁결에 산객을 맞는 붉은서나물)




(다행이다. 조망이 되는 곳으로 나와 보니 낙남줄기가 이어가는게 확인된다)




(내리막을 지나면 어김없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네 세상사같이...)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길은 장애물 경기장마냥 만만하지 않다.)

등로를 가로질러 누워있는 나무들의 시체는 장애물 경기장 같은데
마냥 장애물만 신경 쓸 수 없는 것은 얼굴을 노리고 있는 거미줄이다.
조심하려고 아래를 보다 고개를 들면 여지없이 거미줄에 걸린다.
어떤 거미줄은 벌써 많은 먹이감들이 걸려 더덕더덕 한데
그런 거미줄이 사정없이 얼굴에 걸리면 기분이 그렇다.
아래를 보지 않아도 될 평지길에서 앞을 살피며 걷는데도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났는지 거미줄이 느닷없이 얼굴에 감긴다.
그래서 선글래스 써 보지만 더워서 귀찮고,
스틱으로 훠이훠이하며 걸어보지만 별무신통찮다.

그러나 본의아니게 수도 없이 거미줄을 걷으며 왔으니
한편으로는 거미들한테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취미로 산에 들어
거미들이 일용할 양식을 위해 쳐 놓은 그물을 다 걷어내고 있으니...
이러고 보니 둘 다 피해자이긴한데... 그래도 내가 조금 나은 것 같다.
거미들은 피해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새터재, 오늘은 재를 몇개나 넘어야 하나?)




(새터재에서 봉광산 오르는 입구에 있는 水原白氏家墓地 入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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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갓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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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개, 찌부등하던 몸이 이제사 풀리는 것 같다)




(짚신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신고개에서 또 한고비를 넘기위해 휴식하며 재충전)




(때죽나무 군락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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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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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붉은서나물 밭을 지나면서)

북아메리카에서 귀화한 한해살이풀로
1969년 경기도 용인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데
다른 종류의 귀화 식물과는 달리 길가나 빈터에 자라지않고
강기슭이나 숲속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데
현재 급속도로 전국에 번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갓털이 마치 솜뭉치 같다고 해서 '솜풀',
또는 물기가 많으며 쑥갓과 비슷한 점이 많아 '물쑥갓'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는데 혼동을 막기위해 먼저 발표된
'붉은서나물'로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붉은서나물은 붉은빛이 도는 쇠서나물이라는 뜻.




(54)




(개망초도 고향이 북아메리카라지요.)




(배치고개, 오늘은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다.)

배치고개는 고성군 개천면과 마암면을 잇는 1007번 지방도로가
낙남정맥의 주 능선을 가로지르고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원래는 두시간 정도 더 가면 나오는 장밭고개까지 가려했는데
아침 6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섰지만, 들머리 발산재까지 접근하면서
진전에서 택시를 못잡고 1시간 이상을 허비한 바람에 벌써 17시가 넘었다.
늘 갖고 다녀 배낭에 들어 있을줄 알았던 헤드랜턴까지 없어
더 이상 진행하기가 무리일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신발과 바지가 진창이었는데...)

배치고개에서 100m쯤 내려 갔을까 우측 절개지에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폭포를 이루고 있다. 머리도 감고 땀을 씻어내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한지!
어제까지 계속 내린 비로 미끄럽기도 했지만 신발과 바지가 진창이 되어
어디서 씻을까 고심했는데 여기서 깨끗이 닦을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지나가는 차를 잡아도 태워주지 않을까?




(뒤돌아 보니 지나온 배치고개 위 하늘에서는...)

배치고개에서 물을 만난 바람에 등산화까지 깨끗하게 씻고
길을 터벅터벅 내려가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쌩쌩달린다.
배둔리 터미널까지는 10km나 되지만 가다가
버스나 택시를 만나면 타고 가기로 하고 그냥 걷자.
20여분 걸어 신리를 지나면서 뒤돌아 보니 조금전 내려선
배치고개위로 구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차를 만나면 타고 가려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또 머리위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수놓는 구름은...)




(걷기를 얼마나 잘 한 것인지... 길섶의 꽃들도 반긴다)







(한시간 넘게 걷다가 만난 풍경)

지나가는 차에 신세를 지고 휑하니 떠나왔거나
도중에 택시나 버스를 만나기라도 했다면 어찌 이런 모습을
만날 수 있었으랴! 발에 물집이 생길정도로 걸었기에
만난 아름다운 고성의 모습이 아닌가?

이것만이 아니다.
1시간 반 정도 걸으니 배둔,고성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길래
어느 길로 가는게 큰 길을 빨리 만날 수 있는지 길을 물으러
마암면사무소에 들렸더니 그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던
천사같은 아가씨(?, 결혼을 하셨다면 실례)를 만났다. 길을 물으러 갔는데
친절하게도 7시에 퇴근을 하는데 직접 배둔리 터미널까지 태워 주시겠단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맛있는 커피도 대접하면서...
덕분에 배둔리 터미날까지 쉽게 도착하여 진동으로 가서 승용차를 회수하고
내일 벌초를 위해 시골로 가는 길이 얼마나 즐겁고 기분좋았는지?
산행도 잘 한데다 고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마음으로 담고
또 진한 인정까지 가슴깊이 담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못내 아쉬운 것은 통성명도 하지 못한 것,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마암면사무소의 천사같은 아가씨 복 많이 받으시길...
낙남8차 행복한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까지
잘 되어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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