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배내고개에서 지산리까지 그 편안한 길을 걸으며

2017. 6. 12. 00:10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배내고개에서 지산리까지



일시 : 17. 6. 3. 홀로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지산리






영남알프스는 원점회귀 코스도 많고,

능선을 타고 걷는 종주코스도 많다. 인근에 이렇게 멋진 산군이

있다는 것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복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걸으려다

못 걸은 배내고개에서 지산리 코스를 걸어 보기로 했다. 걷고 싶은 길도 많지만

영남알프스를 제대로 느끼며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답고 멋진 길이다.

오늘은 마음 다 잡고 일찍부터 서둘러 배내골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신록의 풋풋한 내음이 풍기는 숲속 계단을 오른다.

숨이 가쁘다고 느껴질 즈음 하늘이 열리고 능선이 나타났다.

능선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얼굴을 스친다. 아! 상쾌하다.

오르막의 힘듦도 한 줄기 바람만으로 보상된다.

나머지는 모두 덤이다!





어째 당당함 보다는 열없어 보이는지..

영남알프스 고산 정상에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정상석들..

주변과 어울리는 정상석을 세울 수는 없었을까?





배내봉에서 갈 길을 조망해 본다.
멀리 간월산.. 그 너머 신불산도 보인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모습이다.





  벌써 산에든지 1시간 여, 바쁠 것도 없는데..

간월산이 잘 보이는 조망터 너럭바위에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어깨의 짐도, 마음의 짐도 조용히 내려놓고 조망을 즐긴다.

간월산 동쪽 사면.. 흐름이 급하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고,

산이 높을수록 골은 깊다.





달오름길에서 만나는 선짐이질등


천개의 달 중에서 하나를 맞추어 그 달을

물그릇에 담아 마셨다는 달오름길. 영남알프스의 본래 지명인

천화(穿火)는 '막힌 하늘을 불로 뚫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앞이 탁 트인

벼랑길에서는 사방 100리를 볼 수 있고, 온갖 사연을 간직한 골짜기를 만날 수 있다.

들어가는 사람은 보아도 나오는 사람은 못 보았다는 '저승골', 협곡을 건너뛰는

표범이 살던 '범골', 높이가 천길이나 되는 '천질바위'가 서있다.

등짐을 진 채로 쉰다는 '선짐이질등'은 하늘에 걸린 사다리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배내골 아낙들이 언양장을 오갈 때 넘었던 이 선짐재.

배내골 주민들은 "일흔 아홉 고개 선짐이 질등을 오르면 하늘이 노랗더라고 하던

해발 900m의 이 재를 '골병재'라 불렀다고 한다. 산짐승 울어대는 첫새벽,

호롱불을 든 배내골 아낙들이 올랐던 선짐이질등. 아낙들은 잿마루에 둘러 앉아

아침밥을 먹으면서 장관인 일출을 감상했다고 한다. 떠오르는 태양은

불등처럼 타올랐고, 산 아래 하천은 붉게 물들었다.

간월재로 떨어지는 해는 예로부터 헌양팔경(獻陽八景)의

하나로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간월산 정상 모습..

 영남알프스 어디가나 산꼭대기엔 키보다 큰 정상석이..





선짐이질등에서 만난 마산에서 오셨다는 분들..

영축산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했다. 영축산 조금 못 미쳐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지금 하산해야 백련에서 4시 10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실 수 있을 것 같다 했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영축산은 올라보고 가야지요" 한다.

 백련에서 5시 20분에 다음 차가 있기는 한데..





멀리 함박등과 채이등과 죽바우등이..







온통 인공물로 치장된 간월재 모습

석조 건축물 같았던 돌무더기가 지난번에 내린 비로 또 무너져 내렸다.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쌓을지? 그냥 저대도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원래 캐룬(cairn)은 산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용 돌무더기인데..





간월재에서 신불산 오르는 길






간월재에 나무 데크를 깔고, 양쪽 간월산과 신불산 등로에

시커먼 기름 범벅을 한 침목을 깐 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않을 정도로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침목에서는 시커먼 기름이 배어 나온다.

이곳을 지날 땐 기름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진동하여 코를 막고 오른다.

도심의 매연을 피해 자연 속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산에 들었는데..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황량한 신불산 정상

건축물 같은 돌무더기와 키보다 큰 정상석이

황량함을 덜어 주기보다 오히려 점령군 같아 보인다.

그래서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여기에다

 케이블카 상단 정류장을 설치하려고 했나?






정상에서의 조망.. 신불공룡능선과 영축산 방향






신불재.. 억새밭과 억새밭 사이로 난 등로






신불대피소

사정이야 있겠지만 신불대피소 주인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이전에는 대피소지기들이 샘 관리는 잘 했는데.. 가물어 수량이 줄기는 했지만

제대로 관리를 한다면 충분히 샘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으련만

샘터가 완전 폐허가 되어 버려 아쉽다.


이전 산꾼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말 그대로 대피소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상혼이 개입되면서부터 대피소 기능은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라면 먹으러 들릴 일 아니면 들리기도 멋쩍은데, 기상변화가 심한 곳이니

대피소 기능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억새, 가을을 준비하는 억새밭

지난 가을의 철지난 억새들과 새롭게 태어난 억새들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이

이전 정부와 새 정부의 각료들이 어색하게 동거하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신불평원, 신불산에서 영축산 사이에 펼쳐져 있는 평원

신불평원 억새밭 사잇길은 영남알프스에서 제일 운치있는 길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리지들..

설악가 부르며 오르던 리지들인데..





정겨운 길

봄비를 맞으며 걸어도 좋고,

호호백발한 억새가 바람결에 서걱일 때 걸어도 정말 좋은 길.

안개라도 적당히 끼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면 더욱 더

운치 있는 길





저리로 가면 에베로리지로 내려서고..






영축산(靈鷲山 1,081m)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취산이라고도 했고 축서산, 취서산이라고도 했는데

양산시 지명위원회에서 '독수리 취(鷲)' 字를 '축'으로 읽기로 하고 영축산으로 통일시켰다.

이전에 많던 정상석도 이것 하나로 통일되었다







영축산에서의 조망

지나 온 신불산까지 조망되고, 한피기로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산들까지..

 다음에는 한피기고개까지, 그 다음에는 오룡산까지..







조망의 즐거움. 산이 정말 아름답다.

산 밖에서 보는 산과 산 속에서 보는 산이 다르지만

다음엔 저 능선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취서산장 위에있는 샘터도 말라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산 속의 참샘도 마르는데 저수인들 별 수 있겠는가?

재앙이 닥칠 날도 멀잖은 것 같다.

확실한 인과응보다.








오랜만에 들린 취서산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모르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가면 당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취서산장지기는 지켜주었다.

이곳 전망은 천하일품이다. 풍류를 즐기며 막걸리 한 잔 들이키는 것도 멋있을 것 같다.

몹시 추웠던 어느 겨울 난로 가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던 기억이 새롭다.

어쨋든 믿음을 져버리지 않아서 고마울 뿐이다.





숲길이 정겹다. 좋다.

도심에서, 집에서도 하지 못한 심호흡을 해 본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숲길이 정말 좋다.

호젓한 숲길이 좋다. 이름모를 새들까지 노래한다.

솔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온갖 자연의 소리가 좋은데

요즘 산에는 소음공해가 심하다. 음악을 듣든 스포츠 중계를 듣든

자유지만 자연의 소리 들을 권리를 방해할 권리는 없다.






아메리카에서 이민 온 개망초가 자기 집 앞마당인냥 지천이다.

풀밭, 꽃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풀도 꽃을 피우면 꽃이지.

개망초까지 저러는데..






날머리가 낯설다 했는데 역시 내려서려고 했던 곳이 아니다.

한참을 걸어서 목적지였던 마을버스 종점으로 가니 막 버스가 떠났다.

오랜 시간 기다리느니 그냥 신평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마.. 오늘은 좀 더 걸으라고 하는 것 같다.

산길도 걷고, 도시의 골목길도 걷는다.





모내기를 하긴 했는데 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