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12구간 : 돌장고개에서 아래재까지)

2009. 7. 12. 17:32山情無限/낙남정맥(完)


 


낙남정맥 종주 (12구간 : 돌장고개에서 아래재까지)






         ○ 일 시 : 2008. 7.19 (토)    (폭염, 가끔 구름)
         ○ 참 석 : 홀로
         ○ 코 스 : 돌장고개-무선산-봉전고개-계리재-가족농장-와룡산-모산재-진주분기점
         ○ 지 역 : 경남 사천시 사천읍 / 진주시 금곡면, 정촌면, 문산읍
         ○ 거 리 : 15km (누계 : 157km)      ○ 소요시간 : 8시간 45분

         ○ 구간별 시간
                    05:55~08:20  이동 / 승용차(울산~돌장고개)

                    08:30        산행시작, 돌장고개(90m) 출발
                    08:50        200봉
                    09:50        무선산
                    10:10        봉전고개
                    11:30        170봉 삼각점
                    11:46        계리재(거리재)
                    12:15~40     고미동 고개 / 점심
                    12:55~14:10  낮잠
                    14:24        가족농장 / 고개
                    15:20~30     과수원 / 휴식
                    15:50        송전탑
                    16:08        깃발
                    16:47        모산재
                    17:15        날머리 아래재(진주분기점)

                    17:30~18:00  화원삼계탕 / 저녁
                    18:15~35     승용차 회수 / 택시(화원~돌장고개)
                    18:35~19:25  이동 / 승용차(돌장고개~의령)





낙남정맥은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간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 밀리고 중간중간 일반산행에 밀리다 보니
아직도 5구간이나 남아있다. 다음 달이면 백두대간이 끝나는데 낙남정맥도
빨리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주 낙남에 들려니 태풍 '갈매기'가
전국에 많은 비를 쏟아붓고 있어 신경이 쓰이나 산줄기를 타는 산행은
큰 비가 와도 낙뢰만 없으면 조망 빼고는 그렇지 문제되지 않으니...

이번 구간도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서로 끌고 당기며 끊어질듯
이어지는데다 도중에 과수원이 많아 길찾기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더위와 한판 승부를 벌려야 할 구간이다. 드디어 사천을 지나 진주를
통과하는 구간으로 맑은 날 천왕봉과 웅석봉이 보이는 지리산 턱밑이다.
오늘은 시골가는 날이기도 하기에 햇살이 따가운 여름에는 오히려
우중산행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채비를 하여 이른새벽 낙남길에 나선다.
단체 산행과 나홀로 산행간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요즘은 교통비
부담이 크다. 그래서 시골가는 길에 낙남도 겸하여 간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비가 그치고 정면으로 무지개가 비친다)

울산 톨게이트를 통과하는데 시원하게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언양 톨게이트를 통과할 즈음에 비가 그쳤다. 완전 국지성 호우다.
비가 그치자 저 앞에 무지개가 비친다.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산행중에도 이렇게 중간중간에 비가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






(돌장고개 들머리)

한 달만에 다시 찾은 돌장고개, 길 옆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밖으로 나오니 숨이 탁 막힌다. 여기는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린 것 같다.
돌아 올 때까지 차가 잘 있으려나 몇 번이나 생각을 해 보고
진주분기점을 향하여 들머리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만만찮다.






(오늘의 3중고, 무더위와 거미줄과 길찾기, 아직은 3중고)

20미터쯤 올라 나타난 무덤 앞으로 돌아 숲으로 들려는데 거미줄이
얼굴에 휘감긴다. 불유쾌한 느낌. 거미줄을 떼내면서 서너발짝 걸었을까
아뿔싸! 또 얼굴을 거미줄이... 날씨가 무더워 벌써 땀이 범벅인데
끈적끈적한 거미줄이 얼굴을 휘감으니 기분이 정말 안좋다. 왠 거미줄이
그렇게 많이 쳐져 있는지 1m에 한 곳은 얼굴 높이에 쳐져 있는 것 같다.
스틱으로 거미줄을 걷으며 가려니 숲이 너무 우거져 거미줄을 제대로
걷을 수 없다. 그렇찮아도 키가 큰 탓에 뒤따라 가도 거미줄을 많이
걷는 편인데... 오늘은 거미줄과의 전쟁이 만만찮겠다.






(풀숲에 숨은 길 찾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워 그만 돌아서고 싶을정도)

오늘 산행의 복병은 그 무수한 거미줄 뿐만이 아니다.
풀숲이 너무 우거져 길도 찾기 어려운데 길을 찾아도 그 길을 헤쳐 나가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 반팔 티로 이 풀숲 가시덩굴길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고... 벌써 풀과 가시에
활퀸 팔은 자국이 선명한 줄이 여럿 생겼다. 가는데까지 가보자.






(4종 장애물 경기, 무더위, 거미줄, 가시덩굴, 등로를 막아선 고사목)

아직은 이 숲에 모기가 그렇게 많은지 짐작도 못하고
무더위와 거미줄과 가시덩굴과 등로를 막고 있는 고사목들을
피해 가느라 여념이 없다. 이것들은 힘들면 쉬면 되니까?





(가끔씩은 트인 길, 조망이 되는 길도 나오고...)

그러나 신선이 춤을 춘다는 무선산(舞仙山)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높은 산은 높은 산대로 야산은 야산대로 힘들다)

더위를 두고 본다면 고산은 평지에 비해 온도가 10도 이상 낮고
바람도 부니 그런 점에서는 많이 유리하다. 오늘 구간은 최고로 높이가
높은 무선산이 277.5m 니까 다른 산들은 평지와 기온차가 거의 없다.
보통 고도 100m에 0.6℃ 정도 낮아지니까 덕볼게 없다.






(봉전고개 내려서는 길을 못찾아 절개지로 내려왔는데...)

길이 희미한 곳은 시그널의 도움이 크다. 시그널이 없으면
능선으로 올라 길을 찾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그마저도 힘든
곳이 있다. 봉전고개는 절개지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보니
금곡면 쪽으로 50m나 치우친 곳에 시그널이 붙어 있는 것 아닌가?






(요즘은 정맥길을 가는 산꾼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앞 구간에 이어 이번 구간에도 하루종일 정맥꾼들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낙남길을 완전히 전세 낸 기분이 묘하기도 하지만 이대로 얼마가지 않아
가시덤불과 풀숲에 묻혀 정맥길이 끊길 곳도 제법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154kv 송전탑, 오늘은 송전탑이 주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숲이 트인 사이로 보이는 임담리,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170봉에 있는 내용도 없는 삼각점)






(산앵두같은데... 먹어보니 씁쓰럼하다)






(금곡면 정자리 방향, 영오천도 보이고... 조망이 좋다)

3시간 넘게 쉬지않고 걸었다. 중간 중간 쉬어 가고도 싶지만
모기가 얼마나 극성인지 잠시도 쉴 수가 없다. 걷고 있는데도 달라든다.
날씨도 더운데다 모기 때문에 쉬지못하고 걷다보니 더 지친다.
잠시 앉았다가 모기에 혼이 나고부터는 서 있는 것도 겁난다.






(밤나무 밭을 지나는데 여기도 반가운 '산새들의 합창' 시그널이...)






(벌등골?)






(계리재 / 금곡면 정자리에서 정촌면 소곡리로 넘어가는 고개)

계리재에서는 길을 건너 맞은편 산으로 곧바로 오르지 않고
한참동안 아스팔트 길로 고갯마루로 올라야 하는데 아스팔트 지열에
숨이 탁 막힌다.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한듯 힐끗힐끗 쳐다본다






(아스팔트 길을 한참 걸어서 넘어야 하는 계리재, 태양이 너무 강렬하다)






(나무는 죽어 새로운 생명을 키우고...)









(기어서 근근히 통과하는데 또 기다리고 있는 장애물)

고개를 숙여 막 가로막은 장애물을 통과하려는데
마치 잠자리 채를 들고 기다리듯 얼굴을 휘감는 거미줄.
손도 자유롭지않아 거미줄을 그대로 달고 통과하여 거미줄을
뜯어낸다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 또 모기가 집중공격을 한다.






(고미동 고개)

점심먹을 때가 되었지만 모기 때문에 숲 속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장소를 찾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마침, 고미동 고개에 내려서니 구름이 태양을 가려주는데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길섶에 전을 펼치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100m 달리기 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뙤약볕이 달려오더니
후끈한 열기를 쏟아 붓는다. 점심 먹을 생각이 달아나 버렸다.
얼른 배낭을 챙겨 숲으로 피신했다. 밥먹기도 힘드네.

중부지방은 태풍 '갈매기'때문에 물발다가 되었다는데
비라도 한 줄기 했으면... 더위도 식히고 뙤약볕에서는
밥을 먹을 수 없어도 빗줄기 속에서는 먹었는데...






(동네 뒷산도 힘들다.)

그나마 계리재까지는 4중고 속에서도 정상속도로 온 것 같은데
이제 점점 속도가 떨어진다. 중간에 조금씩 쉬어가고 싶지만
모기떼가 겁이나 쉬지도 못하고 계속 걸은 것이 더 지치게 한 것 같다.
마침 조그만 봉우리를 힘겹게 올라 산마루에 오르니 이게 왠 일인가?
소나무 숲에 풀이없어 모기가 덤비지 않을 것 같은 곳이 눈에 띄었다.
배낭을 벗고 앉으니 시원한 바람까지 분다. 배낭을 베고 잠시 누워 쉰다는
것이 눈을 떠 보니 2시 10분. 장장 1시간 넘게 낮잠을 잔 것이다.
역시 휴식이 좋다. 몸이 많이 가뿐해졌다. 더 쉬고 싶었지만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길. 염천에 팔과 목을 활퀴는 풀숲보다는 좀 나은 감나무밭,
밤나무밭을 지나간다. 곳곳에 과수원이 들어서는 바람에 낙남정맥은
제대로 된 길도 없이 끊일듯한 길을 겨우겨우 이어간다.






(마땅한 길도 없는 과수원을 지나면서 피해를 주지않으려 고개 숙이고 조심조심...)






(멀리 사천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도라지)






(개망초)









(가족농장 내림길을 제대로 못찾아 50여m나 왼쪽으로 겨우 내려섰다)

과수원 가운데로 지나는데 고개를 숙이고 지나기가 힘들어
좌측으로 빠져 나왔더니 길이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가시밭 언덕을 타고 내리니 조그만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큰 길이 나오고 가족농장 팻말이 보였다.
오른쪽으로 갔으면 가족농장 정문으로 내려설 수 있었는데...






(오후 2시반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길찾느라 제법 땀을 흘렸던 곳)

또 언덕같은 봉우리를 넘으니 옹기종기 10여호가 모여있는 산골마을
오던 길을 따라 갔더니 곧장 동네로 통한다. 뙤약볕 아래 다시 돌아나와
시멘트 포장길로 오르니 낙남길, 이곳도 길찾기 어려운 곳





(얼마나 더운지... 밭의 깻잎들도 힘을 잃고 녹초가 되었다)






(새밀원, 좌측 시멘트 포장길로 오르는데... 개가 불청객을 보고 요란하게 짖는다)






(낙남정맥길은 아스팔트, 시멘트포장길, 과수원을 가로 질러 간다.)






(과수원 아주머니의 호의, 그 호의에 답하느라...)

몇 개의 과수원을 통과하며 끊어질듯한 낙남길을
이어가는데 농장에서 자두를 포장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불청객을 보고는 쉬어 가라시면서 잘 익은 것 자두 몇 개와
시원한 얼음물까지 건네신다. 그렇찮아도 쉬고 싶었는데
아주머니의 배려가 얼마나 감사한지...

고마운 마음에 그냥 갈 수가 없어 자두를 좀 사야겠다고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 갈길도 많이 남은데다 힘들게 가고
있는 상태여서 갖고 갈 것이 걱정되어 2,000원어치만 샀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주시는지 시중에서 5,000원어치는 될 것 같았다.
아이구 아주머니, 많이 주시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가져 가라고..
인정까지 배낭에 담고 남은 길을 마저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맞은편 능선에 있는 농막, 그 뒤로 진주시내가 보인다)

아저씨가 산불감시초소 있는 곳으로 곧장 가라고 하였는데
그 아래 밭길로 가는 바람에 한참이나 에둘러 고개로 내려섰다.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이 선명하게 조망되어 셔트를 눌렀는데
집에 와서 확인을 하니 여기서 찍은 사진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진 몇 장이
과다노출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앞 구간에서는 카메라가 맛이 가는
바람에 310봉 지나 임도삼거리부터는 사진도 찍지 못했다.
그 이후 의욕상실로 더 진행하지 못하고 돌장고개에서 산행을 접었다.
카메라가 산행의 좋은 동반자이고 사진찍는 것이 산행의 큰 낙인데
너무 혹사한 탓에 요즘 카메라가 계속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






(태양이 작열해서 그런지 숲도 바람 한점없이 잠잠하다.)






(송전탑 사이로 난 길로 숲에 든다. 한참동안 대나무 숲이 이어진다.)






(왠 벤치, 벤치에 누워 쉬려는데 눕자마자 모기떼가... 그냥 가자.)






(위에 삼각점이 있다는 표시, 올라가다 힘들어 그냥 내려와 가던 길로 갔다.)






(시그널도 다 떼어 버리고... 길을 못찾아 또 한참을 헤맸다)

처음 갔던 길이 맞았는데 시그널을 다 떼어버리고
길까지 막아놓아 다시 돌아 나왔는데 길 찾기가 쉽지않다.
지도를 펴 놓고 살펴봐도 현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길을
가늠하기가 쉽지않다. 잘못되면 다시 되돌아 올 생각으로
조금전 막아놓은 길을 넘어서니 희미한 길이 나타났다.






(景蓮堂居士李公之墓, 거사라면...)

조금 내려서니 넓직한 묘소가 나타났는데 거북등위에
세워져 있는 비석에 경연당거사이공지묘라고 쓰여 있다.
거사라면... 경연당거사는 누군지?





(드디어 모산재, 그러나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지날 수 있는 곳이 없다.)






(115봉을 오르다 풀숲을 헤쳐나갈 수 없어 절개지쪽으로 비껴 나섰다)

모산재를 건너면서 이제 다 왔다 했는데... 왠걸, 가시덩굴과
풀숲이 뒤엉겨 있어 도저히 시그널이 있는 길로 진행할 수 없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절개지 쪽으로 나와 길을 이어가려는데도
쉽지가 않다. 고작 116m 정도의 산이 오르는 것이나
내려서는 것이나 완전 빨치산 산행을 하게했다.






(낙남길은 수 없이 터널을 통과한다.)

남해고속도로 아래 농로로 통과하는 냉정고개, 남해고속도로와
진해선 철길이 지나는 용강터널 입구 굴다리,오늘 구간의 들머리 돌장고개,
오늘 날머리 진주 분기점의 대전-통영 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등
능선을 타야할 낙남정맥은 도로아래 굴 속으로도 가고 있다.





(다음 구간은 화원삼계탕 집 뒤로 이어간다.)

지난 구간에 이어 별 특징없는 길이었지만 오늘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의 4중고... 기억하고 싶지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처음 들머리에서부터 날머리까지 조금도 틈을 주지않고
얼굴을 집중공격한 끈적끈적한 거미줄, 길을 가로막아 서서 큰 절을 받고서야
통과시켜주는 장애물들과 길같지 않은 희미한 길에 들어서면 목과 팔을 휘감고 사정없이
활퀴는 풀 숲, 가시덩굴. 잠시도 쉬지 못하게 달라든 모기떼들, 작열하는 태양 폭염속
상의는 물론 바지까지 땀에 젖어 다리를 휘감아 걷기도 불편하게 만들었던 무더위,
그로 인한 후반부의 급격한 체력저하 등.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사히 한 구간을 이어놓아 지리산에 한발 더 다가섰다.

앉아서 이것 저것 고민만 하는 것보다 일단 시도하는 것이
더 값지고 중요하다. 결국 의지와 용기의 문제다. 가는 길에 어려움도
만날테고 설사 예상못한 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해도 시도조차 않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있고 진보가 있다. 낙남도 이제 두어 구간 더 동네 뒷산같은
길을 가면서 숨을 고르다 하동 배토재부터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히며
지리산 품 속으로 들 것이다. 남은 길도 열심히 가야겠다.
오늘 하루도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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