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하나 / 황규관

2017. 12. 28. 12:50시,좋은글/詩










마침표 하나 /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패배는 나의 힘』(2007), 창비.





황규관 (Hwang Gyu-gwan)


1968년 전북 전주출생,

출판인, 시인, 삶이 보이는 창(대표)

공업계 고등학교 3학년 때 시화전에 출품한 시를

문예반 선생님이 칭찬해서 시에 재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에 올라와 구로노동자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는데, 한동안

그 상이 방황하는 생활과 맞지 않아 괴로하며 자존심 때문에 다른 신인상이나 신춘문예에

응모하지 않았다 한다. 그동안 직장을 무려 열다섯 군데 이상을 전전했다고 한다.

지금은 도서출판 '삶창' 대표와 잡지 『삶이 보이는 창』 편집인을 맡고 있다.
- 시집 -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기』(2015), 한티재
『정오가 온다』(2015), 삶창(삶이보이는창)
『삼례 배차장』(2013),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2011), 실천문학사
『패배는 나의 힘』(2007), 창비
『물은 제 길을 간다』(2000), 갈무리
『철산동 우체국』(1998), 내일을여는책
『항상 가슴떨리는 처음입니다』(1994), 사회평론

- 수상 -
1993년 제5회 전태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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