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천문지골 야영

2018. 8. 14. 23:55山情無限/영남알프스




운문산, 천문지골 야영
(올 여름 최상의 힐링, 자유를 자유하다)






이전부터 적을 두고 산행에 동행했던 산방들은 아직도
꾸준히 산행을 하지만, 산행일이 맞지않아 산우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산우들 중 보고싶은 얼굴들이 많은데 만나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라면 고통.
그중 한 분이 한형인데.. 소식도 궁금하고 경주는 울산보다도 더 덥다고 하여
안부 겸 전화를 하였더니 이심전심이랄까.. 야영을 한 번 하기로 의기투합하여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 만나야 할 사람은 이렇게 만나지구나.
통화야 가끔 했지만 상면은 벌써 몇 개월 만이다.






(산길로 숨어들어 계곡을 치고 오른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계곡 아래쪽은 물이 말랐는데
위로 갈수록 암반이 드러나며 웅덩이와 소를 만들고,
계류를 이루며 흐르기 시작한다.





(빨간 꽃이 핀 듯..)

아직 간간이 비가 뿌리지만
기온이 높아 습도도 높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더 올라가려던 생각을 바꿔 물도 있고, 텐트 3동을 칠만한
장소가 있어 자리를 잡았다. 하룻밤을 보내기에 딱 좋다.
박 배낭을 메고 나서면 어깨를 짓누르는 짐의 무게에
반비례하여 생각은 자유로워진다.
의식주가 해결된다는 것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를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바람 부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
자리 잡으면 그곳이 내 집





(텐트 3동이 구축되었다)

텐트 3동을 이웃하여 나란히 치다가
바닥이 고르지 않아 조금 떨어진 곳에 쳤더니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 좋다.
코 고는 소리도 피하고 자연의 소리를..





(1막이 끝나고 2막이 오르기 전, 막간의 시간)

계곡은 곳곳에 소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터 잡은 곳도 헤엄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지는 않지만, 물놀이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텐트를 구축하고, 간단한 정리를 한 후, 땀으로 범벅된 몸을
식히기 위해 물에 들어가니 물이 너무 차지도 않고 적당하다.
몸이 개운하다. 더위로 지친 몸이 회복되는 것 같다.
염천에 이런 곳을 찾다니..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을 말하는 것이겠지.







(야영은 밤이 있어 더 낭만적이다.)

만찬 중 대화의 소재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보다 진지하고 폭도 넓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공감했다. 모두 기억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시간에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이었다.
성과는 다음 회합 날짜와 장소까지 잡은 것이다.

신화 없는 역사가 초라하듯이
식탁이 풍성하지 않은 야영의 밤도 초라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야영객은 자신에게 할당된 몫보다
조금씩 더 챙겨온다. 그것들을 모아 보면 티끌 모아 태산되듯
음식이 남아 결국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식자재는 각각 자신에게 할당된 몫만 가지고 오면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약간 모자랄 정도로 준비를 하는 것을 좋을 것이다.
중복되는 식자재도 없게 하고, 가지고 온 것은 다 처분하고,
(야영이든 캠핑이든) 떠날 때는 흔적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다음에 올 사람들에게나, 잠시 자리를
내어 준 자연에 지켜야 할 도리이다.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저녁을 먹는데 개울 맞은편에서
노란 불 2개가 깜빡깜빡한다. 반딧불이다.
희미한 꼬마전구마저 껐더니 반딧불이
불이 더 밝아졌다.

야심한 밤, 성공적인 삼상회합을 마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데 새소리, 매미 소리,
졸졸거리며 흐르던 계류가 더 큰 소리를 내며 여기 와서
그냥 그렇게 잘 것이냐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충동질 한다.
넓적한 바위에 앉아 진지하게 소리를 들어 본다.

역시, 7년간을 땅속에서 살다가 2주간의 바깥세상 생활로
일생을 마감한다는 매미가 울부짖듯 큰 소리를 낸다. 아마 제일
큰 소리로 우는 녀석이 참매미일 테고 소리가 작은 녀석이 풀매미겠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매미가 14종류나 된다니 소리를 분간할 수 없다.
새도 몇 종류가 되는데 모두가 이름 모를 새들이 각각 제소리를
내면서 합창을 하고 있다. 저 녀석들은 잠도 없냐?
계류도 피아노 건반처럼 낙차에 따라 수량에 따라 졸졸거리는
소리가 제각각이고, 심지어는 풀벌레 소리, 가지를 흔들고 가는
바람 소리까지 합주를 한다. 그냥, 이 모두를 자연의 소리라고 하자.
한참 있으니 반딧불이가 나타나 불을 밝혀준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자연의 합창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장가(?)는
자연의 하모니였던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게 뭐람.
가렵지 않아 잘 몰랐는데 온몸에 벌집을 만들어 놨다.
하긴 지난 밤 그렇게 불러내어 들려준 연주가 예사롭지 않더라니까..
그들도 심야에 비상을 걸었으리라, 오늘이 회식 날이라고..
정말 기술도 좋은 녀석들.., 모기는 유별나게
물다가 비명횡사를 당하기도 하는데..







(아침은 먹어야지..)

(벌집 쑤시듯 온몸을 헤쳐 놓은 것도
모르고) 이렇게 잠을 깊이 잔 적이 또 있었을까?
푹 자고 일어난 데다 주변의 공기까지 쾌적하니
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기분은 상쾌하다.

이런 곳에서 무엇인들 맛있지 않을까?
아침은 어제저녁 먹고 남은 밥으로 누룽지탕을 끓이고
꽁치통조림 찌게, 열무김치, 갈치젓갈이 반찬이다.
그래도 1식 3찬, 별미다.









(자유의 공간에서 자유시간)

야영을 하러 가면 일상일 정도로 아침을 먹자마자
텐트 걷기 바빴는데 이런 날도 있구나. 텐트는 갈 때
걷기로 하고 지금부터 점심때까지는 자유시간.
자유 가운데 자유라니 더 자유롭다.

어제 올라오면서도 뱀을 보았는데
여기에 또 뱀이.. 뱀은 환경지표 생물이다.
이곳이 뱀이 서식할 정도로 청정하다는 증거







(올여름 최상의 힐링)

텐트에 들어 잠을 청해 보지만,
눈이 멀뚱멀뚱하다. 책을 펼쳤다.
책을 덮으라는 듯 나뭇잎과 텐트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정겹다.
졸졸 이야기하듯 흐르는 소리는 바다에 닿아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름 모를 새들이 구성지게 울어댄다. 새들아 이름을 몰라서 미안하다.
여름 한때를 위해 7년 동안 있던 땅속에서 나와 울부짖는 매미, 쓰르라미.
풀벌레 소리, 심지어 텐트 안 방충방 밖에서 앵앵거리는 모깃소리.
심지어 나비의 날갯짓, 피라미의 호흡하는 소리.
우리가 왔다고 모여든 개미 떼의 소곤거림.
점점 음역이 넓어져 미세한 소리, 마음의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절묘하다. 빗방울 소리가 들리면 매미는 쉬고 새가 운다.
질서다! 새소리가 그치면 매미가 운다. 다 같이 울 때도 있다.
나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질서는 조화롭다.
각각이 내는 소리는 하모니를 이룬다.

텐트 안에서 갈긴 스케치







(피라미는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데..)

저 피라미를 잡을 야만적인 말도 서슴없이 한다.
인간의 사자보다도 멧돼지보다 더 야만적이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늘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벌써 점심.. 점심은 말 그대로 점심)

때로는 점심이 귀찮을 때가 있다.
아침을 늦게 먹고, 저녁을 일찍 먹으면
점심을 건너뛸 수 있다. 가끔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가 점심을 먹기 시작한 것은 조선 시대부터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14세기를 전후로 점심이 시작되었고
일본은 20세기, 유럽은 16세기에 경에 점심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점심은 인류의 역사에서 오래된 관습은 아닌 것 같다.

역사가 그렇다고 되돌릴 수도 없고,
합작하여 메밀국수를 만들어 한 끼를 때운다.
그 피라미들은 희한하다. 그 녀석들은 먹여 줘야 먹었다.
헹구다 메밀국수 몇 가닥이 물에 흘렀는데 먹으려 덤비는 녀석이 없다.
건져서 던져주니 모두가 달려들어 경쟁을 하고 그것을 문 녀석은 게눈
감추듯 삼켜 버린다. 한참 동안 흘린 메밀국수 모두를 건져서 먹였다.
오늘 우리는 점심을 먹었지만, 피라미들은 아마
포식했을 것 같다. 그들이 우리 이야기를 들었다면
다시 오라고 하지는 않겠지.








(이제는 떠날 시간)

산은 올랐다 내려와야 산을 다시 오를 수 있다.
우리가 헤어지는 것도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