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2. 01:04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억새꽃밭에서 하룻밤
2018. 10. 19 ~ 20
주섬주섬 박 배낭을 챙겼다.
영남알프스 억새를 보지 못하고 이 가을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을도 가을이려니와 두 번이나 꽃을 피우는 억새를 그냥 보낼 수가 없는
없는 일. 영남알프스는 철 따라 옷을 갈아입지만, 역시 영남알프스의 가을은
진객 억새꽃이 은빛 물결을 일렁이며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엄마 품같이 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들었던 산, 혹 다른 지역으로 산행 가려다
펑크 나면 대타로 가도 언제나 가장 좋은 모습으로 단장하고 맞아 주던 산.
가을에는 연례행사같이 박 배낭 메고 2박 3일 원 없이 걸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
정겨운 영남알프스, 오늘도 제일 짧은 코스로 오른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2400 pixel로 확대됩니다.
예정에 없던 산행이라 출발이 늦었다.
일몰 전에 텐트를 구축하고, 일몰은 담아야 하는데..
도중에 두 번 쉬던 것을 오늘은 한 번 쉬고 올랐다.
목표가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럼 그렇지.
영남알프스에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것은 구절초.
한발 늦었다니까. 가을과 함께 왔다가 겨울이 오면 떠나가는 억새. .
가을을 알리는 구절초가 부잣집 규수같이 그 이쁜 뽀얀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늦어도 한 참 늦었구나. 여태까지 견딘 것만도 장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여기까지 왔다.
신불평원에는 억새꽃이, 하늘에는 억새꽃과 어울리는 구름이..
억새밭 사잇길로 줄지어 가는 산객들의 모습이
일품인데 늦은 시간이라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락지는 재약산 아래 사자평과 간월재 주변,
신불재에서 영축산 사이 신불평원에 걸쳐 형성되어 있으나
억새군락지는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억새꽃 위로 뜬 사흘 지난 반달
바람이 차다. 해가 떨어지니 날씨가 춥다.
영축산 아래까지 왔지만, 일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도 없이 급하게 와서 멋진 일몰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염치없는 짓이다. 오늘의 이 풍경에 감사하자.
저녁을 먹고
이번엔 완전무장을 하고 야경을 담으러 나섰다.
울산역을 중심으로..
멀리 울산 시내를 한 번 당겨 보고..
도심보다 더 밝은 양산 보라CC
산속에 마치 도깨비 불장난 하는 것 같다.
바로 밑 언양과 문수산 너무 울산 시내의 불야성.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의 불빛까지
신불재 모습.
이즈음이 억새꽃이 절정.
그래서 많은 야영객이 영남알프스를 찾는 것 같다.
저 멀리 영축산 꼭대기에도 텐트가
구축되어 있는지 불빛이 별같이 빛난다.
달이 밝아 별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별이 잡힌다.
달이 없는 겨울밤에는 정말 별이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데..
다시 한번
이제는 자야 할 시간.. 그러나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억새와 별과 불야성을 이룬 야경뿐만 아니라
저 무리 지어 온 야영객들.. 일행이 아닌 산객들도 있는데 당최 언제까지
저렇게 즐겁게(?) 떠들고 놀 모양이지.. 살짝 잠이 들려 하는데
이번에는 종주 꾼들이 지나가며 잠을 깨운다.
일출 시각 6시 34분
3시 다 되어 잠이 들었다가 놀라 일어나니 6시 15분.
비몽사몽 간에 완전무장하고 카메라 챙겨 일출 사냥
태화강 상류를 따라 낀 운해
오늘 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며 하루를 선사한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다짐한다.
아침에 다시 찾은 영축산 쪽 신불평원 억새밭
대단한 열정의 사진작가 한 분을 만났다.
용담
이른 시간에 이곳을 지나는 산객들..
한 사람을 조망이 좋은 길로, 한 사람은 억새꽃밭 길로..
다같이 산을 좋아하지만, 취향은 따로따로이며 우열은 없다.
걷는 사람이 있고, 암벽을 타는 사람이 있듯..
멀리 온산항 빛 내림을 당겨 보니.. 완전 황금 물결
뾰족한 쓰리랑리지 상단,
전에는 저 암벽에 붙어 면벽수행(?)도 했었는데..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억새꽃 너머로 문수산과 남암산이..
억새꽃밭 위로 보이는 칼바위 능선(신불공룡 능선)
지난밤 산정에 설치한 텐트에는 얼음이 얼었다.
8시를 넘어서자 전국 각지에서 온 산객들이 들이닥쳤다.
전남 화순에서 왔다는 팀, 서울에서 왔다는 팀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울산에서 온 팀까지..
이제는 억새꽃과 작별하고 하산하는 길..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한 컷!
신불대피소도 빨리 제자리를 잡길..
대피소가 정상 운영을 못 하니 참샘인
신불재 샘터마저 물길이 바뀌었다.
목하, 지금 영남알프스 온 산은 옷 갈아입느라 왁자지껄
산길에도 이런 보너스 같은 길이 있다.
삼봉능선과 칼바위능선도 고까옷으로 갈아입는 중
꽃향유
자칭 신불산 지기 이 도사의 환영사
산이 좋아 산에 들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을 내려서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산이 좋아 산에 든 사람이 산을 빨리 나가려 바쁘게 걷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쑥부쟁이를 담으면서 산행 완료를 기념하다.
가을!
엉겁결이지만 영알의 억새하고는 작별인사를 했다.
설악 단풍은 부도가 났지만, 지리 피아골 핏빛 단풍하고는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아모레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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