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2018. 11. 29. 13:52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2018. 11. 26 ~ 27

배내고개 - 재악산(사자봉) - 수미봉 - 죽전마을

홀로






갑자기 영남알프스의 안부가 궁금했다.

아니, 찬 바람 무에 바람들듯 휑한 가슴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집중도 안 되고, 일도 손도 안 잡혀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영남알프스 장쾌한 능선을 따라 걷고 싶고, 억새꽃도 만나 봐야겠고,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일몰도 지켜 보고 싶고, 장엄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봐야 힘을 얻을 것 같다. 달 밝은 밤이면

달을 보고, 어두운 밤이면 초롱초롱한 별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밤 깊도록 보고도 싶다.

하루로는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아 박 배낭을 챙겼다. 코스도 일정도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 보자. 언제나 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영남알프스 인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사정이 좀 나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영남알프스는

박 배낭 메고 훌쩍 떠나기 참 좋은 곳이다.






배내고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시각이 13:50. 사실은 어중간한 시간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배내봉과 능동산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 오늘은 석양과 산너울이 멋진 재악산으로 가 보자.

바람이 그렇게 인도하는 것 같다.






능동산을 오르는데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다리가 휘청거린다.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겠지만 오늘 일몰이 17:10분 경이니

재악산에서 일몰을 보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돌아내려와

임도로 걷기로 했다. 15분 정도는 세이브될 것 같은 계산이다.





40분 만에 능동산 오르는 갈림길과 만났다.

시간은 15분 정도, 체력도 제법 번 것 같다.






떠날 준비하기도 바쁜 억새의 환영을 받으며 임도를 걷다가

얼음골케이블카 전망대에 들렀다 가려고 샛길로 들었는데 아뿔싸! 아는 길도 헷갈린다.

입구를 착각하여 너무 일찍 숲으로 들었다. 맨몸으로 가기도 힘든 잡목숲을 머리 위로 한 뼘이나

올라가는 박 배낭을 메고 헤쳐나가려니 완전 빨치산 산행이다. 뒤돌아 나오지 않은 것이 화근.

능동산을 우회하면서 번 시간과 체력은 여기서 몽땅 헌납했다.





조그만 봉우리 2개를 넘고 임도로 내려오니

바로 앞에 얼음골케이블카 상부 건물 가는 길이 나온다.

이렇게 확실한데.. 내가 왜 한참 전에 샛길로 들었지?





산꼭대기에 무슨 공장 건물 같은 괴물이 들어섰다.

지으려면 좀 주변 풍치와 어울리게나 짓지..








얼음골케이블카 전망대에서의 조망






수미봉(재약산)과 재악산(사자봉)이 앞에 나타났다.

하늘의 구름은.. 오늘 일몰과 함께 제대로 타오를 것 같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샘물산장에 들러 정 사장에게

오늘 밤 사자봉 보초 서러 간다며 신고(?)하고 생수를 보충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사자평 고개로 직행하면 좋겠지만 아름다운 산너울과

일몰, 일출을 맞으려면 재악산(사자봉) 정상으로 가야 한다.

지금 시각 16:10, 일몰까지는 꼭 1시간 남았다.

일몰과 일출은 전후 15분이 골든 타임

시간에 쫓기는 산행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오늘도 어쩔 수 없이..






10분 정도 치고 오르니 얼음골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도 참 스릴있고 좋은데.. 남은 거리 1.4km,

걸음보다 마음이 더 바쁘다.






갈 길 바쁜 태양은 벌써

구름을 태우려고 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는 없을까?

부족한 시간은 샛길로 잘 못 들어 허비한 만큼이다.

꼭 필요할 때 부족한 돈은 지난날 생각 없이 낭비한 만큼이고,

결실이 비는 인생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시간만큼 빠지듯..








황홀한 일몰이다. 2% 부족하지만 이게 어디냐 다행이다.

그녀를 만나기 100m 전쯤에서 만난 것 같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막 대문 앞에서 마지막 주변을 불사르고 있는 태양을 만났다.





아!
바람이 있다면.. 일생을 다하고 영원한 집으로 돌아갈 때
태양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듯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넓지는 않더라도 한 뼘 주변만이라도 말이다.





다행이다. 정상에서  작별인사를 했다.

여기서 보는 춤추는 듯한 산너울이 일품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능선 12개 겹쳐 보인다.





사위어 가는 불빛같이 노을이 힘을 잃자 어두워진다.

이마에 불 밝히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한다.

안락한 집을 두고 1평도 안 되는 텐트 속에서 누에고치 같은 모습으로

고생하며 잠을 자야 하고, 식사라곤 햇반 하나에 3찬이지만

어떤 저택과 비할 바 아니고 상다리 부러질 듯한 진수성찬 부럽잖다.

행복은 결코 운동장만 한 집이나 기름진 식탁에 있지 않다.






이태백은 술을 마시며 달을 보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달을 본다.





만월에 가까운 달밤이어서 별이 빛을 내지 못한다.

달 없는 날 별이 초롱초롱할 때 별을 찍으러 와야겠다.





오늘은 영알에 야영객이 한 사람도 없는지 적막공산이다.

낙동정맥 간월산, 신불산 너머 울산 시내의 불빛도 졸고 있다.





21시 7분경, 5초가량 이상한 불빛을 보았다.

바로 앞에서 횃불같이 제법 큰 붉은 빛이 활활 타오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별 촬영하느라 장노출을 걸어 둔 카메라를 다시 세팅하여 찍으려는 순간

불빛은 사라지고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망치듯 달아났다.

결정적 순간을 놓쳤다. 무슨 불빛일까?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별도 더 찍지 못했다. 밤새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비몽사몽 하다

4시경 겨우 잠이 든 것 같다.


초저녁에 잠잠하던 바람이 밤이 깊어가자 세차게 몰아친 것은

억새꽃을 출가시키려는 어미의 마음이었을 것 같다. 끊기지 않는 질긴 연(緣),

그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쳤겠지. 이별해야 만나고, 썩어져야 사는 것인데..
아직 떠나지 못한 꽃술도 모진 생명력, 억센 발톱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한 줌 흙을 움켜쥐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





알람을 설정해 놓은 덕분에 일출 시간에 깰 수 있었다.

햇귀가 돌며 산들이 어깨 걸고 일어선다. 오늘 또 새날이 밝아 온다.







신불산과 영축산 중간지점으로 붉은 해가 머리를

내미는가 했는데 고양이가 출산하듯 이내 쑥 올라왔다.

정월 초하루만 특별하고 장엄한 일출이 아니다.
어제의 그 태양이 오늘 뜨는 태양이지만,

하루의 출발은 경이롭고,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숨 가쁜 또 다른 순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만나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하루가 또 선물로 주어졌음이 감사할 뿐이다.






밀양방면과 청도방면,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난 산들이 어깨 걸고 산 너울이 되어

춤을 춘다. 정말 아름답다. 마치 큰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다.

10개가 넘는 능선이 겹쳐 보이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언제 보아도 山頂 위에는 바람 자고

오랜 세월 至高한 발길 머물은 / 구름의 묘비명.

거기 새겨 있는 가사없는 노래를 / 내 어찌 전할 수 있으리. .."

정신주의를 구현한 조정권 시인의 '산정묘지'의 일부이다.


*   *   *


산정상에 꼭 사람 키보다 큰 정상석을 세우고,

케룬을 흉내 낸 집채만 한 돌탑을 쌓아야만 할까?

지자체 경계에 있는 산 정상에는 정복자 진흥왕이 순수비를 세우듯 말이다.

이 산 정상에도 "천황산"이라는 사람 키보다 큰 정상석이 서 있지만, 산행기에서 '천황산'이라 하지 않고,

재악산(사자봉)이라고 부른다. 이 산이 '천황산'이란 이름은 우리나라 고지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1923년 일본총독부가 작성한 지도에 처음 등장한다. 산 이름을 변경한 사유나 기록이 전혀 없다.
반면, 거의 모든 지도는 재악산(載嶽山, 載岳山)으로 되어 있다. 간혹 재약산으로 나온다고도 한다.

3년 전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천황산'으로 현재 명칭을 존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로, 지명 변경을 반대하고 있는 '울산시의 의견청취를 한 후 충분한

사료 검토와 위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 참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141123581&code=620107.

설득력도 없다. 산 이름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규장각에서 고자료를 많이 찾았다. 정리하여 산 이름을

바로 잡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






황홀한 억새꽃밭

태양이 떠오르자 억새가 고개들고 반색하며 태양을 반긴다. 춤을 춘다.
창조주의 솜씨는 놀랄 뿐이다. 향기도 없는 것이,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것이..

절제된 색깔이 깊이를 더한다.





나 밖을 떠도는 내가 찾아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그 세계는 어딘가
머리 속 전두엽과 후두엽 사이
틈없는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며 내 안에 들어와서
거꾸로 흐르는 시간 안에 나를 잡아두고 싶어하는
내 눈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보고있지 않는 눈동자
그 너머로 얼핏 잡힌 뻥 뚫린 거긴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먼 데가 가까운데라고
훗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고개드니
入口이자 通路이자 出口의 門인
내 눈동자 너머의 광활한 虛空
beyond here and now
나를 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고
나를 닫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다는
섬뜩한 직감 또는 예감


훗날이 오늘이다 / 유안진





밤새 하늘을 떠간 달이 태양과 임무를 교대하는 시간.

임무는 교대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열심히 할 일을 하다가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09:42 재악산 정상 출발.

산에 들기로 마음먹기도 응급 결에 했지만

일정도 형편 보면서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 더 산에서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출발이 생각했던 것보다 1시간이나 늦어졌다.

오늘 신불재까지 오를 수 있으려나..






억새밭을 가로질러 재약산 가는 길


억새가 없는 가을, 억새가 없는 영남알프스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속삭이듯, 애무하듯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자 억새가 키들키들한다.

 그 바람에 실려 과년한 딸 시집가듯 다른 세상으로 가야 할 텐데..

하긴 요즘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더 웃긴 하더라만..





이 시간에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는 이분은?

지금 시간 10시. 벌써 이곳까지 왔다면 제일 빠른 길로 와도 8시에는

산행을 시작했다는 계산인데.. 그럼, 집에서는 몇 시에 나왔을까?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가 바쁘다. 산에서는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하는데.. 제발 좀 단순해지자!





오름길인데도 다리에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잘하면 하루를 더 산에서 머물 수 있겠다.






수미봉(재약산),

천황산은 재악산으로,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제 이름을 찾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남의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 얼마나 창피스러울까?






문수봉 능선, 그 뒤로 보이는 우뚝한 봉우리가 향로산.

향로산은 가지산과 더불어 영남알프스 2대 조망처, 영알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저 아래가 표충사, 한때 광풍이 일듯 휘몰고 간 '밀양고압송전탑 사태' 답은 무엇일까?

송전탑이 많기도 많다. 밀양지역 39km 구간에 765kV 송전탑 69개가 들어섰다니

그럴 만도 하다. 전자파 피해를 줄이려니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수미봉 데크에서 가야 할 길도 조망해 보고..


인위적으로 억새밭을 조성하려는 지자체의 의지와는 달리 영남알프스 억새밭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자평 억새밭도 예외는 아니다.





가야 할 죽전삼거리는 일단 주암삼거리 방향으로..





올해는 가을비가 잦았다. 가을비 차가운 빗줄기는 먼 길을 떠나는 순례자 같이

서둘러 잎사귀를 털어내려는 나무들을 위해 출동한 원군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풍은 숲을 가볍게 하려고, 스스로 제 몸을 비워내려는 산의 몸부림이었을 테고..

잎을 다 떨군 나목은 벌써 북풍한설과 맞설 준비를 끝낸 듯..





한때는 뭇 잎새보다 화려함을 뽐내며 지나가는 길손들을 유혹하려고

얼굴 붉히며 자신을 활활 태웠을 단풍나무도 시절이 다하니 말라 비틀어졌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은 것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진리는 영원한 것.





진정한 휴식, 안식, 편안함, 행복..

아 이 순간이 좋다. 이대로 이고 싶다.

그러나,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가야 할 길이 있다.

인생길과 산행길이 어쩜 그렇게도 흡사한지?





주암삼거리 휴게소.

이 주변 억새꽃도 일품이지만

억새 사이를 비집고 피는 물매화도 정말 아름답다.

지금은 예쁜 물매화를 만날 때가 아니지만..





억새밭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보겠다지만.. 글쎄올씨다.






죽전삼거리 가는 억새꽃밭 길도 참 수더분하면서 걷기 좋다.

특히, 이런 계절, 이런 시간 이렇게 멋진 길을 걷는 기분이란

말로도 글로도 전할 수 없으니 직접 걸어 보시라 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드디어 죽전 삼거리

직진하면 향로봉, 죽전마을은 좌측길로 내려선다.

내려서는 길이지만 급경사여서 조심스럽고 힘이 든다.

특히 요즘같이 낙엽이 쌓인 길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12시 18분,

사자봉 정상에서 2시간 25분 걸렸다. 열심히 걸은 것 같다.

잠깐 목을 축이고, 죽전마을까지 1시간을 예상하고 내려선다.

죽전마을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식수를 준비하여 신불재로 오르려니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내려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겠다.







내리막길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정맥.

간월산과 신불산, 신불재를 당겨 본다. 웅장한 신불서능이 기를 죽인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저 능선까지 올라가야 한다니..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그렇게 홍보하면서

하늘억새길 구간인 이곳을 왜 이대로 방치하는지 정말 알 수 없다.

경사가 심해 비나 눈이 오거나 낙엽이 쌓이면 정말 위험한 곳인데도

별로 위험하지 않은 곳은 온통 계단을 놓으면서 많은 산객이

지나가는 이 길은 왜 이렇게 방치를 하는지.. 일하는 것이 정말

공무원스럽다는 말밖에는.. 한번 나와 보시라!





13:20, 죽전마을 하산 완료.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식사 됩니까?'고 하니 주말에만 한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문 연 식당이 있습니까?'하니 평일은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시간도 늦었고 하여 바로 신불재로 올라야겠다고 생각하고 생수 2L를 구입하여

백련골로 향하는데 맞은편 '영남알프스 산장'이 문을 연 것 같아 가보니 식사가 된단다.

다정도 병이 되듯, 호의도 때로는 장애가 된다는 것을.. 풍성한 식탁이 화근이 될 줄이야.

 처량한 몰골이었는지 차려 준 식탁은 풍성했다. 밥도 아예 2공기가 나왔다.

경쟁하는 장사라지만 조금 전 들렸던 식당에서 이 식당을 소개해 주었으면

다음에 고마워서라도 다시 찾을 텐데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점심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린 데다, 먹고 나니 긴장이 풀려

가벼워져야 할 배낭이 두 배로 무거워진 것 같고, 다리도 풀렸다.

조금 걸으면 적응되겠지 하고 산에 들었는데..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시간도 늦은 데다 오름길이 너무 힘겨워 돌아 내려왔다. 백련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마자 328번 버스가 왔다. 어휴.. 하마터면

2시간 반을 기다리거나 택시 신세를 질 뻔했다.


*  *  *  *  *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는 존경하는 산악인

김장호 선생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10권 넘게 구입했으니 내가 산

중에서 제일 많이 산 이기도 하고, 제일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빌려주면 되돌아 오지 않았고, 후배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마음이 휑하고, 몸이 찌뿌둥하고, 의욕이 떨어질 때는 산으로

갈 일이다. 사방이 벽같이 느껴 질 때, 세상 짐을 혼자 지고 가는듯한

심정일 때도 산에 들면, 심각하게 생각하던 것들도 때로는 부질없게

여겨지며, 집착도 사라지고, 여유와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비록 짧은 하룻밤 이틀 낮이었지만 확실하게 힐링이 되고

새 힘을 얻은 것 같다. 하늘을 붉게 태우던 그 노을 하며

그 장엄한 일출, 억새들의 향연은 나를 위해 준비된 듯 했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Wang Sheng Di / Lotus of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