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가지산 눈꽃, 아뿔싸! 그 30분 동안에..

2019. 3. 18. 01:48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 눈꽃, 아뿔싸! 그 30분 동안에..



2019. 3. 16 (토)

석남터널 - 중봉 - 가지산 - 중봉 - 입석대 - 석남터널(원점회귀)









올겨울에는 태백산, 덕유산, 소백산 눈길을 걷지 못했다.

지난달 기대하고 한라산은.. 내륙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는데 한라산은

많은 비가 왔다. 큰 눈을 생각하고 잡았던 일정이 결과는 눈을 피해 간 셈이 되었다.

올겨울 지리산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으로 위안 삼고, 눈꽃도 제대로 못 보고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아야 할 것 같았는데.. 지난밤 꽃샘추위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날씨가 쌀쌀하여 1000m가 넘는 영남알프스 산정은 눈으로 변했을 것 같았다.

마지막 기회다 싶어 배낭을 미리 챙겨 놓았다.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데 어젯밤 

밥솥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잠이 드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느라 집을

나서는 시간이 30분 늦었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시각.

제일 이른 시간에 상에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 석남터널로 향하면서

기대감을 키우는데 기대감이 커지면서 덩달아 마음도 조급해진다.

올겨울 영남알프스에 눈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들머리..

오면서 본 고헌산, 가지산을 비롯한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백발같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것을 보기는 했지만,

석남터널 들머리에 도착하니 땅바닥에 얕지만 하얀 눈이 깔려 있다.

여기에 이 정도 내렸으면 산정에는 제법 많이 쌓이고

눈꽃도 피웠을 것 같다.






일찍 산에 든 누군가가 앙증맞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들머리부터 괜히 흥분된다. 빨리 오르고 싶지만 가파른 길

마음만 바쁘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능선에 올라서니 앞서간 발자국들이 많다.

반대 방향 능동산 방향을 보니 한 사람만 지나간 것 같다.

 아하 저 길을 가고 싶지만 가야 할 가지산은 반대쪽에 있으니..

구름모자를 쓴 가지산은 하얗게 분을 바른 것 같다.







중봉 가는 길은 지나간 사람이 많이 밟은 눈길이다.

등로 옆 시야가 트인 곳에서 보이는 쌀바위도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다.

영남알프스에는 곳곳에는 많은 돈을 들여 인공적인 돌탑을 세우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돌탑이 정겹다. 오며 가며 하나씩 염원을 담아

쌓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도 더하다.








중봉을 향해 더딘 발걸음을 옮기는데

 눈꽃이 마치 눈 오듯 가지에서 떨어진다.

아! 30분.. 30분만 일찍 왔으면 완전한 눈꽃 터널을 지날 수 있었을 텐데..

큰 카메라를 들고 내려오던 산객이 중봉 뒤쪽은 눈꽃이 아직 그대로 있으니

빨리 가 보라고 한다. 벌써 내려가는 산객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마음이 더 바빠졌다. 오늘 늦은 것은 순전히 밥 때문이다.








중봉에 오르니, 뒤쪽은 눈꽃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올겨울 제대로 된 눈꽃을 보다니 다행이다. 감사하다.

그나마 이게 어디냐.






가지산도 조금 전 능선에 올라섰을 때 본 모습하고는

많이 달라 보인다. 햇살에 눈 녹듯 눈꽃은 햇살에는 쥐약이었다.

소리도 없이 이렇게 순식간에 지다니. 빈약한 눈꽃 터널을

지나는데 봄 꽃잎 지듯 눈꽃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가지산을 오르다 뒤돌아 보니

중봉 쪽 눈꽃은 아직도 장관이다.






뒤따라오던 산객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한다.

'인생도 순간순간은 힘들지만 뒤돌아보면 정말 대단한 여정이었음을

느끼게 한다'며, '산행도 그 당시는 힘들지만 뒤돌아보면 어떻게 이렇게

많이걸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뒤돌아보는 아름다운

중봉 풍경도 마치 인생을 뒤돌아보는 것 같다. 한때는 앞만 보고

달려갔지만 이제 가끔 뒤돌아보며 정리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정상을 향하여 오르다

노루가 달리다 우뚝한데서 뒤돌아보듯 뒤돌아보고

오른다. 뒤돌아 보니.. 정말 언제 저 길을 왔나 싶다.

뒤돌아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정겨운 가지산 정상석을 부여 잡고..

난 키보다 큰 새 정상석보다는 이 정상석이 좋다.

이 정상석은 산악인 세운 것이기에 더욱더..







가지산을 오랜만에 오른 것 같다. 그 사이에 산장지기도 바뀌고

하늘이도 없다. 조금은 서운하지만 다시 정을 붙여야 할 것 같다.

시장이 반찬인가 여기서 먹는 라면 맛도 가히 일품이다.







정상 뒤쪽을 돌아 쌀바위 방향으로 내려서니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두껍게 쌓여있다.

가지산 북쪽 사면은 눈도 많이 쌓이고 응달이어서 다른 곳은

눈이 다 녹아도 가지산에서 제일 늦게까지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지. 눈꽃은 다 지고 눈꽃의 시체만 즐비하다.

눈꽃피었다 졌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눈꽃의 시체들만 수북하다.

낙화암 궁녀들 몸을 던지듯 졌을까?

눈꽃 만발한 모습은 장관이었을 것 같다.


갑자기 조병화 님의

'사람이 한 번 작별을 하면'이 떠오른다.
     
그렇게 그렇게 되어서
작별을 한 후
문득 생각이 나서 그곳에 가보니
그곳엔 이미 없었습니다.
 
그곳엔 있으리라고 믿고 가보았지만
그곳에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몇 번 같이 가본 정다운 곳이 있어서
혹시나 그곳에, 하고 그곳을 멀리 찾아갔으나,
그곳에도 없었습니다.
 
먼 하늘엔
도도히 흐르는 세월
 
아,
너도 먼지로 떠서,
나도 먼지로 떠서...






눈꽃도 없고, 눈도 점점 줄어들어 쌀바위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돌아섰다. 역시.. 가지산 뒤쪽(북쪽 방향)은

눈도 많고 정상 바로 밑에는 눈꽃이 피어있다.






아직 시간도 많으니 오늘은 전망 좋은 저 곳으로 가 보자.

가는 길에 부산알파인클럽 시그널을 만났다. 산우들을 만난 듯 반갑다.

부산알파인클럽은 1970년에 설립된 대한산악연맹 소속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 부산의 모범적인 산악회이다.

엄 고문님은 잘 계시는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긴다.

발아래는 수십길 낭떠러지이지만 주변 조망이 정말 좋다.

재악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백운산, 능동산, 배내봉, 북능 1140봉,

태극기가 펄럭이는 가지산 정상, 사람이 개미만 한 중봉도 당겨본다.

그 뒤로 문수산과 남암산까지 보인다.





한참 동안 사방의 조망을 즐기다

돌아 나왔다. 죽은 고목도 꽃을 피우고 소나무도 꽃을 피운다.

이름하여 눈꽃 아직도 눈꽃을 피우고 있는 소나무.






다시 중봉에서 가지산 정상을 조망해 본다.

정상에는 여전히 산객들이 옹기종기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지산은

울산시 울주군과 경남 밀양시, 경북 청도군의 경계에 있는

삼도봉.





눈의 흔적, 짓밟힌 눈이 오래 간다.





지금 시각 오후 2시 5분,

여기로 내려가면 산행 끝인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입석대를 거쳐 내려가기로 하고 직진..







입석봉을 거쳐 입석대에 이르니

위용이 대단입석도 조금은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더 반기는 것 같다.





배내고개로 통하는 구절양장 길





속빈 나무를 통해 보는 세상

그 속에 보이는 것은 소나무





터 잡은 곳이 하필이면 바위벼랑..

이슬을 먹고 살까?





가지산 터널이 개통되는 바람에 석남터널을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어 이곳 상점들의 매상도 많이 줄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도 이곳 상점들을 그렇게 많이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터널이 뚫리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이곳 상인들한테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차한 맞은편 상점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