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그 아늑한 산에 들면..

2019. 8. 14. 23:57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그 아늑한 산에 들면..


19. 8. 9(금) ~ 10(토)

홀로






지리산을 가렸더니 태풍이 길을 막았다.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100m 스타트하듯
잽싸게 접속하여 대피소 두 곳 예약에 성공하고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날아 온 문자 한 통, "태풍 '프란시스코'의 영향으로 8월 6~7일 대피소
이용 불가. 100% 전액환불조치 예정." 에휴~ 풍선에 바람 빠지듯 한
실망감. 태풍은 기상청의 예보보다 일찍 상륙하여 소멸하였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7일은 탐방로를 정상 개방한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왔지만 원래 지리산 주능선을 걸으려 했던 탓에 7일도 포기하고,
만만한 영남알프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여름 산,
매력이 있다. 그 매력에 홀려
비오듯한 땀을 흘리며 입산한다.
하필이면 삼복더위, 폭염경보까지 내렸는데 왜 산에
드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그것은 산에 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힘이 들고 고되게 오른 크기와 비례하여..







제일 짧은 코스로 올랐지만 폭염경보가 내린 날씨에

 박짐까지 멘 탓에 땀이 봇물 터지듯 줄줄 흘러내린다.

흘린 땀이야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 한 줄기로도 보상이

되겠지만, 북쪽 칼바위 능선 하늘도, 남쪽 일출봉 능선 하늘도

구름이 두껍다. 일몰도 일출도 볼 수 없단 말인가?





배낭이 무거워졌다.

샘터에서 수낭에 물을 채운 탓이다.

3kg 정도 무게가 늘었을 뿐인데 느낌은 배나 무거워진 것 같다.

신불산 정상까지 가려던 계획을 접고 신불재에서 짐을 풀었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 텐트를 치려는데 서쪽 하늘이 열리며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럼 그렇지!

후다닥 텐트를 치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신불산 정상은 구름이 가득하다.

영축산 쪽 계단을 숨을 헐떡이며 뛰다시피 올랐다.

조금 여유라도 주지 하는 투정아닌 투정을 하다가도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늘 감사가 한 템포 늦는 것일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작년 송년 일몰도 짙은 구름 속을 비집고

그 좁은 틈으로 얼굴을 살짝 보여주고 넘어가더니만

오늘도 그랬다. 마치 폭염을 뚫고 산을 오른 마음을

 보상하며 위로라도 해 주려는 듯..








잠깐이었다.

태양은 얼굴만 살짝 비치고 사라졌지만,

노을은 황홀했다. 마치 용이 불을 뿜는 것 같았다.

온 하늘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장관!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니..








영축지맥의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재약산, 향로산, 하늘은 불타고, 골짜기에는 골안개가,

별이 뜨듯 어둠이 드리운 배내골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진다.

칼바위 능선 위로는 미련이 남았는지 사위어 가는

 하롯불 같은 희미한 노을빛. 

 능선을 넘는 구름 한줄기..





적막한 산중

하늘에는 구름에 가린 별하나, 반달 하나

땅에는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텐트 한 동.

아~ 오늘 밤 영남알프스는 별과 반달과 나,

우리가 이렇게 전세 내었구나!








다행이다.

힘이 조금만 더 남았더라도

신불산 정상을 향했을 것이다. 정상에 올랐더라면

아마도 황홀한 일몰도 못 만났을 테고, 저 산 아래

 찬란한 울산과 양산의 야경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정상은 지금도 구름 속이다.





밤새 이름 모를 짐승들이

영역 싸움하는지 웩웩하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비몽사몽이었지만,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텐트를 여니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비에 텐트가 축축하다.

다행인 것은 안개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떠 올랐다.

천지개벽하듯 구름이 순식간에 덮혔다 열렸다 한다.

꼭 태양과 구름이 숨바꼭질하는 하는 것 같다.

이 풍경 또한 영남알프스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을..

놓친 고기가 더 크듯, 찍지 못한 장면은 더 황홀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늘 가슴에 담긴다.







구름의 행로,

융단같이 잠잠하다가도 어느 순간

광기어린 모습으로 휘몰아 치기도 하고,

한 줄기는 폭포수같은 모습으로

골을 타고 넘는다.







몽환적인 모습






안개비로 세수한 산오이풀과 노랑원추리

영남알프스의 원추리는 지리산, 덕유산에 비견할 정도로

진노랑이 특징이다.






이 아침 텐트 옆에 웬 산객들이..


김해에서 영알 일출을 보려고 2시 반에 출발했다고 한다.

대단한 산꾼들.. 아침을 같이 먹자고 하여 동석을 하였는데

 말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라면 하나로 때우려 했는데..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





하늘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구름.

그 사이 하늘이 많이 걷혔다.





이 시간에 영알에 든 또 다른 산객들..

더워지기 전 일찍 산에 든 것 같다.

아무렴!

도심보다야 산이 백번 낫지.





신불대피소 샘터 주변에는

노루오줌과 '날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꽃말을 가진

홍자색 물봉선 한 송이가 수줍은 모습으로 반긴다.

샘물은 빙수같이 차가웠다.



숲속 길이지만 역시 염천은 염천이다.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계류가 흐르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에는 한 참

더 내려가야 들을 수 있는 소린데 태풍 프란시스코가

계곡의 수량을 많이 불린 것 같다. 조금 더 내려가다

몸도 식힐계곡으로 가니 물줄기가 제법 힘차다. 그래,

 지리산에 갔더라면 무재치기폭포를 만났을 텐데..

꿩 아니면 닭이지.. 작은 폭포는 정겹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라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서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 아닐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마에 땀을 뻘뻘 흘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함까지 느껴진다. 거기에다

계류와 이렇게 노닥거릴 수  있다니.. 여기서 푹 퍼져 

하루를 더 머물고 갈까 하는 유혹도 받지만, 현실은

낙원에 머물도록 놔 두지 않는 것, 내려가야 할 시간.

부산에 갈 일이 기다리고 있어 풀어 놓았던

마음 주섬주섬 거두어 낙원을 뜬다.






일출봉 능선과 신불재 능선 갈림길에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다. 올라갈 때는 못 봤는데..
언제 달아놓았지? 영남알프스에서도 쫓겨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전에는 산꾼들의 영남알프스였는데
이제 권력을 앞세운 지자체에 강탈당하는 기분이다.


연례행사 같은 한 여름 지리산 주능선 종주도
올해는 이렇게 건너 띄었다. 조금은 서운한 감도 들고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이렇게 영남알프스에 오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는 조금씩 욕심도 줄이고,
가진 것도 놓아주는 것을 배워야 할 시기 아닌가!


벌써 날머리, 선계에서 인계로 내려선다.





날머리에서 만난 나라꽃 무궁화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더 새롭게 보이는 나라꽃이다.
일본이 큰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제 국민소득도, 무역량도 우리와 거의 엇비슷해졌다. 1965년 인당 GDP가
일본의 1/8밖에 안 되었지만, 4년 후에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IMF가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238%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국가 예산의 25%를 이자 갚는데 사용하는 허약한 나라다. 양적완화로 겨우
버티고 있다. 국가신용도도, 은행의 신용도도 우리가 일본보다 2단계 높다.
일본이 강세였던 전자업종 상위 10개사 전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합해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은 30년간 국민소득이 제자리지만,
우리는 12년에 1만$씩 높여왔다.


우리는 일본을 똑바로 보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세계 제일의 삼성 핸드폰이 일본에서는 몇 대 팔리지도 않는데
그나마도 삼성 로고를 지우고 팔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가전 엘지 제품도
일본판매는 미미하고, 2018년 한 해 일본 차가 한국에서 43,253대 팔릴 동안
현대차는 일본에서 16대 팔렸다. 이럴진대 일본 제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일본 차 타고 으스대서야 되겠는가! IMF 때 일본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제일 먼저 자금을 회수해 간 나라가 일본이다. 똑똑히 알아야 한다.
우리는 반일을 말하지만, 일본은 혐한을 외친다. 혐한(嫌韓)이 뭔가?
벌레같이 혐오스럽게 여긴다는 말이다. 우리를 혐오스럽다고 시위하는
그런 곳을 2018년 한 해 동안 753만 명이 갔으니 우리를 호구로 보지
않겠는가! 일본은 대한민국을 아직도 식민지로 여기며 업신여기고 있다.
민족의 자긍심을 되찾고, 일본의 몰역사적 행태와 팽창주의에 경종을 울리며,
경제적·정신적인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싸움을 걸어왔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명분도 실리도 얻을 수 있다. 일본, 대단한 나라가 아니다.


산에서 내려오니 이렇게 복잡한 일들이 널려있다.
  나라꽃 무궁화를 보며 느낀 생각들..





Wang Sheng Di / Lotus of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