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4. 14:39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 하늘은 흐려도 솔바람 소리는 맑다.
소재지 : 울산시 울주군,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코스 : 석남사 주차장 - 석남고개 - 중봉 - 가지산 - 쌀바위 - 갈림길 - 주차장
18. 2. 10 (토)
산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냉철한 눈으로 샅샅이 살펴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자연의 무한한 힘을 찬양하는 성스러운 축전을 베푸는 것이며,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예술작품을 그대의 가슴속에
기쁘게 맞아들이는 것임에 틀림없으니라.
- Lammer, Eugen Guido의 <청춘의 샘> 中
들머리, 텅 빈 주차장을 가로 질러..
그냥 무료로 개방하면 아래 유료주차장에서 가만있지 않겠지.
세상은 이래저래 얽혀 있어 맘대로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다른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머리 위로 바람이 지나가면서 가지를 울리는 소리..
하늘은 미세먼지로 우중충하지만 솔바람 소리는 여전하다.
나만의 아지트.. 능선에 붙기 전 잠시 숨을 돌린다.
입석대와 입석대 능선 뒤로 신불 공룡능선에서 신불산까지 고개를 드러내고 있다.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게 걷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크게 튼 라디오 소리가 귀에 거슬려 도망가고 싶었지만 속도를 낼 수 없어
앞 세웠다. 그러나 바램과는 달리 빨리 가지 않는다. 느린 걸음을 더 늦췄다.
누구든 담배를 피울 수 권리가 있듯 산에서 라디오나 음악을 들을 권리는 있다.
다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권리다.
물소리, 새소리, 솔바람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소음이다.
볼륨을 낮추거나 이어폰으로 들으면 안 될까!
능동산 - 가지산, 석남사 갈림길에서
저 뒤로 능동산이 보인다.
여기도 잘 생긴 백구가 있었구나..
문이 자주 닫혀있기도 하지만, 산을 오를 때 들리기도 어중간하고,
하산할 때 들리기도 좀 그런 곳이다. 들리기가 쉽지 않은 간이매점이다.
가지산 대피소에는 눈썹그린 '하늘이'가 있고
쌀바위 대피소에는 풍산개 '산이'가 있는데..
자갈이 깔린 능선길로 진행하다 보면
왼쪽으로 간이매점이 나오고, 나무 계단이 나온다.
(가지산 철쭉나무 군락지)
영남알프스는 많은 계곡과 능선을 품고 있어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학심이골, 쇠점골을 비롯한
시원한 폭포가 매력을 발하고,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 겨울이면 눈으로 덮여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 지역은 철쭉 군락지로 수령이 오래되어 키가 5m가 넘는
철쭉이 자생하고 있어 유명하다.
나는 올라가는데 부지런한 산객들은 벌써 내려오고 있다.
가지산의 사계를 소개하는 간판은 좋은데..
가지산을 소개하는 내용 중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달린 산"이라는 등의 표현을
아직도 쓰고 있으니... 우리가 금과옥조같이 배운 태백산맥은 그 누구도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나는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지명이다. 태백산맥, 소백산맥과 같은 우리가 사용하는
산맥 명칭과 그 산맥 체계는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저서 <조선산악론>에서 시작한다.
그의 산맥도의 특징은 지형(산줄기) 개념이 아니고 지질 개념으로 노령산맥, 차령산맥 등은
평야지대를 지나면서 계곡과 강을 건너기도 한다. 이것은 이 땅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조사한
광맥도에 산맥을 덧씌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우리에게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산경개념인
여암 신경준의 <산경도>가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민족정기 말살차원에서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백두대간을 우리 민족의 머리에서 지우기 위해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백두대간을 끊어 마천령산맥이라 이름 붙이는 등의 산맥도로 세뇌시켰다.
<산경도>는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山自分水嶺)'는 것을 보여 주며 물을 한 번도 건너지 않고 한반도의 등줄기가 되어
지리산까지 이어간다. 한강은 한북정맥과 한남정맥 사이의 물이 모여서 만들어 지고.
낙동강은 낙동정맥과 낙남정맥 사이의 물이 만드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과학적인 산경개념이다. 지금은 산경도가 교과서에 실려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중봉(1167m)에서 가지산과 쌀바위 방향
박무와 미세먼지로 온 하늘이 뿌옇다.
중봉에서의 산 그리매를 조망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인데..
삼도봉 가지산(迦智山, 1241m)
가지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상남도 밀양시,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1979년 11월 5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지산은 1000m가 넘는 산이 8개나 되는 영남알프스의
맏형이다. 정상은 운문산, 신불산, 영축산, 문복산, 천황산, 재약산, 간월산,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 등
인근의 크고 작은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일급 조망처인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가까운 산도 흐릿하게 보인다.
가지산은 백두대간이 강원도 태백 구봉산에서 갈래를 쳐 부산 몰운대를 향해 줄기차게 내려오던
낙동정맥이 여기서 크게 용트림을 하면서 갈래를 쳐 운문지맥을 만든다.
가지산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인증사진.. 산행 중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한 장은 남겨야겠다. 비싼 돈 들인 키보다 큰 정상석보다는
정든 아담한 정상석을 부여잡고..
운문산 방향.. 운문지맥, 바위산 백운산의 위용
북릉방향, 가지산 북릉은 학심이, 심심이, 오심골 계곡을 비롯한 학소대 폭포, 비룡폭포,
학심이 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반석을 품고 있어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들고양이같이 까탈스러운 북릉을 겨울에 타는 것도 제 맛인데..
중봉방향, 오늘은 문수산과 남암산도 보이지 않는다.
가야 할 쌀바위 방향, 쌀바위 뒤로 상운산도 보인다.
갈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가지산 정상의 이정표
가지산 정상에서 쌀바위 방향으로 가는 길은 겨울 맛이 나는 길이다.
아이젠을 차고 빙판이 된 눈길(?)로 내려선다.
눈이 많이 다져져 미끄럽다.
가지산 정상에서 쌀바위 가는 이 길은 겨울에 눈이 오면 녹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곳이다. 영남알프스에서는 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역이고
겨울이 제일 늦게까지 머물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 배낭에 든 짐은 야영할 장비가 아니라
20kg짜리 LPG 탱크였다. 그렇게 무거운 짐은 가지산 대피소까지
운반하는 아르바이트 수행중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얼마 받을까?
야영 장비 무게 20kg과 LPG 탱크가 든 배낭.. 어느 것이 더 무거울까?
심리적인 무게까지 포함해서..
쌀바위 전망대 데크
쌀바위 위용과 전설..
인생이 유한해서 다들 그렇게 조급할까?
쌀바위 데크에서 보는 가지산과 중봉
쌀바위에서 가지산 정상까지.. 이 길은 겨울 정취가 나는 길이다.
( 오랜만에 들린 쌀바위 대피소 )
오늘은 중봉 아래 간이 매점과 가지산 대피소, 쌀바위 대피소 등
가지산에 있는 매점 및 대피소 3곳을 다 거친다. 이 매점들이 산중에서 장사만
하라고 있는 것은 아닐 터.. 대피소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운문령에서 여기까지는 임도가 나 있다.
석남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여럿 있는데..
쌀바위 대피소에서 3~4분 걸으면 오른쪽으로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은 많이 가파르다.
다시 5분쯤 더 걸으면 이번엔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길 입구가 나온다.
임도도 중간 중간 빙판이 되어 있다.
상운산 갈림길에 있는 전망대 데크에서 보는 조망..
오늘은 조망이 별로다. 바로 아래가 석남사.. 여기서 보는 산 그리매도 일품인데..
상운산 가는 길, 이정표에는 상운산 표시가 없다.
오랜만에 온 길인데 상운산에도 올라 보고 싶지만 저녁 약속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내려가려고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통과,
임도로 내려선다.
상운산 갈림길 데크에서 5~6분 걸으면 나오는 석남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상운산 귀 바위
임도를 버리고 상운산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한 산길로 내려선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동안 빙빙 둘러서 오는 임도와 3번을 만난 후에야
본격적인 석남사 방향으로 내려서는 산길이 열린다.
직진하면 가지산 온천 가는 길, 석남사 방향은 오른쪽 길이다.
솔바람 소리가 좋다.
이런 길을 혼자 걸으니 더 좋다. 라디오 소리가 방해하지 않고
이 고요를 깨는 소음이 없어 좋다.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가지 끝에서 연주를 하고
숲으로 내려온 시원한 바람은 더운 몸을 식혀주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이 길에는 솔바람 소리를 감상하는 나만의 장소도 있지만
오늘은 걸으면서 들어도 마냥 좋다.
이 길이 참 좋다.
먼지 펄펄 날리는 신작로보다, 쭉 뻗은 길보다
산기슭을 안고 도는 구불구불한 길이 좋다.
순하고 부드러운데다 솔바람 소리까지 들으며
걸을 수 있으니 정말 좋다.
호젓한 산길이 좋은데.. 그러는 사이 벌써 날머리
오늘 날씨가 많이 풀린 탓에 계곡의 얼음이 많이 녹았다.
얼음이 녹으며 흐르는 물빛에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진다.
(일제의 송진 채취 상흔과 아베의 얼굴이 겹치는 것은 왜일까)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는 평창올림픽 개회식 도중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라면서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 있어 일본이 문화 및 기술, 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말할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이에 항의가 빗발치자 NBC는 “한국인들이 모욕감을 느꼈음을 인정한다.”면서
사과 성명을 냈다. 영국 더 타임즈는 제주도를 일본 소유의 섬이라고 보도했고,
IOC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아베는 남의 잔치에 와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후로 연기한 것에 대해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내정간섭까지 했다.
이 모두가 의도되었든 아니든 일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우연일까!
이것이 우리가 처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남북한의 화해, 통일을 원하겠는가? 아닐 것이다.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원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일본은 남북이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 할 것이다.
일본은 강점한 시기, 영토만 강점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고, 문화를 말살하고,
이 땅의 물자를 수탈해 간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그 참상을 이 고목들이 증명하고 있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나라의 주춧돌을 잘못 놓은 바람에
지금까지 뒤틀리고 꼬인 역사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심한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오늘 걸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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