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억새는 쓸쓸하고 단풍 숲은 처연했다.

2017. 11. 10. 23:34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억새는 외롭고 단풍 숲은 처연했다.
(숲의 고즈넉한 소리를 들으며 고적하게 걸어도 좋은 길)



2017. 11. 4 (토)
복합웰컴센터-홍류폭포-공룡능선-신불산-단조 늪-신불산 휴양림





오늘은
배내고개가 아니라 이전에 자주 찾았던
(복합웰컴센터가 들어서 있는) 등억으로 가 봐 야겠다.
등억에서 칼바위(공룡) 능선으로 신불산에 올랐다가
단조 늪 억새밭을 거쳐 신불산 휴양림 쪽으로 내려서면서
갈 길 바쁜 억새하고 작별인사를 해야 하고 지난 번 만났을 때
떠날 채비하느라 분주하던 단풍들과도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내가 보내주지 않아도 가을과 함께 알아서
제 갈 길을 가겠지만 배웅을 해줘야
맘이 편할 것 같다.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복합웰컴센터)

신복로타리에서 8시 7분에 탄 304번 버스는
천상에 들어갔다가 KTX 울산역 들렸다가 산행들머리인
등억에 도착하니 9시 27분. 승용차로 3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인데
1시간 20분 걸렸다. 그래서 KTX 울산역에서 너댓명을 태우기 전까지
나 혼자였나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이런 불편이 있구나
304번 버스는 율리에서 05:30, 05:50, 08:00, 08:50,
11:30, 13:20, 15:10, 15:40, 17:00, 18:40, 19:40,
20:40, 22:00에 출발한다.(공휴일[토·일]만 운행)





(홍류폭포도 실비단 폭포같이 물줄기가 가늘어졌다.)





(밧줄 구간)

바람도 불고 쌀쌀하여 늘 쉬어가던 조망바위에도
들리지 않고 올랐더니.. 밧줄 구간이 나타났다.







(칼날능선 초입 아지트에서의 조망)

신불재와 신불산 방향..
산정상부는 가을이 떠난 모습이다.









(공룡(칼바위)능선..)

능선을 타는 스릴도 있지만.. 오늘같이
바람 부는 날은 정말 조심해야 할 구간.
산행의 최종 목표는 무사하게 집으로 돌아 가는 것.
산행에서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영남알프스를 지나는 낙동정맥)









(풍경에 인물도 넣어야 한다면서..)







(하루 끗발이 무섭고, 둔덕 같은 능선 하나 차이도 크다)

'오뉴월 하루해가 무섭다'더니
둔덕 같은 능선 하나 차이로 때깔이 다르다.
단풍이 드는 것도, 잎이 지는 것도..





(오늘도 영남알프스에는 많은 산객들이..)





(신불산(1,159m) 정상)





(정상을 피해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는데..)

그 사이 꽃술을 다 날려 보낸 억새가 쓸쓸해 보인다.









(멀리 낙동강과 산길 그리고 뾰족봉.. 채이등과 죽바우등)





(불타는 듯 하는 가을 산)









(작별인사 하러 왔더니 벌써..)

억새는 이미 하얀 꽃술을 시집 보내 버렸다. 한 발 늦었다.
지난 주말 바람과 안개비와 함께 서둘러 떠났나 보다.





(계절은 저문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남아 있는 억새하고라도 작별인사를 해야지







(아리랑, 쓰리랑 릿지와 상단 암벽의 위용)







(계절은 계절대로, 산은 산대로.. 바쁘다)

옷 갈아입고, 벗는 소리가 왁자지껄 한 것 같다.









(억새밭이 하얀 물결로 일렁이는 모습은 사라지고)

억새밭 드문드문한 억새꽃이 외롭다.
억새밭 파도같이, 하얀 아름다움이기도 하고
때로는 갈색의 슬픔이기도 한 추억.





(영축산 독수리 바위. 사자가 포효 하는 것 같은데..)









(억새밭의 날씨도 변덕이 심하다)

올 가을에는 파란 하늘을 며칠 보지 못한 것 같다.
산에서는 더 그랬다. 오늘도 3/4은 구름으로 덮혔다.
구름 비낀 하늘은 여전히 코발트색인데..





(억새와 구름 사이로 얼굴 내민 파란 하늘)

하늘은 언제나 파랄 줄 알았다.
늘 호흡하는 공기, 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이..
이 순간 구름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은.. 오래 참았다
들어 마시는 공기같이 숨이 확 트이며 살 것 같은 기분
같다고나 할까! 있을 때는 가치를 잘 모르다가 없으면
불편해서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것. 오늘 같은 날은
더욱 더. 손바닥만 파란 하늘이 반갑다.





(이 시간 신불산 정상은?)

단조 늪에서 신불산 정상을 당겨 본다.





(일주일 사이에 산은 많이 변했다)

산은 늘 그 자리에서 그대로인 것 같아도
변하고 또 변한다. 사람이 그렇듯..





(잎을 다 떨구고 겨울과 맞설 준비를 마친 나목)

가지 끝에서는 벌써 겨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제 자리를 지키는 산죽)

사람들 사는 세상에서나 산에서나 다 떠나가도
남아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겨울 산이 살아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산죽









(고도를 낮추니 얼굴 붉힌 단풍이..)

근원을 잃고도 가지에 매달려 있는 저 단풍잎
무슨 모진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마음을 처연하게 하는 저 사망한 잎새!









(얼마나 열정적으로 태웠기에..)

마지막 막마저 내려지고 있는데
미련의 끈 놓지 못해 아직도 태우고 있으니
어쩌지! 집착은 허망한데..





(신불재에서 오는 길과 만나 휴양림 방향으로)







(활활 타오르는 단풍 숲에 텐트 한 동이..)

이런 단풍 숲에서 잠을 제대로 자기나 했을까!





(가을 속으로..)













(억새를 만나러 왔다가 찬란한 단풍을 만났다)

숲에서 듣는 소리는 침묵의 변덕이고
이 단풍 숲의 모든 색깔도 초록의 변덕
단풍들이 마치 영남알프스에 억새만 있냐는 듯
항의하는 것 같다.





(활활 타는 가을, 만지면 델 것만 같다.)





(풀잎 끝에서 번져 가는 가을)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 와
초목의 잎 끝에서 시작한다.









(이제는 지는 꽃, 낙엽마저 아름답다)

이전엔 유독 빨간 색을 좋아했는데
이젠 노란색도 점점 좋아 지구나









(고적하게 걸어도 좋은 길)

마른 풀, 빨간 단풍 향기가 진동하는,
함께 걸어도 좋은 길, 홀로 걸어도 좋다.
찬란한 숲에서 숲의 속삭임을 고즈넉이
들으며 걷는 이 고적(孤寂).







(떡깔나뭇잎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가을)

노랗게 물든 떡깔나뭇잎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고, 나목에 걸린 푸른 하늘도 한 편의 시며
가을에는 사람들 표정 하나 하나가
한 편의 시다.





(급경사길.. 산길이 끝나가나 보다)







(벌써 날머리)

벌써 이별을 하였거나, 막 떠날 채비로 바쁜 산정.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참혹의 계절, 이별의 계절이다.
빠르게 지나는 날들이 세월을 빠르게 밀고 가면서
같이 가자한다. 이제는 손에 잡아야 할 것 보다
놓아 주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한 장 더!)

산허리까지 낙엽이 졌다.
이제 산모퉁이에 들어선 가을은
잎을 떨군 나목들 머리위로 겨울을 불러올 것이다.
해 지고 가을도 가고 두 장 남은 달력도 낙엽처럼
이내 떨어져 세월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산다는 것은 잊어 가는 것, 잊어야 살 수 있는 것
눈부신 햇살만큼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찬란했던 그 모습마저도 희미해지겠지.
  선홍 빛 단풍이 색을 잃어 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