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7. 00:54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 조금은 무리해서 감행한 신년산행
코스 : 석남사 주차장 - 중봉 - 가지산 (원점회귀)
일시 : 2018. 1. 6(토)
유행에는 무던한 편인데
근래 유독 유행을 따르는 것이 있으니 감기다.
이전에는 가끔 한 번씩 걸렸고 감기기운이 있어도
산을 힘들게 타고 나면 이내 떨어졌는데 이제는 감기기운만 있어도
산에 들기가 겁난다. 이번 겨울에도 독감 유행을 따르느라
해넘이 산행도, 해돋이 산행도 못했고, 이번 주 워밍업 겸해
문수산을 두어번 갔다 온 후에 가지산 산행을 하려고 했는데
다 건너뛰고 산에 들기로 했다. 아직도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
조금은 무리다 싶지만 자꾸 미루다 보면 올해도 산과 많이
멀어질 것 같아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선다.
가다 안되겠다 싶으면 돌아오면 될터
1713번 버스가 석남사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08:35
오늘 추운 날씨이기도 하지만 이곳 공기는 울산과 또 다르다.
코끝과 귀를 바늘로 찌르는 듯 한데 머리위 나무가지를 때리는
바람소리는 겁을 준다. 아무도 없어서 더 춥게 느껴지는
산길에 들어선다. 08:40
다리가 무겁다. 뒤에서 인기척이 났는가 했는데 추월해 간다.
내가 느리게 가기는 가는 모양이다. 나는 힘을 다해 걷고 있는데..
가라면 가라지 그렇찮아도 힘든데 양지바른 곳에 좋은 조망처가 나타났다.
그래 빨리가는 사람들은 이런 재미는 없을 거야 자리잡고 조망을 즐긴다.
그러나.. 누가 대신 가 줄 것도 아니니 마냥 있을 수도 없어 출발.
쉬며 걷다 그러는 동안 능선에 올라섰다.
이 정도면 준수하다. 1시간 길을 1시간 20분만에 올랐다.
나목 사이로 중봉이 벌떡 일어섰다.
중봉이 저렇게 높았나 싶다. 산도 키가 크는가?
어제의 산이 오늘의 산이 아닌 것은 분명할 터
산보다 더 변한 것은 나 자신이지만
뒷걸음질치지 않고 앞으로 내딛으면
전진!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마지막 가지산 정상 직전이 힘들기는 하지만
중봉까지 오면 거의 8부능선은 넘어선거나 마찬가지다.
돌아가는 것 보다 정상이 가깝다.
가지산 정상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태극가
펄럭인다. 바람이 세게 불면 신나는 것은 바람개비와 태극기일듯..
차가운 세찬 바람이 태극기나 펄럭일 것이지
사정없이 볼기짝을 때리고 찌른다. 볼이 언 것 같다
이러다 동상걸리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가지산 정상의 태극기
근래 태극기가 수난을 당하지만 태극기는 의연하다.
우리나라 산 정상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는
산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여기서 태극기 집회는 안 하겠지.
큰 돈 들인 정상석이 있지만 이전 정상석 잡고 인증사진
이게 누구신가? 그래 긴가민가 했었지.
오랜만일세 경희씨. 백운산 암장에 붙어 설악가 부를 때가 좋았지.
만나서 반가워요. 무술년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시길..
가지산 정상의 칼 바람도 피할 겸 라면 한 그릇 할까하고 대피소에 들어갔더니..
대피소는 완전 호떡집에 불난듯 북새통. 만원사례
산장지기는 올 한해가 오늘만 같아라 하겠지~ㅎ, 대박나세요.
입구에 가지산 갤러리라고 간판을 붙여 놓았더니
안에는 산장지기가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니조아님(우측) 사진도 한 장 남겼다)
또 여기서 귀한 분을 만났으니 블친 사니조아님이시다.
몇 번이나 쳐다보기에 뭐가 잘못됐나 했는데 인사를 건넨다.
'사니조아'라 소개하면서 '시나브로님 아니시냐?' 한다. 내 블로그에 자주 들어
오신다며 블로그에서 본 모습이라서 알아보셨다 한다. 아이구 황송하기도 해라.
이전에 서울 충무로역에서 스쳐 지나가다 알아 보고 인사한 블친도 있었고,
대면은 못했지만 부산 지하철에서 봤다고 알려준 블친도 있었고,
오늘은 또 멋진 블친 사니조아님을 직접 만나다니..
에구 요즘은 블로그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또 이전 호남정맥 할 때 산행대장 산사나이 부부도 대피소 안에서
만났으니.. 오늘은 가지산 정상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산에 안 왔으면 어쩔뻔 했나싶다.
사니조아님 : 아마츄어 무선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헌신적으로 하시는 분이다.
무전기, 전원장치, 안테나를 직접 이곳까지 운반하여 대피소에 무전기를 설치,
지금 교신중인 모습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구조하게 했다고 한다.
이제 하산해야 할 시간.. 태극기를 한 장 찍고
정상에서 몇 장 찍긴 찍었는데..
북릉도, 칼바위 방향도 없다. 찍지 않은 사진이 있겠는가!
이유는 바람이 너무 세어서 손이 시려서..
북풍을 피해서 찍기 쉬운 모습만 찍느라고..
참 사진 편하게 찍는다 싶다.
하산을 하는데 오른쪽 무릎이 결려온다.
여기까지는 잘 왔는데.. 무사히 하산할 수 있겠지?
그동안 산을 멀리한 벌을 받는거지 뭘
아무도 없는 길.. 조금은 고독하게
석남사 주차장 방향으로..
능선에서 내려서는 길이 많이 까탈스럽다.
무릎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겨울 나무는 옷을 벗었다.
결연한 의지의 표현일까?
원점회귀 산행이지만
무릎도 아프고, 조금이라도 다른 길로 가 보려고
샛길로 들었더니 길은 낙엽에 가려 사라져 버렸다
버스 출발 10분 전 버스 정류소 무사히 도착.
오는 길에 잠깐 졸았는데 그렇게 달콤할 수가.. 정말 꿀잠이다.
승용차를 가져오지 않은 덕분에 누리는 여유, 자유다.
비록 울산에서 올적에도 산행 차림을 한 승객은 혼자였고
돌아 올 적에도 혼자였지만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겠다.
오늘 조금 무리한 산행을 하는 바람에 무릎에 통증이 왔지만
결국은 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래도 오늘 산에 들기를 잘했다.
산에들다 보니 경희씨도 만나고, 산사나이 대장도 만나고,
블친 사니조아님도 만난 기분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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