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12주년 기념산행

2017. 9. 22. 01:30山情無限/영남알프스





산이 멀어지니 산우들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산악회 활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만들 때부터 함께 하였으니 관심은 많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했던가! 산행에 참석도 못하면서 아무리 애정이 있다 해도

그건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는 격.. 종주산악회답게 걸었다 하면 20~30km니 그렇게 걸으려면 백두대간

길을 한 번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백두대간 종주팀이 꾸려지고 2014년 6월부터 장도에

오르더니 벌써 백두대간을 마치고 9정맥 길에 탄력이 붙어 있다. 아마 대간과 정맥에 접근하기는 전국에서

울산이 제주도 다음으로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지역은 대간길을 당일 산행으로 끝내기도 하던데.. 

대간길부터 정맥까지 거의 토요일 밤에 무박으로 떠난다. 그런데다 산행은 일요일이 정기 산행일이니 

나는 잎이 꽃을 만날 수 없는 상사화 같은 처지.. 가뭄에 콩 나듯 토욜 산행이 있는 날은

어쩌면 그렇게 일정이 겹치는지.. 하여간.. 


벌써 12주년이라니.. 난 먼발치에서 불구경하듯 했는데

지금까지 잘 이끌고 함께 해 온 산우들이 고맙다. 이번에도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걸으며 생일을 기념한다고 한다. 잘 하면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로 향하던 태풍 탈림이 진로를 꺾어 일본 홋가이도로 상륙하였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서둘러 1부 예배를 드리고 무슨 작전하듯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산행채비를 해도 버스 도착 시간을

맞추기 힘들 것 같다. 어떡하지..


조금은 면목 없지만 한 형에게 SOS!!

모자라는 시간 3분은 버스를 잡아 놓고 달려서 무사히 합류..

반가운 얼굴들이다. 생각보다 버스가 헐빈하다. 인원이 30여 명 밖에 안 된다.

그렇구나 내년에 TMB 종주하는 팀 10명 정도가 이 우중에도 야영하며

훈련한다고 전날 출발하여 날머리에서 합류하기로 했다지.






구름이 내려 앉아 몽환적인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린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와 가을꽃 구절초가 비로 세수하고

우중에도 산에 든 산객들을 맞는다.






벌써 일행들이 분산되어

몇 명되지 않지만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펼치고

생일 기념산행을 증거로 남긴다.






유래도 근거도 없는 天皇山 정상석은 여전하다.

이 산은 동국여지승람(1481년, 성종 12년)을 비롯한 수많은 고문서와

동람도(1530년)를 비롯한 수많은 고지도에는 載岳山으로 표기되어 있는 산.

그동안 어디에도 天皇山이라는 산명이 나오지 않다가 느닷없이 1923년 6월 30일에 발간

(1914년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 처음 측도, 1920년 수정 측도. 1923년 6. 25 인쇄)된

5만분의 1 지형도에 다른 많은 산들과 함께 天皇山으로 이름이 바뀐 산..

언제 제 이름을 찾을꼬..






산행에 대한 내공이 대단한 남추 후배와.. 그래도 우린 가끔 만났지..






여기서도 현수막을 펼쳤다. 인원수가 느니 이전보다 그림이 조금 나은 것 같다.






억새꽃이 숙추하다.

억새꽃밭은 또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적적하게 비가 내리면 더욱..






나는 카메라를 배낭 속에 패킹해서 넣었는데

성천님은 아랑곳 않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 준다.

산악회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산악회를 지켜 온

산행대장이다. 그 때부터 산악회 전속 사진담당이기도 하구..

카메라맨의 애환은 내가 알지..

오늘은 성천님 사진에 글을 입혀 본다.





삼대 구 년 만에 만난 악우 버미

언제 김대장하고 같이 야영 한 번 가자


산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도 늘 변한다.

어제의 산이 오늘의 산이 아니다. 12살 맞은 산악회도 그런 것 같다.

뜸하게라도 나타나더니 오늘도 보이지 않는 초창기 멤버들.. 보고싶은 산우들..

이런 자리에서라도 얼굴 한 번 볼 수 있나 했는데. 안부도 궁금하고.. 그래

부득이하게 비어가는 자리는 또 새로운 멤버들이 채워 가니 전진하는거지.

새로운 멤버들이 열심을 내며 활성화되는 것이 보기 좋다.

마치 장강의 앞강물이 뒷강물에 밀려 가듯이.


그동안 마음의 빚이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참석을 하니

밀린 숙제를 한듯한 느낌도 들고, 한편으론 반 빚이라도 갚은 느낌이다.

여태 수고하고 애쓴 한길님, 성천님, 조폭님을 비롯한 운영진들에게

면목 없던 마음을 조금은 면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나저나 토요일 산행은 완전히 없어진건가?)

함께한 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12돌 산악회 생일을 자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