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종주클럽 13주년 기념 산행, 어울길 무룡고개~월봉사

2018. 10. 7. 23:57山情無限/산행기(일반)




울산다물종주클럽 13주년 기념 산행


무룡고개 - 마골산 - 염포 팔각정 - 염포삼거리 - 염포산 - 월봉사

2018. 10. 3 (수)

다물종주클럽 회원 27명






10여 년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던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으면 참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를 빨리

먹고 싶었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그 누구도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인데..

나이 듦이란 무슨 의미일까!


벌써 13주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나이는 동지 팥죽을 먹고, 떡국을 먹는 사람만이 아니라

'울산다물종주클럽'도 벌써 탄생한 지 14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인간으로 쳐서 열 네 살은 나이를 좀 빨리 먹고 싶어 할 나이 아닐까?

각설하고, 생일을 자축하며 회원들과 함께 산길을 걸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인가!

거의 모든 산행이 주일날 이루어지는 관계로 산행에 참석할 수 없는 형편인데

이렇게 동행할 수 있으니.. 오늘은 코스까지 부담 없는 무룡고개에서 월봉사까지

여유로운 16km, 이 코스는 울산산악연합회에서 종주하는 어울길 1, 2구간에

해당하는 길이기도 한데 그 행사마저도 주일날 하니 말이다.

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이렇게 동행한다.





(09:40, 무룡정자고개 출발)


출발지에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전화하니 아직 출발도 안 했다.

10분이나 늦게 도착한 버스에는 기다렸다는 사람이 없었다.

9시 반경 무룡정자고개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산행채비를 하여 출발.





무룡터널이 뚫린 후 오랜만에 고개에 올랐는데 운치가 있다.

이 길은 걸어서 넘거나 자전거로 넘으면 운치가 더 있겠다 싶다.





입산, 고갯마루에서 출발하니까 오늘 길은 거저인 셈이다.







벌써 3.4km를 걸었다고 이정표가 알려 준다.

평지같이 순한 길인 데다, 길동무가 좋다 보니 이런 길은

온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어떻게 맨날 힘든 길만 걷겠는가!

물론, 이 산악회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같은 날도 빡신 산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있으니..





억새는 꽃을 두 번 피운다.

첫 번째는 이렇게.. 두 번째는 호호백발 산발을 하면서 핀다.

언제부턴가 향기 없는 억새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신불평원 억새밭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을까?






중간중간 의자도 있고, 이런 정자도 있다.

참새가 곳간을 그냥 치나 칠 수 없듯, 주유천하 하는 산객들

여기는 국립공원도 아닌데 뭐, 쉬면 그냥 쉬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천 대장)


다물종주클럽의 산 역사이자 전속 사진사.

산행 사진은 산행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찍을 수 있다. 오늘 같은 날은

보너스 받는 기분이겠지만 종주 중에 찍는 사진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찍은 사진들은 언제 정리해서 올리는지..










(마골산(摩骨山, 297m) 정상에서)


동구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 이 마골산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봉대산(烽大山, 183m)과 명자산(明紫山, 190m)이 있으며, 남서쪽으로

염포산(鹽浦山, 203m)이 있다. 이러한 마골산과 엇비슷한 높이의 연봉들이

동구의 서쪽과 북쪽을 병풍처럼 두르면서 방어진 반도를 이루고,

동해로 빠져들고 있다. 동구 지역의 산들은 산세가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고 완만하여 마치 구릉 지대를 연상시키는데..

산에는 등산로가 거미줄같이 나 있다.






다물종주클럽의 카페지기이자 운영자인 한길님과

얼마 전 창립 30주년을 맞은 외인악우회의 버미 회장.





돈 문제(돈문재)는 사람이 없는 산에도 있는가?





느티나무 그늘이 드리운 곳에 전을 벌렸다.

점심은 점심(點心)이 아니고 진수성찬이다.


우리 민족이 삼시 세끼를 먹기 시작한 지는 약 600년 전

조선 태종 때부터라고.. 당시, 일하다 허기가 질 때 먹었던 것은 새참.

새참은 보통 아침 10시에서 4시 사이에 먹는 간단한 음식으로 제대로 된

한 끼는 아니었던 것. 태종 때부터 먹었다는 점심도 아침과 저녁, 그 사이에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의 '점심(點心)'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

하지만, 본격적인 삼시 세끼의 시작은 근대화 시작과 함께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는 문화가 생기면서부터라니

인류 역사에서 보면 완전 최근의 일인 셈.





(다물종주클럽의 폐인(嬖人) 제임스님과..)


기존 회원과 새로운 회원들 간의 융화가 잘 이루어지는데

산악회에서 가교 역할은 열성적인 제임스 님이 담당하고 있다.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산마거사 고문과 덤바꾸 고문)


경주에서 늘 울산까지 오시는 열정만큼이나 산악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 회장 재임시 "무즐산" 즉, '무탈하게 즐겁게

산행하자'라는 구호를 보급하여 공식 건배사(?)가 되었다.

또한, 덤바꾸 고문은 올여름에 TMB를 20kg 이나 되는

무거운 박 배낭을 메고 178km를 완주한 의지의 한국인.

대단하고 든든한 산악회의 버팀목들이시다.





(염포삼거리)


山이 산인 것은 봉우리와 골이 있기 때문.

염포삼거리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염포산으로 올라야 하니

오늘 길이 평지만 걷는 것은 아닌 산행은 산행인 셈.






(3포 개항 기념비(염포))


삼포 개항(三浦開港)은 1426년(세종 8년) 대마도주 소 사다모리(宗貞盛)의
청에 따라 기존에 개방하였던, 웅천(진해)의 내이포(乃而浦), 부산포 이외에도
울산의 염포(鹽浦)를 추가로 개항하고 일본인에게 교역을 허락한 일이다.


1418년 세종 초년 제3차 대마도 정벌 이후 대마도주 사다모리는 단절된
조선과의 정상적 교역을 누차 청하여 왔기 때문에 조정에서도 그들에 대한 유화책으로
세종 8년 개항했다. 그래서 웅천(熊川, 현재의 진해)의 내이포(乃而浦, 제포[薺浦]라고도 함),
동래(현 부산)의 부산포(富山浦), 울산의 염포(鹽浦) 등 3포를 열어 무역할 것을 허락했다.
3포에는 각각 왜관을 두어 왜인 60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삼포왜란은 1510년 중종 5년 4월 4일 제포(내이포)에 거주하고 있던
항거왜추(恒居倭酋), 대조마도(大趙馬道), 노고수장(奴古守長) 등이
병선 100척과 무장한 왜인 4~5천명을 거느리고, 성을 공격하였다.
이들은 삼포의 관리들이 부당한 요구를 했다며 내세운 명분은, 부산포 첨사는
소금과 기와를 굽는데 사용하는 땔감을 과하게 요구하였고, 웅천 현감은
왜놈들의 상업 활동을 금하면서 급료를 제대로 주지 않고, 제포의 첨사는
고기잡이를 할 때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서, 왜놈 4명을 살해했다는 것.
그들은 부산포, 제포를 함락하고, 영등포를 불사르고, 웅천진 등을 공격하였다.
이 변란으로 인해 부산포, 제포, 웅천, 영등포가 함락되고, 부산포 첨사 이우증이
살해당했다. 군사와 백성들 272명이 죽고, 동평현, 동래현, 민가 796호가 전소되었다.
1510년 4. 13. 확전을 염려한 대마도주 종성친은 서계를 보내 강화를 요청하였으나
조선 조정에서는 황형, 유담년을 경상좌우도방어사로 임명하여 군사를 보내
이들을 토벌했다. 1510년 4월 19일 제포에 모여있는 왜놈들을
세 갈래로 포위하여 8시간의 협공 끝에 적을 물리쳤다.






(이제 염포산으로.. )


해발고도가 203m 산인데 오름길이 힘들다.

여태 고산 준봉들은 어떻게 올랐을까!





(염포산, 203m)


정상에는 산과 바다와 강, 고을과 산업단지..

즉 다섯 가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뜻의 다섯 '五'와

뛰어나다는 뜻의 '勝'자를 딴 오승정(五勝亭)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있다.





염포산 일대는 전국 산악자전거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대교 전망대)


 2015년 6월 1일 개통한 울산대교와 함께 설치된 전망대.

한번 올라보고 싶었지만 쉽게 발걸음이 닿지 않았는데 오늘 산행의 덤으로

울산대교 전망대에 올라 본다. 조금 전 지나온 오승정이 무색하게 실질적으로

산과 바다와 강, 도시와 산업공단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울산항과 태화강, 동해, 석유화학공단을 비롯한 공장지대, 

울산대교, 그리고 문수산 남암산, 가지산, 고헌산, 치술령 등 일망무제..

시원하게 사방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전망대다.





전망대 앞마당에서 오늘 총무 푸른나래와 마라토너이신 ??





옛 화장막에서 화암사로 내려서는 길





(산행은 가볍게, 기념식은 찐하게..)


많은 산우들이 식장을 직접 찾아 기념하며 축하해 주었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은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中








조금 늦었지만 기념일을 기념하며..





(오늘의 산행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