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30. 02:09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산행
일시 : 2018. 8. 22 (목)
누구와 : 악남악녀산악회 13명
무건리 이끼 폭포는 가 보고 싶은 곳이지만
거리가 멀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마침 산행 공지가 떴다.
얼씨구나 하고 얼른 꼬리를 달았다. 생각보다는 신청하는 사람이 적다.
여덟 명밖에 안 되어 승용차로 간다면 직접 운전을 해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인원이 적지만 25인승 버스로 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장거리 운전 안 하고 편하게 갔다 올 수 있겠다 싶다. 도중에 신청을 취소하는
사람도 나오고, 합류하는 사람도 있고 하여 최종 13명.
뜻밖에 무건리 이끼 폭포를 가게 되었다.
울산에서 7시에 출발,
무건리 이끼 폭포 산행기점인 삼척시 도계읍 산기리
(주)태영EMC 삼도 광업소 바로 위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울산서 삼척이 과연 멀기는 멀구나.
산행채비를 하고
무더운 날씨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른다.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한 날씨
아스팔트 복사열을 받으며 10여 분 오르니
도마재와 이끼 폭포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가 나왔다.
직진하면 도마재, 이끼 폭포는 우측길이다.
여기서 단체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이정표는 여기서 이끼 폭포까지 3km라고 알려준다.
출발, 차량 출입방지 차단기를 넘어 국시재로 향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아스팔트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흙길만큼이야 하겠는가!
국시재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도마재 가는 길과 이끼 폭포 오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국시재까지는
이정표 거리로 500m인데 고도를 가파르게 올린다. 구름 낀 후덥지근한
날씨가 오름길을 오르는데 땀을 쥐어짜는 것 같다.
저 외딴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까?
국시재에서 휴식하며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산행 대장 하니, 군대 조교 같은 포쓰..
이끼 폭포 산행공지 올려줘서 고마워요.
국시재까지 오르는 길은 땀을 뺐는데
여기서부터는 거저먹는 길.. 이끼 폭포로 내려가기 직전까지는
고도차 없이 산허리길을 간다. 자갈길이 운치가 없기는 하지만..
시원한 생수 한 바가지를 마시니 더위가 싹 가신다.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물봉선이 반갑게 맞아준다.
경고문이 사납다.
여긴 현수막을 쳐 놓고 시위 중..
바로 아래 탄광이 마을에 피해를 주고 있는 모양이다.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개발은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 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어야 한다. 자연환경은 미래세대에서 우리가
빌려 사용하고 있다.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 한다.
이끼 폭포 1.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오고
얼마 가지 않아 이끼 폭포 표지목이 나오길래
이정표가 잘못되었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끼 폭포 표지목이 있는 곳에서 내려서니
무건분교 옛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오고..
호젓한 길이 잠깐 이어지더니.. 나무계단이 아래로 한없이 내려간다.
다시 올라 올 것을 생각하니 내려가는 길이 마음 편치 않다.
더 내려가니 계곡 물소리가 들리더니
그리던 무건리 이끼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야! 폭포다. 이끼 폭포다!
(폭포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펼쳐집니다)
폭포는 수량도 적당하고 조건이 좋았다.
사실, 오늘은 산악회에서 산행으로 오게되어 카메라가
짐이 안되게 간편하게 오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많이 아쉽다.
카메라도 풀프레임이었으면 더 좋았겠고, 무엇보다 트라이포트는
지지가 약해 줌렌즈 경통을 길게 뽑고 장노출을 주려니 많이 흔들린다.
제대로 채비를 해서 꼭 다시 와야겠다.
무건리 이끼 폭포는
사진작가들한테는 출사명소로 알려져 있던 곳으로
봉준호 감독의 강원도 산골 소녀의 모험기를 다룬 영화
‘옥자’ 촬영지로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삼척시에서 주변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탐방데크와 전망대 등을
설치하는 경관 조성사업을 했다고 한다.
이끼 계곡으로는 이곳 무건리 계곡과 함께
영월의 상동 이끼 계곡, 평창의 장전 이끼 계곡이
유명하다.
2시간 넘게 머물다 단체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고
무건리 이끼 폭포에서 좋은 추억을 가슴에 담고 떠난다.
계곡에서 올라오면서 만난 가야물봉선과 까실쑥부쟁이
* * *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마대 포로 포장한 길 걷기는 편하다만..
단풍취, ??, ??, 북아메리카에서 귀화한 개망초
나라꽃 무궁화꽃도 아름답다
자세히 보면..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달맞이꽃은
꽃이 밤에 달을 맞이하며 피는 습성에서 붙여진 이름
계단을 다 올라왔다. 이제는 꽃길만 남은 것 같다.
어린 순을 취나물이라고 하며 식용하는 참취
걷기 편한 길인데도 땀이 범벅이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던 이끼폭포 계곡물이 그립다.
칡꽃, 칡을 갈(葛) 또는 갈등(葛藤)이라고 한다.
칡이 유용하게 쓰이기는 했지만 근래에는 칡넝쿨이 산림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넌 이름이 뭐니? 이름을 불러 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올라올 때는 보지 못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야생화나 세상일이나 좀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달릴 때보다는 천천히 걸으면 보이는 것 같이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한 일상에서
한 발짝만 비켜서도 다른 세상인 것 같이..
이런 곳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지구의 한 귀퉁이를 아름답게 밝히고 있는
야생화들과 눈 맞춤도 하고, 이름도 불러줘야겠다.
옷나무 열매
기름나물과 가는괴불주머니
꽃과 나비
남계우의 유명한 화접도(花蝶圖)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여하튼 나비는 꽃을 찾아야 하고, 꽃이 나비를 유인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생채로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유독식물 노랑물봉선,
애기똥풀도 유독식물, 살균작용과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도둑놈의갈고리(?), 누리장나무꽃
도둑놈의갈고리는 큰도둑놈의갈고리인지 개도둑놈의갈고리인지 잘 모르겠다.
잎도 같이 찍어야 하는데..
넌 처음 보는데.. 네 이름을 몰라. 불러 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오늘은 이끼 폭포도 생각 이상으로 멋있었고,
폭포까지 오는 길은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래킹하는 수준이어서
후덥지근한 날씨가 땀을 빼게 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되돌아오는 길이라 지루할 수도 있었겠지만,
멋쟁이 산우들과 함께 걷는 걸음이 좋았고, 길섶에서 반갑게
맞아주던 야생화들과 눈 맞춤 하면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야생화들과 함께한 시간은 이끼 폭포를 보러 왔다가 얻은 덤이다.
언제 다왔나 싶을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걸은
행복한 산길이 되었다.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잠깐동안.. 사진 한 장 찍을 만큼만 반짝하고는,
갈길이 바쁜듯 노을은 환한 빛을 거두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달린다.
난 왜 버스 운전기사 님을 조종사라 부르는가 했더니
산악회 회원으로 닉네임이 조종사였다.
* * *
산행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산악회 산행 대장과 임원들의 수고가 정말 감격스럽다.
산행 대상지를 선정하는 데서 부터 공지를 올리고 나면 참여하는 인원수,
그에 따른 교통편을 비롯한 제반 준비물들, 안전산행을 위한 산행 안내,
뒤풀이할 식당 섭외 등, 도착하는 순간까지.. 참여하는 사람이야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면 신청하고, 사정이 생기면 신청을 취소하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보상이나 반대급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속된 말로 월급 받고 하는 것도 아닌데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는 순전한 봉사고 희생이다.
사실, 이번에도 산행대장은 교통편 때문에 남모르는 고민을 했을 것 같고,
그것을 안 임원들이 서로 도와서 산행이 잘 성사된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 고맙게 여겨지면서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수고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발전하고,
그런 봉사와 헌신이 윤활유가 되어 각박한 세상도 돌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운영진들의 귀한 봉사와 헌신, 애쓰는 아름다운 마음과 손길에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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