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로운 섬 비진도 1박 2일 백패킹

2018. 11. 14. 02:36山情無限/산행기(일반)







보배로운 섬 비진도 1박 2일 백패킹



2018. 11. 5 ~ 6

악남악녀산악회 12명







어디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산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비진도 백패킹을 가게 되었다. 가고 싶었던 섬 비진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비진도.

이름조차 보배와 견준다는 比珍島(비진도), 미인도라고도 부르는 비진도는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니 의미

또한 심상치 않은 곳. 그러고 보니 여기가

통영시 한산면 한산도 인근.





문수 구장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10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약간의 자투리 시간이 생겨

속절없이 깊어가는 가을을 잠시 잡아 본다.





울산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통영여객선터미널,

출항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다. 통영에 오면 충무김밥을 먹어야지..

통영군과 충무시가 합병하면서 통영시가 되었지만 충무김밥은 여전하다.

서호시장에서 먹은 충무김밥도 김밥이지만, 라면은 여태 먹어 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었던 것 같다.


통영(統營)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로 선조 37년(1604)

통제사 이경준이 두룡포(지금의 통영시)로 통제영을 옮기면서 통영의 명칭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충무시(忠武市)의 본 지명은 통영군이고, 통영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충무공(忠武公)의 시호를 따서 충무시라 하였으며, 통영이나 충무시의

탄생은 삼도수군통제영과 충무공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진도 가는 길의 선상 풍경,

특이한 등대가 있는 통영 유람선터미널을 지나

통영국제음악당과 스탠포드 호텔을 지난다.

 




10년이나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권은아빠 문수 씨다.

당시 울산에서도 지리산에 빠진 산꾼들이 간혹 있었다. 지리산에 홀린 이들이

호기 어리게 지리99(지리산 아흔아홉골) 울산팀을 결성하였지만 이후

각자 사정으로 아쉽게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나는 홀로

9정맥 걸었는데 거의 막바지로 일로매진할 때였다.





저긴 펜션단지.. 요트도 타고..






봉곳봉곳 솟은 섬들, 햇살이 부서지는 은빛 바다가 눈부시다.





저긴 또 먼저 온 낚시꾼들이 목하 낚시 중.

물고기를 다 잡으면 안 되는데..






그러다 보니 40분이 훌쩍.. 벌써 내릴 시간이다.

승선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 일행과 이곳 주민 몇 분만 내항에서 내리고,

나머지는 외항으로 갔다. 빨간 등대를 배경 삼아 입도 기념으로 한 장 찰칵!

무슨 전사들 같다.





비진도 내항

통영항에서 14km 정도 떨어져 있는 비진도는 안 섬과 바깥 섬이

모래톱으로 꼭 모래시계 형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깥 섬이 크고

안 섬이 조금 작지만 소박한 어촌 모습인 내항마을이  가구 수가 많다.

외항마을은 비진도 해수욕장이 있어 숙박 시설과 관광시설이 들어 서

개방화가 진행되었고, 312m의 선유봉과 후박나무자생지

산책길이 있다. 주로 외항에서 내린다.







오늘의 야영지.. 학교(폐교된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 가는 길





정문에서 본 비진분교 운동장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다. 마을 뒤편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분교 터다.

1944년에 개교하여 졸업생 1,023명을 배출하고 2012년 3월 1일 자로

폐교되었다고 한다.





이 폐교 터를 관리하는 이장님과 주민들한테는

이 풀들이 골칫거리겠지만 우리들 눈에는 좋은 풍경.

풍경을 배경 삼아 모두가 모델이 되어 찍고 찍힌다고 찰칵찰칵

사진 중에서 맛보기 한 장만..






더 없이 좋은 야영지. 住, 食을 위한 진지 구축.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발길 닫는 대로 유랑.

비진도 내항은 첫인상이 좋았는데 소박하면서도 깔끔하다.

주민들 마음씨만큼이나 풍광도 아름답고..






팔손이나무와 콘크리트에 포위된 느티나무.

팔손이나무는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손가락같이 7~9개로 갈라진 데서

생긴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원종이 자생하고 있는 곳은 이곳 비진도를 비롯한

남부의 몇몇 섬들뿐이라고.. 이곳 비진도는 팔손이나무 자생지 중

가장 북쪽이라고 한다.





내항의 중요한 곳, 선착장과 빨간등대









해가 집으로 가기 전에.. 해와 놀기.

천하를 호령하던 태양이 탁구공만해 졌다.





미끼 끼우기가 바쁠 정도로 물고기가 잘 낚였다.

부족한 것은 시간.. 낚시하랴 일몰 담으랴.. 이럴 땐 몸이 둘이었으면..

이 손맛.. 씨알이 굵지는 않았지만, 얼마만의 손맛인가! 순식간에 6마리나 올렸다.

모두 모으니 20마리가 넘는다. 한 사람당 2마리는 돌아갈 것 같다.

미련이 남아 주산지 님과 야밤에 다시 나왔는데 물고기도 자러 갔는지

해 질 무렵만큼은 입질을 안 했다. 그 녀석들도 시간 맞춰

먹을 때 먹고 잘 때는 자나 보다.









완전 먹방이다!

하니 대장이 준비하고, 요리장은 반백 대장이. 그리고 조연들의 협력..

낚시로 잡은 망상어와 볼락까지도 불판 위에 드러누웠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들은..

한동안은 이렇게 조용조용하지만은 않은 듯하기도 하다..

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은 짧았다.


별 / 권선옥


나의 어둠은 네 배경이다
이 땅의 사람들은
너를 바라보면서도
왜 네가 별이 되었는지는 모를 것이다
내 가슴에 떨군 숱한 눈물과 그리움
뉘우침 같은 것들로
빛이 되었음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애초에 다만 하나의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다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나의 어둠을 말할 수는 없다
너의 배경에서 아무 흔적도 없이
사위어 가는 그 많은 날들의 그림자를
아무도 보지 못하였으리라
다만다만 하나의 반짝이는 너를
나는 가슴에 담고
앞으로도 너를
사람들은 별이라고 부르리라

 







늦게 잠들었다고 해가 늦게 뜨며 사정을 봐 주겠는가?

부랴부랴 일어나 이마에 불을 밝히고 일출을 보러 외항으로 향했다.

오늘도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태양이 눈을 부라리며 불끈 솟아올랐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오늘의 태양은 더 새롭게 맞아야 한다.

日日新, 타성에 젖지 말고 날로 더욱더 새로워지자.







물이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때로는 침으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한 이유를 알 듯하다.

태양이 비추자 물의 속성이 드어나 보이는 것 같다.





비진도 외항 선착장,

첫배로 나갈 사람들이 조금 전 포터 적재함에 한 무더기 실려 가더니..





외항마을 전깃줄에도 시베리아와 몽골에서 날아온 떼까마귀가..

울산 태화강변 떼까마귀와는 비교할 계재가 아니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태화강변의 수많은 까마귀가 석양 무렵 떼를 지어 날며 펼치는 군무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배설물과 깃털, 소음 피해 등은 골칫거리로 주변 주택가

주민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겨울 손님'이다.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일행은 선유봉으로 향했고,

나는 외항마을에 남아 잔파도와 숨바꼭질하는 해와 놀았다.

카메라 짐도 무거운데, 테니스 엘보가 낫지 않아 무리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제는 내항을 돌아봤고, 오늘은 외항까지 왔다. 이러는 나도 참 많이 약해진 것 같다.

덕분에 비진도에 다시 올 핑계 하나를 만들었다. 다음엔 미인전망대에도 오르고,

선유봉, 비진도 산호길을 다 돌아봐야지. 하며 자위해 본다.






여기는 따뜻한 남쪽나라..

가을을 알리며 피었던 영알의 구절초는 벌써 가을과 함께 떠났는데

여기는 구절초가 아직도 본색을 잃지 않고

하얀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항마을의 담장들..






하룻밤을 잘 머물었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학교는 꼭 공부하러 가는 곳만은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야영지도 하마터면 폐쇄될 뻔했는데 내항리 이장님이 애쓴 노력의

결과로 유지되고 있는 것. 이용하는 사람들은 좋은 추억만 남기고 흔적없이

아니 온 듯 다녀갈 수 있기를..






골목 끝에 빨간 등대가 보인다.

골목에는 날고구마를 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어릴 때 빼때기를 먹은 기억이 새삼스럽다.





공정무역과 마찬가지로 근래 공정여행이 여행의 화두다.

공정무역이 제3 세계의 농가에서 덤핑가격이 아닌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여

해당 국가의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운동이라면,

공정여행은 현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환경문제를 고민하여 최소화하면서,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여행을 모토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지에서 소비는, 수익이 전부 서울이나 외지로 빠져나가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을 이용하자는 취지.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

어떤 이들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어떤 이는 멍 때리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남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어떤 이는 또 이렇게..

자유 시간. 그래서 여행은 자유다!







어제 14:30분에 이곳 통영항 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하여

지금 시간 14:35분이니 꼭 24시간 만에 돌아왔다. 거창한 박 배낭은 꾸렸지만,

오토캠핑과 다를 바 없는 배낭 메고 걸은 거리는 500m나 되려나~ㅎ 섬 산행이면

어떻고, 섬 여행이면 어떠랴! 오랜만에 힐링이 되었는데.. 함께 보낸 시간이 의미 있고, 

함께한 사람들이 중요하고 귀하고, 함께 나눈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는데.. 이 아름다운 시간을 위해 준비하느라 수고하고

애쓴 이들과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비진도 산행/둘레길 코스)






야상곡/김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