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7. 12:34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華岳山, 한파경보가 내린 날 봄맞이 산행
소재지 : 경북 청도군 각남면 / 청도읍, 경남 밀양시 청도면 / 부북면
코스 : 밤티재 - 화악산 - 윗화악산 - 아래화악산 - 철마산 갈림길 - 평양1리
18. 2. 5 (월)
이전에는 그랬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신년 일출을 봐야 한 해가 열리고,
소백산 칼바람에 정신 바짝 들도록 담금질을 해야 혼미한 세상을
제정신으로 대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화악산에 올랐다 한재 미나리에
삼겹살을 챙겨 먹어야 새 봄을 맞을 수 있는 줄 알고 통과의례를 치루 듯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리산 새해 첫날 일출은 설날 고향 갔다 오면서 들리는 것으로
대체하다 그 마저도 곶감 빼먹듯 하다 흐지부지되고 소백산 칼바람까지 잊고 말았다.
그 사이 세상은 더 복잡해졌고, 탄력받은 시간은 더 빨리 날아가 정신없는데 말이다.
깨진 리듬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때마침 화악산 갈 기회가 왔다.
산길을 잃었을 때 되돌아 가 잃었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듯
새 출발은 잊었던 한재 미나리의 상큼한 향기에서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도 북극 대류권의 차가운 공기주머니 '폴라 보텍스'가 한반도 상층에
머무는 바람에 최강 한파가 지속되며 연일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이 때.. 봄 맞을 준비도 한 겨울에 하는 것이 맞겠지.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겠지만..
밤티재 정상, 902번 도로가 청도읍 한재 미나리 단지에서
(밤나무가 많은데서 유래되었다는) 밤티재를 넘어 청도 사리로 이어준다.
10시가 넘었는데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치,
공기 끝에 바늘이 달려 귀와 코, 카메라 든 손가락까지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산행을 준비하면서 이미 예상 했던 일,
추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겨루기라도 할 냥 결연하게 입산한다.
사실 그 추위라는 것.. 웅크려 겁먹은 사람에게는 심하게
덤벼들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밤티재에서 화악산 오르는 길도 만만찮아 악을 쓰고 오르다 보니 숨이 가빠지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 사이 화악산도 키가 자랐나 싶어
쳐다보니 머리 위로 능선이 빤히 보이건만. 산은 어찌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더 힘들까.
그렇게 겁주던 한파주의보는 무색해 지고 이제 걸음이 버겁다.
능선에 올랐다.
능선에는 화악산 0.3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이 한파주의보가 내린 추위에도
제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사람이나 말뚝 하나 까지도..
화악산 직전 조망터에서.. 아래화악산, 철마산 그 뒤로 보이는 만어산..
그리고 제일 뒤에 보이는 능선이 낙동정맥으로 천성산과 금정산까지 조망된다.
우리가 오늘 걷는 밤티재에서 화악산 윗화악산, 아래화악산.. 그 뒤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이 산줄기가 경북 청도군과 경남 밀양시를 경계 짓는 도계능선이다.
재미있는 것은.. '청도면'이 경북 청도군에 속해 있지 않고,
밀양시에 속해 있다는 것. 화악산에 접한 서쪽 지역이
밀양시 청도면이다.
화악산의 맏형 화악산에서 단체 인증
화악산은 윗화악산, 아래화악산까지 거느린 3형제중 맏형이다.
화악산(華岳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둘 있으니
하나는 경북 청도군과 경남 밀양시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지금 이곳 산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
이곳 화악산(932m)은 옛 기록에 화악산(華岳山), 화산, 화악, 둔덕(屯德)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고 한다. 화악산의 신이담(神異談)으로 청도군에 있는 화악산에 신선이 살았다는
신선봉과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오는 비수덤이라는 신령한 샘이 있다고 한다.
전승 집단은「화악산의 신비」를 통해 화악산의 신령스러움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한재 미나리로 유명해지면서 화악산 자락에서 그렇게 많은 물을 퍼 올려도 될만큼
지하수가 풍부한 것을 보면 화악산의 신이담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岳'자가 들어가는 산치고 악 소리 안 내고 오를 수 있는 산이 없듯
화악산 오름길도 가파르게 곧추선 모습이 이름값 톡톡히 하는 岳山이지만
능선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고 호젓하기까지 하다.
쭉 이어가는 경북과 경남의 도경계 능선.. 지금 걷는 길은 비슬지맥 구간이기도 하다.
저 앞에 우뚝한 윗화악산이 나타났다.
윗화악산 (827m)
오늘 들머리 밤티재에서 화악산 지나 윗화악산 직전 헬기장까지는 비슬지맥 구간.
(비슬지맥은 낙동정맥상의 사룡산(四龍山 683m) 북쪽 400m 지점의 656봉에서 서쪽으로 분기해서
금호강의 남쪽 울타리와 밀양강의 서쪽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밀양시 상남면 외산리 오우진 나루터에서
밀양강과 낙동강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146.5km인 산줄기 인데,
최고봉인 비슬산(琵瑟山 1083.6m)의 이름을 따서 비슬지맥 이라 부른다.)
헬기장에서 분기된 비슬지맥은 이후 형제봉, 종남산, 팔봉산, 붕어등을 거쳐
밀양강에서 맥을 다한다.
윗화악산에서 막간의 휴식.
한파로 산정의 기온은 많이 내려갔지만 바람이 자고
햇살이 비치는 곳은 심한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카메라 잡은 손이 시리기는 하지만..
윗화악산에서 조망..
바로 앞 진행방향 능선에 볼록하게 솟아있는 아래화악산 암봉과
저 멀리 영남알프스까지 당겨 본다.
겨울 산, 눈꽃이 활짝 피었으면.. 상고대가 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 없는, 상고대 없는 겨울 산을 하얗게 만들어 보았다.
바로 아래가 밀양시 부북면..
봄철 하얀 이팝꽃이 아름다운 위양지도 당겨본다.
밀양아리랑으로 유명하고, 비밀스러워서 사랑스럽고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가슴 아픈 영화 '밀양'의 배경인 밀양은 지난 1월 26일 세종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를 내면서 국민적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산에서나 도시에서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윗화악산 이정표, 우리는 아래화악산 방향으로..
암릉지대를 지나서..
잡목 숲 사이로 우뚝한 암봉이 버티고 있다. 막내 아래화악산이다.
아래화악산 오르는 암릉..
악산 아니랄까봐 밧줄을 타고 오르는 구간도 나온다.
물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다.
철마산 방향으로 진행하다 무덤이 있는 안부에서 좌측 방향으로 내려섰다.
처음에는 비탈이 심하지만 조금 더 진행하면
길은 개울을 건너면서 순해진다.
갈참나무 낙엽이 가을인 듯하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한재 미나리..
유명했던 언양 미나리꽝은 거의 택지로 변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한재 미나리는 유명세를 타고 전국에 알려 지면서 이 일대는 상전벽해라는 비유가 어울릴 만큼
비닐하우스가 하얗게 덮었다. 여기에 한재 미나리를 찾는 산꾼들까지 가세하니 번창일로..
4시간 산행하고 한재미나리와 삼겹살로 맛난 점심으로 포식하며 봄맞이 통과의례를 한다.
산행이 좋은 산길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방의 문화도 살펴보고,
그 지역의 전통 음식도 맛보는 식도락까지 겸하면 금상첨화 아닐까.
공정여행이 그렇듯..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자본이 투여된 곳
보다는 현지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식당이나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평양에서 본 화악산 줄기..
이북의 평양이 아닌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 평양1길까지..
여기에 평양 이야기 한다고 누가 빨간색 입히지는 않겠지?
하도 세상에 말같잖은 말들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평양 마을에는 몇 그루의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데
그렇게 앞날이 순탄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나무는 밑동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고
또 이 나무는 하우스 굴뚝이 나무 턱 밑에 세워져 있는 등 나무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한재 미나리 마을이 미나리로 수익이 증대되고 번창하는 것과 아울러
주변의 자연도 아름답게 잘 가꾸어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 화악산 산행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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