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8. 23:46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육당이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은 장기 일출암을 지나
해파랑길
13코스
양포항-금곡교-구평포구-장길리 낚시공원-구룡포항
19km / 10:50~17:20 (6:30)
2019. 7.17(수) 구름 후덥지근, 31℃
자동차를 가져왔으니 이번에는
이틀 동안 3코스는 걸으려 한다. 어제 감포항을 지나
두원리까지 왔으니, 오늘은 두원리에서 얼마 남지 않은
12코스 종점인 양포를 지나 13코스 구룡포까지 걸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코스는 해양레저시설이 잘 갖춰진 아름다운 항구 양포를
출발, 사라호 태풍 때 파도에 떠밀려 왔다는 신창리 부챗살 바위,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은 일출암, 모래가 고운
대진해수욕장, 낚시공원 장길리를 거쳐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에 이르는 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귀인의 도움도
받았으니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양포항은 낚시터?
항구의 남쪽은 요트 계류장에 정박해 있는
많은 요트와 주차장에 주차된 캐러밴들, 공연장 등이
해양레저시설이 잘 갖춰진 아름다운 항구 같아 보였는데,
북쪽 항은 방금 막 들어오는 어선과 바쁘게 어구를
챙기며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어선들이
양포항은 어항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다.
한편, 낚시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도 있다.
고고하게 낚시하는 사람, 구경꾼까지 대동하고
낚시를 하는 사람까지 보인다.
동쪽 끝 근린공원을 거쳐 양포항을 빠져나간
해파랑길은 신창리로 향한다. 양포 축양장을 지나자마자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나타났는데 신창리 부챗살 바위다.
이 바위는 1959년 9월 17일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라호 태풍 때 파도에 떠 밀려온 것이라고 한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한 때 목이 터지라 땡고함 지르며 불렀던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추억하며 입꼬리를 올리게 한다.
그때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 '동해바다'라는 표현은 동의어 반복이다.
요즘들어 '역전앞'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아직도 무궁화꽃, 백발 머리, 족발, 모래사장, 초가집,
향내음, 해변가, 최초, 사하라 사막 등은 많이 쓰고 있다.
바르게 고쳐 써야 할 말들이다.
일과 쉼, 생업과 휴가
쓰레기 버리다 걸리면 주거써~
그럼 안 걸리게 버리란 말은 아니겠죠.
제발 쓰레기 버리지 없기!!
물가자미, 도루묵을 비롯한
생선들 건조작업이 한창이다. 독수리 연도 한몫하고,
이쁜 나리도 한몫하고 있는 중. 겨울엔 청어와 꽁치가
과메기로 변신하는 풍경을 보여 주겠지.
육당 최남선이 꼽은 대한민국 10경 중 한 곳인 장기 일출암
.
천지 신광 : 백두산 천지의 풍광
대동 춘홍 : 대동강의 봄빛
금강 추색 : 금강산의 가을 단풍
재령 관가 : 황해도 구월산 동선령 풍경
경포 월화 : 경포대 수면에 비치는 달
연평 어화 : 연평도 조기잡이 어선의 불빛
장기 일출 : 장기면 일출암에 뜨는 일출
변산 낙조 : 변산반도의 앞바다의 일몰
제주 만해 : 제주도의 망망대해
포항시의 최남단에 위치한 장기면은
남쪽으로 경주시 감포읍과 경계를 이루는 교통의 요충지.
옛날부터 왜구들의 침입이 잦았으나, 불굴의 의지로 지켜온
충효의 고장. 장기읍성, 뇌성산성, 척화비 등 많은 문화유적이
전해 온다. 또한 선비의 고장으로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등이 수준 높은 학문을 전수 하였던 향교,
서원이 있고 사적비와 충효관 등은 젊은이들에게
충효의 산교육장이 되는 곳이다.
멸치 전 학년이 다 모인 듯..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 종류별로 다 모인 것 같다.
멸치는 이렇게 햇볕에 말려야 비타민 D가 생성되는데 판매되고 있는
멸치 대부분은 실내에서 열풍으로 말린다고 하군요.
그나저나 슬슬 허기가 지는데 민생고를 해결할
식당 하나 안 보인다. 하다못해 매점하나 없다.
대윤수산 축양장을 피해 산으로 올랐던 길은
한참 후에 영암1리 갓바위 쪽으로 내려왔다.
한적한 영암1리 팔각정에서 배낭을 내렸는데 푸른 바다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갈 길 멈추고
푹 쉬고 싶었지만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길 배낭을 메고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쉴 때는 계속 쉬고 싶어도 걸으니
또 걸을만하다. 햇볕 가린 숲길은 걸을만하다.
영암갓바위 둘레길은
영암1리에서 신창1리까지 이어지는
1.3km 해안 둘레길이다.
신창리 앞바다
마을에서 제법 먼 곳인데도 깊지 않은 것 같으나
어린아이까지 있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먼바다에서 밀려오던 파도가 갈라져서 양방향에서
몰려드는 모습이 신기하다
현란한 연두색 담장이 눈길을 끈다.
그 담장에 기대 서 있는 벌겋게 녹슨 닻도..
껌딱지같이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 담장도..
해파랑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13번째 코스인데 지난 10코스에서 경기도에서 왔다는
대학생 2명을 만난 후로 두 번째다. 한 사람은 속초에서
출발하였고, 한 사람은 포항에서 합류하였다고 한다.
먼 길에 동행자가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동지애가 느껴진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서로 응원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바다에 닿지 못한 대화천, 그리고 대진해수욕장,
바다에는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해수 온도를 측정하는 드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직접 측정도 하나 보다.
조금 전 지나서 온 발자국 몇 개가 밀려온
파도에 지워져 버렸다.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일이
꼬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 좋은 일의 연속이다.
허기가 진 지도 오래, 식당이 나타나기만을 바라며
모포리 길을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어떤 분이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한다. 귀를 의심했다.
돌아보니 분명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안내하는 집으로 들어갔다.
'어딜 가시는 길이냐?' 길래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고 했더니
그런 것 같아서 불렀다며 용기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주신다.
40년간 건설업을 하시다 퇴직하고 이 집을 직접 지으셨다기에
연세가 어떻게 되냐 했더니 79세라 하신다. 60대 중 후반으로
보였는데 이렇게 정정하시다니.. 그래서, 평소 나이 이야기는
잘 안 하신다면서 내일도 강원도로 산행을 하러 간다고 하신다.
그렇게 멋진 분에게 인생 일대 제일 따뜻하고 감동적인
커피를 대접받았다.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면
꼭 전화하라며 응원하며 배웅해 주신다.
아!
또 이렇게 사랑의 빚을 졌다.
모포항.
홍게잡이 통발, 통발도 종류가 많다.
지역에 따라 잡히는 어종이 다르니 모양도 각각이다.
또 모포수산 축양장을 피해 계단을 오른다.
정오가 되기 전부터 허기가 졌는데 조금 전 김 사장님이
끓여준 커피 믹스 한 잔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식당이 빨리 나타나야 할텐데..
해조류가 부패하는 냄새가 진동하고
발 디딜 곳도 마땅찮아 지뢰밭을 걷듯 조심스럽다.
해조류를 채취하고 말리는 작업장인 듯..
축양장이 많다. 이번엔 조그만 축양장을 지난다.
구평리에 들어서니 그동안 눈을 닦고 보아도
보이지 않던 식당이 한꺼번에 두 집이나 나타났다.
물론 횟집이다. 어느 집에 갈까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어서 오세요' 하며 반겨 맞는 집을 있었으니까.
해파랑길을 가다 큰 동네를 만나면 일단 한길까지 나가서
식당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해안 쪽은 식당이 잘 없고, 있다고 해도
거의 횟집들뿐.. 그 바람에 좋아하는 물회를 실컷 먹는다.
한 상 가득 차려준 이쁜 사장님은 가면서 먹으라고
옥수수와 땅콩까지 챙겨 주신다. 고맙기도 해라.
못 보던 모습이라 '미역을 이렇게 말립니까?' 하니
'미역이 아이고, 곰피 아이가'하신다. 아 곰피구나.
말을 걸어보기 잘했다.
자동차 수출 전용 운반선, 연안여객선 등
배에 실린 차는 많이 봤지만 생소한 모습이다.
배도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차를 타면..
푹푹 찌는 천막 아래서 손이 바쁘다.
'이게 무슨 고김미꺼?' 하고 말을 거니
'도루묵 아임미꺼' 하며 받아준다.
'요새 도루묵이 많이 잡히나 보지요?
도루묵만 한 장 찍어도 되지요?' 하니
'저기 저 이쁜 아줌마도 찍어 주세요.' 하길래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쁜 아줌마는 고개를 숙여 버린다.
이제는 사진 한 장 찍는데도 조심스럽다.
구평항을 지나 해파랑길은
마을 골목을 따라 들판으로 나간다.
애마를 회수하기 위해서
구룡포에서 양포가는 버스시간 확인
지금 시간이 오후 3시 반이니 5시 50분 차를 타면 되겠다.
여유가 있지만 시간에 맞춰 걸어야지..
구평교로 상정천을 지난다.
큰 강은 바다와 악수하며 만나지만
물이 많지 않은 하천은 바다와 만나기 부끄러운지
모래 속으로 숨어 버린다.
장길리 입구에 복합 낚시공원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서 있다. 장길리(長吉里)는 남쪽으로는 구평리,
북쪽으로는 하정리와 경계를 이루면서 바다에 접해 있는 마을로
장구목과 생길리 2개의 자연부락을 병합하여 만들어진 이름,
즉, 장구목의 장(長) 자와 생길리의 길(吉)자를
떼서 장길리가 되었다고 한다.
버릿돌.보릿돌(麥岩) 유래
갯바위 모양이 보리 같다고 하여 보리암(麥岩)
또는 보릿돌이라고 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만날 때마다 이 바위 아래서 나는 미역으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보릿돌은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2013년에 길이 170m의
보릿돌교가 건설되어 안보릿돌까지 연결되었다.
조금 먼 바다에 있는 작은 갯바위 '바깥보릿돌'은
좋은 낚시 포인트라고 한다.
뒤돌아본 장길리 보릿돌교
오면서 멀리서도 보였는데 갈 때도
멀리까지 보이겠다.
오랜만에 만난 정자..
부산에서 경주까지 올 때는 정자가 흔할 정도로
많이 보였는데 위쪽으로 올라올수록 정자가 뜸하다.
정자의 형태도 신발을 신은 채로 걸터앉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대부분.
담장 밑 그늘진 곳에서 잠깐 쉬어간다.
하정리를 지나
구룡포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개와 개 짖는 소리. 한 마리가 짖으니 온 동네 개가 다 짖는다.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개판인 그 지역을 벗어났는데 이번에는
목줄도 없이 도로를 활보하는 개들.. 이래도 되냐 싶을 정도다.
아! 구룡포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난 풍경..
첫인상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돌을 정성스럽게 쌓고 있길래
지나가면서 '수고하십니다.' 했더니
한 분이 '사진 한 장 찍어 가세요' 그러길래
'그럴까요?'하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우리도 한 장 찍어 주시게' 한다.
그래도 순박한 옛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아 좋다.
조금전 개들로 인해 상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담장 너머 고개를 살짝 내민 능소화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이라지만, 능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꽃이 질 때도 꼿꼿하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목련은 활짝 핀 모습이 눈부셔도
꽃지는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가!
구룡포항,
대체적인 분위기는 감포항과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게 통발이 더 많다는 것.
오늘 무슨 잔치를 했는지
거나한 모습으로 윷판을 벌이고 있다.
모야! 개야!
지금 시간 17:20, 조금 여유있게
17:40 차를 타면 될 것 같다.
버스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구룡포 시장.
시장 갈 시간은 못 되고..
해파랑 1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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