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6코스 (흥환보건소~송도해변) 비 맞으며 걸은 호젓한 호미반도

2019. 8. 31. 23:31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비를 맞으며 걸은 호미반도 둘레길, 호젓해서 좋다.

해파랑길

16코스

흥환보건소-연오랑세오녀공원-도구해수욕장-포스코-송도해변

19.6km / 09:30~14:00 (4:30)


2019. 8.28 비 온 후 갬, 27







지난번 구룡포에서 호미곶, 흥환리 거쳐

송도해변까지 가려고 했었는데 더위를 먹고 겨우

흥환리까지 걸었다. 주변에서 혹서기를 피해서 걸으라고 했지만

설마 하고 나섰다가 호되게 당했다. 그 후 본의 아니게 두 주간이나

건너뛰었다. 걷기 좋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는데 이제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흐릴 것이라던 예보는 중계하듯 계속 변한다.

오늘 걸을 포항지방은 오전 9시부터 갠다고 하지만, 

비를 맞고라도 걷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호미 반도 해변은 비를 맞고 걸으면 호젓하여 좋을 것

같다는 최면(?)을 걸면서.. 경주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구름이 엷어지는 것 같았는데 포항이 가까워지자

빗방울이 굵어진다.






9시부터 비가 그칠 것이라더니 시간이 갈수록

많은 비가 내린다. 빗나간 예보에 기상청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기상청인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걷는 거지 뭐. 다행히 큰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애마를 동해면사무소 맞은편 동해농협에

주차해 놓고 흥환리로 갈 동해지선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안 온다. 기상청 예보가 틀리는 것보다 버스 시간을

알려 주지 않거나 엉터리로 적어 놓은 것이

더 불만스러운 일.






9시 13분에 동해농협을 출발한 동해지선

버스는 9시 30분 오늘 출발할 흥환리에 도착했다.

지난번 흥환리에 도착했을 때는 햇볕이 너무 강했다.

성난 포도를 달래느라 살수차가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는데..

오늘은 태양도 구름 뒤로 숨고 비가 일을 다 한 것 같다.

인간이 대단하다는 자만과 착각 속에 살지만 자연은

괴연하다. 배낭카바도 씌우고 우산을 챙겨

흥환리 해변 길에 들어섰다.






조망대에서 뒤돌아본 흥환리 해변과 갈

마산리 방향. 바다 위로 데크 길이 길게 놓여 있다.

바다가 잠잠하여 큰 파도는 없으나 물결이 재잘거린다.

해 돋을 때나 해넘이에 걸으면 정말 그림이 잘 나올 것 같다.

비를 맞으며 걷는 길도 호젓하여 좋다.





지난여름의 흔적 또는 잔해.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와서 이용하고 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흔적은 가슴에 새기는 것으로 족하다.





비문 바위

바위에 주름같이 골이 패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이름 지었나 보다.





마산항 모습

지난번 코가 조밀한 그물을 보고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마침 집에서 나오는 할머니에게 물어봤더니

 '저 그물로 다 잡아. 고래도 잡아' 했다.

우문현답? 현문우답? 더 궁금해졌다.

열린 대문 안에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어부인듯한 분에게 다시 물어봤다.

'저 앞에 널어놓은 그물로 뭘 잡습니까?'

'멸치 잡는 그물이니더'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이자 해파랑길 16코스.

해안이 절경이다. 침식되고 기암괴석들이 군상들같이

널브러져 있다. 자연은 때로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재주로 아름다운 모습을 빗는다. 데크를 놓아 이런

절경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입암2리에 들어서니 카페 옆에

우두커니 서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빨간 전화박스,

해파랑길 표지기로 문을 동여매 놓았다.

 표지기가 저런 용도로도 쓰이다니..





저 앞에서 비옷을 입은 두 사람이 걸어온다.

해파랑꾼일 것 같다. '안녕하세요' 하니 반갑게 화답한다.

어디까지 가세요? 하니 흥환리까지 간다고 한다.

흥환리까지 간다면 해파랑꾼은 아닌 것 같다.

아무렴 어쩌랴. 이런 길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자체가 반갑고, 중요한 것이지.


어머니께 산에 갔다 온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특히, 지리산이나 산에서 밤새운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항상 '산에 니 같은 사람 있더나?' 하신다.






구름이 엷어졌다.

아직 우산을 접을 상태는 아니지만, 바다 건너

포스코도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가는 길

대나무 숲길을 지난다. 테마공원 직전 팔각정에서

사진이나 한 컷 찍고 가려는데 벌초를 하러 오셨다는

분들이 잠깐 쉬었다 가라고 하신다. 정자에 올라갔더니

포도 한 송이와 시원한 얼음물을 한 컵 따라 주신다.

또 이렇게 사랑의 빚을 졌다.


그렇잖아도 테마공원에서 좀 쉬어 가려던

 참이었는데.. 고마우신 분들, 감사합니다.






테마공원에서 좀 쉬어가려 했는데 조금 전

팔각정에서 다정한 분들의 호의로 쉬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일월대 누각에서 자기 안방인 양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기분을 싹 가시게 했다.

일월대는 조망 좋은 사진 포인트라지만..

그냥 패스.








꿩 아니면 닭이지..

비 맞은 해당화, 달맞이꽃, 청포도

그리고

  바다 건너 철의 왕국 포스코까지..






도구해수욕장을 지나










도구해수욕장에서 청림운동장 가는

해안 길은 군 훈련으로 통제 중이어서 에둘러 걷는다.

좌측 동해안로 도구 2교 밑으로 들어와 다시 우측으로 난

샛길로 들어 마을 길로 석곡도서관, 동성고교 등을

거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에 애마를 주차해

놓은 동해농협 바로 뒤를 지나간 것이다.







공항삼거리로 빠져나와

우측 길로 포항남부소방서를 지난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길이다.






길을 걷는데 새콤한 냄새가 진동한다.

포도나무 가로수 도로변에 큼직한 간판이 하나 서 있다.

노란 바탕에 청색 글씨로 선명하게 쓴 '청포도 문학공원'

궁금했다. 문학공원이라면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


외도하여 공원에 가봤더니 '청포도' 시가

두어 군데 쓰여져 있고, 청포도가 심겨 있고.. 뭐 그저

그런 곳이라는 느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고상하게

문학이라는 단어를 썼으면, 거기에 걸맞는 내용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대보교를 건너니 포스코 건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포스코 3문, 2문, 본사, 1문을 지루하게

지나니 높다란 전망대가 나타났다.


웬 전망대인가 했더니.. 관광전망대가 아닌 30층 높이의

포스코 환경센터. 20층 높이에 있는 관제실에는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하면서 대기오염물질과 가시 오염, 방류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과시적인 모습이 아닐지..







구 형산교(인도교)를 건넌다.






형산강변 둑길을 따라가다 만난 포항운하관

포항은 운하의 도시지.. 동반대교와 형산강을 남북으로 잇는

총길이 1.3km의 운하가 있다.





들불처럼 피어나고 있는 팜파스 그라스

억새보다 꽃술이 풍성하다.






드디어 송도해변이다.

철 지난 해변에는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해변 정화 활동을 하려는 모양이다.





송도해변에 서 있는 '평화의 여상'

좌대 동판에는 '포항 시정목표'라는 타이틀 아래
“1,명랑한 문화도시 1,건전한 항만도시 1,풍요한 공업도시

1968년 7월 12일 포항시장”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1968년이라면 지금부터 51년 전인데.. 시장이 시정목표를

 내세우 해수욕장에 비키니 여상을 세웠다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송도해수욕장의

오랜 기간 송도의 역사와 함께했으니

 송도의 상징물로는 의미가 있을 듯..





평화의 여상 앞쪽에 있는 16-17코스 안내판,

스탬프 함은 지주형인 데다 안내판과 떨어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처음에는 못찾았는데 점심을 먹고

다시 한 번 둘러보다 평화의 여상 왼쪽 화단에 새장 같은

모습을 하고 다소곳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듯..




해파랑길 16코스 안내도





꿈꾸는 여행자
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