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8코스 (칠포해변~화진해변)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 때일까?

2019. 9. 18. 23:58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 때일까?

해파랑길

18코스

칠포해변-오도리해변-이가리항-월포해변-화진해변

19.3km / 8.29 10:00~13:40                

                          9.16 09:10~10:50 (이틀간 이어, 5:20)


2019. 8.29, 9.16  구름 조금, 27






열심히 걸어 보려 하지만 생각같이

진도가 안 나간다. 지난 8월 말 교통편 연결이

어중간하여 화진 해변까지 걷지 못하고, 월포 해변에서

끊었는데 보름이 더 지나서야 이어가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장마 같은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있었고,

추석 명절이 끼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탓인지

계절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변했다. 이제

걷기 좋은 계절이 되었으니 열심히 걸어봐야겠다.

이번 코스는 칠포 해변에서 시작하여 화진 해변까지

구간으로 물이 맑고 수심이 얕은 해변, 길게 늘어진

  백사장을 많이 만나는 포항구역의

마지막 구간이다. 






칠포해수욕장 해양스포츠 클럽 문을 나서니

철 지난 해수욕장 덩그런 조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해파랑길은 사립문 울타리 같은 펜스의 안내를 받으며

백사장을 빠져나온다.





조망대에서 뒤돌아본 칠포해변





얕은 해안 언덕을 넘으니 칠포2리 해변이 펼쳐진다.






칠포교를 건너면서 보는 풍경

바다를 닮은 강, 수줍게 바다를 만난다.






칠포항을 지나자 마치 해골같이 생긴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이 동네는 작명가가 없는지 다른 곳 같으면

그럴듯한 이름표를 달았을 만한 바위가 있다.










해변을 따르던 해파랑길은 다시

계단을 올라 한길을 만난다. 조금 걸어가니

스카이워크다. 저 바위가 고래바위인가?







도로변 데크를 따라가다 내려선 마을은 오도리








이전에 와 봤던 곳인데

생소하면서도 눈에 익다.

조금 탈바꿈을 했지만, 바탕은 그대로여서

기억이 되살아 난다. 정말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의자의 색깔과 숫자는

변했지만 느낌은 그대로다.

추억이 서려 있는 오도리





저 나무가 가로등 전봇대는 아니었을 터

저렇게 큰 나무가 죽은 이유를 알기나 할까?







할머니는 누굴 기다리실까?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

박 짐을 지고 달리는 대단한 사람들.. 하긴, 백두대간을

MTB로 종주하는 마니아들도 보긴 봤다만..

하여간, 도전하는 용기가 아름답다.











정자 쉼터가 가끔 보이지만 문에 자물통을 

채워 놓은 곳이 많다. 정자는 누가 사용할까?

주민들? 키는 누가 관리할까? 마을 이장, 어촌계장?

길손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파도는 방파제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쁜 펜션, 특색있는 펜션들이 많다.

펜션 이름은 물론, 문구도 시적인 표현이 많다.

성냥곽 같은 아파트들은 언제 변신을 할까?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더니..

.




잠수종과 나비가 아니라

잠수정(?)과 참새, 참새가 잠수정 위로 비상한다.


“비록 내 몸은 자유롭지 못하게 갇혀있는
‘잠수종’과 같을지라도,
나의 영혼은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나비’처럼 비상한다.”







어부의 꿈은 만선

기중기의 꿈은 체인이 터지지 않을 만큼

많은 고기를 들어 올리며 힘자랑해 보는 것 아닐까?

그런 날이 많이 오기를..







찰방찰방 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박자박 소리 내는 왕모래, 자갈밭을 지나

아가리 가는 길..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명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아가리가 뭐냐? 대체 무슨 뜻이 있는가 찾아보다

아가리가 아니라 이가리인 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눈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귀도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입도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하고 싶은 대로 말했을까?


이가리는 옛날 도 씨와 김 씨 두 가문이 길을 사이에

두고 각각 집성촌을 이루었는데 번성하면서 합하여

한 마을이 되었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배가 들어오는데

갈매기들이 조용하다. 배가 부르다는 것인가?

아니면 배에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럴까?





웬 설정 같은..

설정은 아닌데.. 신발의 주인은 어디 갔을까?

방향이 서로 다른 이유는?

아직 신을 만한데..






월포 가는 길







도로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교통표지봉을 든

사람들이 길을 통제하고 있다. 무슨 일이라도 난 걸까?

해변을 따라 걷던 나를 봤는지 한 사람이 달려와 막무가내로

"이리로 가면 안 됩니다." 하며 저지한다. 왜 안 되느냐 하니

대단한 비밀이나 되는 듯 지금 영화 촬영 중이라고 한다.

심기가 불편하여, 나는 부산서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 길로 가고 있어 촬영에 방해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겠다

했다. 사실, 양해를 구했다면 큰길로 갔을 수도 있었다.

왜 막무가내로 저지하며 못 간다고 해!

별 것 아니더만..





누가 버린 쓰레기일까? 의식의 문제다.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조차 이렇게 버리고 갈 

의식 수준이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는 안 될 것이다.








겸재 선생이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는 조경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분인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2년간 이 지역에 머무를 때 주변 풍광에 빠져 자주 그림을 그린 곳이다.

이 자리에 서보니 그 마음이 이해된다. 화가나 시인이 아니더라도

진기한 돌을 쏟아부은 듯한 해안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겠다.

크기와 생김새가 각각인 기암괴석들로 가득한 해변 길을 걷다

언덕을 타고 넘으니 월포해변이 나타났다.

포항을 지나오는 동안 해변마다 고만고만한

모래사장이 참 많다.






모래사장은 넓고 긴데

시작부터 포스코 연수원이 철조망으로

길을 막고 있어 해변을 버리고 에둘러 돌아간다.

이 쓰레기들이나 좀 치우지 않고..





교통정보가 중요하다.

인터넷으로 사전 정보를 조사하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시골 지역은 정류장에

적혀있는 시간표대로도 운행을 안 한다.

일단은 돌아갈 시간을 가늠해 본다.





개울은 바다가 수줍은 듯..








13:40분, 월포해변이다.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다.

'무료 야영장' 텐트 칠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무료 야영장이라니.. 칠포에서 야영을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밤 부담 없이 잘 잠자리를 찾은 듯 반갑다.

유료라도 좋으니 편히 텐트를 칠 곳이으면

얼마나 좋을까?







점심을 먹고 나니 14:10

이번 18번 코스 끝나는 화진 해변까지는 8.2km

오후 4시면 도착할 수 있겠는데, 화진에서 애마가 있는

여남항까지 교통편 연결이 어렵다. 기차로 연결되는

장사까지는 4.2km.. 장사에 도착하면 17시경.

포항 가는 열차는 16:57, 다음 차는 18:49, 21:04.

16시 57분 열차를 타려면 바쁘게 걸어야 할 것 같고,

다음 차를 타면 포항역에서 여남항까지도 만만찮은 거리여서 

너무 늦을 것 같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끊어야겠다.

15:07분 포항행 열차를 타려고 역으로 갔더니

마침 500번 버스가 올 시간이 되었다. 500번을 타고

환승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9월 16일 9시. 애마를 텅 빈 월포역에 주차장에

주차했다. 오늘은 18구간 걷다 만 월포에서 화진까지,

19구간 화진 해변에서 강구까지 걷고, 강구역에서 월포역으로

와서 자동차를 회수하면 된다. 강구역까지 시간 맞춰가면

제일 간편하게 연결이 될 것 같다.






월포해변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 배..





특이한 모습을 한 이 월포다리를 건너면 청하면 방어리다.

조용한 마을 앞 해안 테트라포드는 갈매기의 쉼터다. 다정히 앉아

끼룩대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날갯짓하는 모습이 역동적이다.

방어리 들녘의 풍요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는 은가루를 뿌린 듯 하얗게 빛난다.

다이아몬드만 반짝이는 게 아니다.

바다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마늘 사세요. 마늘..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간절한데

아직 한 사람도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올해도 양파와 마늘이 풍년이 들어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흉작이 되면 내다 팔 물건이 없고

풍년이 들면 값이 똥값이고.. 이런 일은 농민한테 책임지라면

어떻게 하나. 수급 조정.. 그런 것 농협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농협은 돈 놀이만 하지 말고 농민을 위한 일을 좀 하라.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가!





예쁘다. 넌 꽃처럼 예쁘다.

주인의 마음씨도 예쁘지 않을까?

집처럼 깔끔하겠지?

벨을 한 번 눌러볼까?






가끔 먹는 식은 밥 찬밥이 별미 듯 편한 길을

걷다가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걷기도 한다.

힘이 들어도 단조롭지 않아 좋다.

철 지난 바닷가 그늘막이 외롭다.





바다가 모든 것을 받아 주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오염된 물은 바다도 싫은 모양이다.

바다의 포용력도 한계가 있다.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방석2리항, 정자 3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아쿠아벨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지, 아쿠아벨 식당, 아쿠아벨 펜션

아쿠아벨 리조트.. 제일 높은 건물은 방석2리

경로당이 있는 어업인복지회관..





담장이 낮아 바다를 정원으로 쓰는 어떤 펜션에서





앉은줄다리기 전통마을

화진1리 구진마을, 이진마을

구진 이겨라! 이진 이겨라!












화진2리 대진항을 지난 길은 군 훈련장이 있는

해변을 버리고 송림  속으로 난 차도를 따라 화진 해변으로

향한다. 18코스 종착점이 이제 코 앞이다.







파란 하늘을 받아 안은 바다는 검푸르다.

하얀 구름과 하얀 파도가 조화를 이룬다.

해변은 고운 모래로 덮인 백사장이 아름다운데

화진 해변의 압권은 역시 '바다솔캠핑장' 아닐까!

철 지난 바닷가 솔밭캠핑장에는 10팀이 넘는 야영객들이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듯 여름의 끝자락을 즐기고 있다.

오토캠핑도 가능한 것 같다.

 




무심코 걷다 되돌아와 찾은 18-19코스 안내판

고운 모래 해변을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구름위를

걷는 듯 도취하여 걸었다. 백사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뭔가

허전하여 곰곰이 생각하니 스탬프를 찍지 않은 것. 조금

지나쳤지만, 이제라도 생각이 났으니 다행. 스탬프가 찍으려

걷는 것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빠지지 않고 찍어 왔기에

되돌아와서 꽝! 현재 시각 10시 50분.

지난번 미뤄뒀던 숙제를 마친 듯 홀가분하다.

이제 19코스 강구항으로 가자.




해파랑길 18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