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1. 23:44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걷는 자들의 로망, 영덕 블루로드에 들어서다.
해파랑길
19코스
화진해변-장사해변-구계항-남호해변- 삼사해상공원-강구항
15.8km / 11:00~15:20 (4:20)
2019. 9.16 구름 조금, 26
해파랑길이 코스마다 각각의
모습으로 나름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특히, 19구간부터 22구간까지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영덕 블루로드와 함께하는 길이라 기대가 크다.
이번 구간은 화진 해변에서 시작하여 지경교를 넘으면
포항시와 작별하고, 영덕 남정면에 들어서면서
'걷는 자들의 로망' 영덕 블루로드와 함께한다.
화진 해변에서 출발하여 장사 해변과 구계항,
남호해변, 삼사해상공원을 거쳐 강구항에 이르는
19코스는 블루로드 D 코스와 함께 한다.
화진해수욕장을 지나면서 길은 동해안을 따라
남북을 종단하는 7번 국도로 이어간다. 국도변 샛길로
내려섰는데 육중한 크레인이 길을 막고 있다.
하늘에는 이미 가을이 온 것 같다.
화물차가 굉음을 내며 도망친다.
80km 도로인데 120km로 달리는 것 같다.
사실, 운전하면서 느끼는 속도와 도로변에서 달리는 차를
보면서 느끼는 속도는 차이가 크다. 나도 저렇게 달리지 않을까?
많은 운전자가 스피드에 대한 유혹을 받고 욕망을 분출하지만
과속은 경계해야 할 운전 습관이다. 스피드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연비를 관리하는 운전습관이다.
계기판의 연비정보를 켜 놓고 운전하다 보면 함부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없게 된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오늘도
정속 주행하며 연비 20km를 찍었다.
다시 해변 길로 내려서니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은빛 물결로 반짝이는 바다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반겨준다. 이 길을 걷는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지경천을 건너면 포항시와 작별,
이제 블루로드로 유명한 영덕군이다.
지경천을 넘어서자마자
영덕 블루로드 안내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지금부터는 해파랑길이면서 영덕 블루로드이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사뭇 풍경이 다르다. 골목이 깔끔하다.
과연 영덕 블루로드 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국경 같지 않은 국경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풍경과 주위 환경이 사뭇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해변을 따르던 해파랑길은
도로 옆길로 가다 다시 장사 해변으로 이어간다.
장사 해변의 새 천년 기념 숲을 지나면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관으로
운영되는 군함 한 척이 바다에 떠 있다. 장사상륙작전은 맥아더가
총 반격전을 위한 인천 상륙을 결심하고 적진인 이곳에 상륙한
양동 작전으로 많은 학도병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맥아더에 대한 명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성공한 것은 명(明).
맥아더 포고령으로 해방 후 '이제는 죽었구나' 하며
혼비백산 한 친일 매국노들을 왜놈들이 도망친 자리에
한 계급씩 올려 자리를 보전해 주는 바람에 이 나라가
친일 매국노들의 세상이 되게 만든 것은 암(暗)
맥아더 포고령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미군이 한반도
남부에 진주하면서 맥아더 사령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1945년 9월 7일 6개 조항으로 된 점령 조항을 발표한 것으로,
제2조 - "정부의 전 공공 및 명예직원과 사용인 및 공공복지와
공공위생을 포함한 전 공공사업 기관의 유급 혹은 무급 직원 및
사용인과 중요한 사업에 종사하는 기타의 모든 사람은 추후
명령이 있을 때까지 종래의 기능 및 의무 수행을 계속하고,
모든 기록과 재산을 보존 보호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해방이
되자 파리 목숨이 될 운명에 처했던 친일 매국도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
장사해수욕장, 굵은 모래의 백사장도 좋고,
푸른 해송 숲도 좋다. 백사장엔 예닐곱개의 원두막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장사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지하통로로 건너편에 보이던 중국음식점에 갔더니
지금 병원에 가야 한다며 중국집 가려면 저쪽으로 가서
XX반점은 가지 말고 00반점을 가라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00반점을 찾아갔더니..
지금 배달 가야 한다며 짜장면만 시키라 한다.
주인이 메뉴까지 지정해 주다니.. 나 원 참.
맛도 별로던데..
다시 지하통로로 길을 건너
도로를 따라 부흥항을 향해 진행한다.
뒤돌아 본 장사해변
장사(長沙)는 말 그대로 긴 모래사장이라는
길게 펼쳐 있기도 하고, 주변의 다른 해수욕장보다
모래가 굵은 것이 특징.
군데군데 제법 많이 꾸며 놓았다.
그중 고래를 낚고 있는 소년이 눈을 끈다.
과연 고래를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잠시 31번 국도로 올라왔던 해파랑길은
다시 해안으로 내려간다.
길.. 참 종류가 많다.
좁은 길도 가고, 풀숲으로 가는 길도 있고,
아스팔트 길, 자갈길도 가고, 계단길도 간다.
원척항에서 구계항 가는 길.
가뭄에 콩 나듯..
하루에 한 사람은 만나는 것 같다.
물론 교행이니까 만날 수 있지 같은 방향으로
시차를 두고 걷는다면 철길같이 종일 평행선을 달리며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해파랑꾼을 만나면 동지애를 느낀다.
이번에는 인사도 못 하고 서로 씩 웃고 지나쳤다.
아담한 항구에 성벽 같은 시설물 공사가
한창인 구계항. 저 앞에 해파랑 가게가 보인다.
뭘 하나 팔아주고 싶지만 마땅히 살만한 것이 없다.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려고 집으니 롯데다. 다른 걸
골라 옆 정자로 가서 잠깐 쉬어 간다.
알아도 별 득이 없지만, 궁금하다.
맑은 공기와 버무려 피는 담배가 더 맛있을까?
산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의문은 마찬가지다.
남호해수욕장을 지난다.
영덕 블루로드와 함께하는 해파랑길이 좋긴 한데
이 구간은 자주 차도를 따라 걷다가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질주하는 자동차와 함께 걷는 길이 위험하여 마음에 걸린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지만 곁눈질하기도
신경 쓰여 앞만 보고 걷는다.
다시 내려선 바닷길에서 보는 풍경
건조대에서 말리고 있는 오징어, 무리 지어 있는
갈매기 떼들의 여유로움과 푸른 바다와 사람들의
냄새가 섞여 있는 풍경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향취를 느끼게 한다.
이색적인 도보교로 남정천을 건넌다.
인증 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
삼사리 해변
삼사리, 삼사항
찻길을 피해 해변 길을 고집하다
삼사해상공원 가는 길을 놓쳤다. 지도도,
표지기도 보지 않고 걸은 탓이다.
이 녀석은
조나단 리빙스턴과 같은 課인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오포3리 해변을 지나니 바로 오십천 포구(강구항)이다.
구름다리에 오르니
시야가 시원하게 뚫리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온다.
강구교 입구에 주차한 자동차와 현수막에
가려있는 해파랑길 안내판을 찾아 스탬프 찍었다.
오늘 주어진 임무 완수. 이제 강구역으로 가서 월포까지
기차로 이동하여 애마를 끌고 오면 된다.
시간이 넉넉하다.
길건너 강구시장을 입구를 지나
골목으로 20여 분 걸으니 동해선 강구역.
동해선! 현재 신포항역에서 영덕까지 개통되어
있지만, 앞으로 포항역-삼척역(동해중부선)이 개통되고,
북한 금강산청년선, 강원선, 평라선, 두만강선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까지 단절없이 선로가 이어질 원대한 꿈을 가진 철로다.
월포에서 자동차를 회수해 왔지만
당장 오늘 밤 묵을 장소는 보물찾기하듯 해야 한다.
해맞이 공원까지 올라가 보지만 마땅한 장소 찾기가 쉽지 않다.
널찍한 해파랑 공원이 좋긴 한데 텐트를 칠 장소는 아니다.
주차장 한 편에서는 저녁을 준비하는 캠프족이 있긴 하지만
너무 노출된 곳이어서 자신이 없다. 오면서 봤던 오포3리로
차를 몰았다. 트라이포드 공사로 주변이 조금 어수선하지만
한적한 데다 파도 소리도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는다.
됐다. 오늘은 여기서 보내자.
강구대교 쪽으로 가면 야경이 좋겠지만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고, 들락거리는 것이 주민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지 않아 오포3리 해변에서
몇 컷 찍고, 등대 불빛이 꿈길을 인도해 주기 바라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해파랑길 19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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