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2코스 (축산항~고래불해변) 대소산 봉수대 거쳐 명사 이십리 고래불 해변까지

2019. 9. 28. 00:09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산길과 바닷길을 반반씩, 대소산 봉수대 거쳐 고래불 해변까지

해파랑길

22코스

축산항-대소산 봉수대-괴시리 전통마을-대진항-고래불 해변

16.3km / 08:45~13:05 (4:20)


2019. 9. 24(화) 맑음, 26





이번 22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C 코스
(목은 사색의 길)에 해당한다. 영덕 축산항에서 대소산
봉수대와 괴시리 전통마을, 대진항을 거쳐 고래불 해변에
이르는 16.3km의 길이다. 이번 코스는 산길과 바닷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길로 대소산(278m) 봉수대, 조선 시대 영남사대부들의
주택 양식을 간직한 괴시리 전통마을, 경사가 완만해 수심이 얕은
대진항, 영덕의 대표 해수욕장인 명사 이십리 고래불 해수욕장 등을
거친다. 영덕군 남정면에서부터 함께 했던 영덕 블루로드는
이번 코스에서 아쉬운 작별을 한다.





들머리는

축산항 버스 정류소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쪽 남씨 발상지 표석 옆의 계단이다. 이 계단을

오르면 해파랑길 22코스가 산으로 향한다.






뒤돌아본 죽도항.

첫인상은 항구에 꽉 들어찬 어선들로 인해

복잡한 항구로 여겨졌는데 멀리서 보니 아름답다.

 죽도산 전망대가 우뚝하다.






씨 발상지.. 영양, 의령, 고성 남 씨의 시조.

영양 김 씨, 유허비각, 월영대, 일광대 등 각종 비석들이

산재해 있는 야트막한 산을 오른다. 그저께 지나간 태풍 타파로

인한 잔해인 듯 부러진 솔가지들이 길을 덮고 있다.






퍽 퍽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태풍은 사라졌지만, 파도는 아직도 기세등등하다.








언덕 같은 산 하나를 넘으며 해안도로로

내려섰던 길은 다시 대소산 봉수대를 향하여 오른다.

안내판과 이정표 등으로 입구가 산만한 것과는 달리

산길은 수더분하고 걷기에 참 좋다.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대소산 봉수대가 나타났다.






영덕 대소산 봉수대

경상북도 기념물 제37호인 "이 봉수대는

조선 초기의 것으로 영덕 축산포 방면의 변경 동태를 서울 남산까지

알리던 통신시설이다. 직경 20m 높이 2.5m의 봉돈을 쌓았다.

이곳은 남쪽으로 별반 봉수대, 북쪽으로 평해의 후리산 봉수대,

서쪽으로는 광산 봉수대를 거쳐 진보의 남각산 봉수대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라는 안내문.






봉수대에서 보는 조망..

은가루를 뿌린 듯 하얗게 빛나는 바다가 장관이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특히 산은 더 그렇다. 이런 조망은 여기에 오른 자만

볼 수 있는 풍경 아닌가!





동으로는 망망대해,

북쪽 저 끝에 보이는 곳이 후포인 것 같다.

오늘 저기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산길이 부드러워 좋다.

망월봉, 망일봉을 거치지만 쉬어 가야 할 정도로

힘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멋진 정자를 그냥

지나치는 것도 예가 아닐 것 같아 잠시 쉬어간다.






목은 이색의 등산로라고..?

목은이라면 고려말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









오늘 산길은

지난 19코스 고불산 코스보다 정겹다.

길도 부드러운 데다 숲 사이로 바다도 살짝살짝 보여주다가

어떨 때는 숲을 활짝 열고 바다를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숲에 부는 바람도 좋고, 파도 소리까지 들려서 좋다.





누가 왜 이렇게 나무를 잘랐을까?

누군가가 나무를 반쯤 톱질을 해 놨는데 이번 태풍에

부러진 것 같은데..







여기에 조선 중기 문인인 주세붕의 시가..

그는 경남 함안 사람인데 처가가 이곳인가 보다.

그의 오륜가중 "아바님 날 낳으시고"가 생각난다.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는 영해 들녘





목은 이색 산책로.. 어디로 가는 걸까?

앞 이정표에도 계속 안내가 되었는데..








괴시리 마을을 지난다.






햇볕이 따갑다. 그늘 한 점 없다.

마음은 늘 바쁘다. 여유를 가지고 걸어 보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보 니 걸음을 채근하는 것 같다. 지나치고 나니

목은 기념관에 들리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일부러 찾아오기 힘든 곳인데..





이렇게 풍요로운 가을 들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군데군데 벼가 쓰러진 곳도 있지만

대체로 양호한 것 같다. 태풍에 지지 않고

잘 버텨내어 준 벼가 고맙다.








아담한 대진항의 풍경





의병장 김도현(1852-1924)을 기리는 비각.

옆 축대에는 그의 생애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김도현은 1895년 명성황후시해사건 후 경북 북동부에서

사재를 털어 의병을 일으켜 왜적과 싸웠고, 1905년

을사 매국조약이 체결되자 다시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태풍 타파가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고 해도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다. 쓰레기를 뭍으로 밀어 올려 어구는

엉망이 되었고, 대진 해변 축대로 파도에 휩쓸려 무너졌다.

태풍 때 집채만 한 파도에 비할 바아니지만 아직 파도가 거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꼭 폭탄이 터지는 것 같다.

퍽 퍽~






대진해수욕장을 지나 송천을 고래불대교로 건넌다.

제법 송천은 큰 하천인데도 바다와 만나는 하구는 좁다.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일까

갈매기들은 알고 있을까?








고래불교를 넘자마자 해파랑길은

고래불해수욕장(덕천지구)으로 들어가 국민야영장을 가로질러간다.

고래불 국민야영장은 면적 17만 5천㎡에 야영장 148동 (솔숲 텐트 110동,

오토캠핑 13동, 카라반 사이트 25동)과 조형 전망대, 해안루, 해안 산책로,

샤워장, 취사장, 어린이 놀이터, 자전거 대여소 등 편의시설이 있다.

애용요금은 카라반이 50,000~160,000원, 텐트 사이트 20,000~35,000원

오토캠핑 25,000원~40,000원, 펜션형 숙박시설 100,000~200,000원까지

온라인으로 사전예약하여야 이용할 수 있다.

그 넓은 야영장에 오늘은 한 팀도 안 보인다.






국민야영장 끝 지점에 있는 봉송정(奉松亭)

정자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아직은

바다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만, 앞의 나무들이 자라면 어떻게 될까?

봉송정은 덕천리에 있었던 정자로 고려 중엽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봉 씨 성을 가진 분이 영해 부사로 있을 때 송천과 덕천사이 능원에

정자를 건립하고, 만 그루의 솔을 심어 해풍을 막아

농사에 해가 없도록 하였다고 한다.





해변에는 갈매기들이 유유자적한 데

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낮잠이라도 한숨 푹 자고 싶은

봉송정에 잠시 머물다 길을 나섰다.




오늘은 해파랑꾼과 동해안 자전거 종주하는

라이더들을 몇 팀 만났다. 가을은 걷기 좋은 것 같이 

라이더들에겐 라이딩하기도 좋을 테니..







이제 쭉 뻗은 고래불로를 따라 걷는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딱딱한 시멘트길..

지루한 길이다. 오른쪽 해변 쪽으로는 경상북도 수산자원연구원,

청소년야영장 등의 시설물과 소나무가 울창하지만, 대낮의

혈기 왕성한 태양을 달래줄 그림자 하나 없다.

말이 가을이지 태양은 아직 여름의 그 태양 같다. 

볕이 따가운데 발바닥이 뜨거워진다.






야영 장비를 챙겨 자전거로 동해안을 종주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나선 모습이 호기심을

당겼다. 다가가 "Hello"하고 인사를 하니 안녕하세요 한다.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 하니 호쾌하게 "예스"한다.
꼬마는 카메라를 보고 손까지 흔들어 준다.


이 외국인을 보니 갑자기 유일무이하게

남북한 백두대간을 종주한 로저 세퍼드가 생각났다.

북한을 6차례나 방문하여 북쪽 백두대간을 다 걸은 그를

이 땅의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 볼 뿐이다.

이방인인 그가 남북의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남과 북의 산은 다르지

 않습니다. 백두대간은 하나입니다."라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그렇다. 그렇다면 이 나라 정치는 뭔 짓을 하고 있는 걸까?






13:05, 22코스 종점 고래불 해변 도착.
4시간 20분 걸렸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고 보니
이색의 기념관을 지나친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때가 되었으니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후포까지
마저 가야지. 22코스는 11.9km밖에 안 되니
걷는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겠지만 대중교통으로
승용차를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일단 일찍 끝내고 볼 일이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외국인을 찍은 사진부터 사진이 이상해졌다.
찍을 때는 이상 없었는데 화각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이
잘려 나간 것이다. 4장 중 3장은 원래의 구도가 아니다.
외국인의 자전거가 다 잘려 나가고 마지막 사진은 스탬프 함이
땅바닥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 사진도 그려려나
우려했던 대로 이후 사진은 제대로 찍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려 나가 이상한 사진이 되어 버렸다.
당장 AS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해파랑길 22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