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0코스 (강구항~해맞이 공원) 바람 불어 좋은 날, 블루로드 A코스와 함께 걷는 산길

2019. 9. 24. 00:07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바람 불어 좋은 날, 블루로드 A코스와 함께 걷는 산길

해파랑길

20코스

강구항-금진구름다리-고불봉-신재생에너지전시관-영덕해맞이공원

17.9km / 08:35~15:00 (널널 6:30)


2019. 9. 7(화) 맑음, 25






이번 20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A 코스 '빛과 바람의 길'과 함께 가는 길로,
강구항 대게 거리에서 출발하여 산길을 따라 고불봉,
삿갓봉,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해맞이 공원까지 이어가는
장장 17.9km의 산길이다. 산길이지만 금진구름다리를 지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고불봉 조망은 산행의 별미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만나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
게를 형상화한 조각공원, 풍력발전단지에서 수많은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 등은
색다른 볼거리라 할 수 있겠다.






해파랑길에서 야영을 한 중에
제일 편하게 잔 것 같다. 텐트를 열고 보니
하늘의 구름은 옅은데 유독 동쪽만 구름이 짙다.
일출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삼사리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 사이 바다 위 구름이 걷히며 붉게 물든다.
불 밝힌 어선들이 들어오고 그 위로 갈매가가 난다.
정말 좋은 그림인데.. 검은 구름이 옥에 티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아침을 해결하고, 강 건너 해파랑 공원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강구항은 영덕대게의 집산지이지만. 

6월부터 11월까지는 금어기여서 대게는 보이지 않고,

새벽에 들어 온 어선에서 내린 물고기 옮기는 작업이 한창인

항구를 거쳐 대게의 본고장인 것을 알리는 듯, 대게 판매점

간판이 즐비한 숲을 지나 시장통 슈퍼에 들러 점심거리를

사서 들머리로 가는데 죽천에서 출발한 버스가 오고 있다.

오늘 날머리에서 강구로 돌아올 때 이용할 버스인데

지금 당장 타려고 기다린 것 같이 반갑다.








들머리는 황포식당과 봉봉대게직판장

사이로 난 골목길. 양쪽의 집들이 대비되는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산촌같은 느낌. 폐가와 드문드문 집이 있다.

오늘은 이렇게 산에 들어 종일 산길을 걷는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강구항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처가 나왔다.







조금 더 올라가니 팔각정이 나오고

큰 길이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큰길을 따랐다.

널찍한 '강구대게축구장'이 나왔다.

웬 강구에는 대게들이 축구를 다 하냐?

바다 조망이 좋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지도를 보니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이리로 와야 할 것을..

이제부터 오늘의 목적지 20코스 종착점인

영덕해맞이공원까지는 산길인데 금진구름다리와

고불봉을 지나 풍력발전단지를 지난다.

고불봉까지 7.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꼭 길잡이 같이 듬직하고 정겹다.





조금 전 위로 보았던 강구대게축구장이

발 아래로 보인다. 오늘도 바다는 은가루를

뿌린듯 하얗게 빛나고 있다.





중간중간 운동시설이 있는 휴게소를

지나왔다. 초로의 신사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면서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했더니

 '오늘 좋은 날 되세요' 하며 화답한다.

산길에서 먼저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화답한다.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도

즐거운 일 중의 하나다.






숲사이로 은빛 바다도 보이고,

숲사이로 상쾌한 바람도 불어오고,

숲사이로 맑은 가을 햇살도 비집고 들어 온다.

길에는 토실 밤도 떨어져 있는데..

사람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부드러운 길..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길이 부드럽고

소나무 향이 좋아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금진구름다리를 건넜다.






야생동물을 주의하라는 안내를 확증시키듯

이곳저곳 멧돼지가 헤집고 다닌 흔적들이 보인다.

지나간 사람이 없는지 거미줄도 길을 막고 있다.

내 주특기는 거미줄 걷기다. 이전 한창 잘 걸을 때는

인적 드문 산길을 갈 때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의

맨 앞에서 걸었다. 그때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큰 키가 거미줄 겆는 데는 제일 유용했으니..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인적도 없는 휴게소 벤치에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휴식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아 좋다. 세상 부러운 것 없다. 이대로이고 싶다.

잠시 무장해제되었다가 제정신이 돌아오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현실을 인식하자

  반사적으로 일어나 배낭을 멘다.






편한 길이라고 해도 통나무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고 나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르막을 오르다

하얀 참취와 눈이 마주쳤다. 방긋 웃는다.

산에서는 야생화 한 송이도 이렇게

 반갑고 힘이 되는 것을..







고불봉이

앞에 우뚝한데

올라가야 할 길이 내려간다.

실제로 내려가봤자 얼마 될까마는

심리적으로는 몇 배나 내려가는 것 같다.

산이 오르내림이 없으면 무슨 산이겠냐 하면서도

산은 언제나 힘들다. 이제는 내려간 몇 배 만큼 오름길이다.












항상 정상 직전이 제일 힘들고,

 일도 성공 직전이 제일 어려운 법.

땀을 흘리며 한참을 치고 오르니 정자와

 고불봉(235m) 표지석이 반갑게 맞는다.

고불봉 정상은 조망이 좋다. 사방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영덕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영덕 앞바다와 가야 할 풍력단지까지 펼쳐 보인다.


조망을 즐기고

고불봉 정자에 앉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하기까지 하다. 신선이 따로 없다.

알다가도 모를 일은 고작 235m 고불봉 정상 오르는 것이

어떻게 맨날 오르는 600m 문수산보다 힘들었는지..


지금까지 걸었던 산길이

낙동정맥 명동산(813m) 남쪽의 805봉에서

갈래 쳐 나와 강구항에서 맥을 다하는 화림지맥의

끝부분이다. 화림지맥은 영덕 오십천의 우측분수령.

한쪽의 철조망엔 영덕 블루로드의 명성을

웅변하듯 많은 시그널이 달려 있다.








청도라지 꽃의 배웅을 받으며

고불봉을 급하게 내려서니 황톳길이다.

어떤 곳은 비로 쓸려 내려간 곳도 있다.

고불봉 이후로는 길이 또 달라졌다.

그늘이 없다. 햇볕이 따갑다. 걷는 데야

큰 무리가 없지만, 생수가 문제다.







고불봉에서 황톳길로 내려오던 길은

덕곡리에서 하저리로 넘어가는 포장도로

하저길을 만나 우측으로 내려가다 폐차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환경자원관리센터 방향으로 오른다.

생수가 떨어져 폐차장에 들어가 생수를 한 병

가득 채우니 갑자기 세상 걱정이 다 사라진 것 같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나와

영덕환경자원관리센터,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소각장 등을 지나 산길로 드는데 딱딱한 시멘트 길이다.

깊은(?) 산에서 만나는 포장길이 제일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날씨가 덥다. 그늘이 없어 힘들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날씨가 더워서 그러나

카메라도 맛이 갔다 왔다 한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하긴, 나를 만나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

긴 시간을 걸었지만 돌고 돌았던 탓에

 아직도 고불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꼭 호남정맥 걸을 때 어떤 구간 같다.






사위질빵과 칡넝쿨..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에 흔하게 자생하는

사위질빵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야산에 무섭게 번지고

있는 칡넝쿨.. 칡넝쿨은 이제 생태 교란 식물이 되었다.


사위질빵에 얽힌 이야기로는,

사위 사랑은 장모라 하듯, 사위가 무거운 짐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지게 멜빵을 사위질빵 덩굴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위질빵 덩굴은 잘 끊어져서 무거운 짐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장모의 사위 사랑이 반영된 것. 그래서 사위질빵.

그랬다는데.. 요즘은 세태가 바뀌어 사위의

지게 멜빵을 질긴 칡넝쿨로 하지 않을까!







지도에는 정자가 한 곳 더 있지만

 여기서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 간다.

영덕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들이 바람에

맞서 돌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길 가장자리를 정리하는 줄

알았는데, 굽이진 길을 돌아 내려오면서 보니 경사가 심한

비탈을 내려오며 풀과 잡목을 정리하고 있다.

주변 급경사 지대를 저렇게 작업을 다 한 모양이다.

안전벨트도 없이 그냥 붙어있기도 힘들 텐데

예초기 작업을 저렇게 하다니..








길게 늘어진 임도를 걷다 보니

어느덧 풍력발전단지다. 출렁다리도 나오고

벚꽃전망대도 나오지만 계속 해파랑길을 따른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슈웅슈웅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지금 큰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질하는 것 같다.









정크트릭아트 전시관과 조각공원,

숲속 음악당이 있지만 오늘은 곁눈질하지 않고

그냥 걷기에 열중하기로 했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바람이 많은 것에 착안하여

미래의 대체 에너지사업으로 풍력발전단지를 만들었다.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는 높이 약 80m의 발전기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이채로운

풍경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영덕해맞이 공원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제 1km 남짓 남았지만 햇볕이 따가워서

그늘을 찾아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걷는다.





에구.. 이렇게 기름 범벅이 되면 어떡하나.

도로에까지 기름이 떨어진 흔적이 보인다.

그렇잖아도 신재생에너지를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일들로 책잡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운영도 깔끔하게 잘했으면 좋겠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영덕해맞이 공원이다.

그러나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강구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대탄리로 가야 하기 때문.

2시간에 한 번 있다는 버스 시각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일단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게 급선무!








해맞이 공원은 다음 구간 출발할 때
보기로 하고 서둘러 대탄마을에 도착하니 15시 8분
시간표에는 오보 4시 18분, 그러면 여기는 4시 20분쯤 되겠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리기가 지겨워 히치하이크라도 할까 하고
손을 들어 보지만 서는 차가 없다. 강구에서 먹으려던
점심을 이곳에서 국수로 때우고 파도치는 대탄 앞바다를
찍으려는데 저만치 버스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시각 3시 58분.
버스를 타니 나 혼자였다. 멀리 안 가기 잘했지.
이 차를 놓쳤으면 꼬박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겠지.
지난번 마을버스 기사가 시골 버스는 시간을 맞추어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제시간에 나오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을 새겨듣고는 앞뒤로 10분 정도의 여유를
생각했는데.. 이게 뭐람.. 그래도 그렇지
20분이나 빨리 오면 시간표가 무색하지..





강구항은 대게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게는 일반인이 먹기는 쉽지 않다.

대게 철이 아닌 요즘은 더욱 그렇다.

영덕대교 위에 집채만 한 대게가

하늘로 기어오르고 있다.





해파랑길 20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