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0. 23:49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하얀 백사장과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파랑길
17코스
송도해변-포항여객선터미널-여남항-포항영일신항만-칠포해변
17.9km / 8.28 15:00~17:00
8.29 07:15~09:45 (이틀간 이어, 4:30)
2019. 8.28 ~ 29 흐렸다 갬, 28℃
폭염과 비로 인해 계획대로
진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벌써 17구간이다.
부산 이기대에서 출발하여 울산과 경주 구간을 지나왔고, 포항
구간도 다음 18코스 화진해변에서 끝나고 영덕 구간으로 들어선다
포항은 공업 도시여서 거칠고 삭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도시 이름의
유래가 "개울의 활처럼 굽은 백사장의 해변에서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잡는다"는 뜻의 <포곡장정우수집항(浦曲長汀右手執項)>
이라는 시구에서 따왔다니 포스코와 대비되면서 흥미롭다.
이번 구간은 송도해변 '평화의 여상'에서 출발하여 동빈큰다리,
포항 구항, 포항여객선터미널, 영일대, 환호공원, 여남동 숲길,
죽천항, 포항영일신항만, 용한리 해변을 거쳐 칠포해변에
이르는 약 17.9km의 길이다.
송도 해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평화의 여상을 출발하며 17코스에 들어섰다.
송도해변 워터폴리에서 좌측으로 꺾어 동빈큰다리로 가야
하는데 무심코 걷다 포항 구항의 막다른 골목까지 갔다.
되돌아 나온 시간이 족히 20분은 될 것 같다.
산길에서 알바도 산행의 일부이듯, 해파랑길에서도
마찬가지. 이런 일이 아니면 언제 포항 구항에
들릴 일이 있겠는가!
동빈큰다리를 건너며 보는 동빈내항 모습.
덩치 큰 화물선들은 외항 부두에 정박하고, 어선들과
요트 계류장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요트 계류장에는
초계함으로 꾸민 함상체험관인 포항함이 시선을 끈다.
날렵해 보인다.
잘 꾸며놓은 정원, 원두막도 있고
중간중간 정감 있는 조각상도 설치되어 있다.
어항과 인접해 있는데도 길과 휴식공간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는 것 같다.
포항여객터미널 입구에 있는 독도 간판.
늘 잘 챙겨주지 못한 막내 같은 생각이 드는 독도.
정부는 독도를 천연기념물 같은 소리 그만하고, 독도에
입주를 원하는 몇 사람만이라도 독도에 거주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라. 앞으로 일본의 도발이 더욱 심해질 텐데
독도에 접안시설 제대로 설치하고, 큰 배를 띄워 웬만한
풍랑에도 가고 싶은 사람은 쉽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함정을 배치하고, 경찰이 아닌 군대를 주둔시켜라.
독도는 우리가 제일 먼저 뺏겼다가 제일 나중에
찾은 우리 땅. 한 번으로 족하다.
영일대해변이 송도해변보다
짜임새 있고 잘 꾸며 놓은 것 같다.
돈키호테와 로시난테도 눈길을 끌고..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
역사를 왜곡했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금에 독도를 자국의 땅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는 일본에 맞설 방법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학자는 이순신 같이 연구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로 보면 어떨까?
친일반역의 역사는 역사학계도 뿌리 깊다.
일본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일본 학자들과 함께
한국사를 왜곡하면서 민족혼을 팔고. 식민사관의 토대를
구축하고 해방 후에는 서울대 사학과를 접수한 뒤 주류 역사학계를
후학들로 장악한 이병도로부터, 일본에 교환교수로 갔다 온 이후
식민시대를 미화하기 시작하여 일본강점기 위안부 강제 동원도,
토지 강제수탈도 없었다하고, 독도에 대해서도 일본 우익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하나의
독립단체였을 뿐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이다"는 등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망언을 쏟아낸 안병직,
<반일 종족주의>를 쓴 이영훈은 안병직의 제자다. 이들은 일본
도요타재단의 후원을 받으며 연구한다. 낙성대연구소가 그 소굴이다.
이영훈 일당은 민족혼을 팔고,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 부정하며 쓴
<반일 종족주의>를 일본의 출판사에서 일본어판으로 출간한다고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라고 하셨고.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끝없는 투쟁이다."
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경고하셨다.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는 후안무치한 일본. 이럴 때일 수록
올바른 역사관으로 무장하여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명물 해상전망대 영일대
영일대해수욕장과 두호항을 지나
해변공원과 포항시 대표공원 중 하나인 환호공원을 지난다.
포항 시내를 벗어나니 한적한 느낌이다. 어디 텐트를 펼칠만한
장소가 있는가 살펴보지만 그럴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영일만 너머 호미 반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포항유아교육체험장.. 이쁘게 꾸며 놓았다.
멸치 건조대가 많이 보인다. 어촌 느낌이 든다.
포항 앞바다에서도 멸치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부산 대변항의 멸치도 유명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흥환리에서 출발하여 여남항까지 대략 28km 정도
걸은 것 같다. 죽천방파제까지 가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자동차를 회수하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여기서 끊기로 했다.
버스 종점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버스 시간을 아는 사람이 없다.
176번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오는 모양인데 시간표가 없다.
할 수 없이 걸어서 25분 거리인 환호여중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동해면사무소 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101번, 102번,
500번 등 환승하지 않고 바로 가는 버스들이다.
애마를 회수하여 돌아오는 길,
하늘이 점점 붉어진다. 형상큰다리를 건널 즈음
활짝 열린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정체로 차가 잠시 멈춘 사이 셔트를 눌렀다.
차를 세울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대열을 따라 엉금엉금 형산강을 건넜다.
여남항에 도착하니 하늘이 훨훨 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불덩이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자 포스코의 환하던 불빛은
많이 약해졌다. 영일대 해변에서는 무슨 축제를 하는지
여기까지 요란하게 들린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방파제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뜸하면 텐트를 치려고
기다리는데 끝이 없다. 일출 시간에 맞춰 일어나려면 자기에
이미 늦은 시간.. 더 기다리면 밤을 새울 수도 있겠다 싶어
텐트를 쳤다. 텐트에 드니 밖에서는 크게 들리지 않았던
테트라포드에서 바닷물 출렁거리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일찍 알았더라면 다른 곳을 알아봤을 텐데..
이젠 할 수 없지 뭐, 거친 자장가로 여기고
잠을 청해 본다.
방파제 빨간 등대 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생각보다 텐트를 칠 곳을 찾기가 힘들다. 장소가
괜찮다 싶어도 편한 잠을 자기는 더 어렵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또 어디서 헤맬까? 유료라도 좋으니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프장이 있었으면..
오늘은 일출이 없는 덕분에
일찍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하기 전 하룻밤을
보낸 여남항을 한 바퀴 둘러본다.
공식 행정지명은 환여동 여남항이다.
환여동은 환호동과 여남동을 합친 이름인데,
환호동(環湖洞)은 푸른 바다와 산들에 에워싸여 마치
물이 큰 고리처럼 돼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여남동(汝南洞)은 여씨 집성촌의 남쪽마을이라는 뜻.
7시 15분 여남항 동해횟집 옆으로 난
골목으로 여남동숲길에 든다. 처음엔 길이 묻힐 정도로
풀이 무성했다. 아마 해파랑길에서 이렇게 일찍 출발하기는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이렇게 일찍 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고개에 오르니 임도가 나왔다.
오른쪽은 등대 가는 길, 왼쪽이 해파랑길이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죽천항이 보인다.
여남동숲길을 15분 만에 넘었다.
포항지진의 진앙 흥해읍.
2017년 11월 15일 큰 피해를 준 규모 5.4 지진의
진앙이 바로 이 근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의 지열발전소가 원인이 된 '촉발지진'이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발표가 충격을 주었다.
그 피해는 다 복구되고 상처가 다 아물었을까?
높은 담장은 집을 가두고, 사람을 가두지만
담장을 헐면 바다를 마당으로 쓸 수 있다. 움켜쥐면
손안에 쥔 한 줌밖에 안 되지만 손을 펼치면 세상 전부가
내 것이 되는 것 같이.. 그래도 어디 그런가. 사람은 자기가
쌓은 담장 속에 갇히고, 대부분 자기가 만든 법에 갇혀
누에같이 웅크리고 살다 가는 것이지.
할머니.. 열심히 풀을 뽑고 쓰레기를
줍는 것은 좋았는데 그걸 바다에 휙 던져버린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그냥 간다. 바다가 넓다고
바다에 마구 버리지만, 이제 바다도 쓰레기 천지고
그 쓰레기들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우목항을 지나 포항영일신항만 공사장을 피해
죽천초교 앞을 지나 오른다. 내려다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큰 플라타너스가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옛날 다닌 초등학교에도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몇 그루가
있었는데 이제 다 베어 버리고 한 그루도 없다.
플라타너스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하고 큰 잎이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열매의 털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고 이제는 사라져 가고 있다.
추억도 함께 사라져 간다.
포항영일신항만 포항국제컨테이너 터미널
8시 20분밖에 안 되었는데
이 이른 시간에 왜 싸우실까. 주변이 쩡쩡 울리게
큰 소리로 싸우고 있다. 뭔 사정이 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이러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힘들까.
지나가는 나그네가 봐도 안타까워 보이는데
다들 조금씩 양보하고 참으세요.
포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 정문.
철길을 건너 용한1리 바닷가로,
메뚜기 한 철이라더니 서퍼는 안 보이고 철 지난
백사장엔 배를 드러낸 보드들만 쌓여 있다. 다시
물에 들어갈 일을 기다리는지..
용한리 앞 탁 트인 바다는 외국 어느 유명 해변
못지않게 아름답다. 해변의 쓰레기가 반감시키지만..
2년 전쯤 친구와 이곳에 들렸는데, 그사이 쭉 뻗은
도로가 생기는 등 주변이 많이 변했다.
습도가 높아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난다.
18코스 칠포해변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팔각정에서
잠깐 쉬어 간다. 아하~ 여태 바람을 등지고 걸었구나
정자에 앉아 있으니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잠깐 쉬어 가려 했지만 어느새 15분이 지났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것,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가고, 힘든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서둘러 출발한다.
나나 낚시꾼 미치기는 마찬가지겠지.
백사장 위에 설치해 놓은 데크를 따라 해병대
훈련장을 지나 칠포 해변으로 가는 길.
어휴.. 이게 뭐람
도랑이 오염되어 희뿌옇다.
여기는 나무가 신음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 물도 뿌옇다.
이 지역은 왜 이렇게 개천이 오염되어 있지?
지도를 찾아보니 주변에 공장도 없고 큰 마을도 없는데..
지자체 환경담당이 조금만 관심 가지면 오염원을 쉽게
찾아 조치할 수 있을 텐데 아는지 모르는지..
영화의 한장면 같은.. 곡강천 하류,
해파랑길을 걷는 덕분에 볼 수 있는 풍경들..
와~ 칠보해수욕장이다.
조금 전에 봤던 오염된 개울과는 상반되게 깨끗한
화장실은 칠포에 대한 첫인상을 좋게 했다. 옆 화장실에는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이 청소 중이다. 날씨도 더운데..
현재 시각 오전 10시,
18코스 스탬프를 찍고 출발하기 전에
잠시 갈 길을 가늠해 본다. 칠포에서 화진해변까지
19.3km로 오늘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화진해변에서 애마가 있는 여남항까지 가는 교통편 연결이
어렵다는 것. 4km를 더 진행하여 장사역까지 가면 장사역에서
포항역으로 가고, 포항역에서 여남항으로 갈 수 있는데
문제는 16:47분까지 장사역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
그렇다면 그나마 교통편 연결이 좋은 월포해변에서
끊어야 한다는 것. 준비하면서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일단 가보자.
월포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해파랑길 17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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