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8. 17:30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설악과 동무하여 해변과 고즈넉한 영랑호반 길을..
해파랑길
45코스
설악해맞이공원-아바이마을-영랑호범바위-장사항
16.7km / 08:20~13:00 (4:40)
2019. 12. 05(목) 맑음,바람, 7℃
해파랑길 45코스는
양양 속초 구간 마지막 코스로서
설악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하여 영랑호반을 거쳐
장사항에 이르는 설악산과 동해, 호수, 어촌 마을을
엿보며 걷는 길이다. 이번 코스는 출발지점이 설악산 입구 인
것이 말해주듯 코스 대부분을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이는
설악 준봉들을 조망하며 눈이 호사를 누리며 걸을 수 있는 길.
대포항과 외옹치항을 거치고, 함경도 실향민들의 정착 마을인
아바이 마을을 지나며, 조망이 일품인 설악대교로 청초호를
건넌 후 속초항, 속초 등대로 이어간다. 화랑 영랑이 호수의
경관에 매료되어 오래 머무르며 풍류를 즐긴 데서
유래되었다는 영랑호 호반길을 걸은 후
종착점 장사항에 이른다.
속초항 야경과 영금정 일출
오늘은 또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그저께는 20분 만에 애마를 회수할 정도로
타이밍이 절묘했는데 어제는 하조대로 직행하는
시외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다. 다음 버스가 1시간 후에
있어 시내로 가서 환승했는데 버스가 어성천 상류까지
올라가며 빙빙 도는 바람에 1시간 반이나 걸렸다.
뜻밖에 찾기 힘든 양양 오지 마을 구경 한번 잘했다.
애마를 회수하자마자 약국과 마트에 들러 진통제와
파스, 테이프와 가위를 사서 발바닥을 보강하고 나니
걷기가 훨씬 나아졌다. 밤에 영금정에 올라 속초항
야경과 영금정 일출도 담을 수 있었다.
속초항에서 해맞이 공원으로 돌아와
오늘 또 출발선에 섰다. 아직은 견딜만한데 오늘
목적지 청간정까지 갈 수 있을까 신경이 쓰이지만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겠다. 몸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있겠냐만
불편한 곳이 더 중하게 여겨진다.
건물 지붕 위로 대청봉과 화채봉이
늠름하게 어깨를 쑥 내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중청대피소 건물도 점으로 보인다.
진행방향, 라마다 속초호텔과 롯데리조트가 보인다.
꽃말이 '미인의 잠결'이라는 해당화.
꽃은 졌지만 약재로 쓰이는 매혹적인 빨간 열매를 남겼다.
꽃말의 유래는, 당나라 현종이 전날 마신 술에서 덜 깬
양귀비를 보고 “너는 아직 술에 취해 있느냐?” 하고 묻자
양귀비는 자신의 술이 덜 깬 붉은 얼굴을 해당화에
비유하여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대포항,
말 그대로 큰 포구인 대포항에 배가 몇 척 없다.
반면 주변에 식당은 상당히 많이 들어서 있다.
외옹치, 외옹치항 난전활어장.
독 옹(瓮), 산 우뚝할 치(峙). 외옹치는 바닷가로 삐져나온(外)
항아리 언덕(瓮峙)이란 이름처럼 나지막한 봉우리가
조가비처럼 생긴 작은 해변을 감싸고 있는 포란형 지세인데
정수리를 누르고 있는 롯데 리조트 모습이 영..
뒤돌아보니 라마다 속초호텔이 뻘쭘하게 보이고
전방으로는 바다 너머 점만한 속초 등대가 보인다.
주인이 맘이 좋아서 까치밥으로
많은 감을 남겨 둔 것 같다.
속초해변 이정표와 조형물.
서울 158km, 평양 260km,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구도시 더반까지는 12,613km
브라질의 리오데자이네루까지는 18,142km
아바이 마을을 지나 앞에 우뚝한 설악대교로
향한다. 도로변의 벽화가 입꼬리를 올리게 한다.
보통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하는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가
마을 이름이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피난 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정착한 마을이기 때문..
행정구역은 속초시 청호동에 속한다.
설악대교에서 보는 청초호 너머 설악산
속초항의 내항이기도 한 파란 청초호와 눈 덮인
하얀 설악 준봉들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 같은데
삐죽삐죽 솟아오른 고층 건물들이 조망을 가린다.
조망을 확보하겠다고 다른 사람의 조망권을
침해해도 되냐? 결국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조망이 가려질 것인데.. 미시령 부근에서 발원한
청초천이 동쪽 청초호로 흘러든다.
설악산을 조망하려면 설악대교
왼쪽 인도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공룡능선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한봉 마등령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앞에 금강대교가 나타났다.
금강대교 위에서는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건물에 가리지 않고
모습을 간신히 다 보여준다.
속초항,
국제여객터미널에 크루즈선 한 척이 덩그러니 떠 있다.
북방항로가 열리고 활성화되어야 할 텐데..
속초항 부두에 들렸더니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양미리가 널려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화목난로에 굽고 있는
양미리를 보고 군침(?)을 흘리니 눈치 빠른 아주머니가
맛보라며 제일 먼저 익은 녀석을 집어 주신다.
이렇게 맛있는 양미리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불도 쬐며 한참 노닥거리다 길을 나선다.
수복탑 사거리를 돌아 나가는데
앞에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따라가서 혹시 해파랑꾼인가 싶어 말을 건네니
속초에 사시는 분으로 등대까지만 간다고 한다.
길동무가 생기나 했는데..
식당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 새벽에 일출을
맞이했던 영금정 해변을 돌아나가니 바로 위로
속초 등대가 보인다. 해파랑길은 속초등대전망대를
거치지만 그냥 해안 길을 따른다.
영금정(靈琴亭), 영금정이 어딘가? 동명항의 끝자락 영금정을 보러온 사람들은 대개 바다를 마주하는 암반 위 구름다리 끝에 세워진 정자를 찾는다. 실제로 작은 정자 위로 영금정이란 현판까지 있다. 속초의 절경으로 알려진 영금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자를 향해가는 다리 아래 영금정의 자취가 남아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커다란 바위산이 그곳이며 산꼭대기 정자를 닮은 바위를 영금정이라 불렀다. 바위산은 날카로운 암벽 사이로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신비한 거문고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한다. 신선이 선녀를 부르는 듯한 자연의 소리는 일제 강점기 속초항 방파제를 짓는 골재 채취를 위해 폭파하였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정자는 옛 소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정자일 뿐이다. 신비한 바위의 흔적들은 오른편 동해를 향하여 길게 뻗은 방파제를 채운다. 신기한 소리는 사라졌지만, 파도는 여전하고 동해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았다. 방파제 사이사이 옛 영금정의 조각들이 추억을 기억하며 아름다움을 불러오고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2010. 1. 15., 최정규, 박성원, 정민용, 박정현) |
날씨가 춥지만, 바람자고 양지바른 곳에는
졸음이..
영금정이 있던 자리에는
거문고 형상의 석상이 대신하고 있다.
물회로 유명한 '봉포머구리집'
‘머구리’는 바닷속에 들어가 고기를 잡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을 남해안·동해안이나
섬 등에서 불렀던 옛말이다.
해변에서 깔깔대는 아가씨들 소리가
파도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영랑해안로를 따르던 해파랑길은
서진교 직전에서 좌측으로 꺾어 영랑삼거리를
건너 영랑호수공원으로 들어선다. 영랑삼거리는
한창 공사 중이다.
영랑호 입구에서 보는 설악산
영랑호 위로 대청봉에서 신선봉까지
설악 주능선 대부분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전면에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거침없이 보인다.
공룡능선, 나한봉, 황철봉, 미시령까지..
나무들도 겨울 채비에 들어갔다.
빈 가지를 울리는 바람 소리가 겨울을 실감 나게 한다.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도 차다.
아마 설악 준령을 넘어오면서 바람이 많이
차가워진 것 같다.
永郞浦泛舟(영랑포범주) 영랑호에 배 띄우고 / 안축
平湖鏡面澄(평호경면징) 잔잔한 호수는 거울같이 말고
滄波凝不流(창파응불류) 푸른 물결은 엉기어 흐르지 않네
蘭舟縱所如(난주종소여) 놀잇배를 가는 대로 놓아두니
泛泛隨輕鷗(범범수경구) 갈매기도 배따라 둥실 떠 날아오네
浩然發淸興(호연발청흥) 마음 가득 맑은 흥취 일어나기에
泝洄入深幽(소회입심유) 물결 거슬러 깊은 골로 들어서네
丹崖抱蒼石(단애포창석) 붉은 벼랑이 푸른 바위를 안고 있어
玉洞藏瓊洲(옥동장경주) 아름다운 골이 고운 섬을 품고 있네
循山迫松下(순산박송하) 산을 돌아 소나무 아래 배를 대니
空翠凉生秋(공취량생추) 울창한 숲 그늘이 가을인 양 서늘하네
荷葉淨如洗(하엽정여세) 연잎은 씻은 듯 깨끗하고
蓴絲滑且柔(순사활차유) 순채 줄기는 매끄럽고도 부드럽네
向晩欲廻棹(향만욕회도) 해 저물어 뱃머리 돌리려 하니
風煙千古愁(풍연천고수) 흐릿한 기운 오랜 시름 자아내네
古仙若可作(고선약가작) 그 옛날 신선 다시 올 수 있다면
於此從之遊(어차종지유) 그를 따라 여기서 놀련마는
안축 (安軸, 1282년 ~ 1348년)
고려의 학자. 자는 당지, 호는 근재, 본관은 순흥.
충숙왕 때 원의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내려졌으나
가지 않았고, 성균학정을 거쳐 우사의 대부에 이르렀다.
충혜왕 때 안렴사로 있을 당시 <관동와주>를 지었다.
그 후 충목왕 때 고려·조선시대 춘추관 소속의 정1품
관직인 감춘추관사(監春秋館事)까지 승진하여
충렬왕·충선왕·충숙왕의 실록을 편찬하였으며,
경기체가인 <관동별곡> <죽계별곡>을 남겼다.
저서로 <근재집>,<한림별곡> 등이 있다.
미시령을 당겨 본다.
영랑정
영랑정 조망
영랑정에서 보는 영랑호수 쪽 조망과
영랑정 뒤편 바위에 올라가서 보는 설악산 방향 조망
영랑호반은 걷기 좋고, 자전거 길로도 좋고,
각종 마라톤이 열리는 길이기도 하다.
범의 형상으로 웅크리 앉아 있는 모습이라는
범바위, 어느 방향에서 봐야 그렇게 보이려나?
손을 뻗으면 울산바위와 미시령이 잡힐 듯..
이전에 새 차를 뽑아 동해안을 거쳐 양평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미시령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분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게 바람이 셀 줄이야!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조망 좋은 곳에 주차하고 무심코
자동차 문을 열었는데 센 바람이 도어 래치를 망가뜨리고
문이 뒤로 꺾이는 낭패를 당했다. 차 밖으로 나와
간신히 문을 닫기는 했는데.. 다시 문을 열고
차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난감했던 일..
별스러운 미시령과의 인연이다.
향토 시인 최명길(1940~2014)의 시비
화접사
나는 나비가 되오리
그대는 꽃이 되오시라
내가 벼랑을 날아 그대에게 다가가오리
알 수 없는 그대 비밀 엿들으러 내 속마음
삐끔 내어 보이고
여시인 여시과 이렇게 읊조리면
그대 닫힌 입술 조금만 벙글어 주오시라
첫새벽 바다와 하늘 빙긋 열리듯이 그렇게
벙글어 주오시라
한 즈믄해 지난 다음에야
그대가 나비 되오시라
나는 꽃이 되오리
호반 풍경이 정겹다.
청초호가 이름과는 달리 좀 도시적이고
화려하지만, 영랑호반은 서정적이다.
산불로 주변 숲과 펜션들이 다 불탔다.
올해 4월 4∼5일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
동해·인제 일대에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다.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강풍이 큰불로 번지게
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국가재난사태 선포에 이어
강원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
5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대청봉에서 중청 소청 공룡능선 나한봉,
화채능선, 화채봉 칠선봉.. 토왕폭까지..
서 있어야 할 나무가 누워있다.
그것도 토막난 채로..
화랑 영랑이 호수의 경관에 매료되어
오래 머무르며 풍류를 즐긴데서 유래되었다는
영랑호
저 다리를 건넜으면 바로 장사항인데..
50m도 채 안 되는 영랑교를 에둘러 약 8km에
이르는 영랑호반 길을 2시간에 걸쳐 걸었다.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고센 땅 라암셋에서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으로 갈 때 보름 만에
갈 수 있는 길을 시나이반도를 에두르고
에둘러서 40년 만에 입성한 한 것 같이..
장사항 해안 길,
저 앞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해파랑꾼이 앞서 가고 있다.
해파랑길 45-46 종합안내판과 완주스탬프 함
13:00, 후유~ 오늘 17km를 걸어 여기까지 왔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어제 오전부터 제대로 걷기
힘들었는데 발바닥에 테이핑하고 진통제 먹은 효과가 크다.
정신 못 차리게 한 설악 준봉들과 영랑호반 데크와 흙길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어제보다 고통도 것 같다.
온통 횟집과 대게집 뿐이어서
검색하여 찾은 식당. 큰길로 나와 영랑호 방향으로
200m쯤 내려오면 있는 백반 전문 모래기 밥상.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다. 소문난 집인지 조금
앞서가던 서울서 왔다는 해파랑꾼을 여기서 만났다.
해파랑꾼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점심 먹는
동안 휴식을 한 발은 조금 더 걷자 한다.
그럼 원래 계획했던 청간정까지 가보자.
해파랑길 45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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