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4코스 (수산항~설악해맞이공원) 발이 부르텄지만 설악 준봉들의 응원을 받으며..

2019. 12. 16. 23:57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발이 부르텄지만 설악 준봉들의 응원을 받으며..

해파랑길

44코스

수산항-낙산해변-낙산사입구-설악해변-설악해맞이공원

12.7km / 11:10~15:20 (4:10)


2019. 12. 04(수) 맑음, 9






해파랑길 44코스는

양양 속초 구간에 속하며 수산항에서

출발하여 낙산해변을 거쳐 설악해맞이공원에

이르는 길로,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을 지나

낙산대교로 양양 남대천을 건넌 후, 모래가 깨끗하고

물이 맑은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낙산해변을

지난다. 이후, 설악해변과 도루묵 축제로 유명한 물치항을

거쳐 설악산 입구 설악해맞이 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이 코스는 특히, 점봉산을 시작으로 설악산 대청봉,

화채능선, 공룡능선, 울산바위, 황철봉, 신선봉까지

설악 준봉들을 조망하며 걷는 코스다.





문화마을 버스정류장, 43코스 완료.

현재 시각 11:00, 걷기가 힘들어도 여기서 끝낸다면

속된 말로 본전도 안 된다. 내일은 못 걷더라도 오늘

걷기로 한 44코스는 마치고 보자. 10분 정도 쉬며

심기일전하여 해맞이 공원을 향하여 출발.






점봉산에서부터 대청봉.. 울산바위를

줌으로 당기니 황철봉과 신선봉까지 딸려 온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설악 준봉들이 잠시나마

발바닥 통증을 잊게 해 주었다.







솔비치 호텔과 오산리 선사유적 박물관을 지난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발바닥은 자꾸 쉬어가자

한다. 저기 버스정류장에서 쉬어가면 되겠다.

오산리 버스정류장에서 양말을 벗고 파스를 듬뿍 뿌리며

발바닥을 달래 본다. 오늘 목적지 해맞이공원까지는

아직 12km나 남았는데.. 사서 하는 고생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자신과의 약속 자신만이 지킬 수 있는 것.

자주 쉬더라도 오늘 길은 다 간 다음

내일을 생각해 보자.





솔밭이 울창한 바다 캠프장도 지나고..





쫙 펼쳐진 길이 기를 죽인다.

고통도 조금씩 잘라 가면 느낌상으로나마

 넘기기 쉽겠지만, 저 길을 걸어가야 한다니..

마치 산길에서 기진맥진할 때 까마득히

높은 봉우리를 만난 기분이랄까..








온 신경이 발에 집중되어 있는데

 생각을 딴 곳으로 돌릴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낙산대교 전방으로 설악산이 펼쳐져 보인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발바닥 물집은 이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설악산을 좁은

프레임에 담으려고 정신없다. 설악 설봉 뿐만 아니라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풍경도 일품이다. 발바닥에

집중되었던 관심을 뺏기에 충분하다.








환각의 상태도 잠깐이었다.

해파랑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낙산해변으로 향하면서 제정신이 들게 하니

통증이 되살아난다.






낙산해변 도로변 해송 숲에 설치된 데크 길.

아스팔트 포장도로보다 걷기가 훨씬 낫다.





낙산해변 야영장에는 야영의 멋을

한껏 누리는 야영객도 보인다.






낙산해변, 낙산해수욕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의 하나인 낙산해수욕장은 강릉 경포대해수욕장과

함께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깨끗하고

물이 맑아 찾는 사람이 많으며, 해변 뒤편으로는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고, 편의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기서 책을 읽으면 눈에 좋지 않을 것 같고,

즐길 거리도 많은 해변에서 하필..







 본격적인 식당가가 나오지 않았지만

쉬어가고 싶은 마음에 상가가 있는 쪽으로 나갔더니

음식점 몇 곳이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이 들린 식당.

혼자서 바쁘게 손님을 맞지만 친절하고 음식 맛도 별미였다.

벽의 낙서 중

"사람은 받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주는 것으로 인생을 꾸린다"라는 글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운치있는 길을 절뚝절뚝 걸어서..








각종 조형물과 상징물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는 

공연거리를 지나 낙산해변을 빠져 나간다.








낙산해변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집단시설지구, 낙산종합 주차장을 통과하여

낙산 사거리에서 속초 고성방향으로..







대단한 친구들..


낙산사 옆 비탈을 오르고 있는데 큰 배낭을 메고

내려오는 친구들과 마주쳤다. '해파랑길을 걷고 있는

중이냐? '했더니 그렇다며 부산에서 울산까지 걸은 후, 

겨울이 되어서 고성에서 울산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며칠 정도 걷느냐?' 했더니 쉬지 않고 계속 갈 것이라 한다.

 15kg이 넘는 박 배낭을 지고, 그것도 매일 야영을 하면서..

나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지만.. 지금 그 반밖에 안 되는

 배낭을 메고서도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못 걷는데..

서로 힘내자며 화이팅!! 하면서 헤어졌다.

요즘  편하게 놀고 즐길 거리가 많은데 이 힘든

길에 나선 젊은 친구들이 기특하게 여겨진다.

울산에 도착하면 밥이라도 사줘야겠다.






설악해변을 지나는데

장애인 자전거를 탄 장애우들이 막 달려간다.

조금 전에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이 길을 걷는

젊은 친구들 한테서 도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장애인 자전거로 종주중인 장애우 라이더들을 만나

더 큰 도전을 받는다. 그래 절뚝거리지 말고

똑 바로 걷자. 해파랑꾼의 품위를 지키자.







목적지 해맞이 공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도중에 두 어번 쉬고 정암리를 통과한다.







정암 해변, 여긴 몽돌밭이다.







코레일 낙산연수원 앞을 지나는데

도로 표지판에 통일전망대 71km라는 표시가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종착점 턱밑까지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설악국립공원을 알리는 이정표도 보이고..

스피노자가 그랬던가

 '비참한 인간들에게는 희망이 약이다.'라고..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나보다 먼저 와 있는 울산바위..

부채 같은 울산바위와 달마 바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이전엔 지금의 설악태극 일부에 해당하는 목우삼거리에서

시작하여 달마봉-울산바위-황철봉-미시령 옛길로

걸었던 적이 있는데.. 옛날 이야기다.








물치교를 지나 도루묵 축제로 이름 난 물치항으로..


올해 11번째 열리는 물치항 도루묵축제는

12. 6~12. 8에 열린다. 도루묵은 매년 찬바람 부는

늦가을부터 잡히는 겨울철 동해안 대표어종이다.


沕(아득할 물) 淄(검은빛 치)라는 어려운 지명에 대하여

속초시지(束草市誌)는 "내물치리(內沕淄里)는 조선조 때

송시열이 이곳에 왔다가 폭우로 머물게 되면서 '물에 잠긴

마을'이라는 뜻으로 '물치'라고 했다."라고 하고 있으나,

'검은빛 치(淄)'를 쓰는 연유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상류 계곡에 매장된 철광석과 노천 광석으로 인하여

철 성분이 다량 합류된 검은 물이 흐르는 것에 연유하고

있었다. 물치천 물에 독성은 없을까?





물치의 황금연어 공원

황금연어는 먼바다에서 고향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힘찬 몸짓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설악산에서 발원한 쌍천을

가로지르는 쌍천교에서 보는 설악동 방향.

화채봉, 나한봉, 집선봉, 마등령, 저항령, 황철봉,

그리고 달마봉과 울산바위..

쌍천과 만나는 해변에는 갈매기가

유난히 많이 날고 있다.







설악해맞이 공원과 설악산 입구.

고군분투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까지 왔다.


여기서 끝내느냐, 하루 더 걷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44코스에서 끝내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면 올해 마무리 짓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약국에 들러 진통제와 테이프를 사서 무장하고

일단 내일 시도해 보고 결정하자.





해파랑길 44-45코스 종합안내판, 완주스탬프 함




해파랑길 44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