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3코스 (하조대해변~수산항) 파도소리 들으며, 철지난 한적한 해변을 걷다.

2019. 12. 13. 23:25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파도소리 들으며, 철지난 한적한 해변을 걷다

해파랑길

43코스

하조대해변 - 여운포교 - 동호해변 - 수산항

9.4km / 08:50~11:00 (2:10)


2019. 12. 04(수) 맑음, 7






해파랑길 43코스는

하조대 해변에서 출발하여 고운 모래와

바다가 아름답고 서퍼들에게 인기 있는 동호해변을

거쳐 일출명소이자 요트정착장이 있는 수산항에

이른다. 이 코스는 인적이 드문 길게 이어진

해안 길로 양양의 숨은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짧고 단조로운 해안 길을 따른다.









아름다운 항구 남애항에서 새벽을 맞고..


어젯밤 하조대 입구 하광정리에서 남애항으로 와서

아름다운 야경에 이어 찬란한 일출과 어항의 바쁜 새벽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다. 동지가 가까워지니 일출 시간도 늦어지고

일몰 시간이 빨라지면서 낮이 많이 짧아졌다.

서둘러 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43코스 출발지

하조대 해변으로 이동한다.





하조대 교회 앞 주차장에 애마를 주차하고

43코스 출발점에 서니 08:50. 9시 이전에 출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서두른 덕분이다.








하조대 해변 주변은 위락시설이

많지 않아 해수욕장 규모에 비해 한적한 편이다.

깨끗한 백사장은 중광정 해변을 거쳐 동호 해변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맞은편 숲속에 하조대 캠핑카가 보인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몰려와

거친 숨을 헐떡이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제법 세차고 쌀쌀하다.

손이 시리고 귀가 시리다.





1


꼬띠에르펜션을 지난다.

이름 그대로 바다 근처에 있는 멋진 펜션이다.

건물도 특색있고, 장애물도 없어 조망이 좋을 것 같다.

정원의 조각품들이 눈길을 끈다.






중광정 해수욕장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해변을 벗어난다. 방향안내판이 미리 방향을 가리키고,

가리키는 쪽으로 진행하면 또 다른 방향안내판이나

리본이 확인 시켜 준다. 간결하면서도 확실하다.

명사수가 원킬하는 것 같다.







동해대로 옆 동해안 자전거 길을

따르는데시멘트 길이 제법 지루하게 이어진다.

다행인 것은 갈림길에서 전혀 신경 쓸 일 없는 것.

항상 눈길이 먼저 닿 곳에서 방향안내판이

갈 방향을 알려 주고 있다.





마른 풀과 꽃을 보니 문득

이설야 시인의 조등(弔燈)이 떠올랐다.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꽃은 시들고
나비는 죽었다


내가 인생의 꽃등 하나 달려고
바삐 길을 가는 동안
사람들은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사랑한 순서대로
지는 꽃잎
나는 조등을 달까부다







오솔길보다는 푼푼한 길인데..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발바닥을 지치게 한다.

아스팔트를 피해 길섶으로 내려서면

어느새 도깨비바늘이 화살 같이

달려와 옷에 박힌다.







마을 표지석이 키보다 큰 여운포리에 들어서니

강아지가 달려든다. 크게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강아지에 목줄을 채우는 것도

그렇다고 철창에 가두는 것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게 놓아 기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운포리 마을을 지나면서 이름이 특이하여

유래를 알아보니 원래는 연포였는데, 발음의 착오로

여운포가 되었다고 한다. 연포는 또, 일반 맷돌보다

수십 배나 크고 사람 대신 소나 말이 돌리던 맷돌인

연개가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고..






양양국제공항 너머로 보이는 설산

점봉산과 설악산, 백두대간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백두대간 눈길에서 악전고투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좌측으로 설산이 펼쳐지는데 시야가 가린다.

방해 없는 사진을 찍으려고 도랑 건너 둑을 따랐더니

배수펌프장이 길을 막는다. 돌아 나오기는 먼 길이어서

벌판으로 들어갔더니 오히려 돌아 나가는 것보다 

훨씬 먼 길로 에둘러 도로와 합류해야 했는데..

발바닥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다.






양양은 해파랑길(동해안 자전거길)을

대체로 도로와 잘 분리시켜 놓았다. 해파랑길 대부분은

차도와 떨어져 가는데 간혹 도로 갓길을 가더라도 가이드

레일로 경계을 쳐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샛길을 따르던 해파랑길은

중앙대학교 동호리 실습장 팻말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꺾어 동호해변으로 나간다.






이제 시작인데..

고작 1시간 반도 안 걸었는데 벌써 이렇게

발바닥이 아파서 제대로 걸을 수 없으니 난감하다.

중등산화를 신고 걷는데도 물집이 생긴 주위가 벌겋게 성이나 있다.

발바닥이 참 고생 많다. 좀 쉬어 가야겠다. 백두대간과 정맥을

종주할 때보다도 평지 아스팔트 길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내일도 걸어야 하는데.. 당장 오늘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신경이 쓰인다.







아무도 없는 동호해변.. 그림자 앞세우고

백사장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겨 본다. 오늘따라

발자국이 왜 이렇게 쓸쓸해 보이지..






한적한 동호해변

파도와 고래 같기도 한 조형물과

남녀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모래 조각이 눈길을 끈다

고운 모래의 동호해변은 수심이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서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주변에 위락시설이나 건물이 많지 않다.

철 지난 해변이 적막감이 들 정도다.





비탈길을 오르고 있는데

초로의 신사가 차를 세우며 '좀 태워드릴까요?' 한다.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걸어서 가려고요.'

표를 안 내려고 하는데도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딱해 보였나 보다.





국토 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동호해변

인증센터가 있는 쉼터에서 뒤돌아본 동호해변.

멀리서 보니 큰 해변이 더 한산해 보인다.






아직도 군사용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곳이

가끔 눈에 띈다. 저 끝에 튀어 나온 부분이

하조대쯤 되어 보인다.






양양공항 입구를 지나 수산항으로..







긴 방파제로 둘러싸인 수산항

방파제의 길이가 남방파제 240m, 북방파제 585m 나

되는 양양의 포구 중에서 가장 큰 규모. 항구의 입구에

요트정박장이 있고 안쪽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데 항구의

규모에 비해 배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수산항은 조그만 어촌마을이다.

김선장 횟집 옆으로 난 길로 수산항을 빠져나간다.

물고기 건조하는 모습, 체 게바라 캐리커쳐까지 내건

카페도 보인다. 동네가 끝나는 지점에 해파랑 가게 패널이

붙어 있는데 가게의 내부는 깨끗이 치워져 있다.






도로로 나와 전원주택지인 듯한 손양문화마을

입구를 지난다. 문화마을 버스정류장 옆에 서 있는

종합안내판과 완주스탬함





해파랑 43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