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6. 23:57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관동팔경 청간정에 올라 모래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해파랑길
46코스
장사항-청간정-천학정-능파대-삼포해변
15km (4:00) / 12.06 (금) 14:00~16:00 맑음, 바람 / 7℃
19 (목) 09:20~11:20 맑음 / 8℃
해파랑길 46코스는
마지막 10구간인 고성 구간으로 장사항에서
출발하여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과 기암절벽과
동해 절경이 일품인 천학정을 거쳐 모래로 육지와
연결된 능파대를 거쳐 울창한 송림과 넓고 깨끗한
백사장으로 삼포해변에 이르는 길로 해안 길을
따라 문화유적지, 송림과 해안절벽, 설악산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코스다.
46코스는 고성 구간이지만 출발지
장사항은 속초시 장사동이다. 저 고개를 넘으면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고성 구간이다.
강원여객 시내버스 터미널 주위
불에 탄 검은 민둥산이 을씨년스럽다.
여기부터 금강산 고성군을 알리는
이정표가 반기지만 지난봄 강원도를 덮친
대형 산불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로수 몸통이 새까맣게 다 그을렸다.
양지바른 곳에 철모르고 피어있은 들국화.
바쁜 꿀벌은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는지 아직
꽃에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고갯마루를 오르자마자 나오는 오른쪽 샛길로 들면
그리움이 있다는 나폴리아 카페 간판이 나오고 전방
왼쪽으로 까리따스 마테오 요양원이 보인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해변이 나온다.
고성이 뜬다지만 한적한 이런 곳에 이렇게
큰 카페가 있다니.. 해변에 접한 카페 "바다정원"
앞길로 진행하면 다시 큰길과 합류한다.
여기저기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산불은 아직도 진행형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지난번 식당에서 어떤 사람은 산불로 인해 일자리도 생기고,
식당 손님도 늘어나니 사람만 다치지 않으면 산불이 나는 것도
괜찮다고 하더라만..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이고 몇십 년 동안
잘 조성된 자연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용촌교를 지나자마자 용촌천을 따라가던 길은
얼마 가지 않아 해변으로 향한다
토성면 용천면에서 통일전망대를 거쳐
DMZ 접경지를 따라 인천 강화군까지 이어지는
걷기 자전거길인 평화누리길이 열리고, 곧이어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점이 나온다.
봉포리 해변 or 켄싱턴 해변?
해변에는 켄싱턴이란 큰 구조물과 각종 조형물,
영국을 상징하는 런던의 명물 빨간색 이층버스 루트마스터까지
설치되어 있다. 켄싱턴 해변으로 공식 지명이 된 것 같다.
이름값 제대로 내야겠다.
앞에 보이는 섬이 죽도.
생떼 쓰는 일본X들 저 섬도 자기들 땅이라 하지 않으려나..
여기도 고성·속초 산불 피해지역..
해파랑길은 해변과 가까운 길을 따르다 보니 산불 피해지역을
피해 가는 것 같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성천리, 인흥리와
속초시 영랑동 일대는 화마의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외항과 내항이 조화를 이루는 아담한 봉포항
내항은 호수같이 물이 잠잠하다.
봉포해변 너머로 천진해변 청간해변,
아야진항까지 보인다.
봉포 마을로 나와 마을 안길을 따른다.
펜션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상호 중 '게섯거라'
'후다닭' 등 메뉴를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음식점 간판이 눈길을 끈다.
봉포해변과 이어진 천진해변
악어 닮은 바위와 휴식중인 천둥오리와 갈매기들..
설악산 신선봉에서 발원한 천전천이 동해와 만나는
야트막한 산에 자리 잡고 있는 관동팔경 청간정이
전면에 나타났다.
깨끗하고 이쁜 펜션, 이름도 크리스마스 하우스.
집을 이쁘게 잘 꾸며 놓았다고 했더니 사장님 자랑이
대단하다. 다음에 오면 하루 유숙할 수 있으려나..
이틀째 날이면 통일전망대 출입국신고소까지
올라가니 여기까지 오기는 너무 멀 것 같다.
이외수 스타일의 50대의 남성 한 사람을 만났다.
해파랑길을 걷고 있냐? 했더니 바다를 따라 걷고 있다 한다.
어디 부산까지 갈 것이냐고 하니 가는 데까지 가 보려고 한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 했더니 해 질 때까지 걸을 것이란다.
허름한 복장에 괴나리봇짐 같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머지고.. 삿갓만 안 썼지 현대판 김삿갓 같다.
가다가 장사항에서 저녁 먹을 거면 점심 먹었던
식당에 가 보라고 알려 주었더니.. 대충 먹지요. 한다.
자유가 철철 넘친다. 사진을 한 장 찍으려다 자유인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셔트를 누르지 않았지만 아쉽다.
청간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청간정 자료전시관이 나오고, 야트막한 산을 오르면
청간정이 나온다. 자료 전시관에 들렀다가 청간정으로
향한다. 관동팔경 중에 자료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처음 본다.
청간정은 남한에 있는 관동팔경 중 가장 북쪽에 있다.
설악산 신선봉에서 발원한 계류가 화암사와 신평을 거쳐
동해와 만나는 천전천 하구 야트막한 산언덕에 있다.
청간정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전해지나 고종 21년
소실되고, 정자 안에 걸려 있는 현판은
이승만 전대 통령이 쓴 것이라고..
청간정 마루에 앉아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장관이다.
동쪽으로는 ‘우는 모래’ 명사(鳴沙)가 활 같이 휜 형상으로
끝없이 펼쳐지고 바다는 수평선까지 아득하게 달려 나간다.
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 죽도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 같다.
남쪽에는 마구 풀어헤쳐 놓은 듯 구불구불 이어져 온 천전천이
동해와 합류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서쪽으로는 하얀 눈을 뒤집어쓴
설악산 준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바다를 내려보고 있다.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그 남쪽 봉우리 벼랑에 '영랑의 무리 남석으로 가다'
라고 쓴 붉은 글씨가 뚜렷이 남아 있는데, 이 글에 쓰인
영랑, 남랑, 술랑, 안상 네 명의 신선은 어디에 갔는가?
여기서 사흘 동안 머문 뒤에 어디에 가서 또 머물렀던고?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와
같은 곳 몇 군데서 앉아 놀았던가?"라고 노래했다.
송강이 관동별곡에 언급한 ‘유람한 사선’은
신라 때의 화랑 영랑·술랑·남랑·안상이다.
天敎滄海無潮汐 천교창해무조석 조석 일지 않는 평온한 곳
亭似方舟在渚涯 정사방주재저애 방주처럼 물가에 고요히 서있네
紅旭欲昇先射牖 홍욱욕승선사유 붉은 해 뜰 적에 들창문 비추고
碧波纔動已吹衣 벽파요동이취의 푸른 물결 일 땐에 그 바람 옷깃에
童南樓艓遭風引 동남루접조풍인 아해들 실은 배 바람따라 왔으나
王母蟠桃着子遲 왕모반도착자지 서왕모 먹던 복상 그대까지 못가리
怊悵仙蹤不可接 초창선종불가접 선인 자취 찾으나 찾을 길 없나니
依闌空望白鷗飛 의란공망백구비 부질없이 난간 기대 갈매기만 보누나
조선 중기 인조 때의 문장가 澤堂 李植(1584-1647)의 시다.
청간정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쓴 시 같다.
첫 두 구에서는 청간정의 모습을, 그다음 두 구에서는
청간정 안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렸다. 그다음 두 구에서는
이곳의 정취를 仙境(선경)에 비겨 말했고, 마지막 두 구에서는
만날 수 없는 仙人(선인)에 대해 아쉬움을 말했다.
소소리 높은 정자 큰길 베고 누웠구나
풍악산도 동해도 이곳에 다 모였어라
횡으로 금강산을 바라본다 굽어보는 동해
천만 개의 옥봉우리 은은히 보이누나
여섯 자라 일군 파도 허공만 때리듯이
만물도 절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네
외롭지 않은 이 몸 그래도 즐겁다
훌륭한 사람 하나하나 평론하기 어려워서
난간 밖 동쪽에서 서성이며 주저하네
조선 후기의 아웃사이더이며 문체반정의 최대 피해자 李鈺
(이 옥, 1760~1815)이 자신의 시집 ‘박천시집’ 5권 ‘수의록’에 남긴
'간성의 청간정'이다. 그는 글씨에 능하고 문명도 높았으나 직간을
잘하는 데다 패관소품체의 글을 쓴다는 이유로 정조에게 찍혀
여러 차례 유배당했고 끝내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다.
겸재 정선의 청간정
청간정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조선 최고의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겸재와 단원, 강세황도 이곳에 들러 그림을 남겼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영조 9년(1733) 청하현감에 부임하여 삼척부사
이병연과 함께 청간정에 들러 회포를 풀면서 ‘청간정도’를 그렸다.
이 그림은 5년 뒤인 1788년 제작한 ‘관동명승첩’에 들어갔다.
허필(1709~1761)은 총석정 삼일포 청간정 경포대 죽서루 망양정
월송정 낙산사 등 관동팔경을 돌아보고 ‘관동팔경도병’을 그렸다.
만경루를 앞쪽 배치하고 뒤에 청간정을 그렸는데 만경루는 바다를
조망하는 공간으로, 청간정은 객관 용도로 표현했다.
청간정 / 단원 김홍도
단원 김홍도(1745~1806?)는 정조의 명을 받아
1788년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과 영동 일대를 기행하며
명승지를 그려 바쳤는데 ‘금강사군첩’이다. 여기에
‘청간정’ 그림이 있다. 이밖에 이의성(1775~1883)의
‘해산도첩’에도 ‘청간정도’가 들어있다.
* * *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 여기서 끝내고 돌아가다
캔 커피를 사려고 자료전시관 옆 해파랑가게에 들렸더니
자료전시관 운영하시 분과 매점 주인이 청간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 완전 덤이다
5시에 집을 나서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청간리.
마을 공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청간해변으로 나가는데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싸아 하다. 원래 계획은 오늘과
내일 각각 23, 24km 걷고, 모레 마지막 50구간을 걸으려
했는데 와이프가 내일 합류한다고 하여 오늘
최대한 걷는 데까지 걸어 놔야 할 것 같다.
오징어 형상의 등대가 이채롭다.
속초항은 송이버섯 모양, 여기는 오징어 모양 등
등대로 지방 특산을 알리려 하는 것 같다.
이곳 출신이 울산 미포조선 전무로 승진하셨는가 보다.
울산시민으로서 축하합니다.
아야진항은 항구가 두 개로 보인다.
요즘 제철인지 항구마다 양미리가 많이 보인다.
지난번 속초항 아주머니들이 난로 위에서
굽던 양미리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항구를 돌아나가면 아야진 해변이 나오고
이어 큰길로 이어진다.
지난봄 하루에 3건의 대형산불을 경험한
강원도는 산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클 것 같다.
특히 겨울에서, 대지가 건조해지는 봄에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강원도에서
보는 산불 조심 빨간 깃발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말보다 실천이고 행동이다.
지난봄 여름 해당화가 이쁘게 피었을 길을
따라가면 해변 철조망 옆 길을 이어간다. 속초까지만 해도
철조망이 거의 없었는데 고성은 접경과 가깝다 보니
아직도 철조망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었고 백성을 어질고 오래 살게 하였다.'고
삼국사기 문무왕 편에도 비슷한 이야기 나온다. 시대를 막론하고
평화를 바라지 않는 국민이 있을까? 전쟁론자들 빼고..
철조망을 녹여 무엇을 만들까?
평화는 총과 칼, 철조망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고
통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고성군 토성면 교암리 소재 고성팔경 천학정(天鶴亭)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동해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위에 건립되어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며, 남쪽으로 청간정과 백도를 마주 바라보고 북쪽으로는
능파대(凌波臺)가 가까이 있어 한층 아름다음을 더해주고 있다.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걱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더 없는 동해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특히 천학정의 일출은 가히 선경이라 할 만하다.
-천학정 안내문에서-
천학정에서 내려서면 바로 교암항과 교암해변이 나온다.
허름한 화장실에도 실내에 히터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화장실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 같다. 비싼 이용요금을 내는
유럽인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일 아닐까?
교암해변, 교암리, 문암2리를 지나
문암항과 능파대가 보인다.
육지가 된 섬 능파대(凌波臺)
능파대는 육계도(land-tied island)를 이루는
암석해안 상에 발달한 대규모 타포니(tafoni) 군락이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능파대의 이름은 파도가 몰아쳐
바위를 때리는 광경을 빗대어 붙여졌다.
능파대에서 본 문암항과 저 앞쪽으로 보이는
문암1리항. 설악산이 많이 멀어 보인다.
대청봉과 중봉은 많이 멀어졌고 상봉과 신선봉이
그나마 조금 가깝게 보인다.
문암대교를 건너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이 있어 풍치가 좋은 백도해변으로..
아름다운 조형물과 울창한 숲, 오토 캠핑장,
활처럼 휜 질 좋은 백사장 울창한 숲 너머로 보이는
설악산 준봉들.. 조망이 가히 일품이다.
숲 너머로 보이는 공룡능선과 울산바위,
그리고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향로봉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운암1리항
어촌계에서 운암1리항 앞바다과 사공바위 일대
낚시배와 백도주변을 돌아오는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당신의 하루가 별보다 빛나길.."
지나가는 길손도 힘이 나는 글귀인데
저 방에 투숙한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벽화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고성 문암리 선사유적
수심이 얕고 모래가 좋은 자작도 해변,
자작도의 옛 이름은 ‘무선대(舞仙臺)’라고 하는 설.
신라 시대 화랑들이 금강산에 오가던 길에 고성 ‘무선대’
바위섬 위에서 춤을 추며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길게 펼쳐진 삼포해변, 그 끝에 오호항이 보인다.
송암리 펜션과 민박촌,
깨끗하고 특색있는 펜션과 민박집들이 즐비하다.
자작교
오토캠핑객도 보이고..
삼포 해변의
오션투유리조트 속초설악비치호텔 & 콘도
삼포 해변의 모래는 '우는 모래'라는 뜻의 명사(鳴沙)로
불리며, 맞은편에는 흑도와 백도 그리고 호미섬이 있어
바다 낚시터로도 이용된다. 백사장의 길이 700m,
폭 170m에 평균 수심 1.2m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46코스 종합안내판과 완주 스탬프 함
해파랑길 46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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